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사랑 : 이광수 장편소설
고정욱 (지은이),
이광수애플북스2014-10-15
종이책 페이지수 760쪽
책소개
'한국문학을 권하다' 시리즈. 시리즈의 각 권에는 현재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10명의 작가들이 '내 생애 첫 한국문학'이라는 주제로 쓴 각 작품에 대한 인상기, 혹은 기성작가를 추억하며 쓴 오마주 작품을 어려운 해설 대신 수록하였고, 오래전에 절판되어 현재 단행본으로는 만날 수 없는 작품들까지도 발굴해 묶어 국내 한국문학 총서 중 최다 작품을 수록하였다.
이 작품에는 절대적인 그리고 현실을 뛰어넘은 사랑이 존재한다. 작가는 세속의 온갖 불행과 고난을 치유할 수 있는 단 하나인 절대적인 신념으로서의 ‘사랑’의 의미를 주인공 안빈과 순옥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 사랑이 때로는 처참할 정도로 슬프지만 한편으로는 육체적 욕망을 초월한 아름다운 모습을 갖고 있다.
춘원 이광수는 아들의 죽음, 일제의 변절에 대한 끊임없는 강요, 건강상의 어려움을 동시에 겪으며 이 작품을 통해 수난받고 있는 민족에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보여줌으로써 그 고통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독려하였다. 작가 생의 후반부에는 결국 ‘가야마 미쓰로’라는 이름으로 일제에 굴복하여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지만, 이 작품이 집필될 때까지만 해도 작가 이광수는 종교적이면서 계몽적인, 또는 현실을 뛰어넘는 사랑을 보여주며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고자 노력했다.
목차
춘원 닮은 나_ 고정욱
서문
사모하는 이의 곁으로
박사 안빈
사랑이 비칠 때
쌍곡선
인연의 길
죽음의 저쪽
“밤을 새워 춘원의 작품을 읽고서 감동하여
나는 가슴이 설레어 잠도 잘 수 없었다.” _ 소설가 고정욱
종교적 이념을 형상화한 시대를 뛰어넘은 명작,
인간의 욕망을 초월한 이상주의적 사랑의 대서사!
고정욱 작가가 이광수의 작품을 추억하는 추천글 수록
〈한국문학을 권하다 시리즈〉는 누구나 제목 정도는 알고 있으나 대개는 읽지 않은, 위대한 한국문학을 즐겁게 소개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즐겁고 친절한 전집’을 위해 총서 각 권에는 현재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10명의 작가들이 “내 생애 첫 한국문학”이라는 주제로 쓴 각 작품에 대한 인상기, 혹은 기성작가를 추억하며 쓴 오마주 작품을 어려운 해설 대신 수록하였고, 오래전에 절판되어 현재 단행본으로는 만날 수 없는 작품들까지도 발굴해 묶어 국내 한국문학 총서 중 최다 작품을 수록하였다. 한국문학을 권하다 《사랑》에는 작가 고정욱이 이광수의 작품을 읽었던 청소년 시기의 감동을 글로 담아 한국문학을 즐겁게 소개하고 있다.
이광수의 장편소설 《사랑》은 다른 어떠한 작품보다 춘원의 이상주의적 경향과 종교적 이념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석순옥과 안빈이라는 인물을 통해 기독교와 천주교 그리고 불교 모두를 융합한 이상주의적 사랑의 형태를 완벽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누구보다도 열렬한 민족주의자였던 이광수가 아직 친일로 변절하기 전, 민족에 대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보여준 작품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출간 의의 및 특징
절대적인 사랑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우리는 ‘사랑’을 말하지만 현실 이상을 넘어서지 못한다. 그 사랑의 모습은 이기적일 때가 많아서, 자신의 따뜻하고 이로운 사랑 때문에 누군가는 깊은 상처와 아픔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이광수의 소설 《사랑》에는 절대적인 그리고 현실을 뛰어넘은 사랑이 존재한다. 작가는 세속의 온갖 불행과 고난을 치유할 수 있는 단 하나인 절대적인 신념으로서의 ‘사랑’의 의미를 주인공 안빈과 순옥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 사랑이 때로는 처참할 정도로 슬프지만 한편으로는 육체적 욕망을 초월한 아름다운 모습을 갖고 있다.
춘원 이광수는 아들의 죽음, 일제의 변절에 대한 끊임없는 강요, 건강상의 어려움을 동시에 겪으며 《사랑》이라는 작품을 통해 수난받고 있는 민족에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보여줌으로써 그 고통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독려하였다. 작가 생의 후반부에는 결국 ‘가야마 미쓰로’라는 이름으로 일제에 굴복하여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지만, 이 작품 《사랑》이 집필될 때까지만 해도 작가 이광수는 종교적이면서 계몽적인, 또는 현실을 뛰어넘는 사랑을 보여주며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고자 노력했다.
작가가 작품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사랑’은 기독교와 천주교, 그리고 불교 모두를 융합한 이상주의적 사랑의 형태를 완벽하게 담아냈다. 그래서 독자는 그동안 잊고 지냈던 참된 사랑의 아름다움과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또한 매력적인 인물들 간의 갈등과 화해의 모습이 너무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게 된다.
애플북스의 〈한국문학을 권하다 시리즈〉는 현재 발간된 한국문학 전집 중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수록한 전집이다. 종이책은 물론 전자책으로도 함께 제작되어 각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대학교의 도서관은 물론 기업 자료실에도 꼭 필요한 책이다.
내용 소개
여학교 교사였던 석순옥은 어릴 적부터 사모하던 안빈의 곁에 있고 싶어서 그의 병원에 간호사로 자원하여 들어간다. 일찍이 문사로서 명성을 얻었던 안빈은 문사로서의 명성이 자신한테 어울리지 않음을 느끼고 의학 공부를 하여 의사가 된 인물이다. 그가 의사가 되기까지는 부인 천옥남의 희생과 경제적인 도움이 컸다.
의사가 된 후 안빈은 인간의 분노, 공포, 슬픔, 걱정이라는 감정이 인류의 생명을 좀먹는다 생각하고 인간의 혈액 속에서 그러한 성분을 찾는 실험을 해왔다. 마땅한 혈액을 구할 수 없어 동물 실험만을 하던 안빈의 연구를 돕기 위해 석순옥은 자신을 오랫동안 사모해오던 시인 허영을 불러내 월미도에 가 자신의 피와 허영의 피를 채취한다. 이 피를 검사한 결과 허영에게서는 애욕과 욕정의 성분인 아모로겐이, 순옥의 피에서는 성인의 피에서나 발견되는 아우라몬이 검출된다. 안빈은 이러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그의 명성은 더욱 높아진다.
허영은 월미도를 다녀온 후 계속해서 순옥에게 청혼하지만 순옥이 이를 거절하자 앙심을 품고 순옥과 안빈이 불미스러운 관계라 헛소문을 낸다. 오랫동안 병을 앓고 있던 옥남 역시 이 소문을 듣고 괴로워하며 아이들을 데리고 휴양을 간다. 안빈은 순옥에게 부탁하여 옥남을 간호하게 하고, 옥남은 자신을 지성으로 간호하는 순옥의 정성에 감화된다. 옥남은 순옥이 안빈을 사모하는 것을 알고 자신이 죽으면 자신의 남편과 결혼해 아이들을 돌봐달라고 부탁하지만 순옥은 이를 거절하고 옥남이 죽기 전에 허영과 결혼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안빈과의 결백을 증명하려 한다.
옥남의 병세는 더욱 심해져 순옥에게 아이들과 남편을 부탁하며 죽음을 맞는다. 순옥의 절친한 선배 박인원은 순옥에게 안빈과 결혼하기를 권하지만 순옥은 안빈과 생물학적 부부 관계보다 거룩하고 영원한 사제 관계로 남겠다고 해 대신 인원이 안빈 집에 가정교사로 들어가게 된다. 허영은 마침내 순옥과 결혼하지만 결혼 일 년 만에 사기꾼에게 전 재산을 털리고 병까지 얻게 된다. 순옥은 결혼 전 오빠 영옥에게 받은 돈으로 집을 겨우 되찾고 남편과 시어머니를 먹여살리기 위해 의사 시험 준비를 위해 다시 안빈의 병원에 취직한다. 안빈의 도움으로 의사 시험에 합격한 순옥은 안빈의 병원에 의사로서 근무하게 된다.
