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분야 - 윤평중·조국 교수
강병한 기자입력 : 2013.12.31
“박 대통령은 지금 일베·어버이연합·쉰386만 대변하고 있다”
“청와대·내각에 합리적 보수·온건 진보·여성·40대 뽑아 써야”
2013년은 나라 안팎이 시끄러웠다. 국내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등 온갖 갈등으로 1년을 보냈다. 대외적으로는 미·중·일이 동북아시아에서 일으킨 소용돌이에 아찔한 격랑의 파도를 타고 있는 중이다. 3대 세습체제로 넘어간 북한 변수는 시계(視界) 제로 상태다. 신년 전문가 대담을 통해 지난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전망해본다. 첫 번째로 윤평중 한신대 교수(58)와 조국 서울대 교수(49)가 12월30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나 정치분야를 진단했다. 사회는 박래용 정치에디터 겸 정치부장이 맡아 진행했다.
사회=새해 첫날이니 좋은 얘기로 시작해보자.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1년 국정운영에서 칭찬할 부분을 꼽아달라.
조국 교수=내 양심에 반하는 것이다. 칭찬을 해드리고 싶은데 할 게 없다. 정치적 입장이 같고 다르고를 떠나,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덕성과 능력이란 게 있다. 그런데 도저히 이해 안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윤평중 교수=일반적인 세평 저간에 흐르는 중요한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 대개 새 정부가 출범한 첫해는 열망에 차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대선에서 지지한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지지하지 않은 국민도 관망하는 자세가 있다. 희망에 찬 정치공동체를 꾸려 나가는 기대로 충만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지난 1년을 돌아보면 미래지향적이고 전향적인 움직임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사회 전체적으로 답답하고 우울하고 나라가 사분오열돼 있다. 사람들이 울화병에 걸린 것 같은 느낌을 갖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냉철하게 자성해야 된다. 잘한 부분을 찾아 덕담을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겉의 현상적인 이야기다. 심층에 흐르는 민심의 저류를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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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평중 한신대 교수(왼쪽)와 조국 서울대 교수가 지난달 30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뒤로는 민주노총 사무실 앞에 진을 친 기자와 경찰들이 보인다. | 김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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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칭찬할 게 하나도 없다는 말이냐. 박근혜 정부 1년 동안 무슨 문제가 있었는가.
조국=통상 집권 1년차는 반대쪽도 기다려주는 일종의 허니문 기간이다. 그런데 1년간 ‘종북몰이’ 외에 뭘 했는지 기억나는 게 없다. 대선 핵심 공약은 다 없어졌고, 국정운영에서는 오만, 독선, 불통이 계속되고 있다.
윤평중=지난 대선 과정을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진보와 보수,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이념을 떠나 2012년 대선 과정을 관통하는 도도한 시대정신이 있었다. 경제민주화·복지·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 미래지향적이고 전향적인 통일 한국의 구상, 이런 것들이 시대정신이었다.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복지를 김종인 박사를 앞세워서 선점했다. 그 당시만 해도 박 후보는 시대 흐름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자기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역사적 과오도 사과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전태일 동상도 방문했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그런 모습이 다 어디로 갔나. 박근혜 정부의 한쪽 방향으로의 극단적 독주는 한국 보수의 전성기가 아니라 한국 보수가 내적 위기에 직면한 징후다.
조국=전적으로 동의한다. 지난 대선 시기에 시대정신이 만들어졌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강화가 합의된 것이다. 또한 ‘민주주의 2.0’ 즉 사회통합과 소통에 대한 기대도 수렴됐다. 박근혜 후보는 ‘100% 대한민국’을 말했고 사람들은 대선 때의 모습이라면 집권 후 보수정권은 이 정도는 되리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집권 후 순식간에 돌변했다. 민주주의는 2.0이 아니라 1.0 수준으로 가고 있다. 대통령은 헌법의 수호자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1987년 민주헌법을 수호하겠다는 것인지, 1979년 유신헌법을 수호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윤평중 교수
박 정부의 극단적 독주는
한국 보수 내적 위기 징후
정부·여당 자기성찰과
바닥 민심 들여다볼 필요
윤평중=지난 1년간 국정운영은 배제의 정치로 일관했다. 사분오열을 넘어 7분8열로 쪼개졌다. 보수진영도 양분을 넘어 3분, 4분되고 있다. 그래서 보수에서도 ‘종북’이 문제가 아니라 ‘종박(從朴)’이 더 문제라고 할 정도다. 박근혜 정부의 지지 기반이 협의(狹義)의 길로 일로매진하고 있다. 자신의 지지 기반을 계속 좁히는 길로 가고 있다. 현대 민주주의의 ABC에 위배되는 길이다.
