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인터뷰> 유언비어 전문가 윤평중 한신대 교수
송고시간2010-10-01 07:29
정성호 기자기자 페이지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
(자료사진)
"우리처럼 루머에 정부와 국가가 흔들리는 것은 드물어"촛불시위, 과학적 근거 없는 광우병에 대한 공포로 촉발루머에 취약한 것은 공적 신뢰 낮기 때문..기득권층 책임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신재우 기자 = "음모론자는 어느 나라든 항상 있기 마련이죠. 그러나 루머의 성격이 다분한 걸 두고 정부가 흔들리고 국가 공동체 전체가 위기로 치닫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입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가 유언비어에 얼마나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윤 교수는 그러나 "(루머는) 공권력이 개입해 해결할 일이 아니라 시민 스스로가 책임감을 가지고 성찰하면서 장기적으로 완화될 수 있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진화하면서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윤 교수와의 일문일답.
--우리 사회는 루머 대처 능력이 부족한 사회로 보이는데 왜 그런가.
▲가수 타블로의 학력 진위 논란 사례가 상징적인 경우인데 병적인 측면이 있다. 원인은 우리 사회의 공적 신뢰가 낮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전형적인 저신뢰 사회다. 또 기득권층의 책임이 크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에게 요구되는 높은 도덕적 의무)가 있어야 하는데 최소한 조선시대 때부터 지도층 또는 기득권층이 권리만 누리고 책임은 안 졌다. 실제로 살아가는 모습이 말과 다른 행태를 보여왔다. 얼마 전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장면을 목격했다. 이런 것들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못 믿게 되는 역사적인 맥락이다.
--다른 요인도 있나.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
(자료사진)
▲디지털 정보 혁명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가 전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이다. 무한복제와 시공간의 파괴라는 디지털 혁명이 한국에서는 루머 확산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 옛날에 책이나 출판물에 의해 루머가 확산하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란 카페의 팬클럽 멤버가 순식간에 11만명을 넘어섰는데 질과 양적 측면에서 확산 속도가 믿기 어려울 정도다.
--루머는 어떻게 확산하나.
▲일단 루머가 퍼지면 자기 확대의 과정을 밟는다. 천안함 사건이나 타블로 사건을 봐도 전문가에 가까운 사람들이 거기에 개입한다. 열혈 누리꾼들이 자기 나름대로 정의감, 확신을 가지고 작업하면서 하룻밤 새 천문학적인 확산 양상을 보인다. 그런 과정을 밟으면 자기방어의 메커니즘을 갖게 돼 루머를 믿는 사람들은 아무리 사실을 갖다 대도 '음모의 소산'이라거나 '진실을 숨기는 음모'라고 생각한다. 설득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중대한 음모가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생각을 계속 확대 재생산한다.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에 유언비어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고 보나.
▲2008년은 상당히 복잡하다. 광우병과 인간 광우병의 위험성을 과장한 것이 중대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대통령의 소통 불능 등이 더 큰 요소였다. 촛불의 불을 댕긴 건 미국산 쇠고기가 유발할 수 있는 인간 광우병에 대한 분노와 공포인데 사실 이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이었다. 거짓 루머가 촉발한 공포와 분노로 시작된 사회운동이 과연 정당한지 의문이다.
--이런 유언비어 광풍에 앞으로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사회적 낭비가 극심해진다. 천안함 문제 같은 경우에도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이성적이라면, 사실과 합리성이 확립된 사회라면,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추가비용이다. 서로 반목하고 비난하면서 총체적으로 사회적인 비용이나 긴장이 굉장히 증가한다. 그만큼 불안정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하지만 이런 것들은 공권력이 개입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시민 스스로가 책임감을 가지고 성찰하면서 장기적으로 완화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진화하면서 감소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는데 희망이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당분간은 우리 사회의 역동성 때문에 이런 홍역이 계속 될 것이다.
--추가적인 법적 규제가 필요할까.
▲최소한의 것들은 추가돼야 한다.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으로 모든 것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정말 악랄하게 프라이버시나 공동체의 안녕을 악질적으로 해치는 루머 양산자에게는 일정한 법적 제약이 있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는 명예훼손에도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소송을 건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라고 불리는 제도인데 신세를 망치기 때문에 조심한다. 그런데 우리는 역사가 다르다. 독재정권들이 정권 안보를 위해 표현의 자유를 탄압한 역사가 있어 히스테리 반응을 부른다. 시민사회의 반발이 커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은 장기적인 시민사회의 진화, 즉 서로 노력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가야지, 법적으론 힘들 것이다.
--이런 유언비어 대처 능력이 강하다고 할 만한 나라가 있을까?
▲예를 들면 미국에서도 9.11 테러가 미 정부의 자작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음모론자는 항상 있기 마련이다. 중대한 차이는 그런 것들이 공론의 영역, 즉 주류 언론에서 심각하게 취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큰 영향을 못 미치는 것이다. 미국이 상대적인 균형 감각을 우리 사회보다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언론의 자유가 충실히 보장되지만 공론 영역에서 터무니없는 이야기들이 걸러지는 자정 능력이 있다. 유럽 사회는 더 그렇다. 특히 언론뿐 아니라 이를 받아들이는 시민들이 상대적으로 균형 잡혀 있다. 우리 사회처럼 루머의 성격이 다분한 걸 갖고 정부가 흔들리고 국가 공동체 전체가 위기로 치닫는 일은 상당히 드물다. 한국에선 극단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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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언비어 보고서> ① 괴담에 춤추는 나라
2010/10/01 07:2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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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언비어 보고서> ① 괴담에 춤추는 나라
송고시간2010-09-27 07:29 日本語공유 댓글 글자크기조정 인쇄
신재우 기자
신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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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쇠고기 수입 재협상 촉구 촛불문화제(2008년 자료사진)
한미 쇠고기 수입 재협상 촉구 촛불문화제(2008년 자료사진)
촛불시위 등 사건 뒤엔 언제나 설(說)-설(說)-설(說)유언비어 하나가 나라 전체 뒤흔들며 사회혼란 조장"오도된 공포와 분노로 촉발된 사회운동 정당할까?"국민과 정부간 신뢰 깨지면 국가발전이나 미래 없어
(서울=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한국 사회가 허무맹랑한 유언비어와 음모론에 춤추고 있다.
전에 없이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는데도 유언비어가 줄기는커녕 그 영향력은 오히려 커지는 이상한 상황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 최진실 자살, 신종플루 괴담, 천안함 사태 등 사회를 뒤흔든 사건 뒤에는 언제나 유언비어가 있었다.
유언비어는 나중에 거짓임이 밝혀지고 나서도 대중의 뇌리에 남아 소통과 통합을 방해하고 개인과 국가의 공신력을 훼손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응할 뾰족한 수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는 것이 실정이다.
◇ 촛불시위 루머가 기폭제 역할
2008년 한국 사회를 강타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당시 전국적으로 광우병과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신뢰 있는 정보인양 유통됐다.
당시에는 "광우병은 수돗물이나 공기로도 전염된다", "정부가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만 수입하기로 했다"는 등 상식 수준을 크게 벗어나는 루머도 널리 퍼져 나갔다.
"한국인의 유전자형은 인간광우병 발생에 취약하다" 또는 "소를 이용해 만드는 화장품, 생리대, 기저귀 등 600가지 제품을 사용해도 광우병에 전염된다"는 등 위험성이 극도로 과장된 주장은 인터넷 여론몰이를 타고 더 빨리 퍼졌다.
그러나 정부는 정확한 과학적 증거나 위험치를 알려주는 대신 '위험이 없다' 또는 '안전하다'는 답변으로 일관했고 그럴수록 괴담은 더욱 확대 재생산됐다.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주부 민지영(41)씨는 "그때는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에 뭔가에 홀린 듯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믿었다"며 "지금 생각하면 괴담 수준의 이야기였는데 광우병에 대한 공포 때문에 다들 진위를 따져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언비어가 판치는 가운데 촛불집회는 3개월간 지속됐다.