어느 날 폐렴에 걸려 위독한 상태로 안빈의 병원에 찾아온 한 어린아이가 허영의 아들임을 알게 된 순옥은 허영과 헤어질 것을 결심하지만 당장 생계가 막막한 허영은 이혼하지 않으려 한다. 순옥은 어쩔 수 없이 허영의 아들 섭을 키우기로 하지만 그녀가 병원에 간 틈을 이용해 섭의 어머니 귀득이 집을 드나들며 아이까지 가진다. 이를 알고 순옥은 허영과 이혼하고 허영과 귀득은 안빈에게서 받은 혼인 비용으로 무리하게 신혼여행을 갔다가 귀득은 하혈하며 죽고, 허영은 귀득의 장례를 치르고 오다가 뇌출혈로 사경을 헤매게 된다. 이에 순옥은 허영을 돌보기 위해 허영과 시어머니를 모시고 북간도 연길로 떠난다.
자신을 다시 받아준 순옥에게 고마워하던 허영과 시어머니는 차츰 시간이 지날수록 연길에 와 낳은 길림이 안빈의 씨가 아니냐며 다시 순옥을 다시 괴롭힌다. 그러던 중 심한 바이러스로 허영 모자와 섭까지 전염되어 마지막까지 순옥을 원망하며 추악한 모습으로 죽고 순옥마저 사경을 헤맨다. 순옥은 안빈의 요양원으로 와 건강을 회복하고, 안빈의 곁에서 행복을 느낀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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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페이퍼
전체 (3)
이광수와 톨스토이
최근에 책이 새로 나온 김에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관한 논문을 쓰려 했다. 책도 다 구입했다. 이 참에 연구비 받던 '벨 에포크'에 주문해둔 톨-이 연구서도 처리할 겸. 그런데 <닥터 지바고> 일정에 맞추다 보니 그 논문을 먼저 쓰고 <전.평.>은 내년으로 미룬다. 여사여사 자료를 뒤지던 중 이광수가 이른바 '조선의 톨-이'를 자처했음을, 그 정도로까지 그를 좋아했음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 이 부분을 좀 더 다루어 봐도 좋겠다. 비단 이광수뿐만 아니라 이 무렵 우리 지식인들이 사랑한 톨-이는 무엇보다도 <부활>의 작가였다. 정확히 <부활>도 아닌, <해당화: 가주사 애화>(중국어에서 번역했다고 한다)의 작가. 당시 각종 '애화'(대략 창부화된 여자들의 슬픈 이야기, 신파)가 무척 유행했는데 그 원조라고. 그리고 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부활>의 한국어 완역(일본어에서) 역시 이광수(혹은 허영숙)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추정도 있을 정도라고. 아, 이광수는 러시아어도 구사했다고 한다.
겸사겸사 사족. 박형규 선생님 덕분에 <부활>을, 또 그밖의 많은 러시아 작품들을 훌륭한 우리말 버전으로 읽어왔지만(특히, 볼쇼이판 <전.평.>) 아, 이제는 세대교체가 절실하다고 여겨진다. 이게 번역 및 번역가의 숙명임을 우리는 꼭 알아야 한다. 번역가는 결코 작가가 아니다. 언제가 모 번역가 선생님의 말을 빌어 썼지만 번역가는 '그림자', 작가와 작품 뒤에 붙은 쓸쓸한 그림자이다. 모든 일, 모든 직업에는 '연령 제한' 있다. 학문이나 번역, 창작이라고 예외일 리 없다. 당장 눈이 어두워 내가 번역하는(혹은 쓰는) 텍스트도 제대로 못 보는 마당에..ㅠ.ㅠ 물론 그걸 뛰어 넘는 드문 천재들이 있긴 하지만, 역시나 '그럼에도'이다. 내 번역의 유효기간도 길지 않음을 또한 명심해야 한다.(그럼 뭐 먹고 살지?) 아무튼.
톨-이를 무척 사랑한 이광수의 소설 중 그의 흔적, 특히 <부활>의 영향이 아주 큰 작품이 <유정>이라고 한다. 헐, 기억 창고를 아무리 뒤져봐도 안 읽은 것이다, 님아 ㅠ.ㅠ 안빈, 석순옥(맞나?) 어쩌고 하는 무슨 사랑 얘기는 <유정>이 아니고 <사랑>이었나 보다. 그리하여, 이 주제를 다룬다고 하더라고 밑바닥으로 다 파야하게 생겼다.
<유정>이야 노골적이고, 이 주제와 비교적 무관하다는 <무정> 역시 이형식의 박영채를 계몽하려는(나아가, 네흘류도프가 카츄사에게 그랬듯, '구원'하려는) 그 심리적, 정신적, 도덕적 흐름에 있어 기본적으로 <부활>을 밑에 깔고 있다. - 고 하는데, 아주 공감된다. 덧붙여, 이 경우에도 우리가 꼭 넘고 가야 할 산은 이 분의 이 책.
이광수를 좋아한 적은 없다. 그러나 웃긴 신파나 그 못지 않게 웃긴 도덕소설(계몽~)이나 썼다고 여겨진 그가 왠지, 소설을 참 잘 쓴 염상섭보다 더 인간적으로(?!) 여겨지는 아이러니를 경험한다. 보다 더 정감이 간다고 할지. 언젠가 강의실에서 김윤식 선생님이 열심히 이광수를 '씹던' 기억이 난다. 그의 고아콤플렉스, 또한 '조선/인'에 대한 총체적 열등감, '잘난 것', '높은 것'을 향한 열망, 그가 결국 친일로 간 것은 내적 필연이었던 것, 그의 지적 흐름상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평론가 최재서던가, 그에 대해서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던 듯하다.) 허영숙과의 로맨스, 결혼 생활 역시 그러하다. 아이들을 많이 낳았던데, 참, 천생 연분이었던 듯하다. 그러게 '사랑의 문법'이 곧 '소설의 문법'으로 이어진다.(이상, 염상섭, 이광수).
우리가 학창시절부터 보아온 이광수는 머리가 훌러덩 벗겨지고 지나치게 둥근(동그란) 알의 안경을 끼고 한복을 입은 할아버지(기껏해야 늙은 아저씨) 이광수이다. 나이가 들어보니 우리의 얼굴과 몸이 양질전화한다는 것을 알겠다. 정확히 그 결절점을 찾기는 힘들겠으나, 아무튼 우리는 나비나 다른 곤충의 변태 못지않은 과격한 변화를 겪는다. 어쩌다 젊은 날의 이광수 사진을 봤는데, 헐, 윤동주 뺨치는 얼굴이었구나. 과연 청년 이광수는 지식인에 작가에 혁명가에(그리고 열정적인 연인에), 그 무렵에는 뭐든지, 누구든지 될 수 있었으리라. 그리고 말년(중년)에 이런 얼굴이 된 것이다. 음, 호위호식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이 역시, 출세지향적이던, 야망 많던 그가 원하던 대로.
겸사겸사, 톨-이의 역설은 늙어서 더 볼 만하다는 것. 그는 외모 콤플렉스가 무척 강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톨-이 원하는 톨-이의 모습에 가까워진다.
못 생겼다기보다는 못 됐게(!) 생긴 얼굴인데, 바로 이 대목 '악'을 누르고 '선'을 극대화하는 것이 톨-이의 일생일대의 과제였다. 그리고 말년엔 보다시피, 우리가 익히는, 또 많은 화가들이 사랑한 얼굴.(그리고 그런, 정정한 할아버지의 몸.) 저 수북한 털. 사실 머리카락도 꽤 오랫동안 무성했다. 그러니 그 '육'(=악)을 감당하기가 그렇게 힘들었겠지만, 실은 그것이야말로 창작(=삶)의 원동력이었던 것이니, 부러울 수밖에. 그게 없었다면 톨-이는 소설을 쓰지 않았을 터이다. 마음 착한 지주 귀족 할아버지가 돼서 여러 사회 사업, 자선 사업 하시고 아이들한테 민화 읽어주시고 그러셨을 터. 가끔씩 동네 처녀 총각 주례 서주시고 (믿거나 말거나 많은 사생아를 만드는 대신) 늙은 마누라랑 알콩달콩, 티격태격 잘 살고.