사회=대선 때 좋은 말은 다 했는데 취임 이후에 실천이 안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말로만 포장한 것인가.
조국=먼저 새누리당으로 대표되는 ‘수구보수동맹’이 과연 경제민주화 같은 시대정신을 진심으로 원하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진영 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려면 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개인적 카리스마로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안 했다. 또한 박 대통령이 카드를 바꿔 잡았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도 한편으로는 경제민주화를,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민영화를 놓고 망설였을 것이다. 결국 전자를 버리고 후자를 선택했다.
윤평중=한국 사회를 오랫동안 지배해온 지배블록이 있다. 관료, TK(대구·경북), 대기업 집단 등이다. 이런 지배블록의 이해관계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질적인 정책 전환을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세력 균형의 문제가 있다. 그래도 평가할 부분은 있다. 지금 다수의 재벌 ‘오너’가 실형을 살고 있다. 과거에는 집행유예 정찰제 판결 아니었나. 굉장히 중요한 시그널(신호)이다. 가정이지만 삼성 이건희 회장이 실형을 산다고 하면 그것이 끼칠 수 있는 여파는 과소평가돼서는 안된다.
조국=대기업 오너에게 실형이 선고된 것은 박 대통령의 결단이 아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실형이 나오도록 만든 것이다. 내가 양형위원이었다. 양형규칙이 왜 만들어졌나. 대중의 공분과 법원의 견제가 합쳐져 만들어진 것이지, 박근혜 정부의 성과나 희망사항은 아니었다.
윤평중=법과 제도적 측면으로 보면 조 교수 말씀이 맞다. 문제는 그것을 실행할 의지가 역대 권력자에게 있었는가. 법원이나 사법 시스템도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도 과거에 법과 제도가 없어서 못했던 것이 아니다. 이 점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조국 교수
철도파업 강경 대응까지
불통의 국정 변함없어
대선 때 ‘합리적 보수’가
박 정권 남은 4년의 희망
사회=철도노조 파업이 극적으로 풀렸다. 하지만 정부의 강경대응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노동 인식은 어떤가.
조국=대비되는 두 장면이 있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전태일동상에 헌화하러 갔다. 그 장면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노동과도 화해하려는구나’라고 생각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민주노총 설립 이후 최초로 경찰력을 투입했다. 이 표변, 정말 걱정된다. 노동을 배제하고 억압하는 것은 경제민주화를 하지 않겠다고 재확인해주는 것이다.
윤평중=철도노조 주장은 두 가지다. 먼저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은 민영화 전 단계라는 것이다. 설왕설래가 있는 사안이다. 이것은 사회적 논의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 다른 하나, 파업을 위해 불가피하게 끼워넣었겠지만 임금 인상은 코레일 재정상태가 엉망인 상황에서 다수의 평범한 시민들에게 어떠한 설득력도 가질 수 없는 주장이다. 경향신문이나 한겨레 같은 진보언론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시민들이 파업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게 아니다.
조국=한국에서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만 유일한 합법파업이다. 민영화 반대든 뭐든 정치적, 사회적 요구를 제기하고 나오면 모두 불법이 된다. 보수진영에서는 정규직이 파업하면 ‘노동귀족’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비정규직이 파업하면 박수를 쳐주느냐. ‘노동천민’이라고 무시하고 더 노력하라고 말하지 않느냐.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임금이 많든 적든 파업을 적대시하는 게 보수의 속내 아니냐. 노동계급 내에서 대기업이나 공기업 노조가 상대적으로 ‘강자’인 것은 맞고, 이들이 비정규직 보호에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맞다. 그러나 보수가 단 한 번이라도 파업에 대해 잘했다고 한 적이 있는가. 이게 근본적 문제다.
