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30

김종인 “박근혜, 삼성 마수에 걸려든 뒤 발각돼 탄핵” -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김종인 “박근혜, 삼성 마수에 걸려든 뒤 발각돼 탄핵” -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김종인 “박근혜, 삼성 마수에 걸려든 뒤 발각돼 탄핵”
이재용 사면 몰이에 다시보는 김종인 회고록, “삼성은 나라를 손바닥에 있다 생각”
“아무도 주목안할 때 실세 최순실 정확히 파악, 원포인트 뇌물…‘권력 별거 없네’, 삼성이 변해? 전혀 아냐”
“문재인도 ‘우리 삼성에 감사’라는 말이나 하고…삼성, 웃고 있을 것, 오죽하면 삼성공화국”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이메일 바로가기승인 2021.05.26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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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와 주류매체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여론몰이가 계속되면서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 사면 검토설이 언론에 흘러나오는 등 우려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용의 뇌물로 탄핵과 유죄확정 판결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경제민주화 공약을 했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삼성의 로비와 이재용 뇌물사건을 비판한 회고록 내용이 새삼 주목되고 있다. 그는 박근혜 게이트를 ‘삼성 게이트’로 규정하고, 삼성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지난해 3월 발행한 ‘영원한 권력은 없다’라는 회고록에서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성격과 본질을 삼성 재벌과 결탁이라고 설파했다. 김 전 위원장은 ‘박근혜 탄핵’을 두고 “뿌리 깊은 정경유착의 고리에 대한 탄핵이기도 하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이유는 여럿이지만 그중 결정적 요인 가운데 하나는 삼성 재벌과의 결탁”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박근혜·최순실-이재용 뇌물 사건에 대해 “삼성이 이건희에서 이재용으로 후계자를 물려주는 과정에 정부와 모종의 결탁이 필요하게 되자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는 최측근을 찾아내 로비를 시도한 것”이라며 “당시에 언론은 그 사건을 흔히 ‘최순실 게이트’라고 불렀지만 나는 ‘삼성 게이트’라고 불러야 본질을 정확히 표현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표현(최순실 게이트가 아닌 삼성게이트)은 지난 25일 청와대 앞에서 이재용 사면에 반대하는 진보단체의 기자회견에서 인용되기도 했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은 삼성의 뇌물과 경영권 승계 청탁 행위보다 삼성이 로비의 핵심대상인 최순실을 정확히 찾아낸 정보력에 주목했다. 그는 “내가 정작 놀란 것은 삼성이 대통령에게 로비를 시도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대통령의 최측근 ‘최순실’이라는 여인을 삼성이 과연 어떻게 찾아냈을까?’ 하는 부분”이라며 “박근혜 탄핵 사건이 시작되기 전까지 최순실이라는 이름은 언론에 거의 등장하지 않았고, 나도 적지 않은 시간동안 박근혜를 바로 옆에서 도왔지만 그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 당선 이후 언론이 정윤회와 십상시의 권력 농단에만 주목한 것을 두고 “모든 언론이 정윤회가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라고 착각했다”며 “그런 시기에도 삼성은 진정한 비선실세가 누구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고, ‘원포인트 뇌물’을 최순실에게 갖다 주었다”고 썼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9일 서울 광화문 개인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9일 서울 광화문 개인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최순실의 허영심이 어느 정도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딸에 대한 애착이 어느 정도인지, 딸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아주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에 딱 맞춰서 로비를 전개한 것”이라며 “스포츠 재단을 설립하는데 돈을 내고 비싼 승마용 말을 선물하는 등 오랜 경험을 통해 나름대로 노련한 로비 방법을 총동원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의 정보력과 로비 능력이 과연 이 정도”라며 “우리나라가 괜히 삼성공화국이라고 불리겠나. 어떤 언론도, 다른 어떤 재벌도, 세상 어떤 정보기관과 정치세력도 알지 못하던 것을 삼성은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고 적었다. 김 위원장은 “그러니 서민정부, 참여정부를 지향했던 노무현 정부도 종국에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생산하는 자료에나 의존하며 정책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재벌의 힘의 실체를 두고도 김 위원장은 “흔히 재벌을 ‘돈’으로 사업하는 사람들이라고 알고 있지만, 재벌은 ‘정보는 곧 돈’이라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움직이는 사람들”이라며 “엄청난 비용을 들여 정보를 구축하고 사들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보기관의 수장을 직접 매수하기도 하고, 정보기관 퇴직자들을 채용하기도 하며, 별도의 정보 수집 부서까지 두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재벌의 행태가 이렇다”며 “박근혜는 그런 마수에 그대로 걸려 들었다가, 그것이 발각되면서 국민에게 탄핵당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이 청와대 경제수석을 하던 노태우 정부 시절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전자 산업만으로 욕심이 차지 않아 자동차 분야까지 진출해 보려고 온갖 회유와 협박을 거듭했다며 “그러던 삼성은 25년 후에는 어떻게든 2세에게 기업을 공짜로 넘겨주려고 꼼수를 부리다 대통령이 탄핵되게 만들고 그들의 2세도 감옥에 가는 곤욕을 치렀다. 지독한 탐욕의 결과”라고 혹평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쓴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의 일부 대목. 사진=조현호 기자 촬영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쓴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의 일부 대목. 사진=조현호 기자 촬영
 

