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은 한국의 근대가 탄생한 모태인가?
기독교 신학도로서 동학에 관해서는 1970-80년대 민중신학의 동력으로서 동학운동, 한국 민족주의의 모판으로서 동학을 공부한 정도이다. 그런데 조성환(원광대 교수)의 이 책 『한국 근대의 탄생. 개화에서 개벽으로』(2018년)은 크게 세 가지 점에서 나의 시각을 새롭게 확 열어 주었다.
첫째, 그동안 서양 근대를 지나치게 염두 하여 실학을 한국 근대사상의 발아, 맹아 등으로 연구했는데, 이건 전적으로 서양 근대의 관점이며 더욱이 일본의 근대화 사상가 후쿠자와 유기치의 관점을 억지로 닮으려는 노력인데다가 조선 성리학 사상의 맥에서 보더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둘째, 동학의 개벽(開闢) 사상을 수구 보수적인 위정척사(斥邪)와 근대적인 개화(改化) 사상 사이에서 동학운동으로, 정치 사회사적으로만 보지 말고, 한국의 사상사적 맥락에서 한국의 근대사상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셋째, 서양의 근대가 종교를 버린 과학 중심의 이성적 근대화라면, 동학은 종교를 중심에 놓은 영성적 근대사상이며 토착적 근대사상이라는 주장이다. 나에게 가장 매력 있는 부분이다.
190쪽의 두껍지 않고 어렵지 않게 읽히는 책이지만 정말 신선한 관점을 얻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다만 여러 곳에서 서로 다른 시기에 발표한 글들을 모아놓았기 때문에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 일관된 사상체계로 발전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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