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생명을 구하고 지구를 살리는 살림의 밥상 - 생명을 구하고 지구를 살리는
[eBook] 생명을 구하고 지구를 살리는 살림의 밥상 - 생명을 구하고 지구를 살리는
김선미 (지은이) | 동녘 | 2013-12-05
종이책정가 13,000원
전자책정가 9,100원
판매가 9,100원 (0%, 0원 할인, 종이책 정가 대비 30% 할인)
ISBN 9788972978046
페이지 수 336쪽 (종이책 기준)
제공 파일 ePub(31.63 MB)
어느 평범한 주부가 발로 뛰어 완성한 ‘생명의 밥상’ 보고서. 어느 날 밥상을 통해 세상을 다시 보게 된 저자는, 세상을 가치 있고 평화롭게 바꾸어갈 혁명은 부엌의 외관이 아닌 부엌에서 만들어지는 음식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저 ‘이것도 먹지 말라, 저것도 먹지 말라’고 공포심을 심어주기보다 ‘생명을 살리는 좋은 먹을거리’들을 구별하고 이것들을 먹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한다.
저자는 위험한 먹을거리는 여전히 도처에 널려 있고 사람들도 더 이상 먹을거리를 신뢰하지 않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에게는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을, 목숨을 걸고 신앙생활을 하듯 땅을 섬기는 착한 농부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먹을거리는 어디까지나 생명을 살리는 수단으로 그 가치를 존중받는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한 착한 먹을거리에 힘을 보태줄 때 밥상이 변하고, 세상이 변한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당신도 그 변화에 동참하자고 손짓한다.
책을 펴내며
1부 밥이 정말 하늘인가: 쌀, 곡식, 밀 이야기
- 매일 먹는 밥에 생활이 보인다 |
- 그 많던 쌀집아저씨는 다 어디 갔을까 |
- 어린 강아지를 잃고 제초제로부터 배운 것 |
- 유기농 쌀은 ‘함께 살기’ 위해 태어났다 |
- 쌀에서 처음 농부를 보다 |
- 쌀은 생명의 나라 계산법대로 |
- 쌀 한 톨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_ 논생물과 함께 자라는 토종벼 |
- 유기농 쌀, 정말 비쌀까 |
- 빵이 밥을 밀어내는 사이 |
- 앉은뱅이 밀 씨가 만든 희망과 기적 |
- 우리밀이 강과 바다를 살린다_ 옥천의 우리밀 |
- 모든 곡식이 잡스럽게 살아나는 게 평화 |
- 잡곡은 벌레와 새들과 나누어 먹는다_ 괴산의 잡곡농사 |
- 찾아보기
2부 제철에 난 가까운 먹을거리가 지구를 살린다
- 요즘 밥상으로 철들기 힘들다 |
- 석유가 농민을 잡아먹고 있다_ 배바우공동체와 시설재배 토마토 |
- 딸기, 오래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운다 |
- 멀리서 온 유기농보다 우리 땅 가까운 먹을거리 |
- 토종씨앗으로 밥상의 미래를 지킨다 | 자연의 섭리대로 철 따라 키운다 |
- 김장, 계절 따라 몸을 갈무리하는 지혜_ 진도의 월동무와 시래기 |
- 채소, 눈으로만 먹으면 참맛을 모른다_ 해남 참솔공동체의 노지 채소 |
- 비닐 걷고 기계도 뿌리치고 자유를 찾는 사람들 | 찾아보기
3부 육식, 덜 먹고 함께 사는 길: 소, 돼지, 닭 이야기
- 이 땅에서 고기를 먹는 일 |
- 우리가 먹는 소는 무엇을 먹고 고기가 될까 |
-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듯 좋은 고기도 등급 순이 아니다 |
- 농부 소와 더불어 사는 꿈을 이루다 |
- 소를 위해 두부 공장을 먼저 만든 사람들 | 밭을 기름지게 한 고기를 먹는다
- 돼지를 존중하면 웅취도 약이 된다 |
- 계란 한 알에도 우주가 있다 |우유는 동냥젖, 빼앗지 말고 나누어야 |찾아보기
4부 음식은 관계를 먹는 것: 우리는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
- GMO에 포위된 밥상을 걱정하며 |
- 두부를 고르며 농부를 생각한다 |
- 설탕 소비를 깊이 생각한다 |우리 농업을 살려 단맛을 찾는다 |
- 유기농업의 완성은 남과 북의 평화로부터 |
- 주부와 농부가 손을 잡으면 더 나은 세상이 |
- 착한 밥상이 건강한 밥상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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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김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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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나무, 섬으로 가다>,<한살림 큰 농부>,<어른> … 총 21종 (모두보기)
소개 :
뒤란에 밤나무가 있는 집에서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공부했고 산악잡지 기자로 오랫동안 일했다. 아이들이 태어난 다음 산기슭 아래 집을 짓고 마당에 어린나무를 심었다. 지금은 손수 심은 나무들을 떠나왔지만, 여전히 세상 나무들에 의지해 살고 있다. ≪나무, 섬으로 가다≫는 그런 나무들에 더 가까이 다가가 보려는 노력이다.
