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화국 경제사 epub
전강수 (지은이)여문책2020-03-06
부동산 공화국 경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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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페이지수 304쪽, 약 16.4만자, 약 4.7만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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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089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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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19세기 말까지 미국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세계적 명저 『진보와 빈곤』의 저자 헨리 조지의 사상에 큰 영향을 받은 학자답게 전강수 교수는 기득권세력.투기세력, 뉴라이트 사학자들의 논리에 맞서 27년간 꾸준히 토지정의를 설파해왔다. 이번 신간 『부동산공화국 경제사』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부동산 문제와 그 해법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시각자료와 친절한 용어해설을 넣어 내용의 이해를 돕는 한편, 쉽고 명징한 문체와 논리로 그동안 일반에 잘못 알려져 온 부동산 문제 관련 신화를 해체하고 진실을 알리는 데 역점을 두었다. 또한 노도와 같은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출발한 문재인 정부가 반드시 성공하기 위해 취해야 할 구체적인 정책 제안까지 담았다.
목차
프롤로그
1부 해방과 함께 평등지권 사회가 도래하다
들어가는 말 | 평등지권이 중요한 이유
1장 나라의 땅 vs 지주의 땅
2장 농지개혁으로 도래한 평등지권 사회
+ 추미애의 연설, 조봉암과 노무현이 보였다
2부 대한민국, ‘부동산공화국’으로 추락하다
3장 박정희가 열어젖힌 부동산공화국의 문
4장 자꾸 부는 투기 광풍, 어설픈 정부 정책
5장 슬픈 종부세
6장 부동산공화국의 실상
+ 서민경제를 강타한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
3부 땅이 아닌 땀이 대우받는 세상을 향하여
7장 소득주도성장인가, 불로소득주도성장인가
8장 부동산공화국 해체를 위한 제언
+ 기본소득 연계형 국토보유세의 탄생
보론 | 한국 토지정의운동사-헨리 조지 사상, 한국에서 만개하다
에필로그
미주 | 용어해설 | 참고문헌
접기
책속에서
첫문장
한 사회가 어떤 토지 소유제도를 채택하는지는 그 사회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P. 50~51
발전국가론 지지자들과 뉴라이트 학자들은 한국이 역사상 유례없는 고도성장을 이룩한 원인을 박정희의 리더십에서 찾는다. 이들은 모름지기 중대한 경제적 변화는 아래로부터의 동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간단한 원리를 간과하고 있다. 게다가 발전국가론 지지자들과 뉴라이트 학자들은 5·16쿠데타 이전에는 엽관주의가 만연해 능력을 중시하는 전문 관료제가 자리를 잡지 못한 반면, 박정희가 집권해서 비로소 엽관주의를 퇴치하고 능력주의에 입각한 전문 관료제를 확립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시험으로 관료를 임용하는 능력주의 관료제는 이미 이승만 정권 때 농지개혁으로 평등지권 사회가 실현되고 교육이 발달하면서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국가가 강력한 이익집단으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하고 성장에 유리한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것도 그때부터다. 그러니 한국의 성장 경험을 배우려는 개발도상국들에는 박정희를 가르칠 것이 아니라 농지개혁의 경험을 나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접기
P. 143~144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실패로 보는 견해가 많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오로지 집값을 못 잡았다는 것 하나인데, 당시 유례없는 유동성 확대로 전 세계 국가들에서 부동산값이 폭등했고 한국은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 폭이 낮았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비판이다([그림 5] 참조). 게다가 정책의 내용은 대한민국 어느 정부도 감히 시도하지 못한 뛰어난 것들이어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실패로 규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노무현 정부는 보유세 강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을 비롯해서 불황에도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은 것, 부동산 과다보유자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중과한 것, 실거래가 제도를 도입해서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것, 서민용 장기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한 것, 토지 소유 분포 통계를 사상 최초로 공개한 것 등 기념비적인 정책을 펼쳤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기득권층의 집요한 공격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으니 역사의 비극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접기
P. 187
자영업자가 아우성이고 청년 실업률이 10퍼센트를 넘을 정도로 심각한데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지 않은 것도 큰 실책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옳은 방향임에도 효과를 거둘 수 없었던 것은 과감한 복지정책과 거시경제정책을 펼치지 않은 탓도 크다.
