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영국 생활의 진수, 한 권으로 담았습니다[책이 나왔습니다] 김성수 지음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22.09.12
김성수(wadans)
▲ 어린시절 아버지와 즐거운 한 때. "분단의 희생자"였던 아버지는 지난 2012년 8월 5일 돌아가셨다.
ⓒ 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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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시절 어머니와 즐거운 한 때. 어머니는 지난해 3월 17일 한국에서 돌아가셨다. 하지만 나는 코로나 때문에 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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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가을 어느 날, 영국 쉐필드 대학교 박사과정 학생 연구실에서 나를 포함 몇 명의 대학원생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 영국 학생은 우리에게 이렇게 하소연 했다. "와, 내가 부모님을 못 뵌 지 벌써 1년이나 되었네!"
그 말을 듣고 나는 그 영국학생에게 이렇게 일침을 놓았다. "1년 갖고 뭘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부모님, 형제, 한국 친구들을 못 만나지가 벌써 5년이 넘었다."
영국에 처음 유학 온 것은 지난 1990년 4월이었다. 1993년 여름 한국에 다녀오고 1998년 가을까지 5년이 넘게 부모님을 못 뵌 것이다. 군대에 있을 때도 최소 1년에 한 번 이상을 뵀는데. 5년여 동안 부모님을 못 뵌 이유는 간단했다. 첫째는 돈이 없었고 둘째는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한 중국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아니, 너희들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니? 나는 지금 부모님을 못 뵌 지가 10년이 넘었다."
그의 사연은 이랬다. 그 중국학생은 지난 1988년 천안문 사태 때 천안문에서 시위를 하던 반체제 학생이었다. 그 일로 그는 중국정부로부터 탄압받고 그후 어떤 사연을 거쳐서 영국으로 건너왔고 영국 정부에서 주는 장학금으로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10년이 넘도록 중국 정부에서 여전히 '지명수배'되었기에 중국을 갈 수 없다는 기가 막힌 사연이었다.
그 중국학생의 이야기를 들은 영국학생과 나는, "사부님, 미안합니다"라고 머리 숙여 사과했다. 그 친구들은 지금 어느 하늘 아래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금의환향?
▲ 부모님 생전에, 가족들과 즐거운 한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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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봄 나는 같은 대학교 대학원생이었던 한 영국 여성과 사랑에 빠졌다. 그 다음해인 1998년 1월 영국에서 결혼했다(당시 IMF 경제위기로 부모님은 한국에서 결혼식에 오실 수 없었다). 캠브리지대에서 그리스와 라틴고전문학을 공부한 막 결혼한 아내는 내 박사 논문의 초고를 꼼꼼하게 교정·감수해 주었다.
그해 9월 16일 영국에서 아들이 태어났다. 이틀 후인 9월 18일 나의 박사논문은 아내가 밤낮없이 꼼꼼하게 감수해 준 덕에, 수정 없이 '통과'되었다. 그해 12월 나는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 봄, 6년 만에 한국을 찾았을 때 부모님은 나를 막 끌어안고 "이제 내가 죽어도 원이 없다"라며 닭똥 같은 눈물을 줄줄 흘리셨다.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2000년 봄,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2001년 2월 영국에 살던 아내는 두 돌이 넘은 아들과 8개월 된 딸을 데리고 한국으로 들어와 나와 합류했다. 그 후 나는 한국에서 과거사정리기관인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진실화해위원회 그리고 반부패기관인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와 한국투명성기구에서 일했다. 가족은 한국생활 8년만인 지난 2008년 12월 영국으로 돌아왔다. 그 후 5년 동안의 '이산가족' 생활을 끝내고 지난 2014년 1월, 나도 영국으로 돌아와 가족과 합류했다.
한국과 영국, 무엇이 같고 다를까?
▲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책표지
ⓒ 피플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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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영국에 온지가 1990년 4월이니 어느덧 영국생활이 30년이 넘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내가 지난 30여 년 간 영국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살면서 느끼고 생각한 이야기들이다. 글의 대부분은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에 기사로 쓴 글을 보강, 수정한 것이다. 오마이뉴스의 경우는 편집부에서 요청해서 쓴 글도 있고 프레시안에 쓴 글은 전부 나의 기고문이다.