지금까지 자연과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삶의 이야기를 꾸준히 써왔으며, 지은 책으로는 ≪아이들은 길 위에서 자란다≫, ≪살림의 밥상≫, ≪외롭거든 산으로 가라≫, ≪소로우의 탐하지 않는 삶≫, ≪열두 달 야영일기≫, ≪산이 아이들을 살린다≫, ≪어른≫, 어린이를 위한 무위당 장일순 이야기 ≪좁쌀 한 알에도 우주가 담겨 있단다≫, 인농 박재일 평전 ≪한살림 큰 농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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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이 세상을 바꾼다!
쌀, 고기, 채소, 과일…
나와 우리를 살리는 올바른 먹을거리에 관한 이야기
2010년 오늘, 우리에게 ‘쌀’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
지난 9월 8일, 한 일간지에 ‘쌀 80㎏ 한가마가 12만 원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2년 사이에 가격이 20퍼센트나 폭락한 것’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쌀 소비량이 너무 많이 줄어 올해에도 엄청난 쌀이 남아돌 것이라는 점, 정부에서 쌀을 무제한 수매하기로 결정했으며 북한에 쌀을 지원하는 방안, 쌀 소비 촉진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쌀 가공식품을 개발 검토 중이라는 점 등이 기사의 주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기사는 더 이상 사람들에게 예전과 같은 충격을 주지 않았다. 인터넷에도 ‘농민들이 안됐다’, ‘오늘 저녁에는 집에서 밥을 지어 먹어야겠다’ 정도의 댓글이 달렸을 뿐, 농촌의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댓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굳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1998년 99.2킬로그램에서 2008년 75.8킬로그램으로 10년 사이에 25퍼센트나 감소’했다는 통계자료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 국민들이 예전처럼 ‘쌀(여기서 말하는 쌀은 국산쌀이다)’을 먹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다. 아침은 거르거나 빵이나 음료수로 간단하게 때우고, 점심과 저녁은 대부분 밖에서 다양한 외식 메뉴로 간편하게 해결하는 것이 보편화된 요즘 시대에 밥과 국, 찬을 곁들인 식사를 하루 세 번 꼬박꼬박 챙겨먹는 일은, 번거롭고 미련하며 시간 낭비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 드라마나 CF에서도 길거리나 사무실에서 샌드위치나 빵과 커피를 먹으며 일하는 젊은 직장인을 ‘21세기를 살아가는 경쟁력 있는 인재’로 묘사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에게 쌀은 더 이상 따뜻한 가정, 엄마의 사랑과 정성, 외할머니의 손맛이 아닌 ‘다이어트를 위해 가장 먼저 섭취량을 줄여야 하는 탄수화물 덩어리’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쌀이 처한 현실이다.
밥상으로 세상을 바꾸자!
어느 평범한 주부가 발로 뛰어 완성한 ‘생명의 밥상’ 보고서
평범한 주부가 있었다. 그는 여느 주부들처럼 집 근처 아파트 단지 입구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쌀을 배달시키며 ‘나름 괜찮은 방식으로’ 살림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1994년의 어느 날, 집에서 멀지 않은 새 도시에 대형할인점이라는 것이 생겼다. ‘신천지로 원정을 가듯’ 그곳을 찾은 날, 그는 신대륙이라도 발견한 듯 대형할인점의 매력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주말이면 신문보다 두꺼운 전단지를 비교하며 최저가 상품을 찾아내는 재미에 빠졌고, 일주일치 장을 보고 대형할인점 내 푸드코트나 주변 식당에서 외식을 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합리적인 쇼핑을 하고 가족과 행복한 시간도 보내는 경쟁력 있는 삶’을 살게 된 것을 뿌듯해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갑갑해지기 시작했다. 세상은 점점 노골적으로 ‘부자되세요’라고 유혹했고, 소득이 없는 대학생들에게까지 카드를 발급해주며 소비를 부추겼고, 대출을 받아 집을 산 뒤 몇 년, 몇 십 년 동안 갚기‘만’ 하면 누구나 내 집 마련에 성공할 수 있다고 속삭였다. 작은 마당이 있는 시골집에서 흙을 밞으며 아이들을 키우지 않으면, 도시에서 탈출하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미쳐버릴 것 같았다.
