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5

김래영, 예, 저는 성낙인의 <헌법학>으로 공부하였는데 그 책에서도 사실 자유민주주의가...



(6) Sejin Pak - 김래영, 예, 저는 성낙인의 <헌법학>으로 공부하였는데 그 책에서도 사실 자유민주주의가...




Sejin Pak
5 April 2019 ·



김래영, 예, 저는 성낙인의 <헌법학>으로 공부하였는데 그 책에서도 사실 자유민주주의가 인민민주주의를 배제한다고 하면서도 인민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하지를 못하고 있더군요. 성낙인정도가 이렇다고 한다면 아마 대부분의 한국의 헌법학자들이 인민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모르리라 생각합니다. ‘북조선의 정치체와 같은’ 정도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겠고, 그 내용을 일반적으로 사적소유권의 부재, 생산수단의 국유화, 계획경제 등으로 정의하고 있으리라 봅니다.

인민민주주의라는 개념은 소련 내부에서는 트로츠키의 연속혁명론과 스탈린의 일국사회주의론의 대립 과정에서, 소련 외부에서는 중국•동구권 사회주의 체제의 성격과 특질 등에 대한 논의, 그리고 식민지민족해방운동과의 연관성 등의 맥락 속에서 나왔기 때문에 다소 복잡합니다. 논자마다 인민민주주의의 개념을 다르게 사용하는 경향도 있고, 인민전선과 민족통일전선 등의 개념을 대립적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 다소 복잡합니다.

그렇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당=국가=사회로 일원화된 국가구조를 갖추게 되면 사회주의라 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상태이면 인민민주주의라 할 수 있습니다. 인민민주주의는 아직 계급이 존재하며, 자본가나 쁘띠부르주아지 등과의 “협력”까지도 가능합니다. 노동계급과 농민계급만의 연합으로는 아직 제국주의나 파시즘에 저항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민주적인 자본가나 쁘띠까지는 협력이 가능한 단계이고, 그 단계를 거친 뒤에 노동계급의 영도 하에 계급이 완전히 지양되면 이제 사회주의 단계가 되는 것입니다. 이 사회주의 단계에서는 당, 국가, 그리고 군대와 인민이 모두 하나로 통일되어 있게 됩니다.

이 개념이 나오게 된 배경을 우선 국제적인 차원에서 동구권 사회주의와 아시아권 사회주의로 나눠서 설명드리자면, 우선 동구권에서는 1936년 스탈린은 사회주의 헌법을 제정하면서 소련이 인류 최초로 사회주의 단계에 도달했다고 공표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1945년 이후에도 이어집니다. 반면에 주변의 다른 사회주의국가들은 말로는 사회주의이지만 아직 소련에 비해서 수준 낮은 단계에 있다고 보았고, 그런 맥락에서 사회주의 위성국가들에게는 소련의 영도와 보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회들은 대체 어떤 사회인가. 그것은 사회주의는 아니지만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그로 이행하고 있는 단계의 사회들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인민민주주의라는 개념으로 규정합니다.

실제로 이와 같은 소련의 규정에 반발해 루마니아 등의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은 50, 60년대에 스스로를 “사회주의 국가”라 규정합니다. 소련과 동격의 국가라는 것이지요. 이들 국가들은 국호에 인민민주주의라는 표현도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북조선이 인민민주주의라는 말을 국호에 넣은 특이한 사례이며, 실제로 국호도 바꾸지 않은 거의 유일한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자신의 정당을 “공산당”으로 칭하는데 반해 북조선이 아직 스스로를 조선“노동당”이라 칭하는 것은 스스로가 사회주의라기보다 인민민주주의 단계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다른 국가들은 사회주의로 국호를 바꾸면서 당명도 노동당에서 공산당으로 바꿨거든요.

동구와 달리 아시아, 특히 중국에서는 소련의 사회주의 국가들에 대한 종주권 주장에 맞서서 인민민주주의를 신민주주의라 지칭하며 아직 소련의 사회주의조차도 사회주의로 이행하고 있는 단계에 지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신민주주의의 특질은 내부에 아직 계급이 존재하고 있으며, 자본가 계급, 쁘띠 계급 등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내부에서 계급투쟁이 나타나고 자본주의로 회귀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존재하고 있다고 봅니다. 중국 사회뿐만 아니라 소련 사회까지도 자본주의로의 회귀의 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스탈린 사후에 일어난 스탈린 격하 운동은 소련 사회가 자본주의로 후퇴하고 있다는 지표로 받아들여집니다. 소련의 사회주의 내부에서의 헤게모니에 중국이 도전하면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사회주의권 국가들 내부에서의 헤게모니, 소련의 헤게모니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여부를 두고 인민민주주의 개념의 필요성이 도출되었고 뉘앙스도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여전히 소련의 헤게모니를 중시하는 쪽에서는 소련 공산당의 우위성과 소련 사회의 선진성을 전제로 다른 사회와 국가들의 공산당 및 사회주의자들은 소련을 방위해야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가 나옵니다. 여기에 반발하던 이들은 독자적인 공산주의, 사회주의 노선을 그리면서 활동했던 것이고요. 그 과정에서 인민민주주의 개념이 풍부해지지만 동시에 다소 엄밀성을 잃게 됩니다.

