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7

최봉영 한국 사회의 차별과 억압 by윤여경

한국 사회의 차별과 억압
by윤여경Feb 19. 2020


이 책을 읽고 한참을 생각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이 '구별과 차별'의 차이였는데, 구별은 본질적 속성이 다른 것이고, 차별은 본질적 속성은 같은데 크기가 다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구별과 차별을 구분하지 못한다. 본질적 속성이 다른 것을 '차별'하고 본질적 속성의 크기 차이는 묻고 따지지 않는다. 가령 여자와 남자는 화장실 사용처럼 구별의 대상인데 차별하고, 사람 됨됨이의 차이는 차별의 대상인데 차별도 구별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회가 엉망진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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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는 존비어체계(높낮이말)에 따른 유사신분관계와 형식적 권위주의인데 한국 사회에서 아무도 이 문제를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기에 나는 그것이 문제인지 몰랐다. 오히려 존비어체계를 미덕으로 여기는 이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존비어체계는 권위주의가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는 바탕이었고, 영어와 한자 기표들은 권위주의를 키우는 비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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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존비어체계가 계속유지되길 바란다면 올바른 권위가 바로 서야 한다. 이는 윗사람이 늘 삼가하고 아랫사람에게 관대하게 베풀고 포용해야 한다. 이런 사람 됨됨이를 갖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고 구별과 차별에 늘 신경써야 한다. 이렇듯 인격의 차별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존중함으로서 아랫사람이 저절로 윗사람을 존중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존비어체계는 유지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우리 사회가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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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책의 의미는 한국사회의 정체성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사람의 기본습관인 말을 주목했다는 점이다. '말'은 정신세계와 생활세계를 모두 포괄하는 바탕이다. 그런데 아무도 이것을 지적하지 않았다. 아니 지금보니 몰랐던듯 싶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말과 글을 구분하지 못했던듯 싶다. 나는 한국사회의 정체성을 파악하고 규정하는 책을 종종 읽었는데, 대부분 개인주의나 민주주의, 자본주의 등 서양의 이론이나 사상적 틀을 기준으로 놓고 한국사회가 여기에 부합되냐 안되냐를 따지는 내용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우리나라 사회학자들은 대부분 서양사회에서 마련된 이론을 안경삼아 쓰고 한국사회를 본 것이 아닐까 싶다. 당연히 억지로 끼워맞추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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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것은 나도 계속 그렇게 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가치를 알아 볼 수 있었다. 몇년전 나는 한 친구에게 이제 나의 안경이 마련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안경은 죄다 서양이론과 사상으로 만들어진 안경이었다. 몸에 맞지도 않는 그 안경을 쓰고 꽤나 오랫동안 한국사회를 관찰했는데 하나도 소용이 없었다. 나는 그 사실을 눈치채면서 한동안 크게 상실했다. "그동안 공부한게 다 헛수고였구나..." 그런데 이 책을 읽고 그 안경을 가볍게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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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학교는 이론과 실천을 구별하지만 차별하지 않는다. 이론으로 깨닫고 실천으로 익혀 배워가는 공간이다. 이 책은 상호 경어를 권장하지만 디자인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은 평어(나란히말)을 사용한다. 평어로 하는 대화가 좋은 생각을 공유할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물론 반말형식의 평어가 가진 위험성을 항상 경계한다. 그래서 호칭 등 여러 조건을 깐깐하게 따지며 서로를 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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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으로 디자인학교과 최봉영 샘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최봉영 샘의 수업이 곧 시작된다. 이론과 실천이 만나는 순간이랄까. 그래서 더욱 반갑다.


 
최봉영 샘 글
미술사학자인 정병모님과 사회학자인 박인종님의 권유로 책표지 이어가기 5일차를 하게 되었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은 내가 2005년에 쓴 "한국사회의 차별과 억압"이다. 한국사람과 한국말과 한국문화에서 볼 수 있는 존비어체계와 유사신분관계와 형식적 권위주의가 무엇인지 밝히기 위해서, 참을 수 없이 지겨울 정도로 하나하나 속속들이 묻고 따지고 푼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쓰기 시작해서 끝을 맺는 데 25년이 걸렸다. 이 책이 니왔을 때,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는 데, 학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나는 학자들이 이 책을 실마리로 삼아서, 한국사람이 민주적 인격체로 거듭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새롭게 펼쳐주기를 바랐다. 독자들과 학자들이 서로 북치고 장구치는 일을 하게 된다면, 한국사회에서 볼 수 있는 갑질이나 왕따나 소외나 불통과 같은 일들이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학자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결국에는 학자들의 싸늘한 반응이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잠재워버리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오늘날 한국사람 가운데서 민주화 세력이라고 하는 이들은 입만 열면, 민주주의와 촛불혁명을 말한다. 그런데 그들은 한국사회에서 제도의 민주화가 이루어진 뒤에, 생활의 민주화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다. 촛불혁명까지 일어난 한국사회에서 그들은 아직도 민주적 인격체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권위적 인격체로서 살아가고자 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민주화세력은 아직도 한 참이나 덜떨어진 정치세력이다. 그러면 민주화세력과 맞서고 있는 세력들은 어떠한가. 그들은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정치세력이다. 그들은 대한민국을 시장만능국가, 자본독점국가, 자유천지국가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릴 것처럼 말하고 있다. 한국사회가 이렇게 황당한 세상이 된 것은 그 동안 학교와 사회에서 민주적 인격체를 기르는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세력, 관료세력, 언론세력, 학문세력이 힘을 합쳐서 교육과 사회를 이런 식으로 이끌어왔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면, 민주주의체제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는 검찰과 법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검찰과 법원은 헌법과 법률을 전임자를 예우하는 도구로 써온 집단이다. 대한민국에서 검찰과 법원을 법벌이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검사, 판사, 변호사는 아직 법의 뜻이 무엇인지도 잘 알지 못하고 있다. 검찰과 법원이 헌법과 법률을 사사로운 이익을 위한 예우의 도구로 쓸 수 있는 나라에서 어떻게 민주적 국가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는가. 개가 들어도 우스워할 이야기이다. 그런데도 법과 정의와 공정을 떠들어대고 있다.