'참여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긍정적 평가와는 별도로 매일같이 시위대와 경찰 간의 극렬한 물리적 충돌이 빚어져 수백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정치사회적 혼란이 극에 달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2008년도 촛불시위는 오도된 공포와 분노에 의해 촉발된 사회운동이 과연 정당하냐는 질문을 던졌다"고 말했다.
한미 쇠고기 수입 재협상 촉구 촛불문화제(2008년 자료사진)
한미 쇠고기 수입 재협상 촉구 촛불문화제(2008년 자료사진)
◇ 루머가 개인.기업.국가 숨통 옥좨
이후에도 유언비어는 각종 이슈를 타고 전파되면서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았다.
탤런트 안재환씨의 자살 이후 자금난을 겪던 안씨에게 사채를 빌려줬다는 괴담에 시달린 최진실씨는 괴담 유포자를 잡아달라고 호소하다 괴로움을 참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신종플루가 확산하자 '백신접종을 통해 신종플루에 감염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져 접종 대기자들이 혼란에 휩싸였고, 천안함이 침몰하자 '천안함이 미군 핵 잠수함과 충돌했다'는 등 갖가지 황당한 유언비어가 급속도로 번지기도 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유언비어가 사회 혼란을 조장하거나 키우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지만, 사태의 진상을 정리하는 작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계에서도 인터넷 메신저를 타고 각종 루머가 돌면서 대기업들까지 자금 악화에 시달리는 등 유언비어에 의한 피해가 극심하다.
파리바게뜨가 특정종교에 인수됐다는 루머에 시달려온 식품전문그룹 SPC의 이준무 홍보팀장은 "아무리 설득해도 2000년부터 시작된 소문이 없어지지 않았다"며 "인터넷을 뒤져 항의 메일을 보내고 종교 단체를 찾아가 설득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데 회사가 치러야 할 비용은 너무 크다"고 말했다.
◇ "루머 줄여야 사회적 낭비도 준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낭비를 줄이려면 유언비어에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언비어를 그대로 놔두다가는 사회 전체적으로 '신뢰'라는 자본이 약화되면서 국민은 정부의 말을 믿지 못하고, 정부도 그 불신 때문에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구성원들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되면 어떻게 사회적 합의나 양보를 이룰 수 있겠느냐"며 "신뢰가 깨진 사회는 발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아주 민감해서 뜬소문에 쉽게 휩쓸린다"며 "루머가 국가 중대사나 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는 일이 지속된다면 미래가 암울하다"고 말했다.
더욱 속수무책인 것은 유언비어를 막을 마땅한 방법이 딱히 없다는 데 있다.
오히려 각종 미디어의 등장은 유언비어 유포를 돕는 형국이다.
노기영 한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콘텐츠가 너무나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어 사실 여부를 검증할 시간이 없다"며 "전달 과정에서 불순한 목적이 개입되면 피해를 면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유언비어가 영향력을 얻는 현상을 근본적으로 진단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 교수는 "외국에서는 유언비어가 주류 언론 등 공론의 영역에서는 심각하게 취급되지 않는데 우리나라는 유언비어 하나가 나라 전체를 뒤흔들면서 극단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진지한 대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루머를 쉽게 믿고 정부와 전문가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은 역사적으로 기득권층이 권리만 누리고 책임을 지지 않아 공적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사회의 불안정성을 해소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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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0/09/27 07:2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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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언비어 보고서> ②루머로 고통받는 연예인
송고시간2010-09-28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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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넘치는 '스타'들 억측과 루머 앞엔 무기력악성 루머 우울증과 좌절감 초래..극단적 선택 강요애정 어린 관심 '감사', 병적인 사생활 엿보기 '사절'멀쩡한 사람 이상하게 만드는 루머..법적 보호장치 시급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인기를 끌며 활발하게 활동하다 근거 없는 루머가 터지자 속상하고 억울하다며 잠시 연예 활동을 중단하더군요."
최근 루머로 고통받고 있는 한 유명 가수의 변호인은 28일 익명을 요구하며 "당사자는 극복하려 하는데 가족까지 고통받는 모습을 보면서 견디기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끼와 카리스마'로 무장한 채 대중 앞에서는 항상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연예인들도 악성 루머 앞에선 무력한 모습이다.
일단 한번 만들어진 루머는 인터넷과 트위터 등을 통해 순식간에 많은 사람에게 확산되고, 루머가 틀린 것이라는 증거를 제시해도 사람들 뇌리에 박힌 루머의 이미지를 바로잡기란 쉽지 않다.
일부 연예인은 루머로 인한 악성댓글과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 악성 루머..당사자에겐 '칼날'
지난 2008년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어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인기 탤런트 최진실 씨의 자살 원인은 '사채설'로 알려진 악성 루머였다.
앞서 숨진 탤런트 안재환 씨가 최씨에게 수십억 원의 사채를 빌려 썼다가 갚지 못했고 빚 독촉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 루머의 내용.
이 루머는 안씨가 숨진 뒤 '찌라시'라 불리는 증권가 사설정보지를 통해 알려졌고 인터넷 메신저 등을 통해 퍼 날라지며 빠르게 확산됐다.
지난 2008년 1월. 1년여간 잠적해 온갖 괴소문에 휩싸였던 가수 나훈아가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열린 공식기자회견장에서 괴소문에 대한 진상을 위해 바지를 벗으려 하고 있다.(자료사진)
당시 최씨는 루머와 악성댓글로 큰 충격을 받았고, '억울하다'며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다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지인들은 증언했다.
그해 1월에는 가수 나훈아 씨가 자신을 둘러싼 각종 루머로 괴로워하다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투병설, 일본 폭력조직 관련설, 신체훼손설, 여배우와의 염문설 등 다양하게 부풀려진 루머에 대해 1시간 동안 일일이 사실이 아님을 설명하며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기자회견 도중 분을 이기지 못한 그는 갑자기 탁자 위로 올라가 허리띠를 풀고 바지 지퍼를 반쯤 내리면서 '이렇게 하면 믿겠느냐'며 울분을 토해내기도 했다.
루머로 인해 겪은 참담한 심정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장면이었다.
작년 5월에는 가수 구준엽 씨가 "시중에 근거 없이 떠도는 '마약복용설' 때문에 7년 동안 3차례에 걸쳐 수사기관을 오가며 조사를 받았다"면서 "가족과 제 인권을 보호받고 싶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지난달에는 탤런트 한가인-연정훈 부부가 난데없는 '이혼설'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증권가 정보지를 통해 처음 유포된 것으로 알려진 '이혼설'은, '윗선'의 지시로 MBC PD수첩의 4대강 관련 리포트가 방송되지 않을 것이며, 이에 따른 반발과 관심을 분산시키려 이 루머를 흘릴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근거 없이 튀어나온 이 '음모론' 때문에 이 부부는 심적으로 상처를 받아야 했다.
◇ 루머는 관음증의 산물?
인기 연예인들은 많은 사람의 관심의 대상이며 그들의 사생활과 일거수 일투족은 호사가들의 화젯거리다.
유명 연예인에 관한 정보라면 누구나 알고 싶어하며, 일부 중.고교생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 좋아하는 연예인의 숙소와 다니는 미용실, 식당 등을 쫓아다닐 정도로 '사생활 엿보기'에 병적으로 집착하기도 한다.
2005년 한 광고기획사가 연예계 관계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유명 연예인들에 관한 사생활 정보를 정리한 '연예인 X-파일'이 유출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문건에 이름이 거론됐던 연예인들이 '근거 없는 얘기'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순간에도 많은 사람은 이런저런 경로로 문건을 구해 보느라 혈안이 됐었다.