결국 사람은 자신이 원하던, 그래서 걸어가던 그 길의 끝에 이르게 된다. 약간의 차이야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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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괭이 2018-12-09 공감 (1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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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공부하기
공부는 즐겁지만 어렵고 또 어렵지만 즐겁다.
오래 전, 그러니까 학부 시절이니 20여년 전에 읽었던 문학사 책을 펼쳐본다. 그때 읽었던 것도 있고 읽으려 했다가 놓친 것도 있고 아마 읽었으나 그 사실 자체를 까먹은 책도 있고 반대로 안 읽고서도 읽었다고 착각하는 책도 있고 뭐 그럴 것이다. 도서관(새로 정리된 서고가 익숙치 않아, '길치'인 나로서는, 정말 짜증난다오 ㅠ.ㅠ) 한 번 돈 다음 꼭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되는 책은 주문해서 보는 중이다.
전부 다(!) 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 현대문학사, 그 중에서도 소설 부분에만 집중한다. 권영민 선생은 정녕 교과서의 대마왕(^^)임을 보여준다. 내용의 알참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세 줄 넘어가는 문장도 없이 무척 간결하고 정확하게 서술되어 있다. 최대한 정독 중. 조동일 선생의 저 유명한 저서는 앞 부분은 딱 자르고 5권만 주문. 조만간 읽기 시작할 터. 하지만 아무래도 '소설' 관련 그의 역작은 이것일 터. 언젠가 재미있게 읽은 듯하다.
한편, 이 참에 꼼꼼하게 읽어야지 다짐했다가 어마어마한 분량과 (익히 아는!) 너무도 진지한(ㅠ.ㅠ) 문체에 짓눌려 지레 포기한 역작은 이것. 하지만 경제 사정이 회복되는(과연 언제?ㅠ.ㅠ) 대로, 바라건대 겨울 방학 쯤엔 사서 볼 수 있길 바란다. (지난 여름, 정말로 우연찮게(!!) 아이의 유치원 근처에서 이 책의 필자를 만났다, 헐. 우리 아이한테 만원 주셨다...^^;;)
그 다음, 우리의 현대 문학 연구에서 결코 빼먹을 수 있는 그, 그의 그 많은 책들. 김윤식 선생이 김현 선생과 쓴 <한국 문학사>는 작년인가, 김유정에 관한 글을 쓰면서 비교적 정독한 바 있어, 다른 책을 더 주문했다.
사실 그는 각종 문학사도 많이 썼지만, 작가론-저서도 많아서 좇아가기가 힘들 정도다. 다시 읽고 싶은 책으론 아무래도 이광수 연구, 염상섭 연구, 그리고 좀 뜬금없지만, 임화 연구이다.(이상 연구는 비교적 최근에 다시 읽고 여전히 감동(!) 받았다.)
물론 문학 연구의 가장 근본적인 전제인바, 어떤 훌륭한 연구서도 연구되는 대상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즉, 해당 작품을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실 그럴 시간이 없으니 연구서를 읽는 것이다. 문학사를 뒤적이며 꼭 (다시) 읽고 싶은 몇몇 소설을 뽑아본다.
물론 일순위는 춘원 이광수. 내게 그는 아무래도 연애소설 작가처럼 남아 있는데, <무정>도 그렇고 <사랑>인가, <유정>인가 아무튼 고등학교 읽은 무슨 장편소설 한 편이 정녕 순애보처럼 기억되어 있어서 그렇다. <흙>, <단종애사>, 이런 걸 읽은 뒤의 느낌도 그렇다.
염상섭은 교과서에 실렸던 <삼대>를 비롯하여 대학 시절에 읽은 다른 소설까지, 단 한 번도 재미를 느끼지 못한 소설가이다. 그를 다시 읽으려는 것은 역시나 공부(^^;;), 즉 의무감에서이다. 모르겠다, 지금 다시 읽으면 그의 진가가 보일지도.
그밖에 언젠가 읽었던 이런 소설도 꼽아본다.
잘 썼다, 못 썼다, 를 떠나 너무도 강렬했던 소설인 최서해의 <탈출기>, <기아와 살육>, <홍염>(?) 뭐 이런 것도 다시 읽으면 어떨까, 궁금하다. 그 다음, 처음 읽는 순간부터 너무 좋았던 김동인. 그는 단편을 잘 썼지만, <운현궁의 봄>, <젊은 그들> 같은 장편도 어릴 때는 재미있게 읽었다.
시간을 어디까지 낼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열심히 읽어보자, 다짐해 본다. 공부는 적절한 강제가 필요하니 강의 커리큘럼도 여기에 맞추어 조금씩 변경한다. 읽을 작품의 목록은 계속 추가될 것이다.
'추석'의 '추'가 '가을'을 의미함을 증명하듯, 갑자기 찬바람이 불어 추석 날 오후부터 하루 반을 앓아누웠다. 꽉 막힌 코를 풀어가며, 까마득한 옛날(ㅠ.ㅠ)에 초고를 잡아둔 러시아문학 연구서를 다듬으며, 음, 반성해 본다. 국문학자들은 아무리 게을러도 외국문학자들에 비하면 반타작은 족히 하는 듯하다. 어지간하면 다 연구서 몇 권. 반면, 외국문학자는 (과연 외국어 배우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투자해서??ㅠ.ㅠ) 평생 퇴직할 때까지 연구서 한 두 권 없는 교수가 태반이다. 아, 물론, 평생 '퇴'할 '직'도 얻지 못하기 일쑤지만, 이것이 게으름을 정당화해주는 못한다. 그럴수록 더더욱 공부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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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괭이 2016-09-17 공감 (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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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을 권하다 2
애플북스에서 7월에 1차분이 나온 '한국문학을 권하다' 시리즈의 2차분이 나왔다. 11번째 책으로는 염상섭의 <두 파산>이 나왔다. 원래는 '만세전'으로 출간 할 계획이었는데 제목이 아무래도 인지도가 좀 더 있는 작품명으로 제목이 변경된 것 같다. 12번째로는 채만식의 <레디메이드 인생>이 나왔다.
이어진 13번째책으로 이효석의 <도시와 유령>, 이광수의 <무정>, <유정>, <흙>, 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 이태준의 <해방 전후>, 또 다시 이광수의 <사랑>, 김동인의 <운현군의 봄>까지 20권까지 2차로 출간됐다. 표지 디자인도 열린책들의 '움베르트 에코 마니아 컬렉션'을 떠올리게 하는 감각적인 표지라서 괜시리 책을 집어들게 만든다.
앞으로 남은 출간예정 목록은 6권인데 한 4-50권까지 좀 더 추가했으면 좋겠다. 장기적으로 봤을 땐 꽤 괜찮은 시리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한 최소수요가 없다면 더 만들기는 힘들지 싶다. 그러나 이광수의 작품이 너무 많은 것은 여전히 마음에 걸린다. 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친일색이 있는 작품은 걸러냈을지도 의문이고.
종이책 페이지수 760쪽
책소개
'한국문학을 권하다' 시리즈. 시리즈의 각 권에는 현재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10명의 작가들이 '내 생애 첫 한국문학'이라는 주제로 쓴 각 작품에 대한 인상기, 혹은 기성작가를 추억하며 쓴 오마주 작품을 어려운 해설 대신 수록하였고, 오래전에 절판되어 현재 단행본으로는 만날 수 없는 작품들까지도 발굴해 묶어 국내 한국문학 총서 중 최다 작품을 수록하였다.
