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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선
1 hr · Public
<한국 신연구소 오늘>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을 듣고-
1. 조마 조마한 마음을 가지고 2차 기자회견의 시작을 기다렸다. 다 듣고 나서 우선 든 느낌, 다행이다. 많은 조중동류의 언론과 곽상도, 이영훈 등의 이용세력이 기다리고 있던 '윤미향' 또는 '정의연'의 "비리"나 "부정"이 주제가 아니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먼저 안도했다. 할머니조차도 그점에 대해서 단지 언론이 1차 기자회견 이후 떠들고 있는 것들을 듣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 보여졌다.
2. 그러나 이 다행이라는 안도보다 더 큰 감정은 한없는 슬픔과 부끄러움이었다. 90이 넘으신 할머니가, 어르신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80여년전 대한민국 식민지시절 자신의 극악의 고통과 슬픔을 여전히 치유받지 못해서 이렇게 만천하에 다시 눈물로 호소할 만큼 고통 속에서 살아오셨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그동안 우리의 모든 발전, 대한민국의 자랑, 세계전쟁인권 여성단체로 우뚝설만큼 자라난 정의연의 위상,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모든 페미니즘 이론 등이 사실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3. 윤미향씨가, 정의연이 잘못했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자신을 포함해서 우리 중의 누구보다도 이 일에서 더 수고했고, 그래서 우리 모두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이들에게 돌을 던지거나 비난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 그동안의 이들의 수고와 고생을 다시 우리 역사를 식민시대로 돌리고 역행하려는 외세지향 식민주의자들이 폄하시키고, 왜곡시키려 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4.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 이용수 할머니의 현실은 그분이 자타에 의해서 "여성인권운동가"라는 이름을 듣고 있어도 여전히 그분의 가장 깊은 내면에서는 그 상처와 아픔이 치유되지 않았다는 것, 아니 오히려 시간이 지나서 겉은 화려하게 변해가도 "여성"으로서 그녀가 당한 상처가 오히려 이용되었다는 느낌까지 들도록 되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인터뷰 내내 그녀는 "여성"이라는 단어를 무수히 말했고, 다시 '정신대'와 '위안부'라는 단어의 차이까지 들먹이며 자신들의 깊은 상처가 오히려 정대협, 정의연 운동에 이용되었다고 강조했다.
5.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해방이 되었고, 나라가 이처럼 자랐지만, 정의연이 국회의원을 내고, 그렇게 국제적으로 선도의 역할을 차지할 만큼 컸지만 여전히 그녀안의 소녀는 진정 따뜻한 배려와 경청을 받지 못했고 그래서 여전히 그것을 갈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의 수없는 진술과 경연 등에서 또 다시 그 끔찍했던 일을 반복해서 말하고, 드러내고 하면서 그녀는 얼마나 아팠을까? 그 일의 반복이 얼마나 끔찍하고 싫었겠는가? 그래도 '정의'를 위해서, '정대협'을 위해서 계속했지만, 이제 몸의 떠나감이 다가오면서 회한이 들고, 그동안 그러한 일을 하면서 순간 순간 쌓여온 섭섭함과 안타까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일본의 사죄와 진실을 외면한 이웃 나라와의 갈등이 그녀에게 그동안의 모든 성과와 이루어 온 것을 무로 돌려버릴만큼 깊은 것이었다. 그것이 오늘을 불러온 것이리라.
6.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동안 우리가 너무 밖의 정의에만 힘을 쏟았다. 정의와 진실을 위한 시민단체와 운동이 너무 많은 과제와 일들로 세밀함과 따뜻함을 잃어갔으며, 너무 오랜 시간동안 한두 사람의 어깨에 짐과 과제를 모두 얻어 두었다. 그런 과정에서 그들 스스로도 경직되고 관료화하면서 정작 처음 모듬으려했던 할머니들의 존재와 과거는 쉽게 한곁으로 치워지기도 했을 것이다.
7. 이제라도 이것들이 바로 잡혀지기를 바란다. 이용수 할머니의 지금의 모습은 우리 모두가 저지른 또 다른 모습의 '불의'라고 할 수 있다. 지금 해방과 독립이후 80여년의 시간에서 그 상처의 그녀가 자신의 존재와 상처가 진정 도구화 되었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지금까지 우리의 할 일과 의무를 방기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있다. 같은 여성으로서 시민단체 출신의 남윤인순 위원이 이용수 할머니의 고통과 문제제기를 겸허히 경청하고 문제를 풀기위해 더욱 매진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8. 이제 나라와 정부가 앞장서서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풀기 위해서 더욱 힘을 쓰기를 요청한다. 열악한 환경과 조건에서도 지금까지 헌신하고 역할을 했던 시민활동들이 더욱 세밀해지고, 거기서 운동가들도 다시 도구화되고 소모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그래서 그들이 자신 운동으로 처음 보듬으려 했던 시작의 일과 거기서의 사람들이 더욱 세밀하고 친밀하게 배려 받을 수 있도록. 어제 2020년의 5월에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은 우리 모두에게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그분들의 고통과 상처가 진정으로 치유되도록 그 고통의 세윌을 함께 지나온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9. 특히 정의연은 할머니들의 개인적 삶을 돌보고 생활을 살피는 단체가 아니라는 말로 이용수 할머니의 한탄을 덥지말고 더 세세히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그분들 모두의 삶과 가시는 길이 더욱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보살펴지도록 하는 일에 우선 힘을 쏟기를 바랍니다. 그에 더해서 맨처음 이 운동을 가능케 했고 불러왔던 연로한 활동가들의 마음과 그분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일, 그 일이 진정 '정의로운 정의연'이 되는 첫길이자 토대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s
Uijin Hwang
좋은 관점 감사합니다!
· Reply · 1 h
김주선
깊은 공감입니다.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Reply · 49 m
Seung Youl Lee
이은선 교수님의 글을 잘 읽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면서도 혼란스러운 사안인데 여성신학자로서 잘 해석해주시고 분석해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모두가 성숙되지 못하고 치유되지 못하고 청산되지 못한 민족적 역사적 트라우마 때문에 모두가 어른아이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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