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10억엔, 위안부 피해 할머니 47명중 35명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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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2020.05.11. 오후 6:00
최종수정2020.05.11. 오후 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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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보기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원금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장진영 기자
위안부 문제에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온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을 둘러싼 잡음은 그간 쉬쉬해왔던 과거사 문제 접근법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작아지고, ‘피해자 측’으로 대표되는 지원단체의 목소리만 부각됐다는 것이다.
앞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는 윤 당선인이 비판에 앞장섰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핵심적인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는 대신 10억엔을 거출하기로 했다는 부분이다.
당시 정대협은 윤 당선인을 필두로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졸속 합의”라며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정부가 위안부 합의 이행을 위해 2016년 7월 출범시킨 화해ㆍ치유재단(화치재단)에 대해서도 “화해와 치유를 강요한다”며 비판했다.
그러나 2017년 문재인 정부 들어서 진행된 민·관 위안부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TF)의 자체 조사에 따르더라도, 당시 화치 재단을 통해 일본 정부의 출연금을 수령한 피해자도 적지 않았다.
외교부 TF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12월 기준 생존 피해자 36명이 1억원을 받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당시 정부가 파악한 수령 대상 47명 가운데 76.6%가량이었다. 이 가운데 35명은 지난해 12월까지 돈을 이미 수령했다. 전직 정부 당국자는 “나눔의 집 소속 할머니 4~5명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런데 당시 정대협 등은 나눔의 집 소속 할머니 10여 명의 의사를 근거로 “피해자들이 원치 않는 합의”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대협은 대신 ‘100만 시민 모금’을 진행했고, 모금 등으로 조성한 8억원을 이용수 할머니 등에게 지급했다고 밝혔다.
원본보기외교부 위안부합의검토 TF 팀원들이 2017년 12월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합의 검토 결과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피해자 할머니 가운데는 “돈을 받는 것으로 이제는 마음속에서 이 문제를 털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분도 있었다. 하지만 외교부 당국자와 화치재단 관계자가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피해자 및 가족 등 보호자를 접촉하는 과정은 ‘회유’로 격하됐다. 그런 탓에 수령 과정은 쉬쉬하며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나눔의 집 소속 할머니들은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았다.
실제 중앙일보가 최용상 가자평화인권당 대표를 통해 11일 공개한 친서에서 피해자 A 할머니가 “윤 대표가 돈을 받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받고 싶다”고 언급한 것처럼 피해자의 의사가 때론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와 관련, 11일 정의기억연대 기자회견에서 이상희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2015년 합의에 대해 정부의 입장이 있고, 합의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해 드렸다”며 “기금 수령 여부는 전적으로 할머니들이 결정하게끔 했고, 만약 여러 사정으로 수령하더라도 이후에도 우리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수령을 못 하게 종용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피해자 목소리 안 들리는 ‘피해자 중심주의’ 딜레마그동안 '피해자=지원단체’는 오랜 관행으로 여겨졌고, 이를 깨는 것은 금기로 여겨졌다. 또 과거사 문제의 특성상 고령이면서 다수인 피해자가 정부를 상대로 개별적으로 협상을 진행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정대협을 비롯한 시민단체와 여성계가 꿈쩍 않는 양국 정부를 움직여 온 것도 사실이다. 외교부가 2015년 합의 때 윤미향 당선인을 수차례 접촉했던 것도, 위안부 단체 가운데서도 정대협이 가장 대표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한다.
원본보기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해 8월 서울 용산구 남산 서울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마당(옛 조선 신궁터)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 제막식이 끝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그럼에도 정대협 등이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것이었느냐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피해자 중심주의’를 말하면서도 피해자 할머니 보다는 시민·지원단체에 의존하는 경향은 이 정부 들어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2017년 12월 위안부 합의 검증 TF 보고서 발표 회견에서 당시 오태규 위원장은 '피해 할머니를 모두 만났느냐’는 질문에 “피해자 개념에 대해서는 각자 다를 것”이라며 “제가 할머니들을 전부 면담하겠다는 말은 안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피해자들을 직접 면담하기보다는 단체를 통해 주로 의견 수렴을 했다는 취지였다.
이와 관련, 한 TF 위원은 “모든 피해자를 일대일로 만난 것은 아니지만, 나눔의 집 등을 방문해 피해자들을 분명히 면담했다”고 해명했다. 외교부도 보고서 발표 이후 강경화 장관이 개별 피해자 23명을 순차적으로 면담했다고 설명했다.