국제적인 관계에서의 맥락을 제외하고 국내적인 관계에서의 맥락을 말씀드리자면, 트로츠키의 연속혁명론과 스탈린의 일국사회주의론의 충돌은 단순히 노선 충돌만이 아니라 사회주의자가 국내에서 어떠한 목표 하에 실천을 해야 하는가와 연결됩니다. 트로츠키의 연속혁명론은 사회 내부에서 공산주의자가 적든 많든 어찌됐든 노동자가 권력을 잡아야 하고, 다른 국가의 사회주의 혁명을 도울 의무를 갖고 있다고 봅니다. 반면에 스탈린은 일국의 발전단계를 중시하며, 한 나라에서도 사회주의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하며 자본제 발전의 미비로 노동계급의 수가 적다면 부르주아, 쁘디, 농민 등의 여타 계급들과의 광범위한 협력과 동맹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것이 자본제가 어느정도 정착되어 있지만 파시즘에 의해 위협받는 사회에서는 반反파시즘연대인 인민전선으로, 자본제가 발전하지 못하고 식민지적 상태에 있는 사회에서는 반反제국주의 민족통일전선으로 표현됩니다. 어찌됐든 핵심은 노동계급만의 혁명이 아니라 광범위한 민중 일반의 참여 속에서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체제를 건설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노동당 이외의 다른 정당도 존재할 수도 있고, 다른 계급의 존재와 이해관계도 인정될 수가 있습니다. 다만 당해 사회가 처해 있는 상황에 맞춰서 제국주의와의 투쟁이 우선시되면 통일전선으로, 파시즘과의 투쟁이 우선시되면 인민전선으로 나타났던 것이지요. 물론 트로츠키가 다른 계급과의 연합을 하지 말라고 했던 건 아닙니다만 그것은 “공동전선”이라 불립니다. 공동전선은 대등한 주체끼리 동일한 상대를 향해 연합하는 전선을 만든 것이기에 언제든지 헤어질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노동계급의 우위가 없어지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지요.

아무튼 이 인민전선과 통일전선이 제국주의와 파시즘에 대한 승리를 거둬 체제를 건설하게 되었을 때 그것을 인민민주주의라 하는 것입니다. 아직 노동계급에 의한 영도가 완전히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됐든 사회주의로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지요. 이 단계에서는 경제에서의 사적인 영역의 존재도 광범위하게 인정됩니다. 가령 김성보의 연구에 따르면 북조선은 인민민주주의 단계였던 한국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농민의 사적 소유권을 인정해주고 있었다고 합니다. 1958년 농업집단화가 완성되면서 비로소 토지와 생산수단의 국유화로 인해 당=국가=사회의 일원화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북조선의 경우 사회주의로의 이행이 끝났음에도 국호에 사회주의를 사용하거나 조선노동당을 조선공산당으로 바꾸지 않는 건 아직 한반도 남쪽, 대한민국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일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리고 한국이 미제국주의의 반식민지적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단계에서 북조선은 민주기지로써의 역할이 남아 있고 제국주의와의 투쟁을 위한 민족해방통일전선을 유지할 필요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인민민주주의가 곧 사회주의인가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민민주주의 단계에서는 우리가 소위 자유민주주의라 부르는 “부르주아 민주주의”도 허용될 수 있거든요. 스탈린만 하더라도 1945년 해방 이후의 북조선에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수립하라고 하지, 곧바로 사회주의를 수립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조만식 류의 민족주의자들까지 포함하여 일본제국주의와 그 부역자인 친일파를 제외하고 모든 인민, 민중을 연합시켜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건설하고 소련에 적대적이지 않은 정권을 세우라는 정도의 지령만 내려오지요. 소련은 북조선의 국가수반으로 김일성이 아니라 민족주의자인 조만식을 세우려 했을 정도였습니다. 우리의 생각보다 폭이 넓은 것입니다. 아무튼 정리하자면 인민민주주의 개념은 사회주의로의 이행기이자 사회주의의 전前단계인 사회를 지칭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회주의국가의 개념에 적합하지 않다고 봅니다. 한국의 헌법학자들은 반공주의적 성향이 강해 북조선 식의 사회체제 건설 시도뿐만 아니라 사회주의적 언설 모두를 인민민주주의=사회주의라 보겠지만요.

길다고 댓글이 안 달리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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