당시 정부에서는 악성 루머의 진원지로 지목된 '찌라시'를 대대적으로 단속하는 등 정화 노력을 벌였지만, 이후에도 X-파일 2탄, 3탄, Y-파일 등 연예인들의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을 담은 문건이 등장해 많은 사람이 돌려 읽었다.
지난 2008년 인기 탤런트 故 최진실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최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데는 '사채설'로 알려진 악성 루머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자료사진)
회사원 송선근(31) 씨는 "당시 'X-파일' 소문을 듣고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 친구들을 통해 구해 봤다"면서 "친구들은 문건에 나온 내용을 사실이라고 믿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대개 루머를 처음 접하면 '그럴듯하지만,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과 함께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생각도 함께하게 된다.
대부분의 루머는 근거 없는 것이지만 가끔 사실로 밝혀지는 것들도 있어, 무조건 뜬소문으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직장인 김은정(28.여) 씨는 "틀린 루머라고 생각했던 얘기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어, 황당한 얘기라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귀를 기울이고 듣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5월 결혼한 탤런트 장동건-고소영 부부의 경우, 지난해 증권가 정보지를 통해 처음으로 열애설이 불거졌다가 사실로 확인된 경우다.
루머는 그 속성상 대부분 스타 개인의 이성관계나 연애사, 금전관계 등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 속한 것들인 경우가 많아 일일이 해명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 연예인 매니저는 "루머를 바로잡으려고 나서서 진실을 강변해도 사람들이 믿으려 하지 않아 그냥 속으로 삭이고 대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연예인, 예민해 루머에 취약"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많은 연예인이 겉으론 의연해 보이지만 정서적으로 예민하고 감정의 기복이 심한 경우가 많다"면서 "이들은 조울증에 취약한 군에 속하며 스트레스에 강하지도 않다"고 진단했다.
홍 교수는 "루머로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정신적으로 지쳐 우울감과 좌절감을 느끼고 사람을 피하며 고립된 채 격리된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예인도 모두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많은 사람에게 노출돼 있다는 직업적인 어려움도 있다"며 "이런 면을 이해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인터넷 공간에선 익명성 뒤에 숨어 편하게 '아니면 말고 식'으로 루머를 만들어 확산시키는 사람이 있다"면서 "내 가족이라도 그렇게 할 것인지 한번 생각하고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누리꾼들은 루머를 놓고 공방을 주고받는 걸 마치 게임처럼 즐기는 것 같다"며 "악성 루머는 연예인 당사자는 물론 죄 없는 가족에게까지 고통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 언론도 사실 관계 확인 없이 쉽게 루머를 기사화하고 스포츠 중계 식으로 보도한다"면서 "루머를 확대.재생산하는 식의 보도 관행은 고쳐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루머는 한번 잘못 퍼지면 선량한 사람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만큼 최소한의 법적 보호장치라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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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언비어 보고서> ③ 경제 뒤흔드는 루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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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땐 더욱 기승..증시 널뛰고 기업은 휘청기업들 자금악화설 퍼지면 하루아침에 부도 맞아경쟁사들 루머 퍼뜨려 불매운동이나 계약취소 유도기업들, 악성루머 확산하면 정확한 정보 공개해야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사회적 혼란기에 유언비어가 드세게 퍼져 나가듯 경기 또는 기업과 관련된 루머는 경제위기 때 기승을 부린다.
이런 루머들 중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기업의 재정적 어려움이나 위기 상황을 미리 알려주는 성격의 소문이 있는가 하면 사실무근인 악성 루머도 많다.
문제는 이 둘을 구별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5월 우리나라 증시는 몇 차례나 휘청거렸다.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라거나 북한이 동해에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문이 증권가에 돌면서 종합주가지수가 곤두박질 친 것이다.
두 소문은 모두 거짓으로 판명 났지만 그리스 등 남유럽발 재정위기, 천안함 침몰에 따른 한반도 긴장 고조 등 혼란의 도가니 속에 불거진 소문들은 파급력이 적잖았다.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설은 그리스 사태로 국가부채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국제신용평가사들이 국가부채가 많은 일본의 신용등급을 내릴 것이란 내용이었다.
신용평가사 피치가 공식적으로 소문을 부인하면서 사태는 마무리됐지만 이날 코스피지수는 무려 44포인트나 빠졌다.
그로부터 1주일 뒤엔 북한의 미사일 발사 기사가 유포되면서 증시가 출렁거렸다.
그러나 이 기사는 2007년 5월에 나간 것이었다. 2년 묵은 구문(舊聞)이 시장을 뒤흔든 셈이다.
근거 없는 루머에 휘청거리는 기업들
(서울=연합뉴스) 서울 명동의 한 파리바게뜨 제과점. 파리바게뜨와 배스킨라빈스31 등을 운영하는 식품기업 SPC는 특정 종교에 인수됐다는 악성 루머가 돌면서 기독교인들로부터 불매 대상으로 지목되는 등 피해를 봤다.
2010.9.29
이처럼 거시적인 사안과 관련된 소문은 진위가 금세 판가름나 진화도 그만큼 쉽다.
◇ 기업은 소문 하나에도 '부도'
그러나 기업에 관한 소문은 피땀 흘려 쌓은 빌딩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도 있다.
시중에 특정 기업 자금악화설이 나돌면 채권자들이 일제히 자금 회수에 나서고 멀쩡하던 기업도 한꺼번에 돌아오는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사태에 휘말리게 된다.
일반인 입장에선 기업의 내부 사정을 직접 확인할 수 없다 보니 기업이 부인하거나 해명해도 의구심이 수그러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소문들 중 일부는 기업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훗날 사실로 판명되더라'는 경험칙도 루머의 확산에 한몫한다.
실례로 올해 4∼5월 파다하게 돌았던 두산그룹의 유동성 악화설은 결국 악성 루머로 끝났지만, 대우자동차판매의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설은 해당 기업이 몇 차례 이를 부인하는 공시까지 냈지만 종국엔 사실이 됐다.
단일수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시장정보분석팀장은 "악성 루머와 진실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고 말했다.
대우차판매의 사례에서 보듯,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악성 루머가 될 수도, 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단 팀장은 "어떤 소문이 악성 루머냐 아니냐는 잘라서 말하기 어렵다"며 "경험상 루머의 80∼90%는 어느 정도 사실을 반영한 것이고, 10∼20%는 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헛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카더라' 통신도 기업 발목
특정 시기, 특정한 시장 상황을 반영해 떠도는 루머가 있는 반면 두고두고 기업을 괴롭히는 악성 루머도 있다.
소주를 생산하는 진로의 '일본 연루설'이 대표적이다.
'일본 자본으로 넘어간다'는 루머가 돈 것이 2005년이었으나 아직도 사라지지 않자 진로는 올해 '진로에 대한 악성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란 내용의 광고를 대대적으로 냈다.
근거 없는 루머에 휘청거리는 기업들
(서울=연합뉴스) 서울 동대문의 두산그룹 본사. 두산은 올해 4-5월 유동성 악화설에 시달렸지만 이런 소문들은 모두 현실화되지 않았고, 결국 모두 헛소문인 것으로 판명됐다.
2010.9.29
병 라벨엔 '진로 일본 자본설은 근거 없는 악성 루머'라며 구체적인 지분 소유 현황까지 인쇄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동서식품도 비슷한 유언비어에 시달렸다.
2008년 동서식품이 특정 종교와 관련됐다는 강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졌고, 이를 유포한 모 종교연구소로부터 사과문도 받았지만 소문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헛소문이 돌면 피해 기업 쪽에선 경쟁사를 의심하게 되고, 실제 경쟁사가 악성 루머의 진원지로 밝혀진 일도 있다.