이 작품에는 절대적인 그리고 현실을 뛰어넘은 사랑이 존재한다. 작가는 세속의 온갖 불행과 고난을 치유할 수 있는 단 하나인 절대적인 신념으로서의 ‘사랑’의 의미를 주인공 안빈과 순옥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 사랑이 때로는 처참할 정도로 슬프지만 한편으로는 육체적 욕망을 초월한 아름다운 모습을 갖고 있다.
춘원 이광수는 아들의 죽음, 일제의 변절에 대한 끊임없는 강요, 건강상의 어려움을 동시에 겪으며 이 작품을 통해 수난받고 있는 민족에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보여줌으로써 그 고통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독려하였다. 작가 생의 후반부에는 결국 ‘가야마 미쓰로’라는 이름으로 일제에 굴복하여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지만, 이 작품이 집필될 때까지만 해도 작가 이광수는 종교적이면서 계몽적인, 또는 현실을 뛰어넘는 사랑을 보여주며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고자 노력했다.
목차
춘원 닮은 나_ 고정욱
서문
사모하는 이의 곁으로
박사 안빈
사랑이 비칠 때
쌍곡선
인연의 길
죽음의 저쪽
----
떠나는 길
첫날밤
수난
사랑의 길
사랑에는 한이 없다
작가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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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P. 345~346 순옥이가 원장실에서 안빈을 대하여 혼인의 결심을 말한 것이 그 이튿날이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안빈의 앞에서 결코 동요하는 빛을 보이지 아니하리라고 작정하였던 것이 그만 눈물을 보이고 만 것이었다.
안빈에게 혼인과 가정생활에 관한 말을 들을 때, 순옥은 자기의 결심이 너무 단순한 동기에서 된 것임을 깨달았다. ‘안빈과 자기와의 결백함을 보이기 위하여’, 또 ‘허영을 가엾이 여겨서’라는 것이 순옥의 혼인 결심의 동기였다. 순옥은 남의 아내가 된다는 것이 여자에게 어떻게 큰 모험인지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안빈은 시무룩하고 앉았는 순옥을 바라보며,
“그렇게 걱정할 거 없어. 인생의 일생이란 끝없는 수련의 길의 한 토막이니까, 하루니까. 형극의 길이든, 장미의 길이든, 성심성의로 날마다 당하는 일을 잘 치러가면 고만이니까. 원체 인생의 목적이 향락이 아니기 때문에 행복이니 불행이니 그것을 교계敎誡할 것은 아니어든. 그것은 모두 인과응보루─금생뿐 아니라, 전생다생, 무시이래의 인과응보로 오는 것이니까. 치를 빚은 아무 때에나 치러야 하는 것이고─빚이란 무쪼록 빨리 치러버리는 것이 좋은 일이구. 단지 한 가지 내가 순옥에게 부탁할 것은 무엇에나 잡히지 말라구 빠지지 말구. 행복에나 불행에나 말야, 내 몸이 아프구, 죽는 것까지라도 말야, 다 꿈이고 허깨비요. 물거품이요, 그림자란 것을 잊지 말란 말야. 그래서 좋은 일이 오더라두 꿈이어니, 궂은일이 오더라두 꿈이어니, 이러란 말야. 이렇게 보는 것이 인생을 바루 보는 것이오.”
하고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접기
P. 531~533 “내가 순옥이 위해서 희생이 되어서 순옥이가 행복할 수 있다면야 그런 좋은 일이 어디 있어? 내게야 더할 수 없는 영광이지.”
“무엇이 영광이오? 곡경曲境이지, 언니야.”
“왜 그래, 사람이 세상에 나서 이 썩어질 몸뚱이를 가지구 말야, 극히 작은 중생 하나를 위해서라두 도움 될 일이 있다구 하면, 그것을 큰 복으루 알아서 기쁘게 네 몸뚱이를 내어주어라, 그러지 않았어? 몇천만 생을 나구 죽구 하더라두 그런 복된 기회를 얻기는 어려운 일이니라구. 그러니깐 내가 순옥이를 위해서 희생이 된다구 하면 그게 영광 아냐? 순옥이는 극히 작은 한 중생이 아니어든, 대단히 큰 중생이어든.”
“무엇이 내가 대단히 큰 중생이오? 변변치 못한 계집의 하나지.”
“왜 그래, 안 그래. 순옥이가 허 선생하구 혼인하는 것두 어려운 일이라구 보았지만 혼인해서 살아가는 양을 보니깐 더 탄복하겠어. 내 머리를 끊어주어두 아깝지 않어, 눈을 빼어주어두 아깝지 않구.”
“아이, 언니두 황송한 말씀두 하시우.”
하고 순옥은 눈물을 떨어뜨린다.
“정말이지. 순옥이 같은 사람을 일생에 한 번두 못 보구 죽는 사람은 얼마야? 일생에 좋은 사람 하나를 단 한 번이라두 보구, 그 옷자락이라두 스쳐본다는 게 어떻게 복된 일인지 난 요새에 와서 뼈에 사무치게 깨달았어. 성경에, 예수의 발에다가 향내 나는 기름을 붓구 제 머리채루 그것을 닦은 여인이 있지 않어? 그 여인의 마음이 요새에야 알아지는 것 같어. 그때에 그 곁에 있던 사람들이 그 아까운 기름을 왜 그렇게 허비하느냐구, 왜 그것을 팔아서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지 않느냐구, 그렇게 이 여인이 하는 일을 비난했지. 그랬을 게야. 이 여인의 심리를 그들이 알아볼 수가 없었을 거야. 저마다 그런 마음을 알 수가 있어? 아마 그 여인의 심리를 알아준 이는 예수 한 분뿐이었을 게야. 그렇게 생각하면 그 여인의 신세가 심히 적막하구 가여운 거 같지만, 그것이 귀한 거야. 그러니깐 귀한 거구. 순옥이가 그 여인인 것 같아. 나는 순옥이를 따라보려는 또 한 여인이구. 안 그래, 순옥이?”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고정욱 (지은이)
성균관대학교 국문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문학박사다.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아 1급 지체 장애인으로 휠체어를 타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지만,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문화예술 분야 진흥에 이바지한 공을 인정받아 ‘2012년 제7회 대한민국 장애인문화예술상 대상’을 수상했다.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등단한 이후 저서 가운데 30권이나 인세 나눔을 실천해 ‘이달의 나눔인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280여 권의 저서를 400만 부 가까이 발매한 기록을 세우면서 우리나라 대표 작가로 우뚝섰다.《아주 특별한 우리 형》,《안내견 탄실이》가 그의 대표작이며 특히《가방 들어주는 아이》는 MBC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에 선정되기도 했다.
청소년을 위한 표현과 전달 시리즈《고정욱의 글쓰기 수업》,《고정욱의 인문학 필사 수업》,《고정욱의 말하기 수업》을 출간했고 청소년 소설로는《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까칠한 재석이가 돌아왔다》,《까칠한 재석이가 열받았다》,《까칠한 재석이가 달라졌다》,《까칠한 재석이가 폭발했다》,《퍽》,《빅 보이》 등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떠나는 길
첫날밤
수난
사랑의 길
사랑에는 한이 없다
작가 연보
=====
책속에서
P. 345~346 순옥이가 원장실에서 안빈을 대하여 혼인의 결심을 말한 것이 그 이튿날이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안빈의 앞에서 결코 동요하는 빛을 보이지 아니하리라고 작정하였던 것이 그만 눈물을 보이고 만 것이었다.
