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 결성 65주년..."'조선적' 3만 명 이하 명맥만 유지" | Voice of America - Korean
조총련 결성 65주년..."'조선적' 3만 명 이하 명맥만 유지"
기자 김영권
2020.5.28 오전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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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5월 일본 도쿄에 조총련 제24차 전체대회 안내문이 붙어있다.
일본에서 북한 정부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이 결성 65주년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구성원이 3만 명 이하로 줄어들고 세력이 약화되면서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라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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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은 지난 25일, 결성 65주년을 맞은 조총련에 축전을 보내는 등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어머니가 북송선을 타고 이주한 재일 한인 출신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후 해마다 조총련 의장에게 새해 축전을 보내는 등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1955년 창립 때 재일 한인 대부분의 지지를 받던 조총련의 위상은 거의 사라지고, 지금은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 됐다는 지적입니다.
조총련 산하 일본 조선대학교 교원을 지낸 박두진 코리아국제연구소 소장은 26일 VOA에, 조총련이 예전과 같은 힘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두진 소장] “지금 조총련은 이전처럼 힘이 없죠. 조총련을 구성하는 ‘조선적’ 사람들 있잖아요. 그 사람들이 2만 9천여 명 정도 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지금 조총련은 한마디로 조선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 법무성은 지난해 9월에 발표한 재일외국인통계에서 2018년 12월 기준으로 ‘조선적’이 2만 9천 559명이라며, 3년 만에 11.5%인 4천 380명이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에서 무국적자로 분류하는 ‘조선적’은 대부분 조총련 구성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가 지난해 재외 한인(동포)이 세계 180개 나라에 749만 명이고 이 가운데 재일 한인이 82만 명이라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조총련을 구성하는 ‘조선적’은 재일 한인 인구의 26분의 1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일본과 한국 언론들은 지난해 조총련 구성원이 3만 명 이하로 감소한 결과를 관심 있게 전하며,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일본 내에는 21세기에 3대 세습을 강행하는 독재정권을 지지하는 ‘조선적’ 한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데다 남북 간 사상 대립이 과거보다 유연해지면서 일본으로 귀화 혹은 한국 국적 취득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란 지적입니다.
박 소장은 ‘조선적’을 포함해 많은 재일 한인 젊은이들이 과거처럼 민족과 국적을 중시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두진 소장] “요즘 젊은 사람들은 민족과 국적을 갖는 것에 대해 그리 중요시 않기 때문에 일본 사람으로 귀화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또 조총련이든 한국 국적의 사람이든 모든 가정에 국제결혼으로 일본 사람 1~2명이 반드시 들어가 있습니다. 한 가정 안에 반드시 일본인이 있다는 거죠. 이제 이해관계나 핏줄에서 모두 일본과 맺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 2017년 10월 일본 도쿄의 조총련 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2016년 서울에서 출간된 책 ‘재일조선인: 역사, 그 너머의 역사’에 따르면, 재일 조선인은 1980년대 전까지 남북이 통일되면 돌아가겠다는 신념이 있어 무국적을 유지하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1988년 서울올림픽과 한국의 비약적인 경제 발전, 1990년대 냉전 종식, 1998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로 일본 내 북한 정권에 대한 인식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한국 국적을 취득하거나 귀화하는 재일조선인 수가 급증했다고 지적합니다.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의 차은정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일본으로 귀화한 재일 한인이 2016년 현재 36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흐름은 조총련의 대북 관계와도 맥을 같이 한다는 지적입니다.
조총련은 과거 해마다 수억 달러의 애국 자금을 북한에 송금했으며, 한덕수 전 의장은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이란 고위급 대우를 받았습니다.
박 소장은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조총련계 기업들의 몰락, 일본 정부의 대북 제재와 감시 강화 등으로 조총련이 쇠락하기 시작했고, 북한 당국도 예전처럼 조총련을 대우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두진 소장] “이제는 북한에 돈도 제대로 보내지 못하게 됐기 때문에 조총련 의장이 김정은을 한 번도 만나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북한에서 충성심이 무엇이겠습니까? 충성심은 돈이 아닙니까?”
조총련은 내부적으로 대규모 채무 때문에 법적 권리를 내세울 수 없어 본부 건물을 매각 후 다른 관계자가 임대료를 대신 내주는 상황입니다.
또 일본 정부가 북한 문제로 고교 무상화 대상에서 조선학교를 제외하면서 학교도 계속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내 민간단체인 ‘노펜스’의 송윤복 부대표는 25일 VOA에, 조총련 안에서는 “김씨 정권에 대한 맹목적 충성보다는 과거 재일한인북송사업으로 북한에 건너간 가족과 친척의 안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연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박두진 소장은 “조총련 간부들은 대부분 조선대학교 동창과 선후배”라며, “일부 충성파를 제외하면, 과거처럼 사상이나 신념으로 무장한 게 아니라 본인들의 사업과 이해관계, 친인척 관계 등으로 서로 연결된 집단”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총련이 65주년을 맞아 재일 한인들을 옹호하는 단체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두진 소장] “65년 동안 북한의 김 왕조에 맹목적으로 따라갔다면, 이제는 진짜 동포 조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조총련은 그러나 결성 65주년을 맞아 홈페이지 서두에 김정은 위원장의 주요 행보와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을 주체 연호와 함께 크게 올렸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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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흐름은 조총련의 대북 관계와도 맥을 같이 한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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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소장은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조총련계 기업들의 몰락, 일본 정부의 대북 제재와 감시 강화 등으로 조총련이 쇠락하기 시작했고, 북한 당국도 예전처럼 조총련을 대우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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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총련은 그러나 결성 65주년을 맞아 홈페이지 서두에 김정은 위원장의 주요 행보와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을 주체 연호와 함께 크게 올렸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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