P. 201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돌린 야당과 보수 언론의 주장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혼선과 이전 정부 때보다 훨씬 빠른 부동산값 상승세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일견 타당하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9년 동안이나 노골적인 부동산 경기부양을 시도했다는 명백한 사실과, 박근혜 정권 때의 재건축 규제 완화와 금융 규제 완화가 강남지역 부동산 광풍의 시발점이었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재건축 규제 완화는 투기 광풍의 원인으로 작용했던 정책임에도 그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논리적 결함도 심각하다.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전강수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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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식민지 조선의 미곡정책에 관한 연구〉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장,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소신 있는 부동산 정책 전문가이자 토지경제학자로 널리 알려졌지만, 대학원에서 일제강점기 한국경제사를 전공하고 해당 분야와 관련된 주제로 학위논문을 집필했을 만큼, 식민지 치하에서 벌어진 일제의 경제적 수탈에 관해 전문적 식견을 가진 학자이기도 하다. 특히 일제의 경제적 수탈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토지 수탈과 쌀 공출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국내외 사료들을 섭렵하며 일제의 수탈이 제도와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교묘하고 치밀하게 자행됐음을 밝혔다.
그런 그에게 한때 동문수학하는 사이였던 이영훈, 주익종 등이 《반일 종족주의》와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에서 펼친 왜곡된 주장은 그냥 넘겨서는 안 될 학자적 소신의 변절이자 오만과 거짓으로 얼룩진 극우적 역사 인식 그 자체였다. 이 책을 통해 친일자학사관으로 점철된 《반일 종족주의》와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의 허점과 오류를 백일하에 드러내서, 역사적 진실을 널리 알리고 역사 바로 세우기에 일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집필한 책으로 《토지의 경제학》 《부동산공화국 경제사》 《부동산 투기의 종말》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공저) 《헨리 조지 100년 만에 다시 보다》(공저) 등이 있고, 《희년의 경제학》 《사회문제의 경제학》 《부동산 권력》(공역)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접기
최근작 : <다시 촛불이 묻는다>,<《반일 종족주의》의 오만과 거짓>,<부동산 공화국 경제사> … 총 22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평등지권 사회에서 불로소득 지향 사회로 전락한
대한민국의 자화상
대한민국은 해방 후 농지개혁으로 일단 평등지권平等地權(모든 사회 구성원이 토지에 대해 갖는 평등한 권리) 사회를 실현했지만, 그 상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갖추지는 못했다. 공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토지문제의 중심은 농지에서 도시토지로 이동했는데, 문제는 1960년대 후반부터 이와 관련한 대비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의 주범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강남개발이 그 출발점이었는데, 이는 사실 국토개발의 청사진을 구현한다는 식의 거창한 목적이 아니라 경부고속도로 용지 확보와 정치자금 마련이라는, 알고 보면 다소 엉뚱한 목적을 위해 추진한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강남개발은 한강 연안 공유수면 매립사업과 함께 강남지역을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만들면서 지가 폭등을 불러왔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부동산 투기는 그 후에도 약 10년을 주기로 계속 일어났고, 부동산은 한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최대 화두로 부상했다. 박정희의 강남개발 이후 한국 사회는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잘사는 사회가 아니라 불로소득을 좇아 민첩하게 움직이는 사람이 잘사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정치인?건설업자?유력자?재벌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중산층?서민층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민이 부동산으로 ‘대박’을 노리는 사회, 그것이 바로 오늘날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다. 부동산공화국이라는 말 외에 이를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 부동산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본 대한민국 경제사
2018년 한국 사회를 뒤흔든 최대의 유행어는 바로 ‘똘똘한 한 채’였다. 엄청난 기세로 불어닥친 투기 광풍에 전국이 들썩였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서울, 특히 강남의 아파트값에 대한 기사가 연일 보도되면서 평범한 시민들을 상대적 박탈감과 불안으로 몰아넣었다. 화들짝 놀란 정부가 부랴부랴 9?13대책을 내놓으면서 투기 바람은 어느 정도 잦아들었지만 근본적 대책이라기보다 땜질식 단기처방에 가까워 언제 또 화약고가 터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1960년 무렵 전 세계에서 토지분배가 가장 평등한 나라였던 한국이 어쩌다 너도나도 불로소득에 목을 매는 사회로 전락했을까? 한국의 대표적인 조지스트 학자이자 부동산 전문가로서 실천적 지식인의 역할을 꾸준히 수행해온 전강수 교수가 이 물음에 명확한 답을 내놓았다.
전 교수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한국이 부동산공화국으로 전락한 데는 농지개혁의 한계, 다시 말해 도시토지와 임야를 개혁 대상에서 제외했고 토지 소유 불평등의 재현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한계에다 박정희 정권이 밀어붙인 무분별한 강남개발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평등지권 사회가 성립하고 후퇴한 과정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유례없는 고도성장, 부동산 투기, 기득권세력 형성, 불평등과 양극화, 경제위기 등이 모두 그것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19세기 말까지 미국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세계적 명저 『진보와 빈곤』의 저자 헨리 조지의 사상에 큰 영향을 받은 학자답게 전강수 교수는 기득권세력?투기세력, 뉴라이트 사학자들의 논리에 맞서 27년간 꾸준히 토지정의를 설파해왔다. 이번 신간 『부동산공화국 경제사』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부동산 문제와 그 해법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시각자료와 친절한 용어해설을 넣어 내용의 이해를 돕는 한편, 쉽고 명징한 문체와 논리로 그동안 일반에 잘못 알려져 온 부동산 문제 관련 신화를 해체하고 진실을 알리는 데 역점을 두었다. 또한 노도와 같은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출발한 문재인 정부가 반드시 성공하기 위해 취해야 할 구체적인 정책 제안까지 담았다. 지지부진한 개혁에 점차 민심이반이 일어나고 있는 이때가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저자가 내놓은 해답에 일반인은 물론 정책 관계자들도 귀를 기울여 사회개혁의 근본인 부동산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해주기를 기대한다.
