措大書生의 落醉齋 :: 진명행이 몽상하는 파라다이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驢鳴犬吠 - 난담/잡담2009.07.19 03:45
진명행이 몽상하는 파라다이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확실히 네임드이며, 아직도 한나라당직이 아니라 건전한 직장인의 위치(본인은 모 은행 간부라고 말하고
다닌다는 것을 어느 댓글에서 읽었는데, 논평해야 하나?)를 고수하고 있다는 인터넷 극우 논객키워 진명
행이 신상이 까발려졌다며 블로그를 닫았다가 또다시 새로운 이름으로 복귀한 모양이다. 복귀 이후에도
논조는 크게 변함이 없는 것 같고, 애당초 이런 잉여에게 관심을 주는거 자체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만, 이오공감에 올라오면 읽지 않을 수도 없는게 아닌가.
확실히 그가 영감을 받은 글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애초에 그 글도 어정쩡하고 시답잖은 (그러니까 진명
행이 달려들어 떡밥 재료로 삼아보겠다고 결심할 수준의) 유치한 동정론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진명행이 써서 무려 공감에까지 올라간 저 포스팅은 늘 그렇듯이 한심하다. 진명행의 논지만으로도 이미
가장 간단하게 재래시장의 중소상인이 취해야 할 해결책이 나온다. 힘을 모아서 말하자면 조합 같은 걸
만들고 초기 자본을 투입해서 현대화되고 다원적이며 근사한 (지하주차장과 프런트 데스크와 소비자센
터를 갖춘) 쇼핑센터를 차리라는거다. 피상적으로 보면 근사한 얘기고,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몽상하며 대
통령이 열렬히 지지할 해결책이다. 근데, 이게 가능한가?
초기 자본을 모으고 조합을 결성해서 첫 손님을 받을 때 까지 들어갈 비용은 일단 하늘에서 떨어진다고
치자. (아마 한나라당이나 대통령이 다 해주실 거야. 그치?) 그 다음에는 이 조합형 쇼핑센터가 재벌이 뒤
에 버티고 선, 막대한 자본과 마켓팅과 (내가 보기엔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수준의) 과점의 지위를 누리는
이마트나 GS마트 같은 곳과 싸워야 하나? 싸우면 이길 수는 있나? 탁상공론이 짜져야 할 타이밍이란 이런
때를 말한다.
물론 시장주의자의 교과서에서는 '그렇게까지 하고서도 밀릴거 같으면 때려치삼. 소비자의 니즈에 최대
한 부합하는 소수의 우수한 회사만이 살아남는 법'이라고 되어 있을거다. 그러니 결국 진명행이 몽상정하
는 조합 쇼핑타운 따위는 파산으로 가는 지리한 과정을 좀더 비극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주는
과도기 막간극 같은 거고, 절대로 무슨 짓을 해서도 중소시장 상인들은 이마트를 이길 수 없다. 이게 "살
것도 아니면서 왜 만져? 이 아줌마야" 빽 소리를 질러대는 시장통 야채가게 할매 때문일까? 그 할매들이
싹 사라지고 (일단 이 노동력이 어디서 일용할 양식을 구할지 고민하는 일 따위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에게
는 전혀 중요한 일이 아니니까) 친절함과 주인의식으로 무장한 일군의 자영업자 (이런 집단은 어디서 데
려오나? 전경련 지하 3층 복제센터에서 찍어내나?) 들이 있어도 불가능한 문제다. 이마트는 (그 뒤에 버티
고 선 삼성과 마케팅과 업무 제휴를 제외하고서도) 내가 기억하기로 아마 지금 전국 지점수가 95개에다가
신세계백화점과 인터넷 쇼핑몰까지 전국 단위로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어느 조합형 쇼핑센터의 구매담
당 과장이 "우리도 이마트랑 같은 조건으로 납품해주쇼"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자유시장경쟁체제니까
1/28/2019 措大書生의 落醉齋 :: 진명행이 몽상하는 파라다이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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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는 얼마든지 장래의 경쟁자를 초기부터 제거할 수도 있을 거다. 전화 몇 통이나 인근 이마트에서
고객감사세일 이벤트를 한 달 정도 하면 정리가 될 거 같다는 생각은 내 망상일까?
