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수
#북한도변하고있다.
북한에서 1980년대 이전에는 ‘미제’, ‘남조선괴뢰’, ‘제국주의’, ‘자본주의’ 등의 대남 비판적 언어들이 자주 쓰였다.
그러다가 1980년대 이후에는 ‘최고지도자’, ‘인민’, ‘사회주의’, ‘주체’ 등의 언어가 상대적으로 더 부각되었다.
이는 북한이 집단적 정체성을 긍정적으로 강화시키면서도 남한과 미국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다소 완화시키고 ‘보통국가’로 갈 가능성을 시사해주는 현상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도 대립적 언어들을 자제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집단적 자기화를 위한 ‘최고지도자’, ‘인민’, ‘주체’ 등의 언어는 그대로 사용하지만, 강도는 다소 줄어들거나
‘인민대중제일주의’와 같은 언어들이 등장하면서 ‘인민’의 위상이 높아지는 등 변화가 생겼다.
그에 비해 집단적 타자화의 언어들이었던 ‘미제’, ‘남조선(괴뢰)’와 같은 언어들은 사용 빈도 자체가 줄어들고 내용적 적대성도 완화되었다.
김정은 정권 들어서는 ‘자력갱생’과 같은 언어들의 사용 빈도가 늘어나고, 자본주의식 경쟁 문화를 반영하며 ‘사회주의 경쟁’,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사회주의 문명국’ 등의 담론이 등장하였다.
무엇보다 미국에 대한 적대성을 담았던 '미제'(미제국주의)라는 말이 사라지다시피 했다.
아래는 #보훈교육연구원 #임수진박사가 #노동신문 기사의 흐름을 분석해 작성한 박사학위 논문의 일부 요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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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노동신문 기사 제목서 '미제' 표현 사라졌다…왜?
미 제국주의의 줄임말인 '미제'가 북한 노동신문 기사 제목에서 사라졌다. '미제'는 지난 2018년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을 즈음해 노동신문 기사 제목에서 사용되지 않기 시작해 2019년의 경우 사용 횟수가 0건으로 ..
北 노동신문 기사 제목서 '미제' 표현 사라졌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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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5 05:05 | 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대미 적대감 농축된 北 용어 '미제' 2019년 '0'건 사용
1949년~2000년 연평균 377건→0건 "놀라운 변화"
美 제재 대응 자력갱생 노선에도 '미제' 용어는 제한
미래 대미관계 개선 위해 내부 적대감 완화 의도 관측
평양순안공항에서 이용객이 북한 노동신문을 보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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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제국주의의 줄임말인 '미제'가 북한 노동신문 기사 제목에서 사라졌다. '미제'는 지난 2018년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을 즈음해 노동신문 기사 제목에서 사용되지 않기 시작해 2019년의 경우 사용 횟수가 0건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대미 적개심을 표현하는 '미제' 용어는 2019년 이후 올 들어 5월 13일 현재까지도 노동신문 기사 제목에는 계속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훈교육연구원 임수진 연구원의 연구논문 '북한 사회의 집단적 자기화-타자화 담론 연구'(2021년 2월 서울대 사회학과 박사학위 논문)에 따르면, 북한 노동신문 기사 제목 내 '미제'의 언급 빈도는 2010년 31건, 2011년 48건, 2013년 92건, 2014년 70건, 2015년 60건, 2016년 47건, 2017년 148건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다가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던 2018년 28건으로 줄은 뒤 2019년에는 0건을 기록했다.
임수진 연구원은 "북한 사회에서 '미제'는 전쟁을 치른 최대의 '원쑤'이자 '적'으로 규정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2019년도에 '미제'에 대한 언급이 단 한 차례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변화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49년부터 2000년도까지 노동신문 기사제목 내 '미제'가 언급된 횟수가 연평균 377건이었음을 고려한다면, 2010년대 '미제'의 언급빈도는 연평균 59건에 불과하고, 이 마저도 2019년에는 0건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반미' 용어도 2016년 27건, 2017년 75건에서 2018년 20건, 2019년 12건으로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물론 '미제' 용어는 같은 기간 노동신문 기사 본문에서는 사용된 예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북한 주민들이 모두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기사 제목은 기사의 주제와 내용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또 북한 당국의 특정한 의도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임수진 연구원은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전통적인 적대국인 미국과 관계개선 의지를 북한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적대성이 반영된 용어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선택한 것"이라며,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사태 이후에도 '미제' 용어의 사용이 제한된 것은 결국 북한이 미래의 대미관계개선을 위해 내부적으로 북한 주민의 외부사회에 대한 적대성을 점차 완화시켜나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북한 내부의 담론이 더 이상 미국 등 외부 사회 전반에 대한 극단적인 적대 노선이 아니라 유연한 관계개선의 가능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담론 수립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이 하노이 노딜 사태 이후 미국의 제재 등 경제적 어려움에 대응해 2019년 연말 전원회의와 올해 초 8차 당 대회를 거쳐 '자력갱생의 정면돌파' 노선을 채택한 뒤에도 '미제'라는 표현의 사용에는 일정한 제한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제'라는 표현이 2020년부터 올 들어 5월 13일까지 노동신문 기사 본문의 경우 65건 정도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으나, 적어도 기사 제목에는 대미 적대감이 농축된 이 '미제' 용어는 계속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임 연구원은 "북한이 미국의 제재 장기화와 코로나19 방역, 무역단절 등 경제적 어려움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사상통제를 강화하는 등 고립주의로 다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이는 일시적일 수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미국 등 세계 사회와의 교류를 위해 용어 선택 등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대미 적대성을 점차 완화하는 흐름은 유지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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