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onSeok Heo
tteSpolod9 FenbrussorSalryeoicd ·
- 나는 베네딕트 엔더슨의 <상상의 공동체>에 자극받아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을 네이션의 형성이라는 관점에서 재고해 보려 했다. 엔더슨은 소설을 중심으로 하는 출판 자본주의가 네이션의 형성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 네이션(nation)은 일본어로 국가나 민족으로 번역되어 왔는데 근래에는 국민으로 번역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이라는 말은 ‘국가의 백성’ 으로 들린다. 사람들이 국왕이나 영주의 신하처럼 존재하는 국가에는 네이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봉건적 구속에서 해방된 시민이 네이션을 구성한다.(중략)..... 민족(ethnic)은 가족이나 부족의 연장으로 말하자면 혈연적-지연적 공동체다. 네이션은 이와 다르다. 그러한 혈연적-지연적 공동체로부터 이탈한 개인(시민)이 사회계약적으로 구성한 것으로 봐야한다.
- 꼭 반드시 강력한 내셔널리즘(nationalism)이 존재해야만 <민족주의>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내셔널리즘은 합중국이 개개인의 사회계약에 의해 성립하는 네이션이라는 점은 다시 말해 그것이 자유에 근거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혈연과 지연을 초월한 보편적 계기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 동시에 네이션은 단순히 시민의 사회계약이라는 이성적 측면만으로는 성립할 수 없다. 가족이나 부족이라는 공동체에 존재하는 상호부조적 공감(sympathy)에 기인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네이션은 공동체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에 의해 해체되면서 상실했던 상호부조적 호혜성(reciprocity)을 상상적으로 회복한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중략) 네이션은 공동체적인 존재양식과 사회계약적인 존재양식을 상상적으로 매개하는 <상상의 공동체>가 맞다. 하지만 이러한 상상에는 어떤 필연성이 존재한다. 즉, 화폐 경제의 침투에 의해 봉건적-전제적 국가가 해체되고 그 속을 근대국가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가 대체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해체되었던 농업공동체적 존재 양식, 호혜적-상호부조적 존재양식이 상상적으로 회복되어야 ‘국가=자본주의 시장경제=네이션’이 상호 보완하고 보강되며 통합이 이루어진다. 그것은 자유로운 경제활동에 의해 초래된 계급적 대립을 국민의 상호부조적인 감정에 의해 뛰어넘고 국가의 규제로 부를 재분배하는 방식을 말한다.
- 일본 근대문학은 외부적 세계에 관심을 두지 않는 ‘내면적 인간’에 의해 도착(倒錯)적으로 발견된 <풍경>과 표음주의를 표방한, ‘내적인 음성=의미’를 존재하도록 하는 <언문일치(言文一致)>에 의해 확립된 언어 장치의 알레고리이다. <풍경의 발견>과 <언문일치>가 소설가에 의해 이루어진 사실처럼 네이션(nation)의 형성에 수반된 언어의 독어화를 <문학>이 주도했고 이는 네이션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주변적이 아닌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결국 근대문학은 국가기구나 혈연-지연적인 연결 등이 결코 제공하지 못하는 <상상의 공동체>를 형성시켰다. 근대 네이션의 핵심은 정치적 기구보다는 <문학>에 있다고 봐야한다. 오늘날 국경 없는 세계 자본주의 속에서도 근대의 nation state가 힘을 잃어가는 동시에 수많은 상상의 공동체가 충돌하고 이는 모습을 목도한다. 이런 모습을 단순히 정치와 경제의 레벨에서만 읽을 수는 없다. 우리는 네이션의 핵심에 있는 <문학> 과 그 '기원‘을 다시 되물을 필요가 있다.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日本近代文学の起源) - 柄谷行人(가라타니 고진)지음 , 박유하 옮김>발췌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