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9
류석춘 교수가 또... 위안부 운동 폄하하며 '19금' 운운 - 오마이뉴스
류석춘 교수가 또... 위안부 운동 폄하하며 '19금' 운운 - 오마이뉴스
류석춘 교수가 또... 위안부 운동 폄하하며 '19금' 운운[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윤미향 논란과 류석춘의 반격
20.05.28 12:06l최종 업데이트 20.05.28 13:07l
김종성(qqqkim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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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자 일본 <산케이신문>에 정의기억연대를 둘러싼 논란에 관한 논설, 칼럼, 기사가 실려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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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과 정의연의 회계 문제는 이들의 문제일 뿐, 위안부 운동의 본질과는 무관하다. 그런데도 일본 극우 언론은 이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들의 일차적 관심 대상은 윤미향과 정의연이 아니다. 차제에 위안부 피해자들과 위안부 운동에 제동을 거는 것이 이들의 관심사다.
20일 자 <연합뉴스> 기사 '정의연 논란 일 우익신문, 반일집회 멈추고 소녀상 철거하길'에 정리된 바에 따르면, 극우 언론인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강제동원을 시인한 1993년 고노 담화를 비판한 데 이어 20일에는 "(정의연에 대한) 비판에 귀를 기울여 반일 증오의 상징인 위안부상을 조속히 철거하면 좋겠다"며 위안부 운동을 겨냥했다. 또 이용수 할머니의 첫 기자회견 때 나온 '수요집회가 증오를 가르치고 있다'는 대목만 뽑아서 부각시켰다.
26일 자 <뉴스 1> 기사 '일 언론, 이 할머니 회견에 정의연 운동방식 분노'에 정리된 바에 따르면, <산케이신문>은 25일 두 번째 기자회견 뒤에는 구로다 가쓰히로 서울주재 객원논설위원의 칼럼을 통해 위안부 운동을 비판했다. 칼럼에서 구로다 논설위원은 "이번 사태는 피해 당사자를 제쳐놓고 반일에 열을 올려온 단체의 적폐가 표면화된 것"이라고 한 뒤 "일련의 의혹은 그들의 정의가 거짓이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간의 위안부 운동 자체를 깎아내리려는 것이다.
바늘 가는 데 실 간다는 말이 있다. 일본 극우가 성 밖에서 북과 나팔을 울릴 때마다, 이 신호를 듣고 성안에서 내응하는 세력이 있다. 한국 극우가 바로 그들이다. 성안의 한국 극우 역시 때를 놓치지 않고 '성문'을 향해 진격하고 있다.
한국 극우의 그러한 의도와 행동을 반영하는 것 중 하나가 <반일종족주의> 저자들이 포진한 이승만학당 및 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26일 서울 명동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정대협의 위안부 운동, 그 실체를 밝힌다'라는 심포지엄이다.
<펜앤드마이크TV> 26일자 동영상 '정대협 위안부운동의 실체, 이승만학당-공대위 심포지엄'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는 정의연과 더불어 위안부 운동 자체에 대한 신랄한 공격들이 터져 나왔다. 윤미향 논란을 '한국의 모든 모순의 집결체'(유광호 자유민주연구학회장)로 침소봉대하는 과장된 발언도 있었다.
공세 - 전환 - 고무
▲ 2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퍼시픽 호텔에서 열린 "정대협의 위안부 운동, 그 실체를 밝힌다" 심포지엄에서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오른쪽)가 소개를 받은 뒤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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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극우세력이 윤미향 사건으로 한껏 고무돼 있다는 점은, 이 심포지엄에 초대된 토론자에게서도 드러난다. 위안부 망언으로 수세로 몰려 있던 극우 학자가 토론자로 나와 농담도 하고 웃음도 지으며 위안부 운동을 맹공격했다.
지난해 9월 19일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수업 때 위안부를 매춘부에 빗댔다가 1개월 정직 처분을 받은 류석춘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수세에 몰려 있던 인물이 윤미향 논란을 계기로 공세 모드로 전환한 것은 이번 사건이 그들을 얼마나 고무시키고 있는가를 여실히 증명한다.
류석춘은 <반일종족주의> 대표 저자이자 이승만학당 교장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의 발표에 대한 토론자로 나섰다. 이영훈의 발표에 대한 소감을 "일본군 위안부, 정대협에 관한 입체적인 설명이었다"고 압축한 류석춘은 "사실, 저는 뭐 이영훈 교수님이 그동안 써오신 글을 쭉 팔로우업을 해왔기 때문에, 특별히 글 자체에 대한 시비를 걸 수 있는 입장이 없습니다"라는 말을 서두에 꺼냈다.