그러나 대개의 소문이 그렇듯 그 뿌리를 캐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 악성루머 대처법
악성 루머를 성공적으로 잠재운 사례도 있다.
SK텔레콤이 2009년 '살라가툴라 메치가불라 비비디 바비디 부'란 광고 캠페인을 벌일 때 이 주문이 고대 히브리어로 '아이를 불태우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끔찍한 뜻이란 괴담이 떠돌았다.
이 회사 홍보팀은 곧장 고대 히브리어 전문가를 섭외해 "전혀 엉뚱한 얘기"란 해석을 받아낸 뒤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한편 회사 블로그에 수필 형식으로 올렸다.
회사가 전면에 나서 공개 대응하는 대신 제3자인 전문가의 입을 빌려 정확한 사실만 흘린 것이다.
결국 이 괴담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자금 악화설에 시달린 두산그룹은 오너인 박용현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루머의 근원을 반드시 찾아내겠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서야 루머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두산 박용만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해명에 가세하기도 했다.
GM대우의 경우 '생산 물량이 중국, 인도로 넘어가고 GM대우는 고사할 것'이란 한국 철수설이 돌자 기업 블로그를 통해 조목조목 해명하며 루머를 잠재웠다.
단일수 팀장은 "루머가 시장에 돌면 기업에 진위를 밝히도록 조회공시를 요구하는데 이때 기업이 정확한 정보를 내놓는 것이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사실을 덮은 채 거짓으로 공시했다간 추후에 벌칙을 받을 수 있고, 소문이 거짓이라면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악성 루머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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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고시간2010-09-30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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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기자기자 페이지
지난 3월 천안함 침몰과 관련 사고해역인 백령도를 다녀온 김태영 국방장관이 용산 국방부에서 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고 조사 과정에서 군 당국은 사고 발생 시간을 수차례 번복하고, 열상감시장비(TOD) 녹화 영상의 존재 여부 공개를 놓고도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며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유언비어를 키웠다. <자료사진>
정보부족과 정부의 비밀주의가 루머 키우는 토양"루머에 정치적 이념 덧씌워질 경우 주장만 난무"경제적 이익 챙기려는 세력도 악성루머 계속 생산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1970~80년대 권위주의 정권 시절엔 이른바 '유비통신'이 위세를 떨치던 시기였다.
중요 사안에 대한 정부의 공식 발표는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더 컸던 시절, 많은 사람이 사실에 대한 갈증을 출처도 불분명한 유비통신을 통해 풀었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의 공고화 단계로 접어들고 정보통신의 발달로 일반인의 정보 접근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평가받는 최근까지도 사회의 주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유언비어는 사라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도 유언비어가 만들어지는 원인으로 정보부족과 정부의 비밀주의, 이익집단의 악의(惡意) 등을 꼽는다.
◇ 주요 이슈 터질 때마다 루머
올해 3월 우리 해군의 초계함인 천안함이 서해 상에서 침몰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여러 억측과 유언비어가 등장했다.
침몰 원인과 관련해 "미군 핵 잠수함과 충돌했다"거나 "TV 공중파 신호를 잡으려 해안으로 이동하다 좌초했다"는 등 온갖 추측들이 나왔고 "정부가 예비군 징집령을 내렸다. 곧 전쟁이 난다"는 등의 유언비어도 인터넷을 타고 퍼졌다.
상식 이하의 루머를 퍼뜨리는 누리꾼들도 있었지만 국민의 이목이 쏠린 상황에서 사건 초기 군 당국도 정확한 정보를 내놓지 못해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자 루머가 확산된 측면도 컸다.
사고 조사 과정에서도 군 당국은 사고 발생 시간을 수차례 번복하고, 열상감시장비(TOD) 녹화 영상의 존재 여부 공개를 놓고도 오락가락하는 등 중요 정보의 공개를 꺼리고 비밀주의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유언비어를 키웠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놓고도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비밀주의로 일관했다는 의혹을 사면서 국민적 반발을 초래했다.
외교 협상 과정을 모두 공개할 수 없다는 불가피한 사정은 있지만, 이로 인해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3개월 동안 촛불시위가 지속되는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도록 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쇠고기의 안정성 논란에 대해서도 정확한 과학적 증거보다 '위험이 없다'거나 '안전하다'는 식의 면피성 해명으로 국민의 불안을 해소시키지 못해 괴담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학적으로 루머는 정보의 중요성과 애매성이 클수록 확산하기 쉽다는 게 공식"이라며 "광우병 사태와 천안함 사건에서 우리 정부는 중요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보다 애매성이 높은 수준으로 제공해 국민이 진실을 추론해 가는 과정에서 루머가 생기고 커졌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루머가 정치적인 이념에 의해 덧씌워질 경우 논란의 핵심을 보지 않고 서로 자기편 주장만이 옳다고 주장해 평행선을 그리기 쉽다"며 "우리 사회가 좀 더 상대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개방된 소통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정부 발표가 신뢰를 얻지 못하거나 언론이 모든 궁금증을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경우 비공식적으로 루머가 창궐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루머를 줄이려면 정부는 가급적 투명하게 정보를 알려 국민의 신뢰를 얻고, 언론은 신속하고 공정하게 사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권력이나 돈 위해 루머 만들어
권력이나 돈을 손에 넣으려는 세력은 루머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아직도 선거철이면 국민을 위하겠다는 자신의 의지와 능력으로 당선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 후보로 나선 정치인을 깎아 내리는 음해성 루머로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 우리의 정치 현실이다.
지난 6.2 지방선거 때도 어김없이 흑색선전과 루머가 난무했다.
한 수원시장 후보는 선거 수개월 전부터 "건강 악화로 사퇴할 것"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유권자에게 유포돼 곤욕을 치렀고, 제주도에서는 선거전부터 "한 후보자의 지지자가 돈을 뿌렸다"는 소문이 돌아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수사 결과 두 사건 모두 음해성 루머로 밝혀졌지만, 출처를 알 수 없는 루머로 인해 후보들은 유.무형의 손해를 입었다.
강원도 교육감 후보를 두고 "당선 가능성이 낮아 선거운동을 접었다"는 루머가 퍼져 해당 후보가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일도 있었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선거는 어떻게든 이겨야만 하는 전쟁과 같아서 각 선거 캠프마다 경쟁 후보의 약점을 잡기 위해 과거 행적을 추적하며 정보를 수집한다"며 "약점이 될 만한 과거가 잡히면 먼저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보단 일단 의혹을 제기하고 유포시켜 이미지에 흠집을 내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작전세력'이 루머를 이용해 주가 조작을 하는 사례는 잊힐 만하면 터져 나오는 단골 사건이다.
지난해 7월에는 평범한 가정주부 등이 낀 이른바 '생계형' 주가조작 사례까지 적발됐다.
이들은 유동성이 적어 쉽게 주가를 움직일 수 있는 코스닥 종목을 골라 증권사이트 등에 호재성 글을 게시하는 방법으로 해당 종목의 주가를 띄워 불법 이득을 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일부 기업들은 경쟁사들을 쓰러뜨리거나 약화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악성루머를 생산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루머는 대부분 근거 없이 퍼지는 것이어서 제대로 대응도 할 수 없어 해당 업체에 어려움만 주고 있다"고 말했다.