윤평중=일면 동의한다. 노동에 대한 적대적 태도라고 할까, 지배집단 내 호의적이지 않은 태도가 있다. 사실 ‘노동귀족’이란 말도 악의적·선동적 표현이다. 노동 기득권층이란 표현이 맞다. 그러나 이런 측면도 있다. 대기업·공기업 노조, 이런 노동 기득권층이 비정규직들에게 어떠한 ‘갑질’을 하고 있는지 익히 알고 있지 않느냐. 같은 노동자에 대한 연대도 전혀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은 바로 이런 대기업·공기업 노조의 강성 투쟁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사회=과거 정권을 보면 대통령 집권 1년차에선 갈등이 적극 표출되지 않다가 2년차에서 분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윤평중=민주노총 총파업 집회에 10만명이 나왔다. 박근혜 하야를 외쳤다. 이는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고 바람직스럽지도 않다. 현실화된다면 한국 민주주의는 전면적으로 후퇴하는 것이다. 일부 진보진영이 원하는 것처럼 재선거가 치러진다고 해도 진보가 재집권할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 그 과정에서 내란적 상황이 불가피하다. 책임윤리를 갖는 정치인과 지식인이라면 이런 주장은 절제해야 한다.
조국 교수
조국 교수
조국=대통령 하야 요구는 대중의 분노 표출이다. 법률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청와대는 ‘너희가 나보고 하야하란 말이냐’라고 격앙하면서 맹공하고 있는데, 그런 요구가 왜 제기되는지 성찰하는 게 먼저 아닌가. 과격한 표현을 꼬투리 잡아 공격하는 모습, 소아병적이다.
사회=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도운 인사들이 최근 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비판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윤평중=김종인 박사, 이상돈 교수, 이준석 등 그 사람들은 충정 어린 고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에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그렇게 하겠나.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은 보수의 압도적 지지 속에 중원을 선점했고, 문재인 후보와 질적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본인을 전향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지금은 배제의 정치로 중도층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보수 지지층도 균열되고 있는 형국이다.
사회=주변에서 박근혜 정부의 남은 4년도 이렇게 갈 것 같으냐 묻는 사람들이 많다. 어떻게 전망하는가.
조국 교수
박 지지율 40%대로 떨어져
충신이라면 참모들 사퇴를
안철수 호남 집중 행보 의문
지방선거 마지막 기회 될 것
조국=박 대통령은 지금 ‘일베(일간베스트·극우성향 온라인커뮤니티)’ ‘어버이연합’ ‘쉰386’(30년대 태어나 80대를 바라보고 60년대 사회진출한 사람), 이 세 그룹만 대변하면서 갈 것이냐 아니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젊은 일베, 나이 든 어버이연합, 이념적 유신친화세력, 이것이 박근혜 정부의 핵심지지층 맞다. 그러나 이들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는 것은 망하는 길이다. 정권만이 아니라 나라가 망하는 길이다. 그런데 지금 그 길로 가고 있다. 대선 때 보여준 합리적 보수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윤평중=남은 4년이 대단히 걱정된다. 동북아는 격랑에 휩싸이고, 북한은 엉망인 시기에 나라는 사분오열돼 있는데, 박근혜 정부는 사분오열된 나라를 7분8열시키고 있다. 박 대통령 본인의 치적을 남기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위업을 딸이자 또 다른 정치 지도자로서 완성시키려는 필생의 책무감을 가진 사람으로서 지난 1년의 길은 그 길이 아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거대한 비전을 오히려 훼손하고 있다는 자기 성찰이 있어야 한다.
사회=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 대선개입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윤평중=지금처럼 밀고 나가면 해결이 안된다. 묻고 지나갈 수는 없다. 너무 중차대한 문제다. 보수에도 양식 있는 분들은 전 정부와 선을 긋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포함해 성역을 두지 말고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한다. 박 대통령은 ‘덕을 안 봤다’고 강변하지만 사태 초기에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유감을 표명하고 엄정한 수사를 하겠다고 나왔어야 한다. 지금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못 막고 있다. 이 문제는 가래가 아니라 불도저를 동원해서라도 해결해야 한다. 정부가 지난 1년간 아무 일도 못했다고 하는데 새해부터 일을 해야 한다.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를 반드시 풀고 넘어가야 한다.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뛰어넘는 결단을 통해서 정리해야 한다.
