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해설]유진오( 2 판 )
유진오(兪鎭午)1906~1987 소설가‧법학자 호는 현민(玄民).
진오(陳五), 현민(玄民) (사진=위키백과)
생애
1906. 5. 13. 서울 출생
1927. 단편소설 <스리>를 조선지광(朝鮮之光)에 발표
1929. 경성제대 법문학부 졸업
1936. 보성전문 교수
1946. 대한민국 헌법 기초 위원
1952. 고려대 총장, 학술회 회원 역임
1987. 사망
작품활동
1906년 5월 13일 서울 종로 출생. 경성제일고보를 거쳐 1924년 경성제국대학 예과(豫科)에 입학했다. 같은 해 동교(同校) 전조선인(全朝鮮人) 학생으로 ‘문우회(文友會)’를 조직, 「문우(文友)」를 발간했고, 이재학(李在鶴) 등과 시집 「십자가」를 출간하기도 했다.
1926년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법학부에 입학, ‘경제연구회’라는 서클을 조직했다. 이 서클은 다음 해 최용달(崔容達)‧이강국(李康國)‧박문규(朴文圭) 등이 가입함과 동시에 좌경(左傾)했다. 수년 후에는 이 연구회의 회원 중에서 조선공산당 재건운동에 참가한 사람까지 생기자, 학교 당국으로부터 해산 명령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 무렵부터 이효석(李孝石)과 사귀면서 창작에 몰두, 1927년 이후 「조선지광(朝鮮之光)」, 「현대평론(現代評論)」 등에 단편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당시는 카프의 프로문학이 성행했기 때문에, 그는 일찍이 프롤레타리아 문학관에 동조, 이효석과 더불어 동반작가(同伴作家)로서 활동했다.
이 무렵에 발표된 작품이 「스리」(1928), 「복수(復讐)」(1928), 「삼면경(三面鏡)」(1928), 「갑수의 연애」(1929), 「가정교사」(1929), 「빌딩과 여명」(1929), 「귀향」(1929), 「여직공」(1929), 「송군 남매와 나」(1929) 등이다. 이같은 작품들은 모두 빈민계층의 생활을 주제로 한 경향적인 성격을 드러낸다. 1929년 경성제대 법문학부를 졸업, 1931년부터 같은 대학 연구실 조수 및 예과 강사로 있으면서 「5월의 구직자」, 「5월의 제전」 등을 내놓았다. 1935년 프로문학 퇴조기에 쓴 「김강사와 T교수」는 그의 대표작이며, 시정문학(市井文學)으로 「가을」(1939), 「이혼」(1939), 「나비」(1940), 「창랑정기」(1940) 등의 단편을 발표하는 한편, 장편 「화상보」(1938)를 「동아일보」에 연재했다. 광복 후 문단을 떠나 법학자로 대한민국 헌법을 기초하고, 초대 법제처장, 고려대학 총장, 신민당 당수 등을 역임했다.
유진오는 1927년 단편 <스리>를 발표하면서 계급문학에도 관심을 기울여 한때 동반자 작가로 주목된 바 있다. 그는 계속해서 <오월의 구직자>, <여직공>, <가정교사>, <김강사와 T교수>, <간호부장> 등 많은 작품을 내놓았는데, 이것들은 주로 가난에 허덕이는 하층민이나 또는 지식인의 곤경을 대상으로 하여 불합리한 상황 속에서의 분노와 좌절을 그리고 있다. 특히 그가 동반자 작가로서 활약하던 시기의 작품인 <오월의 구직자>, <여직공>에서 <김강사와 T교수>, <치정>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작품의 배경과 인물은 생활양식마저 도시 생활의 재현으로 일관되어 있다. 그는 도시생활의 물질주의 정신적, 물질적인 양상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에는 교양주의 지식인이 당면하는 정신적인 갈등과 주부로서보다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여급이라는 변칙적인 직업을 갖는 여인들의 초상을 많이 제시하였다. <오월의 구직자>는 전문학교 졸업을 앞둔 젊은이들이 배울만큼 배우고도 취직을 할 수가 없어 고통을 받는 이야기로서, 식민지 시대의 지식인이 몰락해 가는 과정을 제시해 주고 있으며, 보다 더 나아가서 그런 한 인간을 만들어내기까지에는 우리나라 경제 또한 얼마나 비참한 붕괴를 겪지 않으면 안되었던가 하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김강사와 T교수>는 식민지 상황의 물질적인 악덕에 의해서 나약한 지식인이 파멸하는 비극적인 일면과 식민지 교육의 앞잡이들인 일본인 지식인들의 위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점에서 이 작품은 한국문학에 있어서의 지식인 소설의 한 전형으로서 “구직이니 실직이니 하는 문제보다도 일층 근본적인 문제, 인텔리의 현실과의 타협과 그 이상 또는 세계관과의 모순에서 생기는 고민”을 주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어떤 부처>, <치정>, <나비> 등에서는 모두 경제적으로 무력한 도시의 가족들의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주부들이 남편의 존재를 숨기고 여급으로서의 변칙적인 직업전선에 나서게 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요컨대 그는 시대의 희생자로서의 지식인과 여급의 초상을 통해서 ‘불안’ ‘절망’ 및 ‘궁핍’ 등의 시대의 징후를 형상화한 것이다. 