안병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증권가에 떠도는 소문 가운데는 작전 세력이 특정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리려고 허위사실을 퍼뜨리거나, 소문이 사실이라도 보유물량을 털려고 일부러 흘리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최근엔 금융당국의 감독이 철저해지고 시장도 성숙해져 이런 시도가 쉽게 먹히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임현진 교수는 "국가 이익이라는 명분으로, 당파적 입장에 따라,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정보를 조작하고 왜곡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며 "개인들이 정보를 거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하며 동시에 언론과 포털이 책임감을 느끼고 정확한 정보를 분별해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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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언비어 보고서> ⑤ 유언비어 어떻게 막나
송고시간2010-10-01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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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기자기자 페이지
근거 없는 루머에 휘청거리는 기업들
(서울=연합뉴스) 서울 명동의 한 파리바게뜨 제과점. 파리바게뜨와 배스킨라빈스31 등을 운영하는 식품기업 SPC는 특정 종교에 인수됐다는 악성 루머가 돌면서 기독교인들로부터 불매 대상으로 지목되는 등 피해를 봤다.
2010.9.29
"나라 흔드는 것이 표현의 자유?"..법적 제재 필요정부는 전향적으로 투명하게 정보 공개에 나서야"언론과 지식인도 루머 바로 잡고 사실만 전달해야"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유언비어의 역기능이 더 두드러지게 된 것은 정보통신(IT) 기술의 발달과 관련이 깊다.
입소문의 영향력이 제한적인 데 반해 인터넷이나 트위터 같은 온라인 매체를 타고 퍼지는 루머는 그 영향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온라인 루머는 복제성과 전파력이 구전(口傳)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력하다.
특히 입소문은 옮겨지는 과정에서 일부가 소실되거나 변형되기 쉬운 반면 온라인 루머는 원형 그대로 전파된다.
여기에 똑같은 내용이라도 활자화됐을 때 생기는 신뢰성의 제고 역시 온라인 유언비어가 치명적인 이유다.
그럼 이런 온라인 유언비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 "유언비어 유포 법적으로 규제해야"
우선 유언비어 유포에 대한 법적 제재가 거론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다른 사람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고 우리나라를 심각하게 흔드는 것이 표현의 자유는 아닐 것"이라며 "자율적인 정화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선 규제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사법기관 관계자는 "온라인 유언비어는 파급 효과가 광범위하고 사실 확인도 쉽지 않다"며 "사이버공간에 글을 올릴 때 책임의식을 갖게 하는 제도적 장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온라인상에서의 유언비어에 대한 규제는 '전기통신기본법'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통망법)'을 근거로 이뤄지고 있다.
전기통신기본법의 경우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가 처벌 대상이다. 고의성이 없다면 처벌 대상이 아니다.
경찰 관계자는 "허위 사실을 처음에 퍼뜨린 사람이 처벌 대상"이라며 "전해 들은 내용이라도 사회에 알려지면 사회적으로 파문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사실 확인 없이 유포하면 미필적 고의라고 인정된다"고 말했다.
또 정통망법에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 또는 거짓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이냐 허위냐에 관계없이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처벌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사실보다 거짓을 유포했을 때 처벌이 더 무겁다.
경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을 땐 처벌이 가능하지만 사회적 법익을 위협하는 경우, 즉 사회적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는 내용은 처벌할 수 없는데 이런 부분이 보완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악의적으로 프라이버시나 공동체의 안녕을 해치는 루머 양산자에게는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물리기도 하지만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거냐'라며 시민사회의 반발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근거 없는 루머에 휘청거리는 기업들
(서울=연합뉴스) 서울 동대문의 두산그룹 본사. 두산은 올해 4-5월 유동성 악화설에 시달렸지만 이런 소문들은 모두 현실화되지 않았고, 결국 모두 헛소문인 것으로 판명됐다.
2010.9.29
◇ "언론.전문가 역할 중요"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와 언론의 역할도 강조된다.
특정 전문 분야와 관련된 사안이 터졌을 때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나서서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반 시민도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토론하는 일이 필요하고 지식인들도 이념을 축으로 나누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지식인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처럼 유언비어를 사후적으로 바로잡으려는 노력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넛지'의 공동저자인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저서 '루머'에서 "거짓 루머가 유포되는 경우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은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실험 결과를 인용해 객관적인 사실이 제기돼도 결국 사람들이 이데올로기에 따라 기존의 믿음을 더 강하게 고수하게 되더라는 사실을 제시했다.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들에게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하고 있다는 부시 행정부의 주장이 틀렸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읽게 한 뒤 '이라크가 WMD를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물은 결과 보수주의자들은 부시 전 대통령의 주장에 더 동조하게 됐다는 것이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언론이 정보를 알고도 이해에 따라 기사를 아예 안 쓰거나 쓰더라도 자기에게 유리하게 쓰는 식의 행태를 보일 때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실에 대한 조작이 있으면 언론에 대한 불신이 일어나고 신문.방송.포털사이트를 통해 전해지는 뉴스보다 주위의 얘기를 더 듣고 싶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정부, 좀 더 과감히 정보 공개해야"
유언비어 확산의 원인을 정부의 불충분한 정보 공개에서 찾고 유언비어가 생겨나기 전에 사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유언비어는 사건이나 현상의 인과관계 중에 중간고리가 빠져 있다 보니 생기는 것"이라며 "원인과 결과를 매개하는 부분이 빠져 있다 보니 다양한 추측들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정부가 일부 정보를 통제하고 감추는 과정에서 추측이 생겨나고 유언비어가 싹트게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부가 좀 더 전향적으로 정보 공개에 적극 나서고 언론 역시 사실,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대엽 교수는 "한국 사회가 유언비어에 취약한 이유는 정보를 제공하는 쪽에서 애매성이 높은 수준의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궁극적으로 사회 전 영역에서 좀 더 개방된 소통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인 사고 구조의 특수성에서 유언비어 유포의 원인을 찾았다.
황 교수는 "한국 사람들은 독립적인 사고를 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기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다 보니 루머가 퍼지기 쉽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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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언비어 보고서> ②루머로 고통받는 연예인
송고시간2010-09-28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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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넘치는 '스타'들 억측과 루머 앞엔 무기력악성 루머 우울증과 좌절감 초래..극단적 선택 강요애정 어린 관심 '감사', 병적인 사생활 엿보기 '사절'멀쩡한 사람 이상하게 만드는 루머..법적 보호장치 시급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인기를 끌며 활발하게 활동하다 근거 없는 루머가 터지자 속상하고 억울하다며 잠시 연예 활동을 중단하더군요."
최근 루머로 고통받고 있는 한 유명 가수의 변호인은 28일 익명을 요구하며 "당사자는 극복하려 하는데 가족까지 고통받는 모습을 보면서 견디기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끼와 카리스마'로 무장한 채 대중 앞에서는 항상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연예인들도 악성 루머 앞에선 무력한 모습이다.
일단 한번 만들어진 루머는 인터넷과 트위터 등을 통해 순식간에 많은 사람에게 확산되고, 루머가 틀린 것이라는 증거를 제시해도 사람들 뇌리에 박힌 루머의 이미지를 바로잡기란 쉽지 않다.
일부 연예인은 루머로 인한 악성댓글과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 악성 루머..당사자에겐 '칼날'
지난 2008년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어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인기 탤런트 최진실 씨의 자살 원인은 '사채설'로 알려진 악성 루머였다.
앞서 숨진 탤런트 안재환 씨가 최씨에게 수십억 원의 사채를 빌려 썼다가 갚지 못했고 빚 독촉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 루머의 내용.
이 루머는 안씨가 숨진 뒤 '찌라시'라 불리는 증권가 사설정보지를 통해 알려졌고 인터넷 메신저 등을 통해 퍼 날라지며 빠르게 확산됐다.
지난 2008년 1월. 1년여간 잠적해 온갖 괴소문에 휩싸였던 가수 나훈아가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열린 공식기자회견장에서 괴소문에 대한 진상을 위해 바지를 벗으려 하고 있다.(자료사진)
당시 최씨는 루머와 악성댓글로 큰 충격을 받았고, '억울하다'며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다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지인들은 증언했다.
