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1
[김호기 칼럼]코로나19 이후의 이중적 뉴노멀 사회
[김호기 칼럼]코로나19 이후의 이중적 뉴노멀 사회
[김호기 칼럼]코로나19 이후의 이중적 뉴노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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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2020.03.31. 오후 8:51
최종수정2020.03.31. 오후 8:56
코로나19 팬데믹의 공포가 서유럽과 미국을 뒤흔들고 있다. 공공의료 수준, 사생활 중시의 개인주의 문화, 정부의 대처 역량에 따라 나라마다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 지구적 공포가 최소한 여름까지 계속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정도의 충격이라면 지난 세기 스페인 독감에 필적한다. 스페인 독감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날 즈음인 1918~1919년에 발생했다. 전쟁으로 죽은 이들보다 많은 5000만명까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세 페스트 이후 서구사회에 큰 시련을 안긴 전염병이었다.
지난 100년의 의료기술 발달로 코로나19 팬데믹의 사망자는 스페인 독감보다는 적을 것이다. 그러나 이 팬데믹이 야기한 사회적 불안은 정보사회가 만개한 현재 외려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지구사회를 규정짓는 일차적 요소는 ‘초연결’이다. 끝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 불안과 각자도생은 더욱 확산되며 강화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던지는 중요한 질문은 두 가지다. 먼저, 그렇다면 이 팬데믹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의 의학적 질문이 하나다. 결국 관건은 증상을 완화시키는 항(抗) 바이러스 치료제와 완전히 퇴치시키는 백신의 개발이다. 그런데 백신 개발에 1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니, 그때까지 방역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의료와 과학 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한편, 이렇게 강력한 바이러스가 나타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의 사회적 질문이 다른 하나다. 팬데믹을 신속히 저지하는 게 일차적 목표이지만, 이 가공할 팬데믹이 가져올 우리 삶과 사회의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 2003년 사스가, 2009년 신종플루가, 2015년 메르스가, 올해 코로나19가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는 지구적 혼돈을 결과함으로써 이제 인류는 ‘코로나 이전’과 ‘코로나 이후’의 문턱 위에 올라서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사회학 연구자로서 세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째, 인류는 ‘이중적 뉴노멀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뉴노멀의 이중성은 경제의 불확실성과 위험의 불확실성이다. 이 두 뉴노멀은 긴밀히 결합돼 있다. 당장 코로나19 팬데믹은 사회적 불안을 넘어 경제적 위기를 낳고 있다. 전염병의 지구적 확산은 실물 경제를 정지시키고, 실물의 위기는 금융시장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취약한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예견되며, 이 구조조정이 실업의 공포를 불러옴으로써 ‘의학적 공포’는 ‘경제적 공포’로 진화할 것이다.
일군의 비관주의자들은 코로나19가 격발하는 위기에 1929년 대공황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위기의 원인이 경제가 아닌 전염병에 있는 만큼 그 누구도 코로나19가 촉발시킬 파장을 예측하긴 어렵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 위험의 뉴노멀이 경제의 뉴노멀에 주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과 이 인과과정을 통해 불확실성이 더욱 증가할 경제에 대한 ‘위험의 경제학’의 정책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둘째, 국가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대처에서 우리나라는 서구사회보다 우수한 대응 역량을 선보였다. 정부의 최선을 다한 방역, 의료진의 헌신적 희생, 국민 다수의 높은 공공의식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위험의 세계화에서 글로벌 거버넌스는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더 중요한 것은 국민국가의 대응 역량이다. 의학적·사회적·경제적 위기에 맞서는 국가의 능력과 자율성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 요구된다.
셋째, 사회의 변화 또한 눈여겨봐야 한다. 코로나19 광풍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 엄격히 말하면 ‘물리적 거리 두기’가 사회생활의 기본 양식이 됐다. 이 과정에서 상품 구매와 학교 수업까지 온라인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 이 광풍이 그치면 우리가 돌아갈 자리가 옛날에 있던 그 자리는 아닐 것이다. 가상세계의 연결이 강화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더욱 중첩되는 제3의 자리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초연결 아래 오프라인과 온라인, 개인주의와 협력주의를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지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요컨대, 코로나 이후 사회에서 우리 인류는 사회제도와 의식 모두 적잖이 새롭게 혁신해야 하는 엄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인간이 지니는 가장 위대한 힘인 이성과 과학을 부정하라. 그러면 나는 너를 내 손아귀에 넣게 될 것이다.” <파우스트>에 나오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말이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이성과 과학의 힘에 기대어 이 지구적 위기를 넘어서길 나는 간절히 소망한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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