결국 그의 문학에서는 행동범주가 아닌 인식 범주로서 그 최종 목표를 삼고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관념’을 통한 사회에 대한 개인의 대응방법, 또는 세계를 향한 자아의 적응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작품해설
「김강사와 T교수」
유진오가 1932년 「신동아」에 발표된 단편소설. 사실주의를 추구한 심리소설로, 지식인은 현실과 타협할 줄 모른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주인공 김만필은 H과장의 소개로 S전문학교 강사에 취임한다. 그곳에서 T라는 교수와 알게 되었는데, 그는 처음 만난 김만필에게 갖은 친절을 베풀면서 학교의 이면상까지 들려준다. 그때 S전문 교수회는 세 파로 나누어져 있었으며, 교장과 T가 강한 파였다. 그는 어느 날 H과장 댁을 예방했다가 거기서 T를 만난다. 돌아오는 길에 T는 김만필에게 그의 과거를 다 알고 있다면서 위협한다.
T는 은근히 김만필이 동아리가 되어 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T는 그가 신문에 좌익 작가의 활동상황을 소개한 글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고, 나중에 알았지만 대학시절에 문화비판회 회원으로 활약했던 일까지도 다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한번도 T를 찾아가지 않았다. 몇 달이 지났다. 하루는 T가 김만필에게 H과장이 한번 만나고 싶다니 찾아가 보라고 했다. 그날 밤 김만필은 H과장을 찾아갔다. 거기서 H과장은 자기를 망신시켰다면서 큰 성화를 낸다. 그것은 T가 H에게 김만필의 과거를 폭로했기 때문이며, 이것으로 그는 S전문학교에서 쫓겨나게 된다.
「창랑정기(滄浪亭記)」
유진오가 1938년 동아일보(38.4.19-5.4)에 발표된 단편소설. 작가 자신의 유년시절 이야기로, 현대의 첨단을 가고 있는 물질문명에서 느끼는 인생의 무상함과 향수를 그린 작품이다. 7~8세 때 그의 아버지를 따라갔던 그의 삼종 증조부되는 서강대신의 거처(居處) 창랑정을 중심으로 그곳에서 처음으로 느꼈던 감회와, 그와 더불어 그곳의 교전비(轎前婢)로 있었던 을순이에게서 느꼈던 애잔한 감정을 이끌어 내어 그의 유년시절의 향수를 그리고 있다. 정신적인 향수는 거기에 물질이 개입될 때 산산이 부서지는 것으로, 작가는 폐허가 되어 자취조차 찾아볼 수 없는 창랑정의 옛 기억을 더듬으며 인생의 무상함을 느낀다.
「화상보(華想譜)」
유진오가 1938년 「동아일보」에 연재한 장편소설. 당시 인텔리층을 휩쓸었던 데카당스와, 그에 반대되는 제로이즘을 대립시켜 애정의 편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시영과 경아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시영은 식물학에 남다른 취미를 가진 성실한 청년이다. 경아는 여학교를 졸업하고 도쿄의 음악학교를 거쳐 서양을 여행하고 세계적 소프라노 가수가 되어 패트런인 안상권과 귀국한다.
여기서 불과 일개 실업학원의 교원인 시영과의 사이는 벌어지게 된다. 반면 시영의 누이 보순의 친구요 교수의 딸인 명옥이 등장하여 시영에게 애정을 바친다. 어디까지나 성실한 시영은 경아에게만 집중하나 경아는 안상권과 결국 약혼하게 된다. 그러나 안상권의 방탕이 탄로나고 경아는 자취를 감춘다. 한편 시영은 일본의 권위있는 교수에게 식물학 연구논문을 인정받아 일약 유명하게 되고, 명옥의 헌신적 사랑에 감동되어 결국 둘은 결혼하게 된다. 약혼에 실패하여 고민하는 경아는 베를린의 옛 선생으로부터 다시 독일로 오라는 편지를 받고 떠날 준비를 한다. 이렇게 시영을 중심으로 온갖 인생의 국면이 분방하게 전개되어 결국은 순탄한 결말과 당연한 인과를 맺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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