그해 1월에는 가수 나훈아 씨가 자신을 둘러싼 각종 루머로 괴로워하다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투병설, 일본 폭력조직 관련설, 신체훼손설, 여배우와의 염문설 등 다양하게 부풀려진 루머에 대해 1시간 동안 일일이 사실이 아님을 설명하며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기자회견 도중 분을 이기지 못한 그는 갑자기 탁자 위로 올라가 허리띠를 풀고 바지 지퍼를 반쯤 내리면서 '이렇게 하면 믿겠느냐'며 울분을 토해내기도 했다.
루머로 인해 겪은 참담한 심정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장면이었다.
작년 5월에는 가수 구준엽 씨가 "시중에 근거 없이 떠도는 '마약복용설' 때문에 7년 동안 3차례에 걸쳐 수사기관을 오가며 조사를 받았다"면서 "가족과 제 인권을 보호받고 싶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지난달에는 탤런트 한가인-연정훈 부부가 난데없는 '이혼설'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증권가 정보지를 통해 처음 유포된 것으로 알려진 '이혼설'은, '윗선'의 지시로 MBC PD수첩의 4대강 관련 리포트가 방송되지 않을 것이며, 이에 따른 반발과 관심을 분산시키려 이 루머를 흘릴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근거 없이 튀어나온 이 '음모론' 때문에 이 부부는 심적으로 상처를 받아야 했다.
◇ 루머는 관음증의 산물?
인기 연예인들은 많은 사람의 관심의 대상이며 그들의 사생활과 일거수 일투족은 호사가들의 화젯거리다.
유명 연예인에 관한 정보라면 누구나 알고 싶어하며, 일부 중.고교생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 좋아하는 연예인의 숙소와 다니는 미용실, 식당 등을 쫓아다닐 정도로 '사생활 엿보기'에 병적으로 집착하기도 한다.
2005년 한 광고기획사가 연예계 관계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유명 연예인들에 관한 사생활 정보를 정리한 '연예인 X-파일'이 유출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문건에 이름이 거론됐던 연예인들이 '근거 없는 얘기'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순간에도 많은 사람은 이런저런 경로로 문건을 구해 보느라 혈안이 됐었다.
당시 정부에서는 악성 루머의 진원지로 지목된 '찌라시'를 대대적으로 단속하는 등 정화 노력을 벌였지만, 이후에도 X-파일 2탄, 3탄, Y-파일 등 연예인들의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을 담은 문건이 등장해 많은 사람이 돌려 읽었다.
지난 2008년 인기 탤런트 故 최진실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최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데는 '사채설'로 알려진 악성 루머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자료사진)
회사원 송선근(31) 씨는 "당시 'X-파일' 소문을 듣고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 친구들을 통해 구해 봤다"면서 "친구들은 문건에 나온 내용을 사실이라고 믿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대개 루머를 처음 접하면 '그럴듯하지만,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과 함께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생각도 함께하게 된다.
대부분의 루머는 근거 없는 것이지만 가끔 사실로 밝혀지는 것들도 있어, 무조건 뜬소문으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직장인 김은정(28.여) 씨는 "틀린 루머라고 생각했던 얘기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어, 황당한 얘기라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귀를 기울이고 듣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5월 결혼한 탤런트 장동건-고소영 부부의 경우, 지난해 증권가 정보지를 통해 처음으로 열애설이 불거졌다가 사실로 확인된 경우다.
루머는 그 속성상 대부분 스타 개인의 이성관계나 연애사, 금전관계 등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 속한 것들인 경우가 많아 일일이 해명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 연예인 매니저는 "루머를 바로잡으려고 나서서 진실을 강변해도 사람들이 믿으려 하지 않아 그냥 속으로 삭이고 대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연예인, 예민해 루머에 취약"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많은 연예인이 겉으론 의연해 보이지만 정서적으로 예민하고 감정의 기복이 심한 경우가 많다"면서 "이들은 조울증에 취약한 군에 속하며 스트레스에 강하지도 않다"고 진단했다.
홍 교수는 "루머로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정신적으로 지쳐 우울감과 좌절감을 느끼고 사람을 피하며 고립된 채 격리된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예인도 모두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많은 사람에게 노출돼 있다는 직업적인 어려움도 있다"며 "이런 면을 이해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인터넷 공간에선 익명성 뒤에 숨어 편하게 '아니면 말고 식'으로 루머를 만들어 확산시키는 사람이 있다"면서 "내 가족이라도 그렇게 할 것인지 한번 생각하고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누리꾼들은 루머를 놓고 공방을 주고받는 걸 마치 게임처럼 즐기는 것 같다"며 "악성 루머는 연예인 당사자는 물론 죄 없는 가족에게까지 고통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 언론도 사실 관계 확인 없이 쉽게 루머를 기사화하고 스포츠 중계 식으로 보도한다"면서 "루머를 확대.재생산하는 식의 보도 관행은 고쳐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루머는 한번 잘못 퍼지면 선량한 사람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만큼 최소한의 법적 보호장치라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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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언비어 보고서> ③ 경제 뒤흔드는 루머들
송고시간201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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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땐 더욱 기승..증시 널뛰고 기업은 휘청기업들 자금악화설 퍼지면 하루아침에 부도 맞아경쟁사들 루머 퍼뜨려 불매운동이나 계약취소 유도기업들, 악성루머 확산하면 정확한 정보 공개해야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사회적 혼란기에 유언비어가 드세게 퍼져 나가듯 경기 또는 기업과 관련된 루머는 경제위기 때 기승을 부린다.
이런 루머들 중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기업의 재정적 어려움이나 위기 상황을 미리 알려주는 성격의 소문이 있는가 하면 사실무근인 악성 루머도 많다.
문제는 이 둘을 구별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5월 우리나라 증시는 몇 차례나 휘청거렸다.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라거나 북한이 동해에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문이 증권가에 돌면서 종합주가지수가 곤두박질 친 것이다.
두 소문은 모두 거짓으로 판명 났지만 그리스 등 남유럽발 재정위기, 천안함 침몰에 따른 한반도 긴장 고조 등 혼란의 도가니 속에 불거진 소문들은 파급력이 적잖았다.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설은 그리스 사태로 국가부채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국제신용평가사들이 국가부채가 많은 일본의 신용등급을 내릴 것이란 내용이었다.
신용평가사 피치가 공식적으로 소문을 부인하면서 사태는 마무리됐지만 이날 코스피지수는 무려 44포인트나 빠졌다.
그로부터 1주일 뒤엔 북한의 미사일 발사 기사가 유포되면서 증시가 출렁거렸다.
그러나 이 기사는 2007년 5월에 나간 것이었다. 2년 묵은 구문(舊聞)이 시장을 뒤흔든 셈이다.
근거 없는 루머에 휘청거리는 기업들
(서울=연합뉴스) 서울 명동의 한 파리바게뜨 제과점. 파리바게뜨와 배스킨라빈스31 등을 운영하는 식품기업 SPC는 특정 종교에 인수됐다는 악성 루머가 돌면서 기독교인들로부터 불매 대상으로 지목되는 등 피해를 봤다.
2010.9.29
이처럼 거시적인 사안과 관련된 소문은 진위가 금세 판가름나 진화도 그만큼 쉽다.
◇ 기업은 소문 하나에도 '부도'
그러나 기업에 관한 소문은 피땀 흘려 쌓은 빌딩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도 있다.
시중에 특정 기업 자금악화설이 나돌면 채권자들이 일제히 자금 회수에 나서고 멀쩡하던 기업도 한꺼번에 돌아오는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사태에 휘말리게 된다.
일반인 입장에선 기업의 내부 사정을 직접 확인할 수 없다 보니 기업이 부인하거나 해명해도 의구심이 수그러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소문들 중 일부는 기업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훗날 사실로 판명되더라'는 경험칙도 루머의 확산에 한몫한다.
