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미향 "원전 오염수 밥상보다 한일관계 개선이 우선인가"
기자명 김도하 기자
입력 2022.09.29
윤미향 의원 [오두환 기자]
[한국농어촌방송=김도하 기자] 국회 후반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에 배정된 무소속 윤미향 의원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정부는 원전 오염수 방류를 막기 위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아닌 사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윤미향 의원은 지난 26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한국농어촌방송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해양수산부는 정부 부처 간 TF를 꾸려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해수부는 주도권도 갖고 있지 않고 뚜렷한 예방 대책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윤 의원은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미명 하에 일본 정부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원전 오염수 방류 일정이 다가오면서 해수부 장관에게 일본의 방류 계획을 막기 위한 더욱 적극적인 활동을 주문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검토하겠다'는 아주 소극적인 답변뿐이었다"며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목적 때문에 우리나라의 미래 경제가 더욱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농어촌의 가장 시급한 현안을 인구 고령화에 따른 농어업 소멸이라고 보고, 이를 위해 현장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된 정책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그는 농식품부의 쌀 수급안정사업과 해수부의 어촌활력 증진사업, 어촌뉴딜300사업 등의 결과를 지적하며 "현장 목소리를 더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과잉 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에 대해선 '찬성'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그는 "쌀값 폭락 문제는 농민들의 책임이 아닌 농업 정책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법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경남 남해 출신인 윤 의원은 1987년 한신대학교를 졸업한 후 2007년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석사 학위를 이수했으며,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이사장을 지냈습니다.
다음은 윤 의원과의 일문일답.
-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배정받았다. 본인이 원한 건가?
▲ 21대 국회 전반기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위원으로 활동하며 전반기로는 부족하다고 느껴 후반기에서도 환노위를 희망했었습니다. 환노위에서 활동하며 발의했던 법안들이 제정되고 시행되는 과정을 관리·감독하고, 이주 노동자, 콜센터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농해수위를 배정받은 직후에는 의원과 논의하지 않고 진행되는 상임위 배정 방식에 대해 비민주적이라고 강력히 문제 제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농해수위 위원으로 현장의 농어업인들, 여성 농업인들을 직접 만나보니 환노위에서 쌓은 경험과 전문지식을 토대로 농해수위에서도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농해수위에서 느낀 우리나라 농어업 현실은?
▲ 한마디로 '위기'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농어업 현실은 수십 년째 저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세계 농어업은 성장하는 추세인 반면, 우리나라 농업은 2000년 이후 성장률이 정체되고 있습니다. 농림어업의 GDP 비중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고, 식량자급률 역시 하락세입니다.
특히 농어업의 쇠퇴와 열악한 정주여건으로 지역사회의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데, 이는 지역사회의 역량 부족, 지역경제 하락, 농촌지역의 쇠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려면 국가적 차원의 체계적인 전략 수립과 예산지원이 필수적이지만, 정부 예산 비중도 감소하고 있어 더욱 심각한 상황입니다. 특히, 내년도 국가 예산에서 농식품부 예산 비중은 역대 최저 수준입니다. 최근 3년간 국가 총예산 대비 3%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농어촌 소멸은 지방 소멸로 이어집니다. 가장 기본 산업인 농업이 무너지면 아무리 최첨단 산업이 발전한다 해도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식량주권', '식량안보'가 중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진단하고 준비하지 않는다면 농촌의 미래는 없습니다.
- 농해수위에서 우선 처리해야 한다고 보는 입법 과제는?