좋다. 그럼 궁극적으로 진명행식 해결책은 자유시장경제체제 하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에 봉착한다. 점포
와 물품을 싹 팔아치워라 Loser. 그리고 승자의 편에 가담하라. 일단 신세계 주식을 사라. 할렐루야! 그런
데 호구지책을 팔아치워 (제값 받을까요?) 가장 유망한 금융분야인 주식시장에서 해당 분야의 최고의 선
도기업의 주주가 되면 어느 정도의 금융소득이 들어오나? 좌파들은 우리 기업들이 오로지 주주에게만 친
근하게 군다고 비난하는거 같은데, 정말 그런가? 혹시 대주주에게만 친화적인 것 아니야?
가산을 팔아서 신세계 주식을 1000주 정도 사면 (오늘 종가가 499,000원이더라. 가게 팔아서 5억 만들면
1000주 사고 거스름 돈이 좀 남겠다) 연말이나 연초에 매년 주당 1000~1500원 정도의 배당을 받아서 호구
지책을 삼으면 되겠다. 연 금융소득 100여만원으로 어떻게 먹고 사냐고? 글쎄, 자유시장원리에 따라 온동
네의 중소상인들을 몰아내면서 엄청난 수익을 올린다는 그 기업이 배당금이 이렇게 짠 이유를 내가 어찌
알겠어. 우수한 금융맨인 진명행씨에게 물어보라지. 어쨌든 가계부 위에서 매년 2000~3000만원 정도가
매년 적자가 나겠다. (이것보다 더 적자가 발생하면 그저 눈물만) 이마트에서 카트 정리하고 화장실 청소
하고 박스 나르고 기타 등등하는 일들이 있는데 보통 매달 100~150만원 정도 주니까 참고 바란다. 아 4대
보험도 가입시켜준다. 그런데 연령, 성별, 외모는 물론 별 되도 않는 것 가지고도 차별을 하는데다가 (이랜
드 계열의 모 유통업체는 종교도 봤다며?) 비정규직이지만, 이건 뭐 완벽한 진명행의 자유시장 파라다이
스에서 살아야 하는 루저들의 숙명인 것이고. 그나마도 위의 할매 같은 루저 오브 루저들은 이런 잡도 구
할 수 없다는걸 명심하자. 그분들을 위해 우리 사회는 조그만 손수레와 kg 단위로 폐지를 매입하는 고물
상들을 서울 시내에도 구비하고 있다. 이마트 주차장 구석에서 박스를 훔치면서 살면 된다. 아 물론 내가
본 바에 의하면 역시 비정규직인 주차장 경비들이 이런 할매들을 모욕하고 구타하고 내쫓는 일이 비일비
재한거 같다. (사실 내가 본 것은 홈플러스에서였지만) 이것 역시 진명행의 파라다이스에서 숙명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이니까 어쩔 수 없다. 하루 종일 박스를 줍든 훔치든 해서 일당 2만원이나 벌지 말지 모르겠
는데, 이 할매들이 버는 용돈이 너무 많아지면 정치적 필요에 따라 이 분들을 당원 명부부터 청계광장이
나 서울광장의 친위시위에 동원해야 하는 진성 보수집단™의 필요경비도 올라가기 때문에 관계당국은
거국적으로 폐지 가격을 통제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냉정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방안은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내가 경제학 전공도 아니고, 레이먼 조쉬도
아니어서 자료 정리까지 해가며 정리해두지는 않는데, 이미 많은 논문과 저서와 기사와 하다못해 포스팅
에서조차 노상 지적되는 것 중 하나가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흘러넘치는 부의 분배"가 낮잠 잠
꼬대라는 사실 아니었나? 정부가 지원하고, (고환율로) 수출이 잘되고, 수출 (대)기업이 돈을 벌고, 국내에
서는 독과점에 가까운 혜택을 누리면서 - 궁극적으로 분명히 국가경제는 성장하더라도 그 혜택이 아래로
내려오나? 바늘 구멍을 뚫고 대기업에 채용된 우수한 인재의 수는 나날이 줄어가고, 하청업체를 비롯한
수많은 중소기업들은 늘 불리한 계약조건에 굴복해야 하는데, 정작 파이 조각은 떨어지지 않는다는게 문
제가 아니던가. 대체 헤럴드경제紙의 1면에서 떠들어대는 그 많은 파이들은 어디로 가는건데? 나는 법학
전공자에다가 학사학위밖에 없고, 솔직히 내 전공 자체도 거의 무지한에 가까운 잉여 오브 잉여라서 답을
알 수가 없다. 누가 나에게 장하준 교수 전화번호 좀 알려줍센.