실례로 올해 4∼5월 파다하게 돌았던 두산그룹의 유동성 악화설은 결국 악성 루머로 끝났지만, 대우자동차판매의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설은 해당 기업이 몇 차례 이를 부인하는 공시까지 냈지만 종국엔 사실이 됐다.
단일수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시장정보분석팀장은 "악성 루머와 진실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고 말했다.
대우차판매의 사례에서 보듯,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악성 루머가 될 수도, 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단 팀장은 "어떤 소문이 악성 루머냐 아니냐는 잘라서 말하기 어렵다"며 "경험상 루머의 80∼90%는 어느 정도 사실을 반영한 것이고, 10∼20%는 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헛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카더라' 통신도 기업 발목
특정 시기, 특정한 시장 상황을 반영해 떠도는 루머가 있는 반면 두고두고 기업을 괴롭히는 악성 루머도 있다.
소주를 생산하는 진로의 '일본 연루설'이 대표적이다.
'일본 자본으로 넘어간다'는 루머가 돈 것이 2005년이었으나 아직도 사라지지 않자 진로는 올해 '진로에 대한 악성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란 내용의 광고를 대대적으로 냈다.
근거 없는 루머에 휘청거리는 기업들
(서울=연합뉴스) 서울 동대문의 두산그룹 본사. 두산은 올해 4-5월 유동성 악화설에 시달렸지만 이런 소문들은 모두 현실화되지 않았고, 결국 모두 헛소문인 것으로 판명됐다.
2010.9.29
병 라벨엔 '진로 일본 자본설은 근거 없는 악성 루머'라며 구체적인 지분 소유 현황까지 인쇄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동서식품도 비슷한 유언비어에 시달렸다.
2008년 동서식품이 특정 종교와 관련됐다는 강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졌고, 이를 유포한 모 종교연구소로부터 사과문도 받았지만 소문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헛소문이 돌면 피해 기업 쪽에선 경쟁사를 의심하게 되고, 실제 경쟁사가 악성 루머의 진원지로 밝혀진 일도 있다.
그러나 대개의 소문이 그렇듯 그 뿌리를 캐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 악성루머 대처법
악성 루머를 성공적으로 잠재운 사례도 있다.
SK텔레콤이 2009년 '살라가툴라 메치가불라 비비디 바비디 부'란 광고 캠페인을 벌일 때 이 주문이 고대 히브리어로 '아이를 불태우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끔찍한 뜻이란 괴담이 떠돌았다.
이 회사 홍보팀은 곧장 고대 히브리어 전문가를 섭외해 "전혀 엉뚱한 얘기"란 해석을 받아낸 뒤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한편 회사 블로그에 수필 형식으로 올렸다.
회사가 전면에 나서 공개 대응하는 대신 제3자인 전문가의 입을 빌려 정확한 사실만 흘린 것이다.
결국 이 괴담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자금 악화설에 시달린 두산그룹은 오너인 박용현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루머의 근원을 반드시 찾아내겠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서야 루머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두산 박용만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해명에 가세하기도 했다.
GM대우의 경우 '생산 물량이 중국, 인도로 넘어가고 GM대우는 고사할 것'이란 한국 철수설이 돌자 기업 블로그를 통해 조목조목 해명하며 루머를 잠재웠다.
단일수 팀장은 "루머가 시장에 돌면 기업에 진위를 밝히도록 조회공시를 요구하는데 이때 기업이 정확한 정보를 내놓는 것이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사실을 덮은 채 거짓으로 공시했다간 추후에 벌칙을 받을 수 있고, 소문이 거짓이라면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악성 루머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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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언비어 보고서> ④ 루머 왜 끊이지 않나
송고시간2010-09-30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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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기자기자 페이지
지난 3월 천안함 침몰과 관련 사고해역인 백령도를 다녀온 김태영 국방장관이 용산 국방부에서 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고 조사 과정에서 군 당국은 사고 발생 시간을 수차례 번복하고, 열상감시장비(TOD) 녹화 영상의 존재 여부 공개를 놓고도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며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유언비어를 키웠다. <자료사진>
정보부족과 정부의 비밀주의가 루머 키우는 토양"루머에 정치적 이념 덧씌워질 경우 주장만 난무"경제적 이익 챙기려는 세력도 악성루머 계속 생산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1970~80년대 권위주의 정권 시절엔 이른바 '유비통신'이 위세를 떨치던 시기였다.
중요 사안에 대한 정부의 공식 발표는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더 컸던 시절, 많은 사람이 사실에 대한 갈증을 출처도 불분명한 유비통신을 통해 풀었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의 공고화 단계로 접어들고 정보통신의 발달로 일반인의 정보 접근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평가받는 최근까지도 사회의 주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유언비어는 사라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도 유언비어가 만들어지는 원인으로 정보부족과 정부의 비밀주의, 이익집단의 악의(惡意) 등을 꼽는다.
◇ 주요 이슈 터질 때마다 루머
올해 3월 우리 해군의 초계함인 천안함이 서해 상에서 침몰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여러 억측과 유언비어가 등장했다.
침몰 원인과 관련해 "미군 핵 잠수함과 충돌했다"거나 "TV 공중파 신호를 잡으려 해안으로 이동하다 좌초했다"는 등 온갖 추측들이 나왔고 "정부가 예비군 징집령을 내렸다. 곧 전쟁이 난다"는 등의 유언비어도 인터넷을 타고 퍼졌다.
상식 이하의 루머를 퍼뜨리는 누리꾼들도 있었지만 국민의 이목이 쏠린 상황에서 사건 초기 군 당국도 정확한 정보를 내놓지 못해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자 루머가 확산된 측면도 컸다.
사고 조사 과정에서도 군 당국은 사고 발생 시간을 수차례 번복하고, 열상감시장비(TOD) 녹화 영상의 존재 여부 공개를 놓고도 오락가락하는 등 중요 정보의 공개를 꺼리고 비밀주의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유언비어를 키웠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놓고도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비밀주의로 일관했다는 의혹을 사면서 국민적 반발을 초래했다.
외교 협상 과정을 모두 공개할 수 없다는 불가피한 사정은 있지만, 이로 인해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3개월 동안 촛불시위가 지속되는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도록 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쇠고기의 안정성 논란에 대해서도 정확한 과학적 증거보다 '위험이 없다'거나 '안전하다'는 식의 면피성 해명으로 국민의 불안을 해소시키지 못해 괴담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학적으로 루머는 정보의 중요성과 애매성이 클수록 확산하기 쉽다는 게 공식"이라며 "광우병 사태와 천안함 사건에서 우리 정부는 중요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보다 애매성이 높은 수준으로 제공해 국민이 진실을 추론해 가는 과정에서 루머가 생기고 커졌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루머가 정치적인 이념에 의해 덧씌워질 경우 논란의 핵심을 보지 않고 서로 자기편 주장만이 옳다고 주장해 평행선을 그리기 쉽다"며 "우리 사회가 좀 더 상대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개방된 소통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정부 발표가 신뢰를 얻지 못하거나 언론이 모든 궁금증을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경우 비공식적으로 루머가 창궐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루머를 줄이려면 정부는 가급적 투명하게 정보를 알려 국민의 신뢰를 얻고, 언론은 신속하고 공정하게 사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권력이나 돈 위해 루머 만들어
권력이나 돈을 손에 넣으려는 세력은 루머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아직도 선거철이면 국민을 위하겠다는 자신의 의지와 능력으로 당선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 후보로 나선 정치인을 깎아 내리는 음해성 루머로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 우리의 정치 현실이다.
지난 6.2 지방선거 때도 어김없이 흑색선전과 루머가 난무했다.