현재의 삼성에 대해서도 그는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김 전 위원장은 “그렇다면 그 뒤로 삼성은 달라졌을까”라며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절대 달라질 리 없다”며 “그들은 아직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완전히 자기들 손바닥 안에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연 그들은 ‘하려고 하는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는’ 영악함과 집요함을 지녔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돈을 무기로 온갖 정보와 인맥을 사들이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런 사건을 겪으면서 오히려 ‘권력이란 것도 별 것 없네’ 하고 시시하게 여기게 되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이유와 관련해 김 전 위원장은 “전임 대통령이 탄핵된 후에 당선된 후임 대통령 문재인마저 경제가 어렵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자 곧장 삼성에 허겁지겁 달려가 ‘우리 삼성에 감사한다’는 말씀이나 하고 있으니 말이다”라고 개탄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날 청와대는 ‘대통령이 삼성을 격려해줬다’고 표현했지만 삼성은 결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통령과 악수하고 포옹한 그날 밤 그들은 어떤 표정으로 웃었을까”라고 되물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해 3월 내놓은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 표지. 사진=시공사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해 3월 내놓은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 표지. 사진=시공사
 

영원한 권력은 없다 - 대통령들의 지략가 김종인 회고록  epub 
김종인 (지은이)시공사2020-03-30 


영원한 권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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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정가
11,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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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대한민국의 정치 역사는 쳇바퀴 돌 듯 흘러왔고, 여전히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역대 거의 모든 정부를 가까이서 경험하고 대통령의 최측근으로도 있다가, 선거 승리부터 대통령으로 당선까지 킹메이커로 돕는 역할도 하는 등, 김종인은 이 책에서 본인이 겪은 대통령들의 모습을 풀어놓는다. 박정희 정권 때에 부가가치세 도입을 위한 정책 수립을 위해 교수로 정치에 참여한 일을 시작으로, 여러 대통령을 겪은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전두환 정권 시절 ‘안정’을 강조한 나머지 억지로 물가 안정을 시킨 이야기, 노태우 대통령 곁에서 감당한 경제정책뿐 아니라 소련, 중국과 수교를 맺은 외교적 성과, KTX 고속철 국내 도입 및 일산 분당 신도시 개발 정책 수립에 힘쓴 일 등…….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한 성과들에 대해 시간의 흐름대로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2016년 총선 때 위기의 더불어민주당을 123석이라는, 아무도 예상 못 한 결과가 나온 비상대책위 대표 시절 경험담까지, 그가 걸어온 길이 곧 대한민국 반세기 정치 경제사가 되는 놀라운 일을 이 책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목차
프롤로그_신의 발자국 소리

1부 1960~1970년대, 정치와 인연을 맺고
01 정치인의 욕심에 대하여_윤보선의 각서
02 무엇 때문에 정치를 하십니까?_5.16쿠데타와 야권 분열
03 교수를 믿지 않은 박정희_2차 화폐개혁의 실패
04 세금은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_부가가치세 시찰단
05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때 벌어지는 일_1977년 부가가치세 실시
06 국민은 선거로 마음을 드러낸다_1978년 제10대 국회의원 총선거
07 우연 같은 인연이 오늘을 만든다_1968년 독일과 프랑스
08 그때 했던 일과 하지 못한 일_근로자 재형저축과 사회의료보험

