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23

[한반도가 경제다 ③]“통일대박론, 일제 만주국 개발 방식…약탈적 경협을 넘어야” - 경향신문



[한반도가 경제다 ③]“통일대박론, 일제 만주국 개발 방식…약탈적 경협을 넘어야” - 경향신문
한반도가 경제다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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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대박론, 일제 만주국 개발 방식…약탈적 경협을 넘어야”


이만열 아시아인스티튜트 이사장이 지난달 20일 서울 정동길에서 가진 인터뷰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김지환 기자2019.01.16 06: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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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열 이사장의 ‘제대로 된 북한 발전계획’

“북한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담론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봅니다. 또 다른 통일대박론에 불과합니다. 경협의 이익은 먼저 남북한 주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미국 하버드대 언어문화학 박사 출신으로 한국의 ‘선비정신’에 주목한 이만열(55·미국명 이매뉴얼 페스트라이시) 아시아인스티튜트 이사장. 한국 국적까지 취득한 그가 최근 ‘제대로 된 북한 발전계획’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시민 공동체 고려 안 한 개발은 빈곤한 북한 주민들 대신 국제 투자자들만 혜택 볼 것



이 이사장은 지난달 경향신문과 만나 “북한의 풍부한 광물자원,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빠른 부를 창출하려는 ‘약탈적인 경협’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통일대박론의 뿌리를 일제의 만주국 개발에서 찾았다. 그는 “한반도 신경제나 동북아 경제공동체 주장은 이런 약탈적 대박론부터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북한 발전계획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나.


“2007년 한국에 와서 북한 이야기는 안 했다. 그러나 최근 문재인 정부 들어 나오는 북한 자원 개발, 값싼 노동력 활용 등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담론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다. 남북이 같이 발전소를 짓는다는 아이디어도 나오는데 신재생에너지가 아니라 석탄화력발전소를 염두에 두는 것 같아 실망했다. 미세먼지가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은 안 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 한반도 신경제구상, 통일경제특구, 동북아 철도공동체 등 논의가 활발한데.


북한까지 남한식으로 개발하면 안된다. 남한의 상황도 심각한데 남한 제도를 북한에 도입한다는 것이 우려스럽다. 남북경협은 당연히 해야 하지만 대기업 중심이 아니라 남북 시민사회 간 협력 방식으로 가야 한다.


- 문재인 정부도 북한 개혁·개방 시 경제적 이익을 강조한다.


“1935년 일제가 만주를 개발하면서 조선과 만주국은 하나라는 ‘조만일여(朝滿一如)’를 강조하며 통일을 시키려고 했다. 조선총독부에서 이를 발표하고 신문 기사에도 나오고 했다. 실제로 남한 부자들이 그 당시 만주에서 돈을 많이 벌었다. 거기에서 공장도 운영하고 개발했다. 하지만 평범한 만주 사람들 삶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시민공동체를 고려하지 않는 모델인 만주개발론은 통일대박론과 본질적으로 유사하다.”


- 문재인 정부가 이런 역사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조만일여, 통일대박론 같은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빈곤한 북한 주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대신 국제 투자자들이 혜택을 보는 ‘약탈 경제’ 계획은 지양해야 한다.”


마을 중심의 나눔 전통 살려
협력적 경제·사회 만들어야


- 북한이 가야 할 제3의 길, 대안적 발전 모델은 무엇인가.


“지금 남한이 생각하는 경제는 일본식 경제다. 성장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여기는 게 많다. 원래 경제란 표현은 ‘경세제민(經世濟民)’이란 유교사상에서 나온 게 아닌가. 수많은 한국인들은 경제 분야에서 잘해 성과를 내고 기부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제3의 길은 협력적인 경제와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고유의 경제공동체 의식을 살리고 마을 중심의 나눔 전통을 살리고 현재 전 세계적으로 부상하는 커먼스(Commons·공동체의 규칙에 따라 자원을 공동으로 이용·관리하는 것) 사상을 수용하면 된다.”


- 남북 협력도 이런 방식으로 가능한가.


“충분히 가능하다. 많은 사람이 토론하면 충분히 제3의 협력 방식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사실 대북 제재는 어떻게 보면 북한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다른 대안을 고민하는 시민사회에 적용되고 있다. 남한 정치인, 경제인은 남북정상회담 수행원 자격으로 북한에 가기도 하는데 다른 협력을 구상하는 사람들은 가지 못한다.”


- 올해 상반기 북한 발전계획 관련된 책을 낸다고 들었다.


“1935년 만주 상황과 현재를 비교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중요한 지점이 빈부격차 문제다. 1980년대 미국 남부의 보수적인 주에선 노조를 말살하는 법률이 있었다. 최종 목표는 남부가 아니라 북부였다. 이와 비슷하게 북한에 적용한 나쁜 정책을 남한에서 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 노동자의 임금이 낮으니 남한 최저임금도 내리자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잘못된 개발이 남한 시민에게도 영향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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