안빈에게 혼인과 가정생활에 관한 말을 들을 때, 순옥은 자기의 결심이 너무 단순한 동기에서 된 것임을 깨달았다. ‘안빈과 자기와의 결백함을 보이기 위하여’, 또 ‘허영을 가엾이 여겨서’라는 것이 순옥의 혼인 결심의 동기였다. 순옥은 남의 아내가 된다는 것이 여자에게 어떻게 큰 모험인지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안빈은 시무룩하고 앉았는 순옥을 바라보며,
“그렇게 걱정할 거 없어. 인생의 일생이란 끝없는 수련의 길의 한 토막이니까, 하루니까. 형극의 길이든, 장미의 길이든, 성심성의로 날마다 당하는 일을 잘 치러가면 고만이니까. 원체 인생의 목적이 향락이 아니기 때문에 행복이니 불행이니 그것을 교계敎誡할 것은 아니어든. 그것은 모두 인과응보루─금생뿐 아니라, 전생다생, 무시이래의 인과응보로 오는 것이니까. 치를 빚은 아무 때에나 치러야 하는 것이고─빚이란 무쪼록 빨리 치러버리는 것이 좋은 일이구. 단지 한 가지 내가 순옥에게 부탁할 것은 무엇에나 잡히지 말라구 빠지지 말구. 행복에나 불행에나 말야, 내 몸이 아프구, 죽는 것까지라도 말야, 다 꿈이고 허깨비요. 물거품이요, 그림자란 것을 잊지 말란 말야. 그래서 좋은 일이 오더라두 꿈이어니, 궂은일이 오더라두 꿈이어니, 이러란 말야. 이렇게 보는 것이 인생을 바루 보는 것이오.”
하고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접기
P. 531~533 “내가 순옥이 위해서 희생이 되어서 순옥이가 행복할 수 있다면야 그런 좋은 일이 어디 있어? 내게야 더할 수 없는 영광이지.”
“무엇이 영광이오? 곡경曲境이지, 언니야.”
“왜 그래, 사람이 세상에 나서 이 썩어질 몸뚱이를 가지구 말야, 극히 작은 중생 하나를 위해서라두 도움 될 일이 있다구 하면, 그것을 큰 복으루 알아서 기쁘게 네 몸뚱이를 내어주어라, 그러지 않았어? 몇천만 생을 나구 죽구 하더라두 그런 복된 기회를 얻기는 어려운 일이니라구. 그러니깐 내가 순옥이를 위해서 희생이 된다구 하면 그게 영광 아냐? 순옥이는 극히 작은 한 중생이 아니어든, 대단히 큰 중생이어든.”
“무엇이 내가 대단히 큰 중생이오? 변변치 못한 계집의 하나지.”
“왜 그래, 안 그래. 순옥이가 허 선생하구 혼인하는 것두 어려운 일이라구 보았지만 혼인해서 살아가는 양을 보니깐 더 탄복하겠어. 내 머리를 끊어주어두 아깝지 않어, 눈을 빼어주어두 아깝지 않구.”
“아이, 언니두 황송한 말씀두 하시우.”
하고 순옥은 눈물을 떨어뜨린다.
“정말이지. 순옥이 같은 사람을 일생에 한 번두 못 보구 죽는 사람은 얼마야? 일생에 좋은 사람 하나를 단 한 번이라두 보구, 그 옷자락이라두 스쳐본다는 게 어떻게 복된 일인지 난 요새에 와서 뼈에 사무치게 깨달았어. 성경에, 예수의 발에다가 향내 나는 기름을 붓구 제 머리채루 그것을 닦은 여인이 있지 않어? 그 여인의 마음이 요새에야 알아지는 것 같어. 그때에 그 곁에 있던 사람들이 그 아까운 기름을 왜 그렇게 허비하느냐구, 왜 그것을 팔아서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지 않느냐구, 그렇게 이 여인이 하는 일을 비난했지. 그랬을 게야. 이 여인의 심리를 그들이 알아볼 수가 없었을 거야. 저마다 그런 마음을 알 수가 있어? 아마 그 여인의 심리를 알아준 이는 예수 한 분뿐이었을 게야. 그렇게 생각하면 그 여인의 신세가 심히 적막하구 가여운 거 같지만, 그것이 귀한 거야. 그러니깐 귀한 거구. 순옥이가 그 여인인 것 같아. 나는 순옥이를 따라보려는 또 한 여인이구. 안 그래, 순옥이?”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고정욱 (지은이)
성균관대학교 국문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문학박사다.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아 1급 지체 장애인으로 휠체어를 타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지만,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문화예술 분야 진흥에 이바지한 공을 인정받아 ‘2012년 제7회 대한민국 장애인문화예술상 대상’을 수상했다.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등단한 이후 저서 가운데 30권이나 인세 나눔을 실천해 ‘이달의 나눔인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280여 권의 저서를 400만 부 가까이 발매한 기록을 세우면서 우리나라 대표 작가로 우뚝섰다.《아주 특별한 우리 형》,《안내견 탄실이》가 그의 대표작이며 특히《가방 들어주는 아이》는 MBC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에 선정되기도 했다.
청소년을 위한 표현과 전달 시리즈《고정욱의 글쓰기 수업》,《고정욱의 인문학 필사 수업》,《고정욱의 말하기 수업》을 출간했고 청소년 소설로는《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까칠한 재석이가 돌아왔다》,《까칠한 재석이가 열받았다》,《까칠한 재석이가 달라졌다》,《까칠한 재석이가 폭발했다》,《퍽》,《빅 보이》 등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어린이, 청소년들의 자기계발과 리더십 향상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그는 독자들의 이메일에 답장을 꼭 하는 거로 특히 유명하다.
e-mail : kjo123@chol.net
blog : http://blog.daum.net/kingkkojang 접기
최근작 : <까칠한 재석이 1~6 세트 - 전6권 (특별보급판)>,<까칠한 재석 꾸러미 세트 2 - 전7권>,<까칠한 재석 꾸러미 세트 3 - 전11권> … 총 452종 (모두보기)
이광수
한국 현대소설의 새로운 장을 개척한 가장 중요한 작가다. 조선왕조의 국운이 기울어가던 구한말에 평안북도 정주에서 출생하여, 일찍 부모를 여의고도 두 차례에 걸친 일본 유학을 통하여 근대사상과 문학에 눈뜨고 이를 한국적 사상 및 문학 전통에 접맥시켜 새로운 문학의 시대를 열어나갔으며, 한국전쟁 와중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붓을 놓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놀라운 창작적 삶을 이어간 작가였다.
그는 『무정』, 『재생』, 『흙』, 『유정』, 『사랑』 등으로 연결되는 본격 장편소설들을 통하여 한국 현대소설의 ‘제1형식’을 창출하였고, 『매일신보』,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의 한글 신문과 『조선문단』, 『동광』 등의 한글 잡지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문필 활동을 펼침으로써 현대 ‘한국어 문학’의 전통을 수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나아가 그는 『마의태자』, 『이차돈의 사』, 『단종애사』, 『이순신』, 『세조대왕』, 『원효대사』, 『사랑의 동명왕』 등 삼국시대로부터 조선왕조에 이르는 시대적 사건과 인물을 소설화함으로써 민족적 위기의 일제강점기에 역사의 기억을 소설의 장에 옮겨 민족적 ‘자아’를 보존하고자 했다.
요컨대, 그는 한국 현대소설의 성립을 증명한 『무정』의 작가요, 도산 안창호의 유정 세계의 꿈을 이어받은 사상가요, ‘2·8 유학생 독립선언’을 주도하고 상해로 망명, 임시정부에 가담한 민족운동가요, 민족적 ‘저항’과 ‘대일협력’의 간극 사이에서 파란만장하고도 처절한 생애를 살아간, 험난한 시대의 산증인이었다. 접기
최근작 : <무정>,<[POD] 마의태자(麻衣太子) 2부>,<[POD] 마의태자(麻衣太子) 1부> … 총 640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e-mail : kjo123@cho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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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까칠한 재석이 1~6 세트 - 전6권 (특별보급판)>,<까칠한 재석 꾸러미 세트 2 - 전7권>,<까칠한 재석 꾸러미 세트 3 - 전11권> … 총 452종 (모두보기)
이광수
한국 현대소설의 새로운 장을 개척한 가장 중요한 작가다. 조선왕조의 국운이 기울어가던 구한말에 평안북도 정주에서 출생하여, 일찍 부모를 여의고도 두 차례에 걸친 일본 유학을 통하여 근대사상과 문학에 눈뜨고 이를 한국적 사상 및 문학 전통에 접맥시켜 새로운 문학의 시대를 열어나갔으며, 한국전쟁 와중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붓을 놓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놀라운 창작적 삶을 이어간 작가였다.