한 수원시장 후보는 선거 수개월 전부터 "건강 악화로 사퇴할 것"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유권자에게 유포돼 곤욕을 치렀고, 제주도에서는 선거전부터 "한 후보자의 지지자가 돈을 뿌렸다"는 소문이 돌아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수사 결과 두 사건 모두 음해성 루머로 밝혀졌지만, 출처를 알 수 없는 루머로 인해 후보들은 유.무형의 손해를 입었다.
강원도 교육감 후보를 두고 "당선 가능성이 낮아 선거운동을 접었다"는 루머가 퍼져 해당 후보가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일도 있었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선거는 어떻게든 이겨야만 하는 전쟁과 같아서 각 선거 캠프마다 경쟁 후보의 약점을 잡기 위해 과거 행적을 추적하며 정보를 수집한다"며 "약점이 될 만한 과거가 잡히면 먼저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보단 일단 의혹을 제기하고 유포시켜 이미지에 흠집을 내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작전세력'이 루머를 이용해 주가 조작을 하는 사례는 잊힐 만하면 터져 나오는 단골 사건이다.
지난해 7월에는 평범한 가정주부 등이 낀 이른바 '생계형' 주가조작 사례까지 적발됐다.
이들은 유동성이 적어 쉽게 주가를 움직일 수 있는 코스닥 종목을 골라 증권사이트 등에 호재성 글을 게시하는 방법으로 해당 종목의 주가를 띄워 불법 이득을 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일부 기업들은 경쟁사들을 쓰러뜨리거나 약화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악성루머를 생산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루머는 대부분 근거 없이 퍼지는 것이어서 제대로 대응도 할 수 없어 해당 업체에 어려움만 주고 있다"고 말했다.
안병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증권가에 떠도는 소문 가운데는 작전 세력이 특정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리려고 허위사실을 퍼뜨리거나, 소문이 사실이라도 보유물량을 털려고 일부러 흘리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최근엔 금융당국의 감독이 철저해지고 시장도 성숙해져 이런 시도가 쉽게 먹히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임현진 교수는 "국가 이익이라는 명분으로, 당파적 입장에 따라,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정보를 조작하고 왜곡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며 "개인들이 정보를 거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하며 동시에 언론과 포털이 책임감을 느끼고 정확한 정보를 분별해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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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발달로 '빛의 속도'로 퍼지는 루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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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언비어 보고서> ⑤ 유언비어 어떻게 막나
송고시간2010-10-01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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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기자기자 페이지
근거 없는 루머에 휘청거리는 기업들
(서울=연합뉴스) 서울 명동의 한 파리바게뜨 제과점. 파리바게뜨와 배스킨라빈스31 등을 운영하는 식품기업 SPC는 특정 종교에 인수됐다는 악성 루머가 돌면서 기독교인들로부터 불매 대상으로 지목되는 등 피해를 봤다.
2010.9.29
"나라 흔드는 것이 표현의 자유?"..법적 제재 필요정부는 전향적으로 투명하게 정보 공개에 나서야"언론과 지식인도 루머 바로 잡고 사실만 전달해야"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유언비어의 역기능이 더 두드러지게 된 것은 정보통신(IT) 기술의 발달과 관련이 깊다.
입소문의 영향력이 제한적인 데 반해 인터넷이나 트위터 같은 온라인 매체를 타고 퍼지는 루머는 그 영향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온라인 루머는 복제성과 전파력이 구전(口傳)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력하다.
특히 입소문은 옮겨지는 과정에서 일부가 소실되거나 변형되기 쉬운 반면 온라인 루머는 원형 그대로 전파된다.
여기에 똑같은 내용이라도 활자화됐을 때 생기는 신뢰성의 제고 역시 온라인 유언비어가 치명적인 이유다.
그럼 이런 온라인 유언비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 "유언비어 유포 법적으로 규제해야"
우선 유언비어 유포에 대한 법적 제재가 거론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다른 사람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고 우리나라를 심각하게 흔드는 것이 표현의 자유는 아닐 것"이라며 "자율적인 정화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선 규제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사법기관 관계자는 "온라인 유언비어는 파급 효과가 광범위하고 사실 확인도 쉽지 않다"며 "사이버공간에 글을 올릴 때 책임의식을 갖게 하는 제도적 장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온라인상에서의 유언비어에 대한 규제는 '전기통신기본법'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통망법)'을 근거로 이뤄지고 있다.
전기통신기본법의 경우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가 처벌 대상이다. 고의성이 없다면 처벌 대상이 아니다.
경찰 관계자는 "허위 사실을 처음에 퍼뜨린 사람이 처벌 대상"이라며 "전해 들은 내용이라도 사회에 알려지면 사회적으로 파문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사실 확인 없이 유포하면 미필적 고의라고 인정된다"고 말했다.
또 정통망법에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 또는 거짓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이냐 허위냐에 관계없이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처벌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사실보다 거짓을 유포했을 때 처벌이 더 무겁다.
경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을 땐 처벌이 가능하지만 사회적 법익을 위협하는 경우, 즉 사회적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는 내용은 처벌할 수 없는데 이런 부분이 보완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악의적으로 프라이버시나 공동체의 안녕을 해치는 루머 양산자에게는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물리기도 하지만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거냐'라며 시민사회의 반발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근거 없는 루머에 휘청거리는 기업들
(서울=연합뉴스) 서울 동대문의 두산그룹 본사. 두산은 올해 4-5월 유동성 악화설에 시달렸지만 이런 소문들은 모두 현실화되지 않았고, 결국 모두 헛소문인 것으로 판명됐다.
2010.9.29
◇ "언론.전문가 역할 중요"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와 언론의 역할도 강조된다.
특정 전문 분야와 관련된 사안이 터졌을 때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나서서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반 시민도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토론하는 일이 필요하고 지식인들도 이념을 축으로 나누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지식인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처럼 유언비어를 사후적으로 바로잡으려는 노력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넛지'의 공동저자인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저서 '루머'에서 "거짓 루머가 유포되는 경우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은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실험 결과를 인용해 객관적인 사실이 제기돼도 결국 사람들이 이데올로기에 따라 기존의 믿음을 더 강하게 고수하게 되더라는 사실을 제시했다.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들에게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하고 있다는 부시 행정부의 주장이 틀렸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읽게 한 뒤 '이라크가 WMD를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물은 결과 보수주의자들은 부시 전 대통령의 주장에 더 동조하게 됐다는 것이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언론이 정보를 알고도 이해에 따라 기사를 아예 안 쓰거나 쓰더라도 자기에게 유리하게 쓰는 식의 행태를 보일 때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실에 대한 조작이 있으면 언론에 대한 불신이 일어나고 신문.방송.포털사이트를 통해 전해지는 뉴스보다 주위의 얘기를 더 듣고 싶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정부, 좀 더 과감히 정보 공개해야"
유언비어 확산의 원인을 정부의 불충분한 정보 공개에서 찾고 유언비어가 생겨나기 전에 사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유언비어는 사건이나 현상의 인과관계 중에 중간고리가 빠져 있다 보니 생기는 것"이라며 "원인과 결과를 매개하는 부분이 빠져 있다 보니 다양한 추측들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정부가 일부 정보를 통제하고 감추는 과정에서 추측이 생겨나고 유언비어가 싹트게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부가 좀 더 전향적으로 정보 공개에 적극 나서고 언론 역시 사실,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대엽 교수는 "한국 사회가 유언비어에 취약한 이유는 정보를 제공하는 쪽에서 애매성이 높은 수준의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궁극적으로 사회 전 영역에서 좀 더 개방된 소통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인 사고 구조의 특수성에서 유언비어 유포의 원인을 찾았다.
황 교수는 "한국 사람들은 독립적인 사고를 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기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다 보니 루머가 퍼지기 쉽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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