조국=나는 매우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박 대통령과 핵심 측근들이 굉장히 법률가적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법부 판결이 안 나왔다’ ‘무죄추정 아니냐’ 이런 식이다. 뼛속까지 정치인인 박 대통령이 지극히 율사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2012년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선거 사태 당시 이정희 대표가 ‘판결 나기 전까지 무죄’라고 한 것과 비슷하다. 그때 사람들이 그 말을 이해하고 동의해줬나. 참모들도 소극적이고 수세적 대응을 하고 있다. 시민들의 마음을 읽지 않고 정권탄생의 정통성을 옹호하는 데 급급하다. 그러니 계속 패착이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너무 경미해서 기소조차 되지 않을 발언을 문제 삼아 탄핵까지 했던 사람들 아닌가. 그에 비하면 국정원 대선개입은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흔든 부정선거 책동이었다. 박근혜 정권이 새 출발하려면 국정원 범죄의 족쇄를 풀고 수렁에서 나와야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사해야 한다.
사회=새 정부가 들어서면 지난 정부의 비리를 정리하는 게 상식이다. 엄연히 MB(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진 일인데 왜 이렇게 껴안고 가려 하는지 내막이 궁금하다.
조국=박근혜 후보 선대위가 댓글 사건을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 정권의 정통성을 훼손할 수 있는 비밀이 튀어나올 수도 있는 판도라 상자를 열기 싫을 것이다. 집권세력의 결속을 훼손하기에 어려운 측면도 있다. MB를 수사하면 친이계가 항전할 것이고, 수구보수세력이 등을 돌릴 것이다.
윤평중 교수
윤평중 교수
윤평중=지배블록의 동질성과 연속성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박 대통령이 지시했거나 알았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대통령의 일생 행로를 봤을 때 그렇다. 그런데 과감한 결단을 내리면 헤쳐나갈 수 있는데 왜 그렇게 못할까 의문이다. 지배집단의 동질성과 연속성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선거캠프의 수족을 잘라야 되는 사태로까지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MB 쪽만 치고 해결될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사회=국정운영에 변화, 쇄신을 해야 한다면 무슨 방법이 있나.
조국=쇄신의 1차적 출발은 국정원 문제 해결이다. 국정원 선거개입이 지난 정권일이라고 믿더라도, 수사를 방해한 것은 현 정권이다. 대통령이 공개적 장소에서 사과를 해야 한다. 본인 육성으로 해야 한다. 그런 연후 대선 때의 박근혜로 돌아가는 것만이 해결책이다.
윤평중 교수
청와대·내각 대폭 교체
쓴소리 하는 인사 곁에 둬야
민주, 야 아우를 리더십 부재
정책으로 능력 증명 필요
윤평중=공감한다. 왜 사과에 인색한가. 정공법으로 당당하게 해야 한다. 그 다음에 청와대와 내각을 대폭 교체해야 한다. 쓴소리하는 사람들을 지근거리에 두고, 합리적 보수를 기용해야 한다. 온건 진보, 여성, 40대를 뽑아 써야 한다. 40대 장관을 임명해야 한다. 지난 대선 때 축적한 건강한 정치적 에너지를 펼쳐야 한다.
사회=박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으로 이어지는 운영 체계가 경직돼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윤평중=아주 상징적인 시그널이 윤창중씨를 청와대 대변인으로 데리고 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윤창중씨의 논조를 너무 좋아해서 참모들이 윤창중 칼럼을 제일 위에 올려서 보고했다고 한다. 윤창중씨는 2013년 박근혜 정부의 행로를 예고하는 인사였다. 김기춘 실장 역시 2014년 어떤 방향으로 갈지 알려주는 두 번째 시그널이다. 극소수의 극우층만을 기쁘게 만드는 인사를 그만둬야 한다. 합리적 인사들이 도태되고, 편향적이고 극단적 인사들이 득세하면 잘못된 길로 간다. 그게 역사적 교훈이다.
조국=1년 동안 지지율이 40%대로 떨어졌다. 청와대 참모들이 엄청난 책임을 져야 한다. 그 탄탄한 지지층을 갖고도 상실하고 있다. 진짜 충신이라면 책임을 지고 나가야 한다.
사회=여권의 3각축은 청와대·정부·여당이지만 실제론 청와대만 보인다는 평가가 많다. 국정운영 주체인 여권의 역할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는가.