◆ 부동산 문제를 둘러싼 거짓 신화와 진실
전강수 교수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거짓 신화를 먼저 다음과 같이 일목요연하게 지적한다.
〈신화 1〉 해방 이후의 농지개혁은 불철저해서 개혁이라 부르기 어렵다.
〈신화 2〉 농지개혁은 이승만의 작품이다.
〈신화 3〉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은 박정희의 리더십 덕분이다.
〈신화 4〉 박정희의 강남개발은 우국충정에서 비롯됐다.
〈신화 5〉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
〈신화 6〉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신화 7〉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참여정부의 재판再版이다.
〈신화 8〉 토지공개념은 반헌법적 또는 사회주의다.
〈신화 9〉 보유세 강화는 조세저항이 강해서 시행이 불가능하다.
이어서 본문과 에필로그를 통해 위의 신화들이 어떤 면에서 거짓인지를 구체적인 근거를 토대로 조목조목 밝힌다.
〈진실 1〉 농지개혁은 개혁 후 자작농 비율이 일본보다 높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지주제를 해체해 경제성장의 장애물을 제거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진실 2〉 이승만이 농지개혁을 추진한 목적은 완전히 정략적인 것이었다. 그는 한때 농지개혁 시행 중지를 지시하기도 했다. 농지개혁의 주인공은 조봉암 초대 농림부 장관과 농림부 관료들, 그리고 소장파 국회의원들이었다.
〈진실 3〉 한국은 공평한 고도성장을 이룬 것으로 유명한데, 그 동력은 농지개혁이 달성한 평등성에서 나왔다.
〈진실 4〉 박정희는 경부고속도로 용지 확보와 정치자금 조달을 위해 강남개발을 밀어붙였다.
〈진실 5〉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한국 부동산 정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기념비적 업적이었다.
〈진실 6〉 이상하게도 문재인 정부는 근본 부동산 정책인 보유세 강화를 극구 회피하고 단기 시장조절과 주거복지에 치중해왔다.
〈진실 7〉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불패신화와 정면대결을 펼친 반면, 문재인 정부는 단순한 관리에 그치고 있어서, 두 정부 사이에 큰 유사성은 없다.
〈진실 8〉 현행 헌법은 토지공개념 조항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토지공개념 정책은 친헌법적이다. 또 토지공개념은 불로소득 차단?환수 효과를 발휘해 노력하는 만큼 대가가 주어지는 사회를 실현한다. 이는 사회주의가 아니라 진정한 자본주의다.
〈진실 9〉 보유세 강화에는 조세저항이 뒤따르지만, 기본소득과 결합하거나 국가재건 프로젝트 시행을 표방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 농지개혁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한국 사회가 한때 ‘공평한 농지개혁’을 이룬 적이 있다는 사실에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이승만 정부 당시 초대 농림부 장관을 지낸 조봉암의 공산주의 활동 전력을 문제 삼고 조봉암의 업적을 이승만의 작품으로 둔갑시키는 세력도 있다. 하지만 이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어불성설일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 평등지권을 실현한 일대 사건이었던 농지개혁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일제 강점기 당시 극심한 수탈에 시달리다 해방을 맞이한 조선 농민들은 무엇보다 지주의 압박과 수탈에서 벗어나 마음 놓고 생산하고 수확물을 자유롭게 처분하며 식량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해방 직후 농지개혁의 문제는 좌우를 막론하고 어떤 정치세력도 외면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회경제적 이슈로 부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한국의 농지개혁에 관한 많은 연구가 축적되어왔는데, 전강수 교수는 그 성과들을 종합해 다음의 요인들이 결합해서 한꺼번에 작용한 결과라고 말한다.
첫째, 미국의 역할이다. 미국은 남한을 반공의 보루로 삼고자 했고, 그래서 공산주의 세력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 농지개혁은 이런 미국 한반도 정책의 일환이었다. 실제로 미국은 미군정기에 귀속농지를 일반에 팔아 농지개혁의 흐름을 되돌릴 수 없게 만들었으며, 한국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각종 채널을 통해 농지개혁을 강력히 요구했다.
