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에서 하나님으로
서울 선교사들의 하님 사용
서울에 온 북미 선교사들은 이수정이 일본에서 채택한 신(神)을 포기했다. 한국에서는 귀신으로 오해했기 때문이다. 대
신 로스의 하나님을 수용하되, 서울 표기인 '하님'을 사용했다. 그 배후에는 1882년에 발간한, 한국에 대한 선교사들
의 교과서와 같았던 그리피스의 Corea the Hermit Nation가 있었다. 이 책에는 레그의 상제설이 소개되고 한국에서
도 비슷한 유일신명이 존재한다는 언급이 있었다.
그러나 언더우드는 '하님'이 다신교인 무교의 최고신이므로 배격하고 천주를 선호하면서 상주나 천부 등의 용어를 실
험적으로 사용했다. 그는 가톨릭, 성공회, 개신교가 함께 천주를 쓰면 교회 연합에 유리하다고 보았다.
반면 다른 선교사들은 점차 '하님'으로 의견일치를 보았다. 1895~1904년 10년간의 "텬쥬(천주)냐 하님이냐" 논
쟁은 게일이 하늘의 어원에서 하늘(天)과 한(大)과 한(一)을 찾아내고, 헐버트가 단군신화에서 환인은 성부, 성령 환웅
과 웅녀 사이에 태어난 단군은 신인으로 성육신한 성자에 유비된다는 삼위일체론적 해석을 제시하면서 전환이 이루어
졌다.
언더우드도 한국의 건국신화들을 연구한 결과 고대 한국에 계시로 주어진 '하님'에 대한 원시 유일신 신앙이 있었고,
현재 그 흔적이 남아 실천되고 있다는 주장을 수용하게 되었다. 천주를 주장하던 유일한 선교사였던 언더우드가 1904
년 경 '하님'을 수용하자, 한국 개신교 안에서는 더 이상 용어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새 용어 하님 하나님
결국 1905년 전후에 만들어진 용어 '하ㄴ.님'은 (1)일제의 보호국으로 전락하던 국가 위기에 등장한 단군 민족주의를
촉매로 하여 (2)단군신화에 녹아 있던 원시 유일신 신앙이라는 신화적 요소와 (3)'하늘'의 초월성+'한'의 위대성+'하
나'의 유일성의 의미를 지닌 새로운 어원에 대한 해석학적 요소가 합금된 새 용어였다. 이 '하님' 신앙으로 다신론인
일본 국가 신도와 투쟁하면서 독립국가를 수립하려던 노력이 일제강점기에 있었던 기독교 민족운동이었다.
동시에 이때 개정철자법이 논의되면서 게일 주시경 윤치호 등은 아래 아를 없앤 간단한 맞춤법을 지지했는데 개성 한
영서원 교장 윤치호가 편판한 <찬미가>1908에 실린 애국가를 보면 하나님을 사용하고 있다 출판된 첫 애국가에 사
용된 하나님은 바로 新용어로서의 하님이었다
4/1/2019 하느님에서 하나님으로 이후 '하님'이 철자법 개정으로 '아래아'를 없앨 때 '하나님'으로 표기되었다. 그러나 이 하나님은 단순히 '하나+님'이
아니라, 하늘의 초월성과 위대성이라는 토착성, 개신교의 유일성이라는 정체성, 민족운동이라는 역사성이 결합한 한국
기독교 특유의 용어였다. 이런 새 용어를 토대로 기독교가 급성장했다.
개신교의 하나님을 대종교가 빌려 감
기독교가 대종교의 하느님을 훔쳤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1990년대에 대종교나 일부 민족종교 단체에서 하나님이
나 하느님이 한국인과 자신들의 고유한 신 이름인데, 개신교가 이를 도용하고 표절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러나 오
▲ 처음 나온 한글 구약전서 (1911) 첫 페이지 . 1905 년경에 확정한 이 하 ㄴ . 님은 5 중의 의미를 지닌 새로운 개신교 용어였다 .
4/1/2019 하느님에서 하나님으로 히려 1910년 전후에 민족종교들이 근대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일신 '하님'을 개신교로부터 빌려 갔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개신교의 '하님은 한국 고유의 '하느님'과 차별성을 가지는 용어였다. 이것과 관련된 한 해프닝은
1994년 세계인류성도종에서 제소한 '하느님의 명칭 도용 및 단군성조의 경칭 침해 배제 청구' 건이었다. 재판은 <개역
한글성경>의 저작권을 가진 대한성서공회의 승소로 마무리되었다.
당시 성서공회는 위에 설명된 하나님의 5중 성격을 잘 밝히지 않았음에도 승소했다. 그만큼 하나님은 개신교의 하나님
이 되어 있었고, 한글 성경의 하나님은 1880년대부터 저작권을 가진 성서공회 출판물에 채용한 용어였기 때문이었다.
재정리하면 현재 사용하는 하나님은 고유명사(이름)가 아닌 일반명사(새 용어)이다. 고유명사 하느님은 개신교가 세례
를 주어 새로운 용어로 중생했다. 토착 신명인 '하느님'에게 준 세례의 물에는 한국 고대인의 원시 유일신론(로스, 그리
피스, 언더우드 등), 단군신화의 삼위일체론적 해석(헐버트), 유일신론적 어원 해석(게일), 단군 민족주의(주로 평양의
개신교인들)가 용해되어 있었다.
그 결과 하나님은 1905~1910년 어간에 5중성을 가진 용어로 거듭 태어났다. 곧
△ 토착성: 하늘에 계시는 거룩하신 창조주요 만인에게 해를 비추시고 비를 내리시는 자비의 하나님이시다.
△ 원시 유일성: 한국인들이 태고 때부터 섬기고 기도해 온 고유의 최고신이시다.
△ 삼위일체성: 하나님과 그의 영과 한국인의 시조인 단군의 관계 속에 계신 하나님이시다.
△ 어원적 유일신: 한없이 크신 하느님으로 天/大/一의 속성을 가지신 하나님이시다.
△ 역사성: 위대하신 하나님은 1905년부터 일제 식민주의와 신도의 다신주의와 대항한 단군 민족주의의 하나님이시
다.
ⓒ 옥성득 201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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