그는 『무정』, 『재생』, 『흙』, 『유정』, 『사랑』 등으로 연결되는 본격 장편소설들을 통하여 한국 현대소설의 ‘제1형식’을 창출하였고, 『매일신보』,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의 한글 신문과 『조선문단』, 『동광』 등의 한글 잡지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문필 활동을 펼침으로써 현대 ‘한국어 문학’의 전통을 수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나아가 그는 『마의태자』, 『이차돈의 사』, 『단종애사』, 『이순신』, 『세조대왕』, 『원효대사』, 『사랑의 동명왕』 등 삼국시대로부터 조선왕조에 이르는 시대적 사건과 인물을 소설화함으로써 민족적 위기의 일제강점기에 역사의 기억을 소설의 장에 옮겨 민족적 ‘자아’를 보존하고자 했다.
요컨대, 그는 한국 현대소설의 성립을 증명한 『무정』의 작가요, 도산 안창호의 유정 세계의 꿈을 이어받은 사상가요, ‘2·8 유학생 독립선언’을 주도하고 상해로 망명, 임시정부에 가담한 민족운동가요, 민족적 ‘저항’과 ‘대일협력’의 간극 사이에서 파란만장하고도 처절한 생애를 살아간, 험난한 시대의 산증인이었다. 접기
최근작 : <무정>,<[POD] 마의태자(麻衣太子) 2부>,<[POD] 마의태자(麻衣太子) 1부> … 총 640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밤을 새워 춘원의 작품을 읽고서 감동하여
나는 가슴이 설레어 잠도 잘 수 없었다.” _ 소설가 고정욱
종교적 이념을 형상화한 시대를 뛰어넘은 명작,
인간의 욕망을 초월한 이상주의적 사랑의 대서사!
고정욱 작가가 이광수의 작품을 추억하는 추천글 수록
〈한국문학을 권하다 시리즈〉는 누구나 제목 정도는 알고 있으나 대개는 읽지 않은, 위대한 한국문학을 즐겁게 소개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즐겁고 친절한 전집’을 위해 총서 각 권에는 현재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10명의 작가들이 “내 생애 첫 한국문학”이라는 주제로 쓴 각 작품에 대한 인상기, 혹은 기성작가를 추억하며 쓴 오마주 작품을 어려운 해설 대신 수록하였고, 오래전에 절판되어 현재 단행본으로는 만날 수 없는 작품들까지도 발굴해 묶어 국내 한국문학 총서 중 최다 작품을 수록하였다. 한국문학을 권하다 《사랑》에는 작가 고정욱이 이광수의 작품을 읽었던 청소년 시기의 감동을 글로 담아 한국문학을 즐겁게 소개하고 있다.
이광수의 장편소설 《사랑》은 다른 어떠한 작품보다 춘원의 이상주의적 경향과 종교적 이념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석순옥과 안빈이라는 인물을 통해 기독교와 천주교 그리고 불교 모두를 융합한 이상주의적 사랑의 형태를 완벽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누구보다도 열렬한 민족주의자였던 이광수가 아직 친일로 변절하기 전, 민족에 대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보여준 작품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출간 의의 및 특징
절대적인 사랑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우리는 ‘사랑’을 말하지만 현실 이상을 넘어서지 못한다. 그 사랑의 모습은 이기적일 때가 많아서, 자신의 따뜻하고 이로운 사랑 때문에 누군가는 깊은 상처와 아픔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이광수의 소설 《사랑》에는 절대적인 그리고 현실을 뛰어넘은 사랑이 존재한다. 작가는 세속의 온갖 불행과 고난을 치유할 수 있는 단 하나인 절대적인 신념으로서의 ‘사랑’의 의미를 주인공 안빈과 순옥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 사랑이 때로는 처참할 정도로 슬프지만 한편으로는 육체적 욕망을 초월한 아름다운 모습을 갖고 있다.
춘원 이광수는 아들의 죽음, 일제의 변절에 대한 끊임없는 강요, 건강상의 어려움을 동시에 겪으며 《사랑》이라는 작품을 통해 수난받고 있는 민족에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보여줌으로써 그 고통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독려하였다. 작가 생의 후반부에는 결국 ‘가야마 미쓰로’라는 이름으로 일제에 굴복하여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지만, 이 작품 《사랑》이 집필될 때까지만 해도 작가 이광수는 종교적이면서 계몽적인, 또는 현실을 뛰어넘는 사랑을 보여주며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고자 노력했다.
작가가 작품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사랑’은 기독교와 천주교, 그리고 불교 모두를 융합한 이상주의적 사랑의 형태를 완벽하게 담아냈다. 그래서 독자는 그동안 잊고 지냈던 참된 사랑의 아름다움과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또한 매력적인 인물들 간의 갈등과 화해의 모습이 너무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게 된다.
애플북스의 〈한국문학을 권하다 시리즈〉는 현재 발간된 한국문학 전집 중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수록한 전집이다. 종이책은 물론 전자책으로도 함께 제작되어 각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대학교의 도서관은 물론 기업 자료실에도 꼭 필요한 책이다.
내용 소개
여학교 교사였던 석순옥은 어릴 적부터 사모하던 안빈의 곁에 있고 싶어서 그의 병원에 간호사로 자원하여 들어간다. 일찍이 문사로서 명성을 얻었던 안빈은 문사로서의 명성이 자신한테 어울리지 않음을 느끼고 의학 공부를 하여 의사가 된 인물이다. 그가 의사가 되기까지는 부인 천옥남의 희생과 경제적인 도움이 컸다.
의사가 된 후 안빈은 인간의 분노, 공포, 슬픔, 걱정이라는 감정이 인류의 생명을 좀먹는다 생각하고 인간의 혈액 속에서 그러한 성분을 찾는 실험을 해왔다. 마땅한 혈액을 구할 수 없어 동물 실험만을 하던 안빈의 연구를 돕기 위해 석순옥은 자신을 오랫동안 사모해오던 시인 허영을 불러내 월미도에 가 자신의 피와 허영의 피를 채취한다. 이 피를 검사한 결과 허영에게서는 애욕과 욕정의 성분인 아모로겐이, 순옥의 피에서는 성인의 피에서나 발견되는 아우라몬이 검출된다. 안빈은 이러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그의 명성은 더욱 높아진다.
허영은 월미도를 다녀온 후 계속해서 순옥에게 청혼하지만 순옥이 이를 거절하자 앙심을 품고 순옥과 안빈이 불미스러운 관계라 헛소문을 낸다. 오랫동안 병을 앓고 있던 옥남 역시 이 소문을 듣고 괴로워하며 아이들을 데리고 휴양을 간다. 안빈은 순옥에게 부탁하여 옥남을 간호하게 하고, 옥남은 자신을 지성으로 간호하는 순옥의 정성에 감화된다. 옥남은 순옥이 안빈을 사모하는 것을 알고 자신이 죽으면 자신의 남편과 결혼해 아이들을 돌봐달라고 부탁하지만 순옥은 이를 거절하고 옥남이 죽기 전에 허영과 결혼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안빈과의 결백을 증명하려 한다.
옥남의 병세는 더욱 심해져 순옥에게 아이들과 남편을 부탁하며 죽음을 맞는다. 순옥의 절친한 선배 박인원은 순옥에게 안빈과 결혼하기를 권하지만 순옥은 안빈과 생물학적 부부 관계보다 거룩하고 영원한 사제 관계로 남겠다고 해 대신 인원이 안빈 집에 가정교사로 들어가게 된다. 허영은 마침내 순옥과 결혼하지만 결혼 일 년 만에 사기꾼에게 전 재산을 털리고 병까지 얻게 된다. 순옥은 결혼 전 오빠 영옥에게 받은 돈으로 집을 겨우 되찾고 남편과 시어머니를 먹여살리기 위해 의사 시험 준비를 위해 다시 안빈의 병원에 취직한다. 안빈의 도움으로 의사 시험에 합격한 순옥은 안빈의 병원에 의사로서 근무하게 된다.
