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baptist Kim-Park
9 hrs · Public
회복적 교육 – 책을 추천하면서
영어 표현에 must-read-book라는 표현이 있다.
꼭 읽어야 할 책, 필독서라는 뜻이다.
어느 분야에든지 필독서가 있다. 읽지 않으면 안 되는 책이라는 의미라기보다는 그 쪽 분야에서 그 책을 읽으면 사통팔달로 이어지듯 잡다하게 연결되지 못한 것들이 연결되고, 쟁반 위의 꿰지 못한 구슬이 꿰어지듯 하나로 꿰어지고, 그 분야의 책을 여러 권을 읽어도 해결되지 않던 질문에 대한 답이 명쾌하게 정리되는 그런 책이란 의미로 이해된다.
분야가 어떻든 각 분야에는 저마다 그 분야의 초석이 되는 책이 있다. 가령 종교에는 경전이 있다. 불경, 성경, 도덕경, 금강경, 쿠란경, 사서삼경이 그런 예들이다. 그 쪽 종교에 입문하려면 꼭 읽어야 할 책들이다.
내가 속한 그리스도교는 성경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가 듣기에 이 세상에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밥을 먹여주는 책이 성경인데, 성경을 연구하기 위한 신학교, 성경학교는 물론 교회에서 주된 텍스트가 성경이고, 이를 해석하는 책들, 어린이, 어른 할 것 없이 관련 도서가 셀수 없이 많다. 그렇다보니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돕는다는 목적이 있지만 정작 성경을 어려운 책이라 전제하고, 아무나 읽어서는 안된다는 이상한 신비적인 설명과, 권위 있는 사람만이 해석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이론까지 역사 속에 버젓이 자리해 왔다. 그래서인지 신앙한다 하면서, 믿는다 하면서, 그리고 교회를 수십년 다녔다하면서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도 꽤 많다고 한다.
물론 필사 운동이 일어나 처음부터 끝까지 손으로 쓴 열정의 위인들도 없지는 않으나, 그것은 소수에 불과하고 실제로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사람이 많지 않다하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어떤 사람은 교과서인 성경은 읽지 않고, 참고서격인 해설서나 성경으로부터 분기한 처세술, 인간관계, 자기계발서만 냅다 읽었지 정작 성경은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다는 사람들도 꽤 있다. 아무리 많은 참고서를 읽었다고 해도, 이런 책은 must-read-book은 아니다.
어쨌든 어느 분야에든지 필독서가 있다. 서양 철학에서는 소크라테스-아리스토텔레스-플라톤을 읽어야 한다. 그 이후에 분기되는 철학마다 거기에는 꼭 읽어야 하는 책이 있다. 어거스틴, 데카르트, 베이컨, 칸트, 홉스, 키에르케고어, 헤겔, 맑스, 니체, 사르트르, 하이데거 등으로 연결되는 흐름이 있다. 사회학을 공부하려면 에밀 뒤르켐을 읽어야 하고, 구조주의 인류학을 위해서는 레비스트로스를, 정치권력을 위해서는 마키아벨리를, 심리학이라면 프로이드와 융과 삐아제와 에릭슨을 읽어줘야 한다. 이런식을 분야를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20세기 후반기에 등장한 회복적 정의 운동이 한국에도 한창 펼쳐지고 있다.
- 회복적 정의를 위해서도 꼭 읽어야 하는 책이 있다면 회복적 정의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하워드 제어의 『Changing Lenses, 우리시대의 회복적 정의』는 읽어줘야 한다. 이 책을 읽지 않고 회복적 정의를 말하지 말라고 해도 무례하지 않다. 이런 책이 바로 must-read-book이다.
- 한국에서 한창 진행되는 비폭력대화를 위해서는 마샬 로젠버그의 『비폭력 대화』는 꼭 읽어야 한다. 이 책을 읽지 않고 비폭력대화를 말한다면 사실은 자격 없는 사람이다.
- 갈등전환을 이야기하려면 존 폴 레더락의 『갈등전환』이나 『화해를 향한 여정』 정도는 읽어줘야 한다.
그렇게 따지다보면 요한 갈퉁도 읽어야 하고, 그 이전의 평화운동을 펼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부터 시작해서 톨스토이, 간디, 킹으로 연결되는 평화사상도 배우고, 갈퉁과 진 샤프도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어쨌든 각 분야마다 꼭 읽어야 할 must-read-book은 빼놓지 말고 찾아 읽을 필요가 있다.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회복적 정의 분야에서 막 출간한 must-read-book을 소개하고 싶어서다.
