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1

'비정규 강사 투쟁' 상징 고대 텐트 8년만에 철거…기림판 세워



'비정규 강사 투쟁' 상징 고대 텐트 8년만에 철거…기림판 세워

'비정규 강사 투쟁' 상징 고대 텐트 8년만에 철거…기림판 세워
2019-12-20 17:31 송고 | 2019-12-20 17:35 최종수정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정윤미 기자

"학생들 없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해…희망과 에너지 받았다"
"기림판을 세운 목적은 추억 때문 아냐…민주광장 의미 재정의"


20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 민주광장에서 김동애·김영곤 강사를 비롯한 고려대 학생들이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해 설치했던 텐트를 철거하고 있다.2019.12.20/뉴스1 정윤미 기자 © 뉴스1



비정규직 강사 차별 해소를 위해 지난 2012년부터 고려대 내에 설치됐던 텐트가 8년여 만에 철거됐다. 텐트가 있었던 민주광장에는 텐트 대신 '강사 투쟁' 기림판이 세워졌다.

고려대 총학생회와 김동애·김영곤 강사는 20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캠퍼스 민주광장에 모여 함께 텐트를 철거하고 '민주광장 강사 투쟁 기림판' 제막식을 진행했다.

해당 텐트는 지난 2012년 김동애·김영곤 강사가 강사 처우 개선과 강사법 시행을 요구하며 고려대 본관 앞에 처음 설치했다. 이후 2013년 민주광장으로 옮겨온 뒤 학부생과 대학원생, 강사 등이 모여 강사법 시행에 대해 논의하는 장소로 사용됐다.

김동애 강사는 "저는 20년, 김영곤 강사는 13년을 싸워왔다"며 "학생들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다. 특히 고려대 학생들은 우리에게 희망과 에너지를 줬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대학은 강사들이 바꾸기 어렵다. 학생들이 바꿔야 한다"며 "대학을 제대로 바꾸는 일은 강사들도 해야 하지만 학생들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함께 텐트 투쟁에 참여했던 황민용 학생(고려대 사회학과 18학번)은 "텐트가 있었던 공간은 강사법 시행이라는 한 단어로 끝나지 말아야 한다"며 "우리가 텐트를 철거하고 기림판을 세운 목적은 추억을 묻어두려는 것이 아니라 민주광장의 의미를 재정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가영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민주광장 텐트는 전국 강사들에게 울림과 귀감이 됐고 마침내 올해 8월 강사법이 시행됐다"면서도 "다만 여전히 강사들의 생존권과 학생들의 교육권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기림판이 저항의 산실로서 영원토록 기억에 남길 소망한다"고 언급했다.



20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 민주광장에서 김동애(좌) 강사와 김영곤 강사가 텐트가 있던 자리에 세워진 기림판을 보고 있다.2019.12.20/뉴스1 정윤미 기자 © 뉴스1

이날 철거된 텐트와 용품들은 고려대 박물관에 전달돼 전시될 예정이다. 텐트가 있던 자리에 세워진 기림판에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비정규 강사에 대한 차별과 착취 위에 군림하는 대학에 맞서 학생과 강사 등의 대학구성원들이 민주광장의 텐트에 모여 더 나은 대학을 고민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을 이어갔다"라는 문구가 담겼다.

올해 8월부터 시행된 강사법은 대학강사의 처우개선을 위해 제정됐다. 대학 시간강사에게 법적인 교원지위를 부여하고, 1년 이상 임용하는 게 골자다. 3년까지 재임용이 가능하고 강사법 시행에 따라 방학 기간에도 강사에게 임금이 지급된다.

다만 대학 측이 강사들에게 지급하는 임금의 부담을 느껴 강사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고려대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7월 기자회견을 통해 고려대가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강의를 축소하면서 강사들을 구조조정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sewry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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