신용카드를 조각낸 그녀와 IMF 구제금융으로 구조조정이 시작되기 전 회사를 그만둔 그녀의 남편은 그렇게 도시를 떠나 경기도 광주의 작은 산골마을에 정착했다. 어쨌든 밥은 먹고 살아야 했기에 하루 네 시간씩 걸리는 출퇴근 시간을 감당해야 했지만, 정신없는 도시를 떠난 것만으로도 꽤 만족할 수 있었다.
친구들과 선후배들, 심지어 양가 가족들에게조차 ‘철없고 경쟁력 떨어지는’ 사람 취급을 받았고, 친구들이 새 도시에 남은 친구들의 아파트 값이 폭등해 엄청난 돈을 벌었다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려왔다. 그렇지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물을 댄 논에 비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풍경과, 해질녘 아이들과 강아지와 함께 논두렁을 산책할 수 있는 덕분이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스콧과 헬렌 니어링 부부, 윤구병 선생, 이대철 선생의 책을 통해 얻게 된 새로운 삶에 대한 영감도 이들 부부에게는 큰 힘이었다. 이렇게 자연과 가까워지면서 밥상에도 생각이 머물게 되었고, 우연한 기회에 ‘쌀’을 집들이 선물로 받게 되면서 ‘밥상’에 대해 진지하게, 또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밥상을 알면 알수록 도무지 안심하고 먹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밥상’이라는 말이 들어간 온갖 책들을 들춰 읽을 때마다 절대 먹어선 안 되겠다고 다짐하는 식품들이 하나둘 늘어갔다. 슈퍼마켓에서는 성분표시를 꼼꼼히 읽다가 도로 내려놓는 물품들이 하나둘 늘어갔다. 밥상을 들여다보면서 자연스레 우리 식생활이 변하게 된 역사와 경제구조들도 눈에 들어왔다. 밥상을 통해 나를 둘러싼 세상을 새롭게 공부하는 기분이었다.
6쪽, ‘책을 펴내며’에서
밥상에 숨겨진 자본의 음모에 분노했고, 인류를 불행하게 만든 먹을거리를 저주했던 주부는, 하지만 농부들을 만나면서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진실을 알게 될수록 절망과 증오가 넘쳤지만 땅에서 씨를 뿌리는 사람을 만나면 새로운 희망이 솟았다. 그것이 씨앗의 힘이라는 것도, 농부들의 땀방울이 세계를 지배하는 거대 기업의 자본과 맞서 싸우는 눈물이라는 것도, 우리 눈에는 고단하고 불쌍해 보이지만 정작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행복한 이들은 씨 뿌리는 사람들이라는 것도, 농부들을 만나면서 깨달았다.
《살림의 밥상》은 이렇듯 밥상을 통해 깨달은 현실과 농부들과의 만남을 통해 발견한 희망을 정리한 책이다. 위험한 먹을거리는 여전히 도처에 널려 있고 사람들도 더 이상 먹을거리를 신뢰하지 않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에게는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을, 목숨을 걸고 신앙생활을 하듯 땅을 섬기는 착한 농부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차라리 아이를 굶기라’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먹지 않고 살 수는 없는 일, 그렇다면 ‘이것도 먹지 말라, 저것도 먹지 말라’고 공포심을 심어주기보다 ‘생명을 살리는 좋은 먹을거리’들을 구별하고 이것들을 먹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길이 보다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주부로서 다소 부끄러울 수도 있는 개인의 살림 이야기를 솔직하게 드러낸 것은, 내 가족이 먹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진정한 밥상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진도, 아산, 괴산, 눈비산마을, 옥천 등 전국을 누비며 농부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까지 담은 것은,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정부의 지원은커녕 있는 재산까지 날려가며 땅과 뭇 생명을 살려온 그들의 삶과 생명의 먹을거리를 혼자만 알고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생활의 근본인 밥상이 바뀌지 않으면 현실을 너무 쉽게 잊고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기농 농부들을 찾아다녔다. 목숨을 걸고 생명의 농사를 짓고 있는 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갔다. 그렇게 진도, 괴산, 옥천, 해남 등 전국을 누비며 완성한 이 책에 생명을 살리는 밥상, 하늘과 땅, 강과 바다, 산과 논과 들판, 동물과 지구 반대편의 가난한 이웃들까지 살릴 수 있는 밥상을 어떻게 하면 차릴 수 있는지 담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서 제안하는 ‘생명의 밥상 차리기’에 동참한다면, 분명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믿으면서.
생명의 밥상 차리기 하나, 어떤 밥을 먹어야 할까?
- 쌀과 잡곡, 밀에 관하여
“글쎄, 얼마나 먹지? 요새는 가까운 생협 매장에 가서 작은 포장으로 하나씩 사 오는데, 그게 몇 킬로그램이더라?”