둘째, 이승만의 정치 전략이다. 이승만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입장에 순응했고, 지주세력을 약화하면서 농민들의 지지를 받기 원했다. 극우 보수주의자였던 이승만이 농지개혁 같은 급진적 개혁조치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그 때문이다.
셋째, 농민층의 강력한 요구다. 일제 강점기에 지주들에게 고율의 소작료를 수탈당했던 농민들은 해방 후 식민지 지주제의 철폐와 농지개혁의 시행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들의 요구를 무시하고서는 건국과정이 순조로울 수 없었다.
넷째, 북한 토지개혁의 영향이다. 북한은 1946년 3월 한 달 만에 무상몰수?무상분배를 골자로 하는 토지개혁을 단행했다. 남한 정부가 농지개혁을 실시하지 않는다면 남한 농민들의 마음이 북한과 공산주의 쪽으로 쏠릴 위험성이 있었다.
이런 배경 아래 마침내 한국은 오랜 세월 이어져온 ‘대지주의 나라’를 ‘소농의 나라’로 변모시키는 엄청난 개혁을 이루어낼 수 있었고, 이는 시대적 상황이 만든 일종의 기적이었다. 나아가 저자는 전 세계가 알아주는 한국인 특유의 높은 교육열에 농지개혁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본다고 덧붙인다. 농지개혁으로 기본적인 평등이 실현된 상태에서 다수의 민중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교육에 사활을 걸게 되었고, 이후 사회에 부패가 만연해 점점 더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상태로 악화될수록 더욱 교육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지 않았을까. 저자의 말대로 이는 “실증 연구가 필요한 흥미로운 주제”다.
◆ 평등지권은 사회주의적 개혁이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농지개혁으로 평등지권 사회를 실현한 세 나라가 있다. 바로 대만?한국?일본이다. 이들 세 나라는 유상몰수?유상분배 방식의 농지개혁을 단행해 공통적으로 높은 장기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토지독점이 심각했는데도 이를 개혁하는 데 실패한 중남미 여러 나라, 즉 페루?베네수엘라?콜롬비아?파라과이?과테말라 등의 장기 경제성장률은 극히 낮다(20쪽 [그림 1] 참조). 이렇듯 각국의 토지분배 상태와 그 후의 장기 경제성장률 사이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땅은 본디 거저 주어진 ‘천부자원’이기에 한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땅에 대해 평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평등지권’을 거론하면 사회주의적 토지개혁부터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평등지권은 시장경제와 토지의 배타적 이용을 인정하는 반면, 사회주의적 토지개혁은 양자를 모두 부정하고 궁극적으로 토지의 국공유화와 집단적 이용을 지향하기 때문에 이 둘의 성격은 전혀 다르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후 동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인민민주주의 혁명의 일환으로 평등지권의 한 방법인 토지의 무상몰수와 무상분배를 내용으로 하는 토지개혁을 실시했지만, 그 후 농업 집단화 정책을 추진해 평등지권의 이상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사회주의적 토지공유제를 성립시키고 말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작년 한 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부동산 투기 광풍으로 ‘토지공개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토지공개념의 시조는 헨리 조지이며, 우리나라는 1987년 민주화운동의 열기에 힘입어 토지 소유의 집중과 토지 불로소득을 방지하기 위해 토지공개념 조항을 헌법에 명시해놓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사실은 아직까지 일반에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어쨌든 한국의 현행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고 2018년에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했으나 무산된 개헌안에도 들어 있는 토지공개념은 대만에 비해 시기적으로 30년 이상 늦은 데다 내용도 추상적이고 애매해서 그 정신을 담은 법률을 시행할 때면 효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토지공개념 정신을 담은 법률은 늘 반反헌법적이라는 비난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러나 현행 헌법은 여러모로 이미 시효를 다했고 개헌의 필요성이 날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다수 서민이 집값, 임대료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근본적 사회개혁을 단행해야 할 소임이 ‘촛불정부’에 주어져 있음을 생각할 때, 문재인 정권은 이제부터라도 더 적극적으로 토지공개념 사상을 널리 알리고 이전보다 진일보한 평등지권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부동산에 대한 근본 철학을 재정립해야 할 때
한국에서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환수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 원인은 무엇일까? 저자는 무엇보다도 먼저 농지개혁 이후 수십 년이 지나는 동안 부동산 불로소득에 사활을 거는 부동산 부자와 토건족이 형성되었고 보수 언론, 경제관료, 부동산 시장만능주의 학자가 이들과 결탁해 강력한 부동산공화국 지배 동맹을 구축했다는 사실을 꼽는다. 연이어 “달랑 집 한 채 가지고 자식들 공부시키며 빠듯하게 살아가는 중산층과 서민층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지배 동맹과 동류의식을 느끼며 지원군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노무현 정부 때의 종합부동산세 반대운동은 어처구니없게도 부동산을 소유한 중산층과 서민층이 부동산공화국 지배 동맹의 조세저항에 동조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꼬집는다.