2부 1980년대, 야당보다 더한 야당
09 노동조합은 절대선인가_탐욕이 만든 결과물, 기업노조
10 어디서 저런 운동권 교수를 데려왔느냐_1980~1981년 국보위와 교육세
11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조광조_1982년 금융실명제와 법인세 인하
12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몸부림_1983년 예산동결과 물가 안정
13 6공화국은 누가 만들었을까_1987년 개헌과 경제민주화
14 장관은 무슨 물을 마십니까_1989년 수돗물 파동, 라면 파동
15 약소국의 비애를 절감하며_1990년 한소수교
16 천둥번개 요란한데 비는 내리지 않고_1992년 한중수교

3부 1990년대, ‘대한민국’의 벽돌을 쌓으며
17 재벌의 탐욕, 그 끝은 어디인가_1990년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 조치
18 구조조정 실행 못한 후회와 반성_어느 전자 기업의 자동차 사업 진출
19 KTX를 반대했던 사람들_1991년 사회간접자본투자단
20 얽힌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과정_1990~1992년 증시와 물가
21 김영삼과 선을 그으십시오_1990년 3당 합당

4부 2000년대, 비상非常을 비상飛上으로
22 부끄럽고 안타까운 사건들_비자금 사건, 노무현의 죽음
23 보수는 빼고 경제민주화는 넣고_2012년 19대 총선
24 내가 사람을 잘못 봤다_18대 대선과 박근혜 (1)
25 하루아침에 등장한 뚱딴지 창조경제_18대 대선과 박근혜 (2)
26 망한다던 정당을 제1당으로_20대 총선과 민주당 (1)
27 근본을 바꾸지 못한 역사적 책임_20대 총선과 민주당 (2)