▲ 가장 먼저 유례없이 폭락한 쌀값으로 인한 농민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입법 추진이 시급합니다. 쌀값 폭락 문제는 농민들의 책임이 아닌 농업 정책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법으로 보완하는 '양곡관리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농해수위 법안소위에서 초과 생산된 쌀에 대한 정부의 시장격리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국민의힘의 반대로 진척이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의 시장격리 조치의 의무화 근거를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해 정부의 시장격리 조치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 해수부 중점 추진 법안으로는 해기사의 인력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선원법 개정안, 해양 포유류 보호를 위한 입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해수부에 따르면 매년 평균 1천200명의 신규 해기사가 양성되고 있지만, 절반이 6년 이내 이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높은 이직률의 배경에는 해기사의 열악한 근로여건과 노동기본권 침해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해기사는 현행법상 노동관계법 사각지대에 있어 부당해고 등의 노동조건이 해기사에게 불리한 조건입니다. 선원 근로여건 개선과 복지 확대를 위해 유급휴가 확대와 부당노동행위 등을 규율할 수 있는 선원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해양 포유류 보호법 제정도 추진하려고 합니다. 최근 5년간 혼획으로 죽은 고래 수는 2천913마리에 달합니다. 우리나라 현행법은 해양 포유류를 보호하기에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미국은 해양 포유류 보호를 위해 대미 수산물 수출국 대상으로 동등성 평가를 내년부터 실시할 예정으로,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해양 포유류 보호를 위한 법 개정을 통해 해양동물 보호 및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법·제도적 틀을 마련하겠습니다.
- 최근 농협공판장이 매년 10만 t 이상 수입 농산물을 유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협 하나로마트의 수입 농수산물·식품 유통 실태는 어떤가?
▲ 농협은 농업인 조합원의 소득증대와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입니다. 최근에 지적했던 농협공판장의 수입농산물 유통 문제는 수년간 지적되어온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농협공판장 수입산 농산물 비중이 높아지면 결국 우리 농업인의 소득 하락과 국내 농산물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포도나 호박 등 국내 생산지가 많은 과일 채소류 품목에 대한 수입농산물 취급은 더욱 엄격히 관리해야 합니다.
농협 하나로마트의 수입 농수산물, 수입 식품 문제도 꾸준히 지적된 문제입니다. 올해부터는 하나로마트 수입농산물 취급기준이 강화됐습니다. 하지만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살펴본 결과 올해 농협경제지주가 판매 점검으로 적발한 건수가 24건에 달하는 등 여전히 수입농산물 판매가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농협경제지주는 농협공판장, 하나로마트의 수입 농수산물 문제가 지적될 때마다 현장지도 및 제재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당장의 문제만 모면하고자 하는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현실적으로 수입농산물 판매가 불가피한 품목은 조합원 의견을 구하여 조율점을 찾고, 수입농산물 판매금지를 강화해야 하는 품목은 보다 철저히 관리, 감독해 제재해야 합니다. 현실적인 대안을 추진함으로써 단기적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 쌀값 하락 문제가 심각하다. 쌀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야 한다고 보나?
▲ 식생활 습관 변화 등에 따라 쌀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990년 119.6kg에서 2019년 59.2kg으로 무려 60.4%p 감소했습니다. 정부의 쌀 수급안정사업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토대로 변화하는 여건에 맞는 사업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농식품부의 쌀 수급안정사업이 농민들의 현장 상황에 맞게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왔는지 의문입니다. 현재 법적 강제력이 없는 미곡 매입에 대한 규정을 법적으로 상향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정부의 양곡수급안정대책에 대한 관리책임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사후관리뿐 아니라 쌀값 급등락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쌀 생산조정제 등 예방적 차원의 수급안정 정책도 함께 병행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행 쌀 수급안정책은 시장격리를 통한 사후관리 기능 위주로 추진되고 있어 시장격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쌀의 '일시적 과잉’ 문제는 사후관리 차원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격리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구조적 과잉’ 문제를 막기 위해선 쌀 생산조정제(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를 병행하는 등 쌀값 폭락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제도가 추진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가 시급합니다.
- 농어촌 인력난 문제가 심각하다. 농어촌 인구 감소 대책은?
▲ 농어촌의 소득 향상을 위한 고민과 함께 농어업의 가치가 재조명돼야 합니다. 청년과 도시민들이 농어업을 선택할만한 가치가 있는 미래 산업의 하나로 고려할 수 있게끔 해야 합니다. 그런 인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농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소득과 농어촌 생활 여건이 어느 정도 개선돼야 합니다.