좀 더 설명하자면, 어떤 분야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개척자들이다. 회복적 정의 분야의 개척자는 단연 하워드 제어, 마크 얀치와 같은 인물들일 테다. 그들이 새로운 개념과 씨름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동안 이들은 기존의 질서와 씨름하면서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발견한 이론과 실제를 검증하느라 모진 애를 쓴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개척자들은 외롭지만, 이들에게는 영감, 창조적 아이디어, 창발성으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회복적 정의는 하나의 대안사법시스템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지금도 그런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렇게 1세대가 가면 이들의 뒤를 잇는 수 많은 제자들, 학생들, 실천가들이 뒤따른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회복적 정의 운동은 2세대들이 등장하던 시기에 소개되었고, 그 2세대가 대한민국에서는 1세대 역할을 하고 있다.
고맙고 감사한 것은 2세대는 1세대의 시행착오와 고민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기록(원전 혹은 must-read-book)을 이미 갖고 있다. 1세대가 수고한 것을 좀 덜 고민하면서도 이미 검증된 열매를 따먹을 수 있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동시에 보다 폭넓게 진행되고, 수 많은 검증 자료를 토대로 실천할 수 있는 지평도 넓어진 가운데 마음만 먹으면 좀 더 원활하게 배운바를 펼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에서 펼쳐지는 회복적 정의 운동은 이러한 혜택을 한껏 누리고 있는 셈이다. 회복적 정의 관련 책도 꽤 많이 번역되어 있고, 여기저기서 좀 더 쉽게 이해할 만한 설명들이 한국이라는 맥락에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다만 2세대 혹은 3세대로 접어들 때에는 must-read-book이 탄생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워낙 1세대 운동을 시작한 사람들의 역량이 대단하기도 했거니와, 그만큼 이들이 닦아 놓은 기본 틀 위에 뭔가를 제대로 세울만큼 사람들에게 어필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장황하게 썰을 푸는 것은 그만큼 내가 이 작은 책을 읽으면서 받은 감동이 컸기 때문이다. 회복적 정의 관련 책이 출간되고 있는 와중에 보기 드물게 철학과 본질을 이야기 한 책이라서 감동이 컸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게 이 책을 must-read-book으로 소개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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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원래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한 책이다. 주로 교사, 교육가, 학교폭력을 담당하는 활동가 들이나 읽을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내가 이 책을 필독서로 소개하는 데는 1. 회복적 생활교육이 아닌 회복적 교육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다는 점 2. 회복적 정의를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보지 않고, 생활교육은 물론 교육과정과 교육론 전반을 아우르는 교육철학이자 교육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 3. 교육 현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차별, 배제, 억압, 불평등과 같은 구조적, 문화적 폭력을 인식하는데 도움을 주고 이러한 문제들을 깊이 생각해보도록 초청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4. 소책자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현장에 필요한 참고자료들과 기관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회복적 정의 분야의 필독서인 하워드 제어의 『우리시대의 회복적 정의』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회복적 교육이라는 철학으로 녹여낸 이 작은 책을 나는 우선 2세대 회복적 정의 관련 must-read-book으로 추천하고 싶다.
목차만 훑어봐도 그림이 쉽게 그려질 만큼 내용이 알차다.
목차
추천의 글 - 회복적 숲을 기대하며
옮긴이 글 - 왜 회복적 교육인가?
한국어판 서문 - 한국 실천가들의 좋은 안내자가 되길
감사의 말
서문
1부: 지속가능한 성장 준비하기
1장 : 회복적 교육의 개요
회복적 교육 정의
회복적 교육의 특성
정의롭고 공평한 배움의 공간 창조하기
건강한 관계로 성장하기
피해를 회복하고 갈등을 전환하기
2장 : 회복적 교육의 개괄적 역사
3장 : 회복적 교육의 신념과 가치
존귀하게 여기는가?
평가하고 있지 않은가?
어떤 의도를 전달하고 있는가?
2부: 회복적 교육의 요소
4장 : 정의롭고 공평한 배움의 환경 창조하기
정의
공평
정의롭고 공평한 관계 촉진하기
드러나지 않은 욕구 다루기
불의를 명시적으로 밝히기
문화적 통합 교육론
공동체 모두의 전적 참여
5장 : 건강한 관계로 성장하기
건강한 관계의 필수 요소
관계 매트릭스 적용하기
이야기 서클
경청과 질문하는 방법 배우기
6장 : 피해를 회복 및 갈등 전환하기
학교훈육과 학생 행동이란 용어에 대하여
피해 이해하기
갈등 이해하기
갈등 당사자 모두의 욕구 돌보기
피해 바로 잡기
자발적 책임 지원하기
갈등 전환하기
정의와 공평의 문제 다루기
피해와 갈등을 다루는 구조 구축하기
학교 훈육 구조 재고하기
대화진행자가 심각한 피해를 다룰 수 있을만큼 역량 갖추기
3부: 지속 가능한 성장
7장 : 두 학교 이야기: 지속 가능성에대한 생각
참고자료
후주
실제 내용은 다음 글에서........ To be continued.
BK
Comments
이화영
다음 소개편이 더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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