내가 영국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탓에 글의 주제는 주로 영국의 역사, 정치, 사회, 문화에 관한 글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영국에 관한 글이 아니다. 내 모국인 한국의 역사, 정치, 사회, 문화와의 긴밀한 관계를 연상하고 생각하며 쓴 글들이다. 독자들도 이 책을 읽으며 한국과 영국의 역사, 정치, 사회, 문화에 대해 차분하게 음미하고 사색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면 나는 더 큰 원이 없겠다.
한국과 영국에서 비슷한 세월을 살아온 나로서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동양과 서양을 떠나서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는 비슷하다고 확신한다. 그것은 타인에 대한 친절과 배려, 사회정의의 추구, 그리고 남과 내가 다 같이 행복한 사회를 이루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그 핵심을 잘 정리해 주신 몇 분들의 글을 인용하며 이 기사를 마친다.
"참 쉽게 읽히는 글이다. 재미있고 명쾌하다. 어떤 사람들은 책의 제목을 보고 달달한 영국 여행담이겠거니 할 수도 있겠다. 아니다. 책의 제목은 '영국 이야기'이지만, 실은 조금은 더 한국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오랜 영국에서의 생활인이자 역사학자로서의 전문성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보통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영국 사회의 역사적 사건들과 인물들의 삶에 어려 있는 에피소드들을 거울처럼 사용해서,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일들의 실상을 조명하고 해석한다. 에피소드의 거울들은 사실에 충실하고 정교하다. 군더더기 없는 맑은 거울이다. 하여, 이 책에서 한국 사회의 허물들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자기 사회와 시대의 허물을 인식하는 일은 아프고 부끄럽다. 하지만, 묘하다. 이 책을 읽어 가는 동안, 그런 실패들을 수습하고자 하는 내공이 고요히 차오름을 느낀다. 어쩌면, 함석헌을 일생 큰 스승으로 모시고 살아온 저자의 내공이 독자의 마음에 부어지기 때문은 아닐까." - 김도현 목사, (사)뿌리의집 대표
"저자는 함석헌, 이행우, 안띠아, 잉글, 그리고 다문화 가족, 입양인, 장애인, 민주화운동 희생자 등과의 만남의 자리에 독자들을 모셔서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에 참여하도록 한다. 나아가 전봉준과 올리버 크롬웰, 윈스턴 처칠과 이승만, 마가렛 대처와 박근혜를 함께 만날 수 있는 '한국과 영국과의 대화'의 자리로 이끌고 있다. 그래서 주로 시간적 상상력을 불러오는 보통 역사책들과는 달리, 이 책은 한국과 영국 두 사회를 비교하며 서로에게서 배우고 또 바꾸어나갈 수 있도록 공간적 상상력까지 북돋워준다. 독자들은 이 대화들을 통해 모두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미래의 아름다운 사회를 그와 함께 꿈꾸게 될 것이다." - 김거성, 문재인정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삶의 긍정적인 면과 희망을 보여주는' 세련되고 예의바른 한국의 BTS 청년들이 이제 영국 청년들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이제 한국의 문화 수준은 국제적인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늙은 제국' 영국은 여전히 '따라잡기 근대화'를 달려오느라 숨이 찬 한국에게는 큰 가르침을 주는 선생이다. 한국과 영국을 모두 잘 알고 있는 김성수 박사의 개인사, 그리고 영국에 살면서 한국과 영국을 비교하는 참여관찰 기록은 우리들에게 많은 영감과 소소한 재미를 안겨준다." -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많은 사람들은 영국을 지는 해와도 같은 나라로만 여기고 있다. 이 작은 책에는 영국이라는 기품 있는 저녁노을에 비친 나와 우리의 낯선 모습이 가득하다. 산재사망률이 한국의 1/25에 불과하고, 내무장관이나 경찰책임자가 물대포 사용을 거부하는 광경은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정신없이 달려온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4백만 원을 신청한 장학금이 4천만 원이 나온 사연은 한국의 가슴 아픈 현대사와 노제국 영국의 품격과 책임감이 뜨겁게 만났던 지점이다. 뼛속까지 한국인이지만, 이제 법적으로 영국인이 된 김성수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젊은이들의 분신 때문에 지게 된 큰 빚을 한 글자 한 글자 갚아 가고 있다." -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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