2018년 10월 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소개된 부동산 관련 세금에 대한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다. 공시가격 12억 원인 목동 아파트를 한 채 가진 사람과, 총 공시가격이 270억 원에 달하는 가양동 소형 주택 100채를 소유한 임대사업자의 세금을 비교한 내용이었다. 목동 1주택자는 재산세 연 30만 원, 10년 보유 후 매도할 경우의 양도소득세 2,900만 원, 종부세 연 75만 원을 납부하는 반면 가양동 100채 소유자는 재산세와 양도소득세 면제, 종부세 비과세로 관련 세금을 한 푼도 안 낸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은 사람은 그 임대사업자와 같은 불로소득자들뿐이었을 것이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 ‘갓물주’라는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회자되고 자라나는 세대의 장래 희망 1순위가 ‘건물주’라는 기막힌 현실을 이제라도 바로잡으려면 부동산을 불로소득 창출의 도구인 소유권이 아닌 주거권?사용권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과도한 불로소득주의자들을 백안시하는 사회 풍토 위에서 근본적인 제도개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땀 흘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사는 사회가 되어야 비로소 ‘정의로운 사회’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전강수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평등지권의 이상을 실현하려면 세 가지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힌다. 토지 그 자체를 균등하게 분배하는 방법, 국공유지를 확대하고 그것을 민간에 빌려줘서 임대료를 걷는 방법(토지공공임대제), 토지사유제를 유지하되 토지보유세를 높여서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방법(토지가치세제)이다. 문제는 정책 담당자들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으면서도 노무현 정부 때의 ‘종부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인지 근원적인 개혁에는 눈을 감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희망은 있다. 우선 그때의 시민들과 지금의 ‘촛불시민’은 많이 다르다. 그리고 대다수 ‘촛불시민’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 못지않게 확실한 적폐청산과 사회개혁을 이뤄내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것이다.
◆ ‘기본소득 연계형 국토보유세’의 제안자가 밝히는 부동산 문제의 근본 해법
전강수 교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대선의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국토보유세, 기본소득, 지역상품권’을 3종 세트로 결합한 대표 공약을 만든 주역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자신이 이재명 후보를 적극적으로 도운 이유는 이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라고 밝힌 부분이다. 여러 우여곡절과 힘든 과정을 감내하며 그가 끝까지 이 후보를 도왔던 것은 ‘대형 스피커’를 통해 평소 지론을 마음껏 알릴 수 있는 기회라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런 부분이 전강수 교수가 학자의 본분을 망각한 일부 비양심적 ‘폴리페서’들과 구분되는 지점이다.
이런 전 교수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기념비적인 것이었다고 단언하면서도 종부세가 가진 한계를 명확히 지적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종부세는 극소수의 부동산 과다보유자에게만 부과되기 때문에 증세 여지가 적어서 보유세 강화를 의미 있게 추진하기에는 부적절한 수단이다. 응집된 소수의 격렬한 조세저항을 유발하기도 쉽다. 또한 형평상의 문제도 심각하다. 따라서 전 교수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종부세 대신 국토보유세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국토보유세는] 종부세와 달리 토지에만 부과하고, 극소수의 부동산 과다보유자가 아니라 전체 토지 보유자에게 부과한다. 건물에 과세하지 않는 것은 건물보유세가 건축 활동을 위축시키는 비효율을 낳기 때문이다. 조세저항 문제를 염려하겠지만 그것은 국토보유세 세수 순증분을 모든 국민에게 1인당 n분의 1씩 분배하는 토지배당으로 해결한다. 국토보유세는 현행 보유세 제도의 근본 문제로 지적되는 용도별 차등과세를 폐지하고 모든 토지를 인별 합산해서 누진과세한다. (232쪽)
국토보유세 세수 순증분으로 지급하는 토지배당은 생애주기별 배당이나 특수배당 등 다른 기본소득과 결합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순수혜 가구 비율은 더 늘어나고 수혜액도 증가할 것이다. 게다가 토지배당을 비롯한 모든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그것이 지역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중략)
국토보유세를 기본소득과 결합해서 도입할 경우 예상되는 사회경제적 효과를 한번 생각해보자. 국토보유세 도입은 부동산공화국과 부동산 특권에 직격탄이 된다. 이 세금이 본격적인 효과를 발휘할 단계가 되면,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지대추구 경향은 줄어들고 그만큼 생산적 경제가 활성화된다.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보유한 사람들은 필요 이상의 토지를 매각하므로 토지 소유 불평등이 완화된다. 2000년대 후반 이후 토지 매입에 몰두해온 재벌?대기업도 필요 이상의 토지를 처분하면서 생산적 투자에 관심을 기울인다. 부동산 소유 불평등이 완화되면 자연히 소득 불평등도 줄어든다. 더욱이 지가와 부동산 가격의 하향 안정화로 주거비용과 창업비용도 하락한다. 이렇게 되면 임금 부담과 높은 토지비용 때문에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의 회귀 가능성이 높아진다. 모든 국민이 토지배당을 받게 되면, 국민의 주권의식에도 큰 변화가 일어난다. 자신이 민주공화국의 실질적 주인이라는 의식이 생겨나는 것이다. 어떤가? 실로 놀라운 변화가 아닌가? (236~237쪽)