또 외국인 노동자들을 임시방편식 노동력으로만 생각하면 농어촌 지역 소멸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주 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권 문제 등 근본적인 농어촌 생활 여건을 개선하지 않고는 불법 노동자들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농업인 인력난 문제는 계절근로자 제도라는 단기적인 이민정책을 활용해 해소돼 왔습니다. 그런데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감독 부재로 이주노동자는 주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고용환경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고, 농가는 적시에 필요한 인력이 지원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같은 농어촌 인력난을 구조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주거환경, 근로여건 등 처우를 개선, 외국인 인력 구조의 선순환 체제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윤미향 의원 [오두환 기자]
-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한 대응 계획은?
▲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는 우리나라 어업 경제에 미칠 영향도 지대하지만, 국민 밥상 안보 측면에서도 굉장히 위험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국제재판소 문을 두드리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태평양 연안 인접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공조, 연대해서 일본을 압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지난 8월 60명이 모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성명을 일본 정부와 일본 의회에 전달했습니다. 이제는 한국 정부도 나서서 일본 정부에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관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원전 오염수가 해양 방류될 경우 우리나라 어업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극소화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정부 부처 간 TF를 꾸려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해수부는 주도권도 갖고 있지 않고 뚜렷한 예방 대책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수부 장관에게도 더욱 적극적인 활동을 주문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검토하겠다'는 아주 소극적인 답변뿐이었습니다.
- 왜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처한다고 보는가?
▲ 일본을 자극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고 보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목적 때문에 우리나라의 미래 경제가 더욱 위험해질 수 있는 생각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한일 관계 개선의 목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일관계 개선은 결국 우리나라 경제와 안보를 위해 개선돼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개선을 위한 목적이 상실되고,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 이밖에 해양수산계에서 시급한 현안은 무엇인가?
▲ 농촌뿐 아니라 어촌도 고령화 문제가 심각합니다. 어촌 소멸 문제 해결을 위해 귀어 정책이 시급합니다. 청년과 많은 사람들이 어촌으로 돌아오고 정착할 수 있도록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안정된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시급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어업인구는 10만 명도 채 되지 않습니다. 정부는 어촌 소멸을 막기 위해 어촌활력 증진사업, 어촌뉴딜300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작년도 결산을 살펴보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실집행률이 저조했습니다. 이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예산을 편성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어촌 정책에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담길 수 있도록 현장을 잘 살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해양 쓰레기 문제도 심각합니다. 파손된 스티로폼 부표로 발생한 미세플라스틱은 어장환경 훼손과 해양생태계를 위협합니다. 어구와 스티로폼 부표 문제는 정부 정책으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바다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합니다. 국제적 기준에 맞는 해양보호구역 지정과 유엔 해양생물다양성보전협약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아쉬운 점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 농해수위에 배정된 이후 처음으로 여성농업인과 함께 의견을 모으는 자리를 마련했었습니다. 국회 본청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농정정책에 대한 문제점과 여성 농민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농민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전국 각지에서 여성 농업인 수백 명이 모였습니다. 여성 농민들의 현장이 그만큼 열악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여성 농민임에도 농민으로서 법적 지위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 여러 가지 정책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법으로 담아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여성 농업인, 여성 어업인들의 어려움에 대해 적극적으로 정책을 살펴볼 시간적인 배려를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농해수위 활동 기간 동안 여성 농어업인의 문제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살펴볼 계획입니다. 또 여성뿐 아니라 장애인 등 소외된 농어업인들을 위한 정책적인 문제도 적극적으로 점검할 생각입니다.
- 앞으로 의정 활동 계획과 국감 주안점은?
▲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인만큼 윤석열 정부의 농해수위 소관 부처가 추진하는 국정과제를 비롯한 중점사업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입니다.
물가상승 등 대내외적 여건에 따른 농어업인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 및 농산물 수급정책을 점검하고, 쌀 수급 안정, 낙농제도 개편, 지속 가능한 수산업,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 동물 문제 등 굵직한 주요 현안부터 국민들의 실생활에 맞닿아 있는 제도 및 정책을 점검하는 데 국감의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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