“가끔 누가 무슨 쌀이 맛있다고 하면 그걸 고르기도 했는데, 큰 차이를 모르겠더라.”
“그런데 생협 매장에 가도 사람들이 유기농 쌀은 잘 안 사는 것 같아. 사람들도 쌀은 그냥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런지 별로 안 따지고 먹는 것 같은데…….”
19~20쪽, ‘매일 먹는 밥에 생활이 보인다’
‘어떤 쌀을 먹고 있는가?’ 이 질문은 단순하지만,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라는 말의 의미를 곱씹어보면 쌀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어떤 쌀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저자의 조사에 의하면, 아직까지는 20킬로그램 단위로 쌀을 구입하는 가정이 전체 가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 수치는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우리 국민들이 쌀을 구입하는 기준은 맛 > 가격 > 안정성 순이다.
자신이 구입하는 쌀이 몇 킬로그램인지도 정확하게 모를 만큼, 사람들은 쌀에서 멀어져 있다. 건강을 위해 유기농 쌀을 구입한다고 하지만 저농약과 무농약, 전환기유기농, 유기농의 차이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도 드물다. 그저 인증마크가 붙어 있으면 안심하거나, 다른 것보다 비싸면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뿐.
그렇다면 유기농 쌀은 다른 쌀과 무엇이, 얼마나 다를까? 저자는 자신이 조합원으로 있는 생협에서 주최한 ‘논 생태교육’과 ‘현장교육’에 참가하고 나서 그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가 먹는 밥 한 그릇에는 3,000알~4,000알의 쌀알이 있는데 이것은 벼 세 포기에서 나오는 낟알의 수라고 한다. 이 벼 세 포기가 자라는 논의 면적은 대략 0.15제곱미터, 이 작은 공간에 무수한 생명이 살고 있다. 물벼룩 5.093마리, 투구새우 4마리, 올챙이 35마리, 풍년새우 11마리, 깔다구 168마리가 벼 세 포기, 즉 밥 한 그릇과 공존하는 개체수라고 한다.
57쪽, ‘쌀 한 톨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쌀 한 톨의 무게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벼 세 포기가 자라는 공간에 살고 있는 수많은 뭇 생명을 위해 남들은 친환경이라고 주장하는 오리와 우렁이조차 거부한 채(오리농법과 우렁이농법이 친환경적이기는 하지만, 이들이 다른 생명체를 먹이로 삼기 때문) 손으로 벌레를 잡고 피를 뽑으며 농사를 짓는 이들. 이들이야말로 생명을 살리는 농부들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게 농사를 지어도 ‘유기농 쌀은 비싸다’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막상 비교를 해보면 유기농 쌀과 일반 쌀의 가격 차이는 몇 천 원에 불과하고, 100그램당 가격으로 비교하면 40원이 채 되지 않는다(64쪽, ‘유기농 쌀, 진짜 비쌀까?’ 참조).
더 큰 문제는 ‘일반 쌀 먹어도 안 죽는다’며 우리가 계속 값싼 쌀을 찾는 동안 힘없고 늙은 농민들이 하나둘 논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는 것. 예순 살 농민이 동네에서 ‘젊은이’ 축에 속한다는 농촌의 현실을 감안하면, 우리 부모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언제까지 살아남아 벼농사를 계속할 수 있을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쌀 종주국 필리핀이 무너지게 된 경위를 생각한다면, 폭락하는 쌀값과 추수 때마다 울분을 토하며 논을 갈아엎는 농부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농부들을 살려야 하니 삼시 세 끼 쌀밥만 먹자’고 주장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빵이 제2의 주식이 된 오늘날의 식생활과, 건강을 위해 점차 많은 사람들이 잡곡밥을 선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밀은 어떨까? 사실 비싸도 우리밀 제품이라 믿고 산다는 소비자들은 있지만, 우리밀이 왜 비쌀 수밖에 없는지 궁금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은 많지 않다. 정말, 우리밀은 도대체 왜 비싼 걸까?
분식장려운동으로 자란 세대인 저자는 빵이 밥을 밀어내고 우리의 또 다른 주식으로 자리 잡게 되는 과정에서 수입 밀이 우리 농가의 밀을 어떻게 깡그리 사라지게 만들었는지, 정부가 왜 그런 일을 주도했는지, 그 결과 우리 농촌이 어떻게 피폐해졌고, 평범한 농민들이 우리밀을 되살리기 위해 얼마나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는지를 밝히고 있다. 쌀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나라에서 강제로 혼분식 장려정책을 펼치고, 특정 요일에는 쌀로 요리한 음식 판매를 금지시키고, 쌀밥을 먹는 집은 촌스럽고 빵을 먹는 것이 세련된 선진국민이 되는 길인 양 국민들을 세뇌시킨 이유가 우리나라에 쌀이 부족한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넘쳐나는 밀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던 미국’을 위한 정책이었던 것이다.