조국=장관 자리도 얻고 싶고, 다음 공천(2016년 총선)은 박 대통령 권한 하에서 이뤄질 것이 분명하니 납작 엎드리고 있다. 박정희 정권 하에서도 집권당 내부에서 정풍 운동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은 ‘남조선 최고존엄’으로 모셔지고 있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윗분의 뜻’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조선시대 왕을 가리키는 ‘상(上)’이란 표현과 같다. 벼슬 유지가 목표인 훈구파와 대통령의 심기경호에 급급한 내시들만 있는 형국이다.
윤평중=대한민국이 경제 규모 세계 13위인 강국이다. 대통령의 만기친람은 이렇게 크고 다원화된 사회에서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군사독재 시절에도 여당 내에서 자기 말 하면서 역사의 정치 주역으로 부각된 분들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조선적 공론장이 활발했다. 신료들이 왕에게 바로 직언했다. 그래서 귀양가고 사약받고 해도 쓴소리했다. 조선시대 관료들의 기개조차도 없다.
사회=지방선거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올 지방선거에서 주요 화두는 무엇이 될 것이라고 보는가.
조국=여권에서 종북 공세로 갈 것 같다. 통합진보당 사건 판결이 올해 초 나온다. 철도노조에 대한 공세에 이어 이미 불법화한 전교조에 대한 공세를 벌일 것이다. 야권에서는 경제민주화와 민생강화를 다시 강조하면서 맞서야 한다.
윤평중=동의한다. 그렇게 될 것이다. 올해 봄을 걱정한다. 우리가 주문한 것처럼 정치방식을 180도로 전환해야 하는데 그렇게 갈 가능성은 낮은 것 같다. 공안과 이념공세로 밀어붙일 것이다. 지금 거리의 정치 에너지가 축적되고 있다. 그 상징이 ‘안녕들’ 대자보다. 지금 한국 사회에 집단적 화병 상태에 가까운 에너지가 축적되고 있다. 봄날 활활 타오를 거리의 정치와 6월 지방선거가 결합해서 정부 심판으로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사회=민주당도 ‘긴 1년’을 보낸 것 같다. 김한길 체제의 취약성을 지적하는 얘기도 있다. 민주당의 활로는 무엇인가.
조국=친안(親安)은 물론 친문(親文) 세력도 민주당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보니 민주당 지지율이 낮은 것 같다. 정당의 강령이나 이념 때문에 지지율이 오르내리지는 않는다. 최근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게 정의에 대한 요구다. 경제민주화도 그런 흐름이다. 민주당은 정의를 실현할 투쟁력도 약하고 수권능력도 약하다. 민주당은 중도보수에서 중도진보까지 다 모여 있고, 개인적 연고에 따른 계파도 여럿이다. 이를 다 포괄할 수 있는 혁신적이고 통합적인 리더십을 창출해야 한다.
윤평중=정부·여당은 성공적이지 못한데 민주당은 지지율 10%대다. 거리의 정치에 매몰된 후과다. 민주당의 가두 투쟁은 표현이 좀 그렇지만 ‘집단적 마스터베이션(자위)’이라고 할 수 있다. 친노 강경파에 너무 휘둘려서 그렇다. 민주당은 ‘노무현 신화’에 과도하게 집착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보다 훨씬 위대한 정치인이다. DJ(김대중)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가 말한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가져야 한다. 지금 민주당은 상인의 현실감각이 없고, 서생적 문제의식도 편협하다. 당내에서 이미 역사에서 시효가 다한 세력은 과감하게 물리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미래가 있다. 생활정치를 해서 수권정당으로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정책이나 법안으로 보여줘야 한다.
사회=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은 어느 정도로 전망하는가.
조국=안철수 신당은 필요하다. 민주당이 포괄하지 못하고 있는 세력이 있다. 지방선거에서 대중의 마음을 얻기 위해 양측이 경쟁을 벌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 안 신당의 행보에는 의문이 있다. 호남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 ‘안철수 현상’이 민주당 텃밭에 가서 쪼개 먹는 거였나. 안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지방선거는 마지막 기회다.
윤평중=지난 대선에서 안 의원은 판단력, 결단력, 용기, 비전 등에서 오류와 패착의 연속이었다. 그런 실패를 겪었으면 뭘 배운 게 있을 것이다.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feature_story/article/201312312329405#csidxb0554f502b922328142bb381beecf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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