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01

‘한국인 B·C급 전범 피해자, 외교적 해결 촉구’ 헌법소원 각하 : 사회일반 : 사회 : 뉴스 : 한겨레

‘한국인 B·C급 전범 피해자, 외교적 해결 촉구’ 헌법소원 각하 : 사회일반 : 사회 : 뉴스 : 한겨레
‘한국인 B·C급 전범 피해자, 외교적 해결 촉구’ 헌법소원 각하

등록 :2021-08-31 


지난 2018년 일본 도쿄 지요다구 중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인 비시급 전범 피해 해결 모임에서 발언하는 고 이학래 동진회 회장. <한겨레> 자료사진

일제강점기 일본군에 동원됐다가 태평양전쟁이 끝난 뒤 비시(B·C)급 전범으로 분류돼 고통을 겪은 한국인 피해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일본과 외교적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31일 고 이학래 동진회 회장과 유족들이 “정부가 한국인 전범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부작위 위헌 확인소송에서 재판관 5(각하)대 4(위헌)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이 회장 등 비시급 전범 피해자들은 일제강점기 당시 ‘포로감시원’으로 한국에서 일본으로 강제 동원돼 태평양전쟁 연합군 포로수용소 감시 등을 담당했다. 이들은 전쟁이 끝난 뒤 연합군이 연 ‘전범 재판’에서 비시급 전범으로 분류돼 사형을 당하거나 형무소에서 10여년간 복역했다. 이 회장 등 전범 피해자들은 일본 스가모 형무소에서 출소한 뒤 ‘전범’, ‘대일협력자’ 낙인을 받아 귀국하지 못했고, 생활고에 시달렸다. 1955년 ‘동진회’라는 모임을 꾸려 일본 정부를 상대로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일본 법원은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한국 정부는 2006년 한국인 비시급 전범 피해자들을 ‘강제동원 피해자’로 인정했고, 일부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했다. 또한 한국 정부는 ‘한국인 비시급 전범 피해 보상 문제는 한일청구권 협정과 관련이 없고, 일본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보이며, 외교적 경로를 통해 일본 정부에 문제 해결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이 회장 등은 “한국 정부가 문제를 해결할 의무가 있는데도 제대로 조처를 하지 않는 것은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이라며 2014년 10월 헌법소원을 냈다. 비시급 전범 피해자 가운데 마지막 생존자였던 이 회장은 지난 3월 96살의 나이로 별세했다.


헌재는 우선 “안타까운 역사적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국제전범재판소 판결은 국제법적으로 유효하다. 따라서 국제전범재판소 판결에 따른 처벌을 받아서 생긴 한국인 비시급 전범의 피해 보상 문제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나 원폭피해자 등이 가지는 일제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청구권 문제와 동일한 범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인 비시급 전범들이 일제 강제동원으로 인해 입은 피해에 대한 일본의 책임과 관련해 한·일 양국 간 분쟁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지 불투명하다. 따라서 우리 정부에 분쟁 해결 절차에 나아갸아할 의무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설령 분쟁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우리 정부는 그동안 외교적 경로를 통해 한국인 비시급 전범 문제에 관한 전반적인 해결 및 보상 등을 일본 쪽에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석태·이은애·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한국 정부가 일제의 불법적 강제동원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분쟁해결절차에 나서지 않는 것은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위헌”이라며 “전범 피해자들은 불법 강제동원으로 피해를 입었고, 이에 대한 청구권을 가진다. 피해 청구권에 대한 소멸 여부는 한·일 양국 간 해석상 분쟁이 존재하므로 분쟁해결절차에 나설 의무도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전범 피해자들의 피해 청구권 실현을 가로막는 것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의 침해와 직접 관련이 있다”며 “한국인 비시급 전범들이 모두 사망한 사정을 고려하면, 더는 시간을 지체할 경우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우고 침해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 영원히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헌재는 201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와 외교적 분쟁 해결에 제대로 나서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을 받아들인 바 있다. 반면 2019년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같은 취지로 낸 헌법소원에 대해서는 “국가가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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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09889.html?fbclid=IwAR3NX7GHjK3oEHr5a24kAF8i5qIzfscn5UwGXMtBi5RMrHdLOz9vNTGc2z4#csidx6ec14cfae73d154951f170ab012d3d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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