그니까 간단히 말해서 모든 중소상인들이 무한한 경쟁 속에 도태되면 아마도 이 사회는 이마트s (홈플러
스s, GS마트s, etc)와 그곳의 초임 5천 이상을 받는 1%의 정규직과 그 밑에서 일당으로 일년 평균 2천 정도
를 받는 19%의 비정규직(보통 그런 유통업체의 TO를 보면 정규직 1명에 비정규직이 20명 정도 달리던
데?)과 하청업체나 뭐 PL업체에서 일하며 연봉 2~3천 정도를 받는 30% 정도의 乙사 직원들. 그리고 이 카
스트 밖으로 떨어진 40% 정도의 할매들이 남게 되겠군. 카스트의 계급 간에 부의 재분배가 얼마나 일어날
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이게 진명행的 파라다이스인거 같다.
...이러니 내가 투덜투덜대면서도 민주당 혹은 민노당에 투표를 하는거지. -.- 망할.
p.s. 일군의 좌파 경제학자(그런 개념이 있던가? 우석훈? 후생경제학자라고 해줄까? 아무튼 미국에서 열
1/28/2019 措大書生의 落醉齋 :: 진명행이 몽상하는 파라다이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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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히 공부하지 않은 경제학자)들은 불경스럽게도 이런 문제를 연구해서 한심한 현실에 대해 비탄에 빠지
긴 하는데, 그 분들이 무슨 해결책을 내놓고 있는지는 내가 과문해서 알 수가 없다. (뭐 그것도 정권이 바
뀌어야 되던가 말던가) 생협이 대안이라고 주장한 분이 있었는데 - 정말 농담도 잘 하시지. 내가 그분들의
어떤 박애주의적 정신에 공감하더라도 할 수 있는 최대한은 중소상인들에게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의 사
용을 되도록 자제하고 현금을 써주는게 거의 전부다. 쇼핑이 생활의 일부분이 된 현대인들에게 주말마다
시장을 보거나 인터넷 쇼핑몰의 장바구니를 클릭할 때마다 연대의식을 가지라고 요구할 생각인걸까. 그
게 될거 같나. 저 화려한 마케팅과 세일 앞에서.
p.s. 중소상인들이 택할 수 있는 또다른 비상구는 (일단 너거들 교과서에 나오는 innovation 같은건 구체적
인 각론을 가져오지 않는 한 컨셉트일 뿐이라고 단정하고) 아마 땅값이리라. 토지나 건물에 대한 소유권
이 서울에서는 가끔 로또 복권이 되기도 한다. 로또가 터지면 최대한 비싸게 팔아서 그 자리가 뭐가 되건
신경 쓰지 말고 강남이나 신도시에 아파트를 사거나, 어쨌건 뭔가 해라. 그리고 잘 하면 한나라당에 투표
할 수 있는 당당한 모범 시민이 되는거다. (요즘도 이게 통하나?) 결국 투기로 시작해서 투기를 거듭하여
뭔가를 이룰 수도 있다는거다. 이건 아주 작긴 하지만 비상구는 비상구다. 확률이 굉장히 높은 편인 복권
이라고나 할까. (원래 투기라는게 다 그렇지) 다행히도 21세기 한국은 20세기초 미국 동부지방처럼 까다
롭지 않으니 돈만 있으면 개츠비씨처럼 번민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근데 사실 이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80년대도 아니고.
또한 이 방법은 지방에서는 거의 먹히지 않는다. 지방의 도시들은 대체로 (광역시라고 하더라도) 재개발
을 추진할 유인이 없다. 특히 오래된 도시들일수록 노후화된 지역의 소유권 관계를 정리하고, 막대한 예
산을 들이고, 엄청나게 복잡한 건물들과 구획을 물리적으로 처리하고, 결정적으로 지자체장의 정치적 부
담까지 감수하며 재개발을 할 능력이 거의 없다. (민자투자? 이 불황 속에서?) 그 결과 도시는 흉하게 뻗어
나가기만 하고, 도심의 슬럼에 중소상인들은 방치된다. 그리고 도시의 새로운 구역에 이쁘장한 행정 청사
거리가 생기고, 그 공원 곁에 신세계 백화점 내지는 이마트가 들어서는 거지. (물론 서울에서도 부도심 등
지가 재개발되면 이마트나 다른 것이 재빨리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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