이유정ㆍ백희연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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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에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온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을 둘러싼 잡음은 그간 쉬쉬해왔던 과거사 문제 접근법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작아지고, ‘피해자 측’으로 대표되는 지원단체의 목소리만 부각됐다는 것이다.
앞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는 윤 당선인이 비판에 앞장섰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핵심적인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는 대신 10억엔을 거출하기로 했다는 부분이다.
당시 정대협은 윤 당선인을 필두로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졸속 합의”라며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정부가 위안부 합의 이행을 위해 2016년 7월 출범시킨 화해ㆍ치유재단(화치재단)에 대해서도 “화해와 치유를 강요한다”며 비판했다.
그러나 2017년 문재인 정부 들어서 진행된 민·관 위안부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TF)의 자체 조사에 따르더라도, 당시 화치 재단을 통해 일본 정부의 출연금을 수령한 피해자도 적지 않았다.
외교부 TF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12월 기준 생존 피해자 36명이 1억원을 받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당시 정부가 파악한 수령 대상 47명 가운데 76.6%가량이었다. 이 가운데 35명은 지난해 12월까지 돈을 이미 수령했다. 전직 정부 당국자는 “나눔의 집 소속 할머니 4~5명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런데 당시 정대협 등은 나눔의 집 소속 할머니 10여 명의 의사를 근거로 “피해자들이 원치 않는 합의”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대협은 대신 ‘100만 시민 모금’을 진행했고, 모금 등으로 조성한 8억원을 이용수 할머니 등에게 지급했다고 밝혔다.
원본보기외교부 위안부합의검토 TF 팀원들이 2017년 12월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합의 검토 결과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피해자 할머니 가운데는 “돈을 받는 것으로 이제는 마음속에서 이 문제를 털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분도 있었다. 하지만 외교부 당국자와 화치재단 관계자가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피해자 및 가족 등 보호자를 접촉하는 과정은 ‘회유’로 격하됐다. 그런 탓에 수령 과정은 쉬쉬하며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나눔의 집 소속 할머니들은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았다.
실제 중앙일보가 최용상 가자평화인권당 대표를 통해 11일 공개한 친서에서 피해자 A 할머니가 “윤 대표가 돈을 받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받고 싶다”고 언급한 것처럼 피해자의 의사가 때론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와 관련, 11일 정의기억연대 기자회견에서 이상희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2015년 합의에 대해 정부의 입장이 있고, 합의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해 드렸다”며 “기금 수령 여부는 전적으로 할머니들이 결정하게끔 했고, 만약 여러 사정으로 수령하더라도 이후에도 우리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수령을 못 하게 종용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피해자 목소리 안 들리는 ‘피해자 중심주의’ 딜레마그동안 '피해자=지원단체’는 오랜 관행으로 여겨졌고, 이를 깨는 것은 금기로 여겨졌다. 또 과거사 문제의 특성상 고령이면서 다수인 피해자가 정부를 상대로 개별적으로 협상을 진행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정대협을 비롯한 시민단체와 여성계가 꿈쩍 않는 양국 정부를 움직여 온 것도 사실이다. 외교부가 2015년 합의 때 윤미향 당선인을 수차례 접촉했던 것도, 위안부 단체 가운데서도 정대협이 가장 대표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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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정대협 등이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것이었느냐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피해자 중심주의’를 말하면서도 피해자 할머니 보다는 시민·지원단체에 의존하는 경향은 이 정부 들어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2017년 12월 위안부 합의 검증 TF 보고서 발표 회견에서 당시 오태규 위원장은 '피해 할머니를 모두 만났느냐’는 질문에 “피해자 개념에 대해서는 각자 다를 것”이라며 “제가 할머니들을 전부 면담하겠다는 말은 안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피해자들을 직접 면담하기보다는 단체를 통해 주로 의견 수렴을 했다는 취지였다.
이와 관련, 한 TF 위원은 “모든 피해자를 일대일로 만난 것은 아니지만, 나눔의 집 등을 방문해 피해자들을 분명히 면담했다”고 해명했다. 외교부도 보고서 발표 이후 강경화 장관이 개별 피해자 23명을 순차적으로 면담했다고 설명했다.
이유정ㆍ백희연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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