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1

"제가 당신의 종입니까?" 대학강사 유서 남기고 자살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제가 당신의 종입니까?" 대학강사 유서 남기고 자살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제가 당신의 종입니까?" 대학강사 유서 남기고 자살-조선대 강사 서정민 씨, 죽음으로 교수임용 비리와 논문 대필 고발
-6월 5일 가대연 주최로 교원지위 확보 위한 농성 1,000일 기념 미사 봉헌할 예정

한상봉 ( isu@catholicnews.co.kr )
승인 2010.05.31 09:51 | 최종수정 2010.05.31 09:51


▲ 고 서정민 씨(사진출처/교수노조 조선대학교 분회)
조선대 시간강사 서정민(45, 영어영문학 박사)씨가 교수임용 비리와 대학사회에 만연한 논문 대필을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지난 5월 25일 밤 11시 광주 금호동 자신의 아파트에 연탄불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정민 씨는 교수 임용 탈락을 비관하면서 "대학의 고질적인 병폐를 수사해 달라"며 대학비리를 고발하고, 대통령과 가족, 교수들, 시간강사들, 지인들, 학생들 앞으로 글을 남겨 "학자의 삶이 '고행의 길'이 되지 않도록" 사회 변혁을 촉구했다. 또 10여 년간 시간강사로 살아오면서 가족을 돌보지 못한 가장의 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내 사회에 파장을 주고 있다.(아래 유서 전문 참조)

이에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대학교육정상화투쟁본부'(이하 투쟁본부)는 5월 29일 성명서를 발표해 "검찰과 경찰은 서정민 박사를 자살하게 한 임용비리와 논문대필 등의 관행의 철저한 조사와 아울러 2008년 자살한 한경선 박사의 유서에 나온 임용비리와 학내 인권 침해 등을 철저히 조사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문제의 근본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 대교협 교과부는 시간강사의 교원지위 회복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즉각 의결"하라고 요청했다.

그동안 1998년 이후 알려진 것만으로도 8명의 시간강사가 자살했다. 2003년 서울대 백준희 연구교수는 자신의 처지를 유리 상자에 갇힌 것으로 비유하며 서울대 뒷산에서 목매 자살했다. 2008년 건국대 한경선 강의전담교수는 임용비리와 강사제도를 비판하는 유서를 쓰고 미국 텍사스대 어스틴 캠퍼스에 가서 자살했다.

투쟁본부에 따르면, "교수임용 비리가 존재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대학에서 4명의 교수 가운데 하나만 전임교수로 임용하고, 나머지는 강사로 남겨 이들이 서로 전임교수 임용을 두고 경쟁시키는 교수임용의 병목정책에서 비롯한다. 이런 구조 아래 강사는 저항하면 강사자리를 잘리고 전임교수 임용을 아예 포기해야 하므로 죽음으로 저항한다."는 것이다.



▲ 지난 5월 1일 대학생들이 '대학생 학습권' 문제를 제기하며 대학 강사 교원지위 회복을 촉구하는 문화제를 열었다.(사진/두현진 기자)

투쟁본부는 이렇게 강사가 자살하는 구조는 "1977년 교육법을 개악해 강사의 교원지위를 박탈한데서 비롯했다. 당시 독재자 박정희는 영구집권을 목표로 저항하는 교수, 학생을 대학 밖으로 쫓아내고, 강사의 교원지위를 박탈해 대학에서 비판을 제거했다. 그로부터 33년이 지나면서 강사는 대학교수의 3분의 2, 대학 강의의 절반을 담당하지만 여전이 교원지위 없이 노예나 봉건노비처럼 산다."고 말한다.

이에 투쟁본부는 초중등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을 국민들이 투표로 선출하듯이 대교협 회장도 국민이 뽑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학교육을 담당하는 대교협 회장은 사학이 80%인 현실에서 자율화라는 이름 아래 사학재단의 집사에 불과한 총장들의 모임인 대교협에서 선출하고 있다. 지금처럼 대학교육이 일반화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이 대교협 회장을 국민이 선출하여 국민의 의지가 대학교육에 담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투쟁본부의 김영곤 씨에 따르면, "현재 대교협 교과부는 강사에 대한 교원지위는 인정할 수 없지만 4대보험은 해 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서정민 박사와 같은 억울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교원 지위가 먼저 확보되어야 한다"면서 "그래야 교수에 의해 휘둘리지 않고 양심적으로 학생을 가르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정민 씨의 유서에 대한 조선대 자체의 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는데, 김영곤 씨는 "여기에 참여하는 조선대 당국과 조선대 교수노조분회 자체가 부패 혐의가 있기 때문에" 검찰 경찰 조사와 마찬가지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한편 대학강사들의 교원지위 확보를 위한 미사가 오는 6월 5일 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 주최로 국회 앞 농성천막 앞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김동애 투쟁본부장 등이 이끌어온 천막농성은 오는 6월 2일로 1,000일을 맞이하지만, 이날이 6.2지방선거일이라서 6월 5일로 옮겨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서정민 박사 유서(전문)

○○이 엄마!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한 여자였습니다.
사는 것이 고난의 연속이었기에 언젠가 교수가 되는 그날에 당신에게 모든 걸 용서받고, 빌면서
"이젠 당신과 함께 합시다"라고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미안해요.
사랑스런 나의 아들 ○○이 그리고 딸 △△, 깨질까 해서 내 깐엔 가슴에 안고 살았는데
내가 이런 결정을 하다니, 못난 남편입니다. 사랑합니다.
유서는 차의 조수석(수첩)에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 알립니다.
B 교수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스트레스성 자살입니다. B 교수님을 처벌해 주세요.산재보험에 적용될 만 합니다.