1954년 통과된 PL480 원조법은 ‘평화를 위한 식량’법이라 불리며 미국에 남아도는 농산물을 원조 형식으로 처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 그중에서도 밀은 철저하게 우리 국민의 식성을 개조하고 농업구조를 바꾸도록 한 일등공신이다. … 결국 배고픈 우리 국민들이 미국에 남아도는 밀가루를 먹어치우고 정부는 원조 밀가루를 판 수익금을 고스란히 주한미군을 부양하고 미국 무기를 사들이는 데 써야 했다.
81쪽, ‘앉은뱅이 밀 씨가 만든 희망과 기적’
이렇듯 정부 주도하에 이루어진 ‘수입밀먹기장려운동’으로 우리밀이 사라져버렸다면, ‘우리밀살리기운동’을 벌인 것은 평범하고 힘없는 보통 사람들이었다. 저자는 우리밀 1킬로그램을 소비하면 밀밭 3.3제곱미터가 늘어나고 산소 2.5킬로그램이 생겨난다는 사실을 알고서, 우리밀이 수입 밀보다 비싸지만 우리밀을 구입함으로 인해 우리가 마시는 산소가 늘어나고, 수입 밀을 국내에 들여와 밀가루로 가공하기까지 들어가는 석유와 화학약품을 생각하면, 눈에 보이는 가격만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잡곡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잡곡밥을 먹는 인구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고기나 김치의 원산지는 따져도 식당이나 급식업체에서 제공하는 그 많은 잡곡이 어디서 왔는지 따져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사실 우리나라의 잡곡 자급률은 10퍼센트 내외. 자급률이 가장 높은 조, 수수 등도 9.7퍼센트에 불과하고 옥수수는 고작 1퍼센트밖에 되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쌀을 주식으로 삼았던 우리 민족이 쌀을 지키려는 노력은 기울여도 잡곡에까지 관심을 기울일 여건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차조의 경우, 종자를 찾기 위해 전국을 뒤지다 제주도에서 겨우 구할 수 있었다고 하니105쪽 참조, 이제라도 사람들이 잡곡을 주목하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 같다는 저자의 주장은, 잡곡을 ‘잡것’으로 치부했던 우리의 지난날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든다. 하지만 무농약이나 유기농은 고사하고 국산 잡곡을 구경하는 것조차 힘든 것이 현재 상황이니 쌀농사, 밀농사보다 훨씬 힘들다는 잡곡농사를 튼튼하게 뿌리 내리게 하는 길 역시 소비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된다.
생명의 밥상 차리기 둘, 어떤 과일과 채소를 먹어야 할까?
- 제철에 난 가까운 먹을거리로 지구를 살리기
싱싱한 쌈채소와 오이, 토마토, 딸기 등을 사시사철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축복일까? 매스컴에서 ‘귀농해서 부자가 됐다’고 소개하는 부자 농부들의 대부분은 유리온실이나 비닐하우스에서 채소나 과일을 재배하는 젊은 사람들이다. 이를 두고 “세상 좋아졌다”, “나도 귀농해서 농사나 지어볼까?”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자는 이런 현실을 두고 “오히려 제대로 철들기 어려워진 세상”이라고 말한다.
흔히 유리온실이나 비닐하우스는 연중 내내 일정한 습도와 온도를 유지해주어 농민들이 날씨 피해 없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도와주는 ‘착한 조력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전에 이들 시설이 석유를 ‘젖줄’삼아 유지되고 있고, 대한민국이 석유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임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비닐하우스에서 자라는 신선한 채소류는 시장에 내놓는 시기에 따라 가격변동이 심하다. 시세를 파악해 제때 출하하지 못하면 언제든 가격이 폭락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남들보다 출하시기를 앞당기려고 비닐하우스 온도를 높일 수밖에 없고, 연료비와 촉성재배를 위한 비료와 농약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총 생산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농민들에게 자연과 교감하는 지혜보다 하우스 시설을 잘 관리하고 시장상황을 예측하고 이에 대응하는 사업가적 자질이 더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127쪽, ‘석유가 농민을 잡아먹고 있다’
그렇다면 왜 농민들은 이러한 부담을 감안하면서까지 시설재배 농사로 몰리게 된 것일까? 단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서일까? 책은 우리 농가에 비닐하우스가 늘어나게 된 시기가 ‘1990년대 이후 우루과이라운드와 WTO 체제의 출범으로 우리 정부가 쌀을 포기하면서부터’라고 지적한다. 농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각종 농업구조 개선정책을 쏟아내면서 늙은 소농들은 도태되도록 만들고, 여력이 있는 농민들에게는 고수익을 보장할 수 있다며 시설원예농업에 뛰어들도록 부추긴 것이다.