그 밖에도 저자는 ‘특권이익 있는 곳에 우선 과세한다’는 것을 조세제도의 제1원칙으로 수립해서 실행하자고 제안한다. 국토보유세 도입 외에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으로 재벌?대기업 법인세 중과, 누진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상속세?증여세 최고세율 인상, 자연자원 이용료와 환경오염세 정상화 등을 꼽는다. 이 모든 것은 사회적 공론화 과정과 구성원들의 합의를 전제로 하며 더욱 세밀한 정책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수십 년간 누적된 고질적 사회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특효약은 없으며, 그 어떤 정책도 모든 국민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다만 각계 전문가와 정책담당자들이 민주공화국의 대다수 성원을 위한 정책을 개발?제안하고 널리 알림으로써 사회적 대타협을 토대로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해나갈 수 있을 뿐이다. 심각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는 명약관화하지 않은가.
[미디어 소개]
☞ 한겨레 2019년 1월 18일자 기사 바로가기
☞ 프레시안 2019년 1월 18일자 기사 바로가기
☞ 서울신문 2019년 1월 16일자 기사 바로가기
☞ 서울신문 2019년 1월 17일자 기사 바로가기
☞ 연합뉴스 2019년 1월 17일자 기사 바로가기
☞ 서울경제 2019년 1월 18일자 기사 바로가기
☞ 경향신문 2019년 1월 19일자 기사 바로가기
☞ 국민일보 2019년 1월 19일자 기사 바로가기
☞ 문화일보 2019년 1월 18일자 기사 바로가기
☞ 아시아경제 2019년 1월 18일자 기사 바로가기
☞ 내일신문 2019년 1월 18일자 기사 바로가기
☞ 프라임경제 2019년 1월 18일자 기사 바로가기
☞ 동아일보 2019년 1월 19일자 기사 바로가기
☞ 경향신문 2019년 1월 27일자 기사 바로가기
☞ 세계일보 2019년 1월 26일자 기사 바로가기
☞ 오마이뉴스 2019년 2월 18일자 기사 바로가기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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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본바로 관심이 가긴하는데 돈이 으음 천천히 구해서 읽어도 될듯하기도 하고
냔묘 2019-01-22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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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부동산 공화국 경제사 새창으로 보기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부동산 문제를중심으로 살펴본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한때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땅에 대해 평등한 권리를 가졌던 평등지권사회에서이제는 거의 모두가 부동산으로 대박을 노리는 불로소득 지향 사회로 전락한이유는 무엇인가?..?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땅이 아니라 땀이 대우 받는 사회를 위한 근본적인 부동산 대책을 제시한다....이 정부도 그전 정부와 다르지 않다!부동산 대책이라고 내 놓은 24번의 대책 결과는 서민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는것이 현실이다...답답하고 안타깝다....
우민(愚民)ngs01 2020-11-04 공감(1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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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공화국경제사라는 제목이 아깝지 않은 책 새창으로 보기
이 책을 통해 그간 몰랐던 많은 사실과 통찰을 얻게되었다.다만 노무현 정부에 대해 의도는 좋았으나 운용의 능력이 부족했음을 통찰하기보다 반대세력에 대한 비난에만 집중하고 찬양하기만 한 점은 아쉽다.좋은 의도를 중용의 묘로 실현해내는 것이 훌륭한 정치가 아니겠는가. 공산주의에 대한 염증이 있는 우리 나라의 특성을 고려한 운용의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성공의 길일 것이다.
AKASA의 라이프스토리 2019-04-11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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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읽어야할 책 새창으로 보기
최근에서야 부동산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이 나라가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훌륭하게 연구하신 교수님과 단체가 있음에도, 명백한 답이 있음에도 이 나라가 이 지경이 된 것은 기득권층과 특권층의 자기 이권 챙기기 때문이겠지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정의로운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비전문가로서 12.16, 7.10 대책 등 후속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좋은 책 써주셔서, 그간의 수고와 헌신에 감사드립니다. 함께 정의로운 나라를 위해 힘쓰겠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특히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는 분들 고위공무원 국회의원분들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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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dflak 2020-08-25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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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 주거의 역사 : 아파트 열풍의 기원을 찾아서 새창으로 보기
<한국 주거의 사회사>, <한국 주거의 미시사>, <한국 주거의 공간사> 총 3권의 책으로 구성된 <한국 근현대 주거의 역사>는 종합적인 관점에서 근대 이후 양식 변화를 조망한 책이다. 여러 명의 저자 중 유일하게 모든 책의 집필에 참여한 저자 전남일 교수는 책의 구성을 [그림]과 같이 설명한다.