그는 이영훈의 발표부터 간략히 요약했다. '1937~1945년 위안부는 여타 시기의 위안부와 다를 바 없이 공창제 하의 매춘을 한 것에 불과한데도, 일본군 위안부만 특별히 다루는 것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특권 부여다', '위안부가 실제로는 3000~4000명에 불과한 데도 20만 이상으로 부풀려지고, 이들이 강제연행되고 성노예로 착취당했다고 알려진 것은 잘못됐다'고 정리했다.
그런 뒤 본격적인 자기 의견 개진에 나섰다. 작년 9월 19일 강의에 대한 해명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는 자신의 강의가 논란이 된 것은 그것이 충격적인 진실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며, 충격적인 내용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은 학생이 녹음 파일을 유출해서 일으킨 일일 뿐이라며 사건의 의미를 축소하고자 했다.
이어 자신의 "궁금하면 (학생이) 한번 해볼래요?"라는 발언에 대한 해명을 내놓았다. 그는 '궁금하면 위안부 생활을 한번 해볼래요?'라는 의미가 아니라 '궁금하면 위안부 문제를 한번 연구해볼래요?'라는 의미였다고 주장했다. 작년 9월 23일에 냈던 입장문과 동일한 내용을 되풀이한 것이다. 심포지엄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그 말을 못 믿겠으면 여러분이 한번 '직접 조사·연구를 해봐라'라는 취지로 '궁금하면 한번 해볼래요'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매춘을 해볼래요'라고 들렸다는 거예요. (청중들 웃음) 그렇게 들린 거를 제가 어떻게 합니까? 하여튼 제가 한 발언은 '궁금하면 한번 해보라'였는데 '매춘을 해보라고 했다'고 하더니 성희롱으로 몰고 ······."
억지 - 폄하 - 한탄
▲ 2019년 9월 23일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강의 도중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류 교수 연구실 문이 항의 글로 도배되어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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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춘의 해명은 당시 <프레시안>에 보도된 강의 녹취록과 다르다. 녹취록에 따르면, 그날 류석춘의 발언은 "위안부로 끌려간 여성들은 자발적으로 갔다고 하시는 거냐?"는 학생의 질문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가 되는 과정이나 매춘부가 되는 과정이나 별반 다를 바 없다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튀어나왔다.
"지금도 매춘 들어가는 과정이 딱 그렇다. '여기 와서 일하면 절대 몸 파는 게 아니다', '매너 좋은 손님한테 술만 팔면 된다' 해서 하다 보면 그렇게 된다. 옛날에만 그런 게 아니다. 궁금하면 한번 해볼래요?"
위와 같이 발언해놓고도 '연구를 한번 해볼래요'라는 의미였다고 그는 둘러댔다. 심포지엄에서 이처럼 억지 항변을 한 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으로부터 받았다는 이메일을 소개했다. "마침 어제 저녁에 제가 발표문을 준비하면서 글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고 있는데, 웬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친구가 저에게 이메일을 보냈어요"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학생 이메일에 나오는 한 대목인 "할머니들의 말씀에 따르면 하루에 50명 정도의 일본군을 상대하고 일본군을 상대할 때마다 폭력과 강간을 당했다고 했다"는 부분을 소개하면서, 학생들이 있지도 않은 가공의 역사를 믿고 있다며 이런 인식을 퍼트린 이 사회를 맹렬히 비판했다.
"만약 고등학교나 중학교의 수업 시간에 이런 말을 하시는 선생님들이 있다거나 인터넷에 이런 내용들이 돌아다니면, 저는 이거는 어린 학생들에게 노출되지 말아야 할, 말하자면 '19금'적인 내용을 교육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어법이 맞지는 않지만, 수업 시간이나 인터넷 기사를 통해 위안부 참상을 소개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19금 교육을 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과거사를 바로잡고 일본의 전쟁범죄를 규탄하며 나아가 동일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한 위안부 운동을 19금 교육으로 폄하한 것이다. 그런 뒤 이렇게 한탄했다.
"이거를 퍼트리는 사람들하고 싸우는 거는 오히려 편한데요. 이걸 믿고 따르는 고 2학생하고 싸우는 게 정말 피곤합니다. 제가 연세대에서 학생들하고 싸우는 게 얼마나 피곤한지 겪어보지 않으신 분은 모르지만,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들하고 싸우는 게 제일 힘들어요."
류석춘은 위안부의 고통과 우리 역사의 아픔을 폄하하는 태도를 평생 사죄하며 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도 이처럼 당당하게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위안부 운동을 19금 교육으로 폄하하면서 자신이 도리어 피곤하다고 엄살을 부렸다. 윤미향 논란을 디딤돌로 일본 극우와 보조를 맞추며 위안부 운동에 타격을 가하려는 극우세력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윤미향과 정의연의 회계 문제를 명료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노력과 함께, 이 논란을 엉뚱한 방향으로 악용하려는 극우세력의 공세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될 필요성을 류 교수가 역설적 방법으로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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