결국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과 시도 때도 없이 먹고 싶은 것을 먹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욕심이 우리 농민들을 ‘석유가격’의 늪에 빠뜨린 것이다. 과일과 채소에 저마다의 ‘제철’이 있다는 것은, 때가 될 때까지 참고 기다려달라는 자연의 뜻은 아닐까.
그래서 저자는 생명의 속도대로, 자연의 섭리대로 철 따라 키운 농산물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되, 농작물 가격 폭락으로 멀쩡한 밭을 갈아엎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너도나도 나서서 김치도 한두 포기 더 담그고 과일 선물도 많이 해서 농가에 부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우리가 이듬해에도 지속적으로 안정된 가격으로 국산 농산물을 사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재배되지 않아 ‘제철’이 없는 수입 농작물의 경우는 어떨까. 저자는 바나나, 파인애플 같은 수입 과일을 먹기 전에 이 과일이 생산지에서 우리나라까지 오게 된 경위를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13.3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전용선으로 농장에서 가정까지 2주 만에 안전하게 배달’된다는 돌Dole 사의 수입 유기농 바나나가 우리 밥상에 놓이기까지는 첫째, 바나나가 익기 전에 수확한 다음 둘째, 빨리 익지 않도록 성장억제처리를 한 다음 셋째, 돌 사의 전용선으로 한국까지 원거리 수송을 마친 뒤 넷째, 바나나가 다시 빨리 익도록 약품 처리를 하게 된다. 비록 바나나 자체의 품질만을 생각한다면 안전할 수도 있지만, 바나나 하나를 먹기 위해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면, 바나나만큼 영양이 풍부한 우리 과일로 대신해서 농가와 자연도 함께 살리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가까운 먹을거리를 선택하는 것은 우리 곁에서 농사짓는 농민의 생활을 보장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내 몸과 같이 호흡하며 자란 지역의 농산물로 건강을 지키고, 화석연료를 태워 멀리서 이동해온 농산물이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를 줄여 지구 생태계의 건강도 함께 살리는 일이다.
142쪽, ‘멀리서 온 유기농보다 우리 땅에서 난 가까운 먹을거리’
생명의 밥상 차리기 셋, 어떤 고기를 먹어야 할까?
- 소와 돼지, 닭에게 덜 미안한 고기를 먹기
고기만큼 사람들이 열광하는 음식이 또 있을까. 고기 집마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저녁마다 사람들로 넘쳐나고, MT나 휴가를 가도 장을 볼 때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이 고기와 술이다.
물론 잡식 동물인 인간이 고기를 좋아하는 것은 본성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고기가 많은 문제를 초래하는 것을 보면 ‘차라리 안 먹고 마는 게’ 속 편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을 때까지 고기를 전혀 입에 대지 않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다. 환경과 기아문제까지 생각해서 완전 채식주의자vegan가 되지 않는 한, 고기를 직접적으로 먹지는 않더라도 우유나 버터 같은 동물성 식품이나 다시다 같은 조미료에 든 고기 성분까지 피하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왕 먹을 고기라면 ‘당사자인 고기에게 덜 미안하게’ 먹자고 제안한다. 책에는 소, 돼지, 닭뿐 아니라 달걀과 우유도 그들의 주인인 닭과 젖소에서 덜 미안하게 먹는 방법이 소개돼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정상적으로 기른 고기를 먹는 것이다. 살을 찌우기 위해 한 발자국 움직일 수도 없는 우리에 갇혀 자라는 소가 아닌, 단지 인간의 입맛을 위해 여물이 아닌 곡물을 강제로 먹으며 자란 소가 아닌, 고기가 질겨진다는 이유로 거세당하고 뿔이 잘린 소가 아닌,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꼬리가 잘리고 이가 뽑혀 나가는 돼지가 아닌,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니라 짐짝 취급을 받으며 항생제로 간신히 목숨만 연명하는 돼지가 아닌, 부리와 발톱이 잘린 채 24시간 알 낳는 기계로 살아야 하는 닭이 아닌 고기를 말이다. 자기 자식 키우듯 소와 돼지와 닭을 기르는 농부들의 고기, 먹어야 할 것을 먹고, 움직여야 하는 만큼 움직이고, 타고난 본성 그대로 살다가 최대한 고통을 덜 주는 방법으로 도축된 유기축산물을, 필요할 때만 조금씩 먹는 것이다.
아산의 사례를 통해 고기를 가치 있게 먹는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예 고기를 끊지 않는다면 절제해서 먹되, 기왕 먹는 것은 우리 유기농업을 응원하도록 하자. 논밭에 돌려줄 퇴비를 보태고, 농사 부산물이 소의 사료가 되는 그 순환고리 안에서 덜 미안한 고기를 먹자는 말이다.