[그림] 한국 근현대 주거의 역사 구조
오래 전에 출간된 책이지만, 최근 법률 개정으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하여 다시 들춰보게 된다. 역사(歷史)의 관점에서 바라본 우리 사회의 부동산 문제, 그 중에서도 아파트 문제의 기원은 무엇일까. 이번 페이퍼에서는 세 권의 책을 통해 아파트 문제의 기원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아파트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깨고 새로운 욕구의 대상, 도시 생활의 총아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들어서부터이다. 아파트 생활의 편리함과 간소함은 단연 중산층 핵가족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특징으로 다가왔다.... 고급재료와 시설/설비로 호화롭게 꾸며진 모델하우스는 서구식 생활을 갈망하고 주거를 통해 사회경제적 지위를 과시하고 싶은 중산층의 욕구를 잘 반영했다._ 전남일, 양세화, 홍형옥, <한국 주거의 미시사>, p146
오늘날은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릴만큼 많은 아파트가 전국에 지어졌지만, 처음부터 아파트가 인기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1960년대 당시 서구식 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대중들에게 아파트는 낯선 공간이었다. 그래서, 아파트에 대한 부정적인 대중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모델 하우스'라는 새로운 판촉전략이 등장한다. 오늘날의 드라마와 CF가 새로운 생활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모델하우스는 70년대 중산층에게 새로운 워너비(wanna be)가 되었다. 마치 80년대 후반 my car 열풍으로 인한 자가용이 폭발적 증가가 되었던 사실을 연상시키는 마케팅의 성공은 아파트 수요를 끌어올리는데 성공하게 된다. 그렇지만, 아파트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변화는 마케팅에 의한 것만은 아니었다. 시대의 흐름을 읽은 몇몇 사람들은 단독주택과는 달리 동일 지역에 같은 형태로 많은 양이 동시에 공급되는 아파트의 시장성에 주목하게 된다. 기존의 단독주택이 수공업 제품이라면 아파트는 공장제 제품이었고, 공산품으로서 아파트의 특성에 주목하면서 아파트는 이제 재테크 수단으로 용도가 변경된다.
아파트에 대한 선호를 더욱 부채질한 것은 아파트 사재기로 돈을 벌었다는 부유층 복부인들의 이야기가 연일 대중매체를 장식하면서부터다. 눈 깜짝할 사이에 갑절로 불어나는 아파트 가격은 아직 막대기 하나 꽂지 않은 황량한 벌판으로 사람들을 유혹했고 복덕방에는 웃돈을 주고 청약 통장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들에게 아파트는 일확천금을 가져다주는 도깨비 방망이었다._ 전남일, 양세화, 홍형옥, <한국 주거의 미시사>, p148
아파트가 단순한 거주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자, 수요량이 급증하기 시작했고, 아파트 시장은 균형을 잃어버렸다. 아파트에 대한 높은 수용에 대응하기 위해 이제는 건설회사가 나설 차례가 되었다. 이들은 70년대 개발 시대를 맞아 서울 등 대도시에 많은 양의 아파트를 공급하여 해외의 중동건설 붐과 함께 호황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여기서 뜻하지 않은 정부의 개입이 일어나면서 부작용이 발생한다.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주택 시장은 사회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맞물려 개발과 성장의 논리가 지배하던 시절이었다. 주택 시장은 공공 또는 민간 주도의 아파트, 집장수 집, 건축가가 설계한 일부 고급 주택, 무허가 주택 등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었고, 이러한 상황의 저변에는 모두들 집만 지어 팔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심리가 깔려 있었다.... 197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서울의 아파트 분양 신청률은 40 ~ 70 대 1에 이르는 과열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아파트 가격은 날이 갈수록 급등했다._ 전남일, 손세관, 양세화, 홍형옥, <한국 주거의 사회사>, p259
당시는 주택복권을 발행할 정도로 서민의 내 집 마련의 꿈이 절실하던 시기였기에 그렇지 않아도 흉흉한 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 결과 마치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성냥갑의 건물들이 도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오늘날 한국 대도시의 전형적인 모습이 형성되기에 이른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남향'에 대한 선호도 영향을 미친다.