어느 날 폐렴에 걸려 위독한 상태로 안빈의 병원에 찾아온 한 어린아이가 허영의 아들임을 알게 된 순옥은 허영과 헤어질 것을 결심하지만 당장 생계가 막막한 허영은 이혼하지 않으려 한다. 순옥은 어쩔 수 없이 허영의 아들 섭을 키우기로 하지만 그녀가 병원에 간 틈을 이용해 섭의 어머니 귀득이 집을 드나들며 아이까지 가진다. 이를 알고 순옥은 허영과 이혼하고 허영과 귀득은 안빈에게서 받은 혼인 비용으로 무리하게 신혼여행을 갔다가 귀득은 하혈하며 죽고, 허영은 귀득의 장례를 치르고 오다가 뇌출혈로 사경을 헤매게 된다. 이에 순옥은 허영을 돌보기 위해 허영과 시어머니를 모시고 북간도 연길로 떠난다.
자신을 다시 받아준 순옥에게 고마워하던 허영과 시어머니는 차츰 시간이 지날수록 연길에 와 낳은 길림이 안빈의 씨가 아니냐며 다시 순옥을 다시 괴롭힌다. 그러던 중 심한 바이러스로 허영 모자와 섭까지 전염되어 마지막까지 순옥을 원망하며 추악한 모습으로 죽고 순옥마저 사경을 헤맨다. 순옥은 안빈의 요양원으로 와 건강을 회복하고, 안빈의 곁에서 행복을 느낀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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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와 톨스토이
최근에 책이 새로 나온 김에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관한 논문을 쓰려 했다. 책도 다 구입했다. 이 참에 연구비 받던 '벨 에포크'에 주문해둔 톨-이 연구서도 처리할 겸. 그런데 <닥터 지바고> 일정에 맞추다 보니 그 논문을 먼저 쓰고 <전.평.>은 내년으로 미룬다. 여사여사 자료를 뒤지던 중 이광수가 이른바 '조선의 톨-이'를 자처했음을, 그 정도로까지 그를 좋아했음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 이 부분을 좀 더 다루어 봐도 좋겠다. 비단 이광수뿐만 아니라 이 무렵 우리 지식인들이 사랑한 톨-이는 무엇보다도 <부활>의 작가였다. 정확히 <부활>도 아닌, <해당화: 가주사 애화>(중국어에서 번역했다고 한다)의 작가. 당시 각종 '애화'(대략 창부화된 여자들의 슬픈 이야기, 신파)가 무척 유행했는데 그 원조라고. 그리고 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부활>의 한국어 완역(일본어에서) 역시 이광수(혹은 허영숙)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추정도 있을 정도라고. 아, 이광수는 러시아어도 구사했다고 한다.
겸사겸사 사족. 박형규 선생님 덕분에 <부활>을, 또 그밖의 많은 러시아 작품들을 훌륭한 우리말 버전으로 읽어왔지만(특히, 볼쇼이판 <전.평.>) 아, 이제는 세대교체가 절실하다고 여겨진다. 이게 번역 및 번역가의 숙명임을 우리는 꼭 알아야 한다. 번역가는 결코 작가가 아니다. 언제가 모 번역가 선생님의 말을 빌어 썼지만 번역가는 '그림자', 작가와 작품 뒤에 붙은 쓸쓸한 그림자이다. 모든 일, 모든 직업에는 '연령 제한' 있다. 학문이나 번역, 창작이라고 예외일 리 없다. 당장 눈이 어두워 내가 번역하는(혹은 쓰는) 텍스트도 제대로 못 보는 마당에..ㅠ.ㅠ 물론 그걸 뛰어 넘는 드문 천재들이 있긴 하지만, 역시나 '그럼에도'이다. 내 번역의 유효기간도 길지 않음을 또한 명심해야 한다.(그럼 뭐 먹고 살지?) 아무튼.
톨-이를 무척 사랑한 이광수의 소설 중 그의 흔적, 특히 <부활>의 영향이 아주 큰 작품이 <유정>이라고 한다. 헐, 기억 창고를 아무리 뒤져봐도 안 읽은 것이다, 님아 ㅠ.ㅠ 안빈, 석순옥(맞나?) 어쩌고 하는 무슨 사랑 얘기는 <유정>이 아니고 <사랑>이었나 보다. 그리하여, 이 주제를 다룬다고 하더라고 밑바닥으로 다 파야하게 생겼다.
<유정>이야 노골적이고, 이 주제와 비교적 무관하다는 <무정> 역시 이형식의 박영채를 계몽하려는(나아가, 네흘류도프가 카츄사에게 그랬듯, '구원'하려는) 그 심리적, 정신적, 도덕적 흐름에 있어 기본적으로 <부활>을 밑에 깔고 있다. - 고 하는데, 아주 공감된다. 덧붙여, 이 경우에도 우리가 꼭 넘고 가야 할 산은 이 분의 이 책.
이광수를 좋아한 적은 없다. 그러나 웃긴 신파나 그 못지 않게 웃긴 도덕소설(계몽~)이나 썼다고 여겨진 그가 왠지, 소설을 참 잘 쓴 염상섭보다 더 인간적으로(?!) 여겨지는 아이러니를 경험한다. 보다 더 정감이 간다고 할지. 언젠가 강의실에서 김윤식 선생님이 열심히 이광수를 '씹던' 기억이 난다. 그의 고아콤플렉스, 또한 '조선/인'에 대한 총체적 열등감, '잘난 것', '높은 것'을 향한 열망, 그가 결국 친일로 간 것은 내적 필연이었던 것, 그의 지적 흐름상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평론가 최재서던가, 그에 대해서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던 듯하다.) 허영숙과의 로맨스, 결혼 생활 역시 그러하다. 아이들을 많이 낳았던데, 참, 천생 연분이었던 듯하다. 그러게 '사랑의 문법'이 곧 '소설의 문법'으로 이어진다.(이상, 염상섭, 이광수).
우리가 학창시절부터 보아온 이광수는 머리가 훌러덩 벗겨지고 지나치게 둥근(동그란) 알의 안경을 끼고 한복을 입은 할아버지(기껏해야 늙은 아저씨) 이광수이다. 나이가 들어보니 우리의 얼굴과 몸이 양질전화한다는 것을 알겠다. 정확히 그 결절점을 찾기는 힘들겠으나, 아무튼 우리는 나비나 다른 곤충의 변태 못지않은 과격한 변화를 겪는다. 어쩌다 젊은 날의 이광수 사진을 봤는데, 헐, 윤동주 뺨치는 얼굴이었구나. 과연 청년 이광수는 지식인에 작가에 혁명가에(그리고 열정적인 연인에), 그 무렵에는 뭐든지, 누구든지 될 수 있었으리라. 그리고 말년(중년)에 이런 얼굴이 된 것이다. 음, 호위호식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이 역시, 출세지향적이던, 야망 많던 그가 원하던 대로.
겸사겸사, 톨-이의 역설은 늙어서 더 볼 만하다는 것. 그는 외모 콤플렉스가 무척 강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톨-이 원하는 톨-이의 모습에 가까워진다.
못 생겼다기보다는 못 됐게(!) 생긴 얼굴인데, 바로 이 대목 '악'을 누르고 '선'을 극대화하는 것이 톨-이의 일생일대의 과제였다. 그리고 말년엔 보다시피, 우리가 익히는, 또 많은 화가들이 사랑한 얼굴.(그리고 그런, 정정한 할아버지의 몸.) 저 수북한 털. 사실 머리카락도 꽤 오랫동안 무성했다. 그러니 그 '육'(=악)을 감당하기가 그렇게 힘들었겠지만, 실은 그것이야말로 창작(=삶)의 원동력이었던 것이니, 부러울 수밖에. 그게 없었다면 톨-이는 소설을 쓰지 않았을 터이다. 마음 착한 지주 귀족 할아버지가 돼서 여러 사회 사업, 자선 사업 하시고 아이들한테 민화 읽어주시고 그러셨을 터. 가끔씩 동네 처녀 총각 주례 서주시고 (믿거나 말거나 많은 사생아를 만드는 대신) 늙은 마누라랑 알콩달콩, 티격태격 잘 살고.