236쪽, ‘밭을 기름지게 한 고기를 먹는다’
한편, 우리나라에도 건강과 환경을 위해 채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달걀과 우유 앞에서는 유난히 관대한 경우가 많다. 1970년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의 1인당 연간 달걀 소비량이 77개였던 것이 지금은 200여 개로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는 점, 생명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생협에도 우유를 공급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친다는 점, 우유와 버터, 계란이 필수인 빵과 과자, 케이크 같은 디저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날로 커져간다는 점만 보아도 우리 국민들의 달걀과 우유 소비량을 짐작할 수 있다. 두 식품 모두 ‘가격 대비 저렴하면서도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자 ‘완전식품’으로 기억되고 있다는 것도 소비를 촉진시키는 요인이다.
하지만 저자가 만난 농부들은 정작 자신이 양계업을 하면서도 우리 국민들의 지나친 달걀 소비와 우유 소비를 걱정하고 있었다. ‘지금처럼 자급의 한계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고기와 달걀을 많이 먹는 현실이 바뀌지 않으면 1970년대 초의 사료파동과 같은 위기가 언제 또 축산, 양계 농가를 덮칠지 모른다’는 것이다.
계란농사를 짓는 사람이 닭고기와 계란 소비가 과하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우리 농업과 밥상이 얼마나 위태로운 기반 위에 놓여 있는지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256쪽, ‘계란 한 알에도 우주가 있다’
분명한 것은 매일 퉁퉁 불은 젖을 하루에 두 번씩 차가운 기계로 짜내는 젖소의 몸뚱이는 태생적으로 새끼를 먹일 젖보다 많은 우유를 짜내도록 개량한 ‘우유공장’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새끼를 낳아야만 젖이 나오는 것은 여느 소와 똑같다. 제 새끼 먹일 젖을 인간들이 빼앗으니 결국 송아지는 초유 정도만 겨우 먹고 일찌감치 어미에게서 떨어져 사료를 먹을 것이다. 그 송아지가 자라 다시 인간을 위해 임신을 하고 젖을 짜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엄격한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도 마음이 무거워진다.
264쪽, ‘우유는 동냥젖, 빼앗지 말고 나누어야’
더 간소하고 보다 절제된 밥상을 차리되, 꼭 필요한 경우에 건강한 고기와 그 부산물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먹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의 밥상에 가장 필요한 지혜라는 저자의 주장은, 일상적으로 고기반찬을 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생각해봄 직하다.
생명의 밥상 차리기 넷, 어떤 가공식품을 먹어야 할까?
- 음식을 통해 ‘관계’와 ‘정’을 나누기
우리가 시장에서 직접 장을 봐 요리를 한다 해도, 조선시대처럼 직접 농사짓고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는 시대가 아닌 이상 현대인은 가공식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두부가 그렇고 콩나물이 그렇고 된장, 간장, 고추장, 설탕, 소금 등 각종 조미료가 그렇다.
그렇다면 이런 가공식품이 바뀌면 세상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그런 마음으로 밥상을 들여다보며 GMO 농산물을 거부하고, 굶어 죽어가는 북한 동포들을 생각하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돕는 세상을 기대하고, 언젠가는 내가 먹을 것들 대부분을 직접 농사짓는 꿈을 꾼다.
나는 한 번도 수입 콩을 직접 사본 일은 없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수입 콩 그대로를 사본 일은 없을지 몰라도 이미 수많은 가공식품으로 만들어진 엄청난 양의 수입 콩을 먹어왔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쓰이는 콩은 모두 160만 톤이다. 이 가운데 식용으로 40만 톤, 가축사료와 가공식품 원료로 120만 톤이 쓰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심고 수확한 콩은 고작 13만 톤에 지나지 않는다.
268쪽, ‘GMO에 포위된 밥상을 걱정하며’
‘콩쥐와 팥쥐’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한국인의 밥상에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콩. 하지만 국산콩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전 세계 GMO 작물 가운데 콩의 생산량이 가장 많으며, 지난 한 해에만 무려 90만 톤, 4억 달러가 넘는 GMO 콩이 우리나라에 수입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두부건 콩나물이건 두유건 장류건 간에, 무엇 하나 안심하고 먹을 수 없다. 설령 GMO 콩의 안정성이 입증된다 해도,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노동자들이 보호 장비 하나 없이 농약을 비처럼 맞아가며 생산한 GMO 콩이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밥상에 제일 먼저 오를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GMO 농작물을 찬성할 수가 없다.