집값이 폭등하면서 무주택 서민층의 내 집 마련이 어렵게 되자 1977년 정부는 주택청약제도와 함께 분양가 상한제를 본격 시행했다.(p260)... 분양가 규제는 투기 조장 외에도 여러 부작용을 초래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큰 부작용은 도시가 획일화된 아파트 숲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_ 전남일, 손세관, 양세화, 홍형옥, <한국 주거의 사회사>, p261
1970년대 중반, 같은 판상형 주거동이면서도 폐쇄적인 클러스터를 이루는 ㅁ자형 배치의 잠실아파트단지가 처음으로 계획되었지만 남향선호라는 거주자들의 요구에 밀려 더는 발전된 형식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무미건조하고 획일적인 주거동과 남향배치는 한 단지 안에서, 한 지역에서, 그리고 지역을 넘어서 반복/재생산되었으며, 이러한 현상은 1980년대 절정을 이루었다.(p274)...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상황에서는 상품의 물량이 많을수록, 그리고 대규모일수록 큰 이윤이 남는다는 '규모의 경제논리'가 지배적이었다. 또한 단지계획뿐만 아니라 주거동 계획과 평면계획도 법적 한도 내에서 최대한의 용적률을 달성해야 한다는 경제적 목표에 의해 좌우되었다._전남일, <한국 주거의 공간사>, p275
또한, 주변 건물과 구별되는 고층 건물과 단지 내 생활권을 조성하는 아파트 단지의 특성은 아파트 단지와 주변 지역을 단절시켜, 아파트에 사는 새로운 부르주아(bourgeoisie)라는 계급을 탄생시켰다. 같은 지역에서도 춘추(春秋)시대의 국인(國人)과 야인(野人)이 구별되듯 아파트 단지는 지역민을 갈라놓았고, 같은 생활권역에서 비슷한 생활수준을 가졌다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동질감은 특히 아파트 매매 시 가격을 단합하여 자산가치를 지킬 때 잘 나타난다.
마포아파트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아파트로 등장한 이후 우리나라 공동주택의 계획원리를 지배한 것은 근린주구론(Neighbourhood Unit)이다. 하나의 단지는 독립 생활 환경으로서 그 안에서의 완벽한 편리함을 추구했고, 이렇게 출발한 개념은 '단지 내 편리한 생활'이라는 아파트 생활의 대명사를 만들었다. 그 결과 아파트단지는 외부로부터는 폐쇄적인 것이 당연시되었으며, 단절된 공간구조를 더욱 선호하도록 만들었다. 여기에는 한편으로 중산층 선민의식이라는 아파트 거주자의 사회적 함의가 내포되어 있었다._전남일, <한국 주거의 공간사>, p273
수천 년에 걸친 한국 주거의 역사에서 최근 나타난 아파트의 역사는 극히 짧다. 그렇지만, 이전에 나타난 주택들이 대체로 실용성, 안전성 등 주거 목적이 강조되었다면, 상품 가치가 강조된 아파트의 성격은 매우 다르다. 그리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아파트 문제는 '아파트 = 재산'이라는 인식으로 재산 또는 신분상승이라는 수직적 욕망과 좋은 거주 환경 확보라는 수평적 욕망이 융합된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국 근현대 주거의 역사를 통해 오늘날 부동산 문제의 근원을 찾아보면서 해결책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한국 주거의 사회사, 미시사, 공간사의 세부 측면은 아파트라는 주제와는 별도로 리뷰에서 살표보도록 하고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성장기 였던 1970년대에는 전세 끼고 집(아파트)을 넓혀 가는 것이 보편적인 재테크 수단이었지만, 이제는 주택이 남아도는 저출산-고령화시대에는 더는 유효하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당시 여의도 시범아파트 24평에 살다가 80년인가에 신반포 35평 새 아파트로 이사 갔어요. 한 4년 살다가 개포동 우성아파트로 이사했고요. 47평인가? 저는 거기 살 때 결혼해서 분가해서 살았어요. 어머니는 그곳에서 한 7 ~ 8년 살다가 분당 신도시에 입주할 때쯤 개포동 아파트 팔고 60평 아파트를 사셨죠. 지금은 한 3년 전에 수지 80평 아파트를 사서 저희 식구랑 함께 살고 계셔요. 돌이켜 보면 바로 아파트 갈아타기였던 것 같아요. 그 덕에 재산도 많이 불리셨을걸요?_ 전남일, 양세화, 홍형옥, <한국 주거의 미시사>, p152
과거 강남 개발이 거의 완료되던 80년대 말에 지금의 법조단지로 조성된 부지에는 꽃동네가 있었지만, 이들은 강제철거를 당한 후 멀리 떠나야 했다. 이처럼 철거민들의 눈물과 한(恨)위에 세워진 서초동 법조단지. 오늘날 법원과 검찰청이 위치한 이 곳을 바라보면서 '민(民)위에 군림하는 법가(法家)'라는 현실은 어쩌면 태생적인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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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0-08-05 공감 (4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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