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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대학의 조센징
기자명 이유정 기자
입력 2019.07.25
[뉴스엔뷰 이유정 기자] 이 책은 일제 치하에서 일본으로 유학 갔던 조선인들이 왜 유학을 떠났으며, 가서 누구에게 무엇을 배웠고, 돌아와서는 대한민국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인하대학교 한국어문학부 정종현 교수가 교토에서부터 10년간 여기저기 흩어진 기록을 더듬고 고뇌한 결과물이다.
정 교수는 10년 전 교토에서 처음 조선인유학생 명부를 보고 이들의 실체에 관심을 가졌다. 1년간 교토제국대학에서 시작한 작업은 당시 제국대학의 가장 핵심이었던 도쿄제국대학에 유학했던 조선인들의 명부를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10년간 이들의 행적을 정리하여 엮어내기로 했다. 이 책은 대한민국의 근현대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데 중요한 밑그림이 될 것이다.
일본 본토의 제국대학에서 유학했던 조선인들은 상당수가 제국 일본의 관료로 복무하며 친일을 했거나 제국의 첨단 지식과 관료 경험을 밑천으로 해방 후에도 남북한의 행정·경제·사법·지식 체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대다수의 조선인 졸업생은 식민지 총독부의 관료로 돌아와 '나리'로 대접받으며 일했지만, 정작 본토의 중요한 공직자는 되기 어려웠다. 조선인 유학생들은 제국의 최고의 엘리트라는 자부심과 동시에 식민지인으로서의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했다.
일본 제국주의의 일사불란한 관료제를 경험한 이들은 새로 건설하는 대한민국에서는 급한 대로 참조해야만 하는 롤모델처럼 보였을 것이다. 특히 이들의 영향력은 지도자 부류에서는 공식적으로 부인되거나 묵살되면서도 대부분의 현장 실무를 총괄하는 실질적인 역할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제국대학의 경험을 부인하거나 역사에서 지워내면 오롯이 민족적인 것만 추릴 수 있을까? 우리가 역사 속에서 어떻게 혼종되고,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또렷하게 드러내고 그것의 공과를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암묵적으로 또는 관습적으로 반복하는 적폐를 청산하고 좀더 나은 시스템과 지식제도를 확립하기 위해서라도 이 같은 경험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고 쌓여야 한다. 제국대학의 명암을 따지기에 앞서 제국대학 유학의 실체에 접근해 역사적 사실로서 읽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저자 : 정종현
출판사 :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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