하지만, 요리를 하면서 반드시 써야만 하는 가공식품에 GMO 농산물이 들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걱정을 해결해준 곳이 경기도 화성의 화성한과였다. 다양한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이 업체는 GMO 농산물은 아무리 적은 양도 절대 허용하지 않고, 모든 재료를 국산 농산물, 그중에서도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우리 쌀의 소비를 늘릴 방법을 고민하면서 세워진 기업이다. 저자는 이곳을 방문하고 나서 직접 농사를 짓지 않고도 농부들을 도울 수 있는 더 큰 방법을 알게 되었다며, 시장과 경제의 논리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관계의 가치’를 다시금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유기농 쌀로 만든 조청을 무농약 쌀로 만든 조청 가격으로 받아먹는 것. 이런 것을 시장과 경제의 논리로만 바라본다면 바보들이라 비웃을 것이다. 협동조합의 경제학은 이렇듯 돈보다 관계의 가치를 높이 산다. 이런 관계의 힘은 한쪽이 어려울 때는 손해를 감수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서로 돕는 두레 정신은 당장 손해를 보는 순간이 있는 것 같아도 길게 보면 모두가 고루 호혜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304쪽, ‘우리 농업을 살려 단맛을 찾는다’
저자는 생협이 중시하는 이러한 관계의 가치가 남북 관계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우리가 굶주리는 북한 동포들을 돕는 일을 망설이는 사이 외국 거대 곡물기업들의 손길이 북에 먼저 닿는다면, 미국이 이라크 땅을 GMO 종자시험장으로 바꾸어버렸듯이 북한 땅에도 GMO 씨앗이 뿌려질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남아도는 쌀로 명품 막걸리와 고급 쌀 가공식품을 만들어 먹으면서 북한 동포들에게 GMO 옥수수를 사서 지원한다면, 그것이 과연 사람의 도리인지를 묻는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대통령도 미국 원조기관의 GMO 옥수수 원조를 거부한 바 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아프리카가 미국 잉여 농산물의 쓰레기장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그런 쓰레기를 사다가 동포를 돕겠다니.
312쪽, ‘유기농업의 완성은 남과 북의 평화로부터’
이처럼 밥상을 통해 세상을 다시 보게 된 저자는, 세상을 가치 있고 평화롭게 바꾸어갈 혁명은 부엌의 외관이 아닌 부엌에서 만들어지는 음식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식재료를 사면서 지불하는 돈이 그것을 길러낸 사람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그가 지속적으로 좋은 먹을거리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쓰이기를 바란다. 먹을거리를 정치적 거래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대상으로 보지 않는, 밥이 무기가 되지 않는 세상, 먹을거리는 어디까지나 생명을 살리는 수단으로 그 가치를 존중받는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한 착한 먹을거리에 힘을 보태줄 때 밥상이 변하고, 세상이 변한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당신도 그 변화에 동참하자고 손짓한다.
오늘 저녁 퇴근길, 당신은 어떤 먹을거리를 구입할 것인가? 그것이 세상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하늘과 땅, 강과 바다, 산과 들, 동물과 식물,
지구 반대편의 이웃까지 살피는 살림의 밥상 차리기
∵ 우리 곁에 사는 농부가 자연의 섭리대로 기른 제철 농산물 먹기
∵ 육식은 가능한 줄이고, 생명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기른 고기 먹기
∵ 거대 자본의 수입 유기농 대신 우리 땅을 살리는 국산 유기농 먹기
∵ 농부들이 우리 땅에서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먹기
∵ 유전자를 조작하지 않은 안전한 씨앗으로 기른 농산물 골라 먹기
∵ 유기농산물은 밥상과 농업을 지키는 보험료라는 생각으로 제값을 치르기
∵ 대형할인점보다 재래시장,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돕는 생활협동조합 이용하기
∵ 먹을거리가 밥상 위에 오르기까지 쓰이는 에너지를 생각해보기
∵ 식품첨가물 없이 단순하게 만들고 쓰레기가 적게 나오는 가공식품 먹기
∵ 내가 고른 먹을거리가 얼마나 많은 생명과 관계를 살리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보기
∵ 성장촉진제로 크고 빠르게 기른 과일 대신 생명의 속도대로 햇빛 충분히 받고 자란 과일 먹기
davidu 2010-12-07
읽고나서 한살림에 가입했다. 먹고사는건 밥상에서 시작된다. 관심있는분 읽독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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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먹거리를 반성하게 해준 책
hanka521 2010-12-02
15년을 주부로 살았지만
이책을 통해 이제 더이상 손가는대로 밥상을 차려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어느 농부의 말씀
농약통 들고 밭에 나갔다가 순결한 처녀 몸에 약을 치는 것 같아 차마 못 치고 그냥 돌아왔다는 말
이 나에게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안심하고 먹을수 있도록 많은 땀을 흘리고 있는 이책의 농부님들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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