B 교수님에게 당한 종의 흔적은 내 e-mail에 일부 있고 한국연구재단(탐색) 연구실, 유서에 밝힌 내용.
비정규직노조를 찾아서 투쟁방법을 확인하세요. 그리고 B 교수와 쓴 모든 논문(대략 54권)은 제가 쓴 논문으로 이름만 들어갔습니다.
힘드시겠지만 삭제해서 세상에 알리시고 법정투쟁 부탁드립니다.

C 교수님! 죄송합니다. 투쟁에 함께 하지도 못했습니다.
어느날 조선대 비정규직노조에서 금전 문제가 이슈가 되어
그래도 그래도 '돈'은 우리에 목적이 아니다라고 해서 경찰서에서 조사받았습니다.

저도 당신과 같은 생각입니다.
'교수와 제자 = 종속관계 = 교수 = 개'의 관계를 세상에 알려 주십시오.

C 교수님 존경하고 죄송합니다.
2번 방안)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탄원하세요.
3번 방안) 우리 아들은 어느 누구도 건드리지 마세요.
제가 살면서 "너 왜 그러니"라고 말할 정도로 해본 적이 없습니다.

4번 방안) 이명박 대통령님께
한국 사태는 썩었습니다. '교육(敎育)이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하지 않았습니까?

교수 한 마리(자리)가 1억5000만, 3억 원이라군요. 저는 두 번 제의 받았습니다. 대략 2년 전 전남의 모 대학 '6000만 원', 두 달 전 경기도 모 대학 '1억 원'이더군요. 썩었습니다. 수사 의뢰합니다.
강사들 그대로 두시면 안됩니다.

21세기형 사회입니다.
동기 부여하십시오. 누구든 교수는 될 수 없습니다. 능력 ××(판독 불가) 해주세요.
복사해서 청와대로 보내주세요. 화요일 (본인 서명)

세상이 밉습니다. 한국의 대학 사회가 증오스럽습니다!1) 부인 :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그러나 산다는 핑계로 남편 역할을 하지 못했어.
사랑해, 더 이상 내 힘으로는 이 현실을 견뎌낼 수가 없었어.
2) 아들, 딸 : 정말로 사랑한다.
너희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다니, 너무 착한 너희들이었기에 감사하면서 살았는데,
이런 비극이 오는구나. 그러나 힘내라.
3) 전국의 시간강사 선생님들에게 : 힘내십시오. 그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4) 함께 한 세미나 팀원들에게 : 죄송합니다. 힘이 된다면 논문이라도 함께 일조하고 싶었는데
나의 자존심, 노예로서의 충성심도 사라진 지금에 정체성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간 고마웠습니다.
5) 교수님 : 왜 수시로 이용하려고 하십니까.
더이상 종의 가치가 없으니 버리려고 하십니까? 제가 조선시대 선비입니까?

왜 더 이상 숨 쉴수 없을 정도로 틈만 나면 교통정리하려고 하십니까?
가만히 계시면 저도 물러나려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제자로서 받들려고 했던 제 자신이 부끄럽고 창피해서 세상에 눈을 돌릴 수 없었습니다.
교수님과 함께 쓴 논문이(?) 대략 25편 함께 발표한 논문이 20편,
교수님 제자를 위해 쓴 논문이 박사 1편, 학진(학술진흥원) 논문 1편, 석사 4편,
학진 발표 논문이 4편입니다.

한국의 대학이 존재한 이래로 전례 없는 천문학적인 수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시하며, 내쫓으려고 하십니까?
당신도 가족이 있고 형제가 있지 않습니까?
제가 당신 종입니까?
10여 년 전에 학원 치우라고 하더니,
몇 년 전에는 어느 학교라도 가서 돈벌 수 있는 기회도 저지하시더니,
그러면서 노예로 삼아 오시더니 이젠 가라고 하십니까?
그럴 수는 없습니다. 탈을 쓰신 겁니다.
일 년이 넘게 고민해 왔습니다. 그리고 교수님의 속내를 다 봤습니다.

진정 제자들을 사랑하신다면, 왜 제자들을 이용하시려고 하는지요?
명예교수 하시면서 학자랍시고 제자들 논문으로 끝까지 연기하려고 하십니까?
× 선생님의 학회 발표 논문이 어디에? 어디 정도 문제가 있는지요?
6~7개월을 고민하고 연구해서 발표한 논문입니다. 그러지 마십시오.
나는 당신의 노예가 아닙니다. 부끄럽습니다.
당신은 스승이자 하나님을 믿는 사람입니다.
6) 저를 아시는 지인들에게 : 이름을 알리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학자로서의 인생을 살려고 했던 결과가 이 지경으로 추락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7) 학생들에게 :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죄송합니다.
여러분 성적이라도 처리하고 생각하려고 했는데,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열심히 살아가시길 기원합니다.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8) 학생들 시험지 : 연구실에 있습니다.
9) 자동차 문제 : 학교에서 400만 원 나올 것입니다.
(통장까지 계산하면 충분할 것입니다. 차는 팔아서 교수님 드리세요)
10) 채무관계 : ××× 형에 1000만 원(집담보) 드리세요.
11) 다시 한번 미안하다는 말씀을 이 세상에 남깁니다.
12) 어머니, 형제들 : 정말 죄송합니다.
13) 다시 당신에게 : 미안해

2010. 5. 25. 저녁 6시50분 (본인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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