결국 사람은 자신이 원하던, 그래서 걸어가던 그 길의 끝에 이르게 된다. 약간의 차이야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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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괭이 2018-12-09 공감 (1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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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공부하기
공부는 즐겁지만 어렵고 또 어렵지만 즐겁다.
오래 전, 그러니까 학부 시절이니 20여년 전에 읽었던 문학사 책을 펼쳐본다. 그때 읽었던 것도 있고 읽으려 했다가 놓친 것도 있고 아마 읽었으나 그 사실 자체를 까먹은 책도 있고 반대로 안 읽고서도 읽었다고 착각하는 책도 있고 뭐 그럴 것이다. 도서관(새로 정리된 서고가 익숙치 않아, '길치'인 나로서는, 정말 짜증난다오 ㅠ.ㅠ) 한 번 돈 다음 꼭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되는 책은 주문해서 보는 중이다.
전부 다(!) 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 현대문학사, 그 중에서도 소설 부분에만 집중한다. 권영민 선생은 정녕 교과서의 대마왕(^^)임을 보여준다. 내용의 알참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세 줄 넘어가는 문장도 없이 무척 간결하고 정확하게 서술되어 있다. 최대한 정독 중. 조동일 선생의 저 유명한 저서는 앞 부분은 딱 자르고 5권만 주문. 조만간 읽기 시작할 터. 하지만 아무래도 '소설' 관련 그의 역작은 이것일 터. 언젠가 재미있게 읽은 듯하다.
한편, 이 참에 꼼꼼하게 읽어야지 다짐했다가 어마어마한 분량과 (익히 아는!) 너무도 진지한(ㅠ.ㅠ) 문체에 짓눌려 지레 포기한 역작은 이것. 하지만 경제 사정이 회복되는(과연 언제?ㅠ.ㅠ) 대로, 바라건대 겨울 방학 쯤엔 사서 볼 수 있길 바란다. (지난 여름, 정말로 우연찮게(!!) 아이의 유치원 근처에서 이 책의 필자를 만났다, 헐. 우리 아이한테 만원 주셨다...^^;;)
그 다음, 우리의 현대 문학 연구에서 결코 빼먹을 수 있는 그, 그의 그 많은 책들. 김윤식 선생이 김현 선생과 쓴 <한국 문학사>는 작년인가, 김유정에 관한 글을 쓰면서 비교적 정독한 바 있어, 다른 책을 더 주문했다.
사실 그는 각종 문학사도 많이 썼지만, 작가론-저서도 많아서 좇아가기가 힘들 정도다. 다시 읽고 싶은 책으론 아무래도 이광수 연구, 염상섭 연구, 그리고 좀 뜬금없지만, 임화 연구이다.(이상 연구는 비교적 최근에 다시 읽고 여전히 감동(!) 받았다.)
물론 문학 연구의 가장 근본적인 전제인바, 어떤 훌륭한 연구서도 연구되는 대상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즉, 해당 작품을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실 그럴 시간이 없으니 연구서를 읽는 것이다. 문학사를 뒤적이며 꼭 (다시) 읽고 싶은 몇몇 소설을 뽑아본다.
물론 일순위는 춘원 이광수. 내게 그는 아무래도 연애소설 작가처럼 남아 있는데, <무정>도 그렇고 <사랑>인가, <유정>인가 아무튼 고등학교 읽은 무슨 장편소설 한 편이 정녕 순애보처럼 기억되어 있어서 그렇다. <흙>, <단종애사>, 이런 걸 읽은 뒤의 느낌도 그렇다.
염상섭은 교과서에 실렸던 <삼대>를 비롯하여 대학 시절에 읽은 다른 소설까지, 단 한 번도 재미를 느끼지 못한 소설가이다. 그를 다시 읽으려는 것은 역시나 공부(^^;;), 즉 의무감에서이다. 모르겠다, 지금 다시 읽으면 그의 진가가 보일지도.
그밖에 언젠가 읽었던 이런 소설도 꼽아본다.
잘 썼다, 못 썼다, 를 떠나 너무도 강렬했던 소설인 최서해의 <탈출기>, <기아와 살육>, <홍염>(?) 뭐 이런 것도 다시 읽으면 어떨까, 궁금하다. 그 다음, 처음 읽는 순간부터 너무 좋았던 김동인. 그는 단편을 잘 썼지만, <운현궁의 봄>, <젊은 그들> 같은 장편도 어릴 때는 재미있게 읽었다.
시간을 어디까지 낼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열심히 읽어보자, 다짐해 본다. 공부는 적절한 강제가 필요하니 강의 커리큘럼도 여기에 맞추어 조금씩 변경한다. 읽을 작품의 목록은 계속 추가될 것이다.
'추석'의 '추'가 '가을'을 의미함을 증명하듯, 갑자기 찬바람이 불어 추석 날 오후부터 하루 반을 앓아누웠다. 꽉 막힌 코를 풀어가며, 까마득한 옛날(ㅠ.ㅠ)에 초고를 잡아둔 러시아문학 연구서를 다듬으며, 음, 반성해 본다. 국문학자들은 아무리 게을러도 외국문학자들에 비하면 반타작은 족히 하는 듯하다. 어지간하면 다 연구서 몇 권. 반면, 외국문학자는 (과연 외국어 배우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투자해서??ㅠ.ㅠ) 평생 퇴직할 때까지 연구서 한 두 권 없는 교수가 태반이다. 아, 물론, 평생 '퇴'할 '직'도 얻지 못하기 일쑤지만, 이것이 게으름을 정당화해주는 못한다. 그럴수록 더더욱 공부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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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괭이 2016-09-17 공감 (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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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을 권하다 2
애플북스에서 7월에 1차분이 나온 '한국문학을 권하다' 시리즈의 2차분이 나왔다. 11번째 책으로는 염상섭의 <두 파산>이 나왔다. 원래는 '만세전'으로 출간 할 계획이었는데 제목이 아무래도 인지도가 좀 더 있는 작품명으로 제목이 변경된 것 같다. 12번째로는 채만식의 <레디메이드 인생>이 나왔다.
이어진 13번째책으로 이효석의 <도시와 유령>, 이광수의 <무정>, <유정>, <흙>, 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 이태준의 <해방 전후>, 또 다시 이광수의 <사랑>, 김동인의 <운현군의 봄>까지 20권까지 2차로 출간됐다. 표지 디자인도 열린책들의 '움베르트 에코 마니아 컬렉션'을 떠올리게 하는 감각적인 표지라서 괜시리 책을 집어들게 만든다.
앞으로 남은 출간예정 목록은 6권인데 한 4-50권까지 좀 더 추가했으면 좋겠다. 장기적으로 봤을 땐 꽤 괜찮은 시리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한 최소수요가 없다면 더 만들기는 힘들지 싶다. 그러나 이광수의 작품이 너무 많은 것은 여전히 마음에 걸린다. 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친일색이 있는 작품은 걸러냈을지도 의문이고.
- <1,2차 출간분>1. 이광수 - 소년의 비애2. 염상섭 - 삼대3. 김동인 - 감자4. 현진건 - 운수 좋은 날5. 심훈 - 상록수6. 채만식 - 태평천하7. 이태준 - 달밤8. 이효석 - 메밀꽃 필 무렵9. 김유정 - 봄봄10. 이상 - 날개11. 염상섭 - 두 파산12. 채만식 - 레디메이드 인생13. 이효석 - 도시와 유령14. 이광수 - 무정15. 이광수 - 유정16. 이광수 - 흙17, 김동인 - 발가락이 닮았다18. 이태준 - 해방 전후19. 이광수 - 사랑20. 김동인 - 운현궁의 봄<3차출간 예정>21. 현진건 - 무영탑22. 채만식 - 탁류23. 이상 - 권태24. 이광수 - 단종애사25. 이광수 - 원효대사26. 이광수 -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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