유영성
18 hrs ·
The Making of Korean Christianity.
한국 기독교 형성사(옥성득 지음/새물결플러스)
부제:한국 종교와 개신교의 만남 1876-1910
부제를 보면 바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 종교에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어떻게 정착하게 되었는가를 연구한 귀한 책이다. 서론에서는 비교적 단도직입적으로 한국 전통 종교에 대한 선교사들의 이해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고 이것이 한국 기독교 정착에 어떤 영향을 끼쳤으며 현재 기독교 진보의 입장에서 초기 선교사들의 역할과 기독교 정착과정을 비판하는 내용들이 어느 정도 정당한가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수많은 각주가 빛을 발한다. 존경하는 옥성득 교수님의 평생을 바치다시피 한 깊이 있는 연구 결과들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읽는 내내 감탄하게 만든다. 1차 자료에 접근하고 분석해낼 수 있는 학자의 역량은, 제한된 유입 경로와 인물에 국한되어 담론의 주류를 형성해 생겨난 국내 한국교회사 연구들의 여러가지 곡해와 편향된 이해들을 뛰어넘어 합리적이고 공정한 시각을 갖도록 이끌어준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수작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서론 부분만 해도 한 권의 두꺼운 책으로 나왔어야 할 내용들이다. 지면 때문일 수도 있고 저자 옥성득 교수께서 더 깊은 논의가 당장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어떤 한계성을 직감하셔서인지는 몰라도 서론의 주제들 안에 수많은 논제들을 집약하신 듯한데 각주 한 개만 놓고도 논의를 해보거나 연구를 해봄직한 내용들이 여럿 있었다. 한국 신학생들 중에 이런 좋은 선생님 밑에 가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있기를 나타나기를 바랄 뿐이다.
신학적 지평이란 무엇일까? 책의 내용은 읽어보면 알 것이기에 내용을 가지고 따로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그 대신에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 더 중요하기에 몇 자 더 적어본다.
책을 읽어가면 갈 수록 곳곳에서 드러나는 중요한 논점들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한국사적 시대 상황과 기독교의 관계, 기독교 안착의 과정에 영향을 끼친 사회, 정치적 연관 관계, 여러가지 국제 관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던 우리 시대의 고통의 역사와 기독교의 변질 등 좀 거대하지만 군침이 도는 주제들을 통합적으로 연구한 논문들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는 목마름이 느껴졌다.
물론 이 책은 제목처럼 1900년대 초까지의 한국 기독교의 형성사를 다루고 있다. 근대사와의 연결은 차후에 또 연구가 되면 좋을 일이겠다. 다만 이 책의 큰 매력은 지금의 한국 교회를 바라보는 일반의 시선에 중요한 변곡점을 제시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근대사와 기독교의 발전 역사를 다룬 책에 대한 목마름을 느끼게 만드는 점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책이 줄곧 견지하고 있는 한국 기독교 역사의 왜곡 교정이라는 중요한 키를 가지고 열어젖힐 필요가 있는 근대사적 한국 기독교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라는 목마름이다.
우리 민족의 종교성에 대한 선교사들의 초기의 오해와 다르게 시간과 헌신에 따라 그 이해가 달라지면서 우리가 얻은 것은 더럽고 게으른 민족성과 한민족의 종교성에 대한 재고였다. 오히려 한민족의 영적 깊이에 대한 놀라움과 종교적 가능성에 대한 선교사들의 발견이 무색할 정도로 한국 기독교는 엄청난 발전사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우리 종교에 대한 자신감을 많이 상실한 상태다. 책을 읽으면서 자꾸 느끼게 되는 아픔이다. 본래 얼마나 치열하게 신학적으로 논쟁했었고 투쟁해왔던 역사인지 모른다, 우리 기독교는.
하지만 지금은 그런 역사가 무색할 정도로 기독교의 입지가 추락했고 영성은 혼란 속에 있다. 이 책은 저자 옥성득 교수께서 한국 기독교라는 테이블 위에 무심한 듯 툭! 던지는 묵직한 돌멩이 같은 책이다. 제대로 알고 배웠어야 할 역사가 이런 것이고, 우리가 오래 전에 시작했던 것들은 이런 것인데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이 아프게 담긴 것이다.
신학생들은 이 책을 꼭 읽어봐야 한다. 원서도 좋고 논문 섭렵도 좋다. 열심히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기독교의 역사는 이 책을 읽어보면서 더 잘 알게 되겠지만 우리 안에 들어옴으로써 우리만의 것이 되었고 우리의 방식과 우리의 영성으로 받아들인 면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현재 우리 기독교의 얼굴이고 정체성이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의 과거를 돌아보게 만들고 거기서부터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신학생들은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일반인들도 이 책을 읽기에 큰 부담이 없을 것이다. 다만, 중간에 각 챕터별로 용어와 관련된 설명은 좀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으니 두어 번 숙독해야 할 것 같다.
[난이도 ***** 기준]
-신학생:***
-목회자:**
-일반인:*****
*표지를 벗기면 느낌 좋은 하드커버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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