나는 지난해 말에 이 책이 인연이 되어서, 새로운 학문의 벗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 동안 내가 문제로 삼아온 한국사회의 존비어체계와 유사신분관계와 형식적 권위주의에 대해서 이성민과 윤여경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이러한 문제를 학문적으로 묻고 따지는 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가르치고 배우는 일에서 실천해보는 일까지 아울러 하였다. 나는 이러한 벗들과 함께 다시 한번 존비어체계와 유사신분관계와 형식적 권위주의를 문제로 삼아볼 참이다. 나는 민주적 인격체에 바탕을 둔,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꿈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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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십여년 동서양 철학과 과학, 역사를 공부하면서 심여를 기울여 만들었던 안경, 지금은 추억이 되어 버렸지만.

https://www.designerschool.net/product/class-30

최봉영 인문학 공방 <묻다풀 깨익배>
<묻따풀 깨익배> 디자인학교 열린교양 최봉영 선생님 최봉영의 디자인학교 열린교양 수업 <...
designerschool.net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4604051?type=recommend&fbclid=IwAR2CBHALZcDfoWz9o0Ppwhxe_2Uq7suKuOmheQW3DtxGPe3JmxBjybB592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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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페셜 - 왜 반말하세요? : 클리앙
일본이 또
www.clien.net
 

아래는 위 기사를 읽고 쓴 글

디자인학교와 최봉영 샘이 인연이 된 것은 이성민 샘이 최봉영 샘의 책 <한국 사회의 차별과 억압>을 읽고 한국사회의 존비어체계(높낮이말)가 한국사회 차별과 억압의 근본 원인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이다. 이성민 샘은 여러곳에서 모두 반말을 하는 실험을 했다. 이 반말은 친구들간에 하는 욕설이 뒤섞인 막말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는 마음에서 하는 수평어이다. 그래서 나는 이를 '평어'라 부르곤 했는데, 디자인학교에서 '평어'라는 말이 자리 잡았다. 최봉영 샘은 이를 '나란이말'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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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 샘은 오랜시간 수직관계가 아닌 수평관계에 관심을 두었다. 샘이 번역하신 줄리엣 미첼의 <동기간>은 이런 의지가 반영된 책인데, 나는 이 책을 거의 이해 못했지만 형제자매와 친구관계가 우리 삶을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더불어 우리 사회의 심리학이나 정식분석학은 오로지 부모자식과의 수직관계에만 신경쓰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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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 샘은 수직화되어가는 우리 사회를 다소나마 수평화시키기 위해 샘이 참여하는 여러 공동체에서 '평어' 실험을 하곤 했다. 대부분 실패했는데 몇몇 성공사례도 있었다. 디자인학교도 성공사례인데 중요한 것은 이 성공이 얼마나 지속되냐이다. 어쨌듯 디자인학교의 평어 실험은 일상이 되었고, 평어적 수평관계가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디자인학교 전반으로 이 실험이 확대되지는 않았다. 다만 디자인학교에서는 대부분 상호간 평어를 쓰거나 경어를 쓴다. 즉 평어든 경어든 나름대로 수평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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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영상클립들은 어린시절부터 높낮이말로 사회적 억압과 차별이 구성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우리 아이도 아래 영상클립에 나오는 6살이다. 나는 아이에게 상호평어를 쓰거나 상호경어를 쓰곤 한다. 아이가 경어로 말하면 경어로 대답하고, 평어로 말하면 평어로 대답한다. 그게 습관이 되어 나와 아이 사이에는 이런 언어관계가 자리잡았다. 내가 이렇게 한 이유는 경어를 쓸 경우 평어와 달리 하고 싶은 말을 삼가하게 되는데, 경어로도 하고 싶은 말을 맘껏 할 수 있는 습관을 길러주고 싶어서이다. 적어도 아빠한테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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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어가 사람의 경험과 밀접하기에 인류의 오랜 경험이 언어에 압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던차 최봉영 샘을 만나고부터 한국말이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언어는 사람간의 관계만이 아니라 생각과 행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세상을 이해하는 학문도 마찬가지다. 학문은 몽땅 언어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나아가 우리 삶의 새롭게 디자인하는데 있어서도 언어와 한국말을 이해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만약 우리가 언어와 한국말을 이해한다면 디자인과 예술을 어떻게 가르치고 배워야 할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한국사회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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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경디자이너 

역사는 디자인된다저자
그래픽디자이너로 디자인을 둘러싼 세상에 관심을 두며, 읽고 쓰기를 반복합니다. <역사는 디자인된다> <런던에서 온 윌리엄모리스> <좋은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졸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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