에필로그_정치의 근본을 바꿔야 국민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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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첫문장
1963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첫날 아침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올해는 기나긴 혼란과 어둠이 드디어 걷힐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P. 32~33 무엇 때문에 정치를 하십니까?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킨 직후 신문과 방송을 통해 발표한 혁명 공약은 모두 여섯 개 조항으로 되어 있다. 그중 하나가 “절망과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민생고를 시급히 해결하고, 국가 자주경제 재건에 총력을 경주한다”(혁명공약 4조)는 내용이다. 1956년 신익희 후보가 내세운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구호를 연상케 하지 않는가? “반공을 제일의 국시로 삼는다”(혁명공약 1조)거나 “미국을 위시한 자유우방과의 유대를 더욱 공고히 할 것”(혁명공약 2조), “사회의 모든 부패와 구악을 일소할 것”(혁명공약 3조)이라는 내용도, 박정희가 한때 좌익 활동을 했던 콤플렉스를 의식했거나 쿠데타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얻기 위한 이유도 있겠지만, 당시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 나름대로 꿰뚫고 있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시대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대안’이 없었다는 점이다. 쿠데타까지 겪는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희망을 보여주지 못했다. 쿠데타 세력은 정정법으로 일체의 정당과 사회단체 활동을 금지시켰다. 그러면서 자기들은 공화당을 사전 조직하는 작업을 계속해 왔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졌다. 그런 상황이라면 정치 활동 금지 조치가 해제된 후에 민주 세력은 더욱 단결해서 선거를 통해 확실히 군부를 제압했어야 하는데, 민주당 구파니 신파니 하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갈라져 싸우고, 지도자들은 서로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고 이전투구를 벌였다. 예나 지금이나 분열의 정치, 이기심의 정치라는 것은 이토록 어리석게 반복된다. 쿠데타 세력도 문제지만 헌법 질서를 어지럽힌 폭거 앞에서도 자기 욕심만 챙기면서 국민에게 대안을 보여주지 못한 정치인들 역시 분명 역사 앞에 죄인이다. 정치인의 욕심과 무능은 결국 국민을 불행하게 만든다. ■ 1부 | 1960~1970년대, 정치와 인연을 맺고  접기
P. 44 ‘검은 자금’은 나오지 않았다
박정희가 하는 말을 들으니 서울대 교수 한 명이 자신의 경제고문으로 있었는데 그가 화폐개혁을 건의했다고 한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하며 군사정부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던 때였다. 그러던 차에 그 교수가 “경제개발에 필요한 자금 조달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물으니 화폐개혁을 하자고 하면서, “통화 가치를 조정하게 되면 부패한 자유당 관료들의 집에 쌓여있는 돈이 자발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중국 화교 장사꾼들이 쌓아놓은 돈도 그런 방식으로 모두 끄집어내면 간단하다”라고 그랬다나. 그래서 화폐개혁을 단행했다고 박정희는 말했다. 막상 화폐개혁을 해보니 그런 ‘검은 자금’이라는 것은 한 푼도 나오지 않았다. 어느 중국요릿집에서 동전만 두 가마니 나왔다고 비아냥거리는 소문이 돌며 사람들은 허탈하게 웃었다.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돈은 밖에서 순환되는 것이지 가만히 쌓아두고 있지는 않는다. 이른바 ‘검은 돈’이라는 것은 어디 비밀 금고에 넣어두거나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돈이 아니다. 그런 기본적인 상식조차 없는 사람들이 주관적 추측이나 선입견만 갖고 이런저런 일을 벌이다 경제를 망치게 된다. 나중에 나는 정치인들의 이런 어리석은 판단과 공명심이 낳은 황당한 정책 사례(금융실명제나 토지공개념)를 숱하게 경험했다.
아무튼 그렇게 화폐개혁이 실시된 1962년은 흉년까지 겹치면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첫 해가 굉장히 초라하게 시작됐다. ■ 1부 | 1960~1970년대, 정치와 인연을 맺고  접기
P. 117 노동조합을 모르는 노동청장
박정희 정권이 무너지고 이른바 신군부가 등장하며 또다시 의회가 해산되는 헌정 유린 사태가 벌어졌다. 그때 신군부에 불려갔더니“부가가치세를 폐지하려고 하는데 도움을 달라”고 하기에(그들은 내가 부가가치세라면 무조건 폐지를 주장할 줄 알고 그랬던 것 같다) “기껏 만들어놓은 세금을 왜 또 없애려고 하느냐”며 현상 유지를 강조하였는데 그것을 인연으로 당시 신군부가 만든 기구의 재무분과 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그때에도 내가 가장 먼저 떠올렸던 것은 노동관계법이었다. 노동관계법은 사용자와 근로자 양쪽의 이해관계가 강하게 충돌하는 영역이라 원만한 합의가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지금과 같은 의회 공백 상태에 오히려 개정하기 좋겠다는 나름의 역발상을 해봤던 것이다.
1980년 9월 1일 전두환이 대통령이 되었고, 나는 9월 중순 청와대에 들어가 이와 관련된 보고를 했다. 앞으로 사회 발전의 방향으로 보건대 노동관계법을 근대적으로 바꿔야 한다, 제도를 완전히 정비하자고 말이다. 대략 이런 내용의 보고였다. “지금 우리 경제의 발전 속도로 보면 향후 노사관계가 제일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그것을 잘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미래에 희망이 없다. 경제가 성장하면 근로자들은 자꾸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할 것이고, 기업가들은 이윤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들 나름대로 임금을 억제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해관계가 끊임없이 충돌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런데 근로자들이 임금을 올려달라고 하면 많든 적든 올려줘야 할 텐데, 근로자들이 기업의 사정을 잘 알고 있으면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을 것 아닌가. 그러니까 그런 것들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관련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내가 염두에 두었던 것은 산업별, 직능별 노조를 기본 골격으로 하면서, 기업에는 노동조합이나 외부 노조의 지부가 존재하지 않으며, 기업가·화이트칼라·블루칼라 3자가 모두 참여하는 노사협의체를 만들어 기업 내부의 일을 결정하는 그런 방식이었다. 독일과 북유럽 모델을 참고한 것이다.
이런 보고를 들은 전두환이 “당신 생각이 어떻게 이렇게 내 생각과 똑같을 수 있느냐”고 기뻐하면서 “주무장관과 협의해서 그런 식으로 법을 만들라”로 곧장 지시를 내렸다. 과연 전두환이 내가 했던 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하여튼 그랬다. ■ 2부 | 1980년대, 야당보다 더한 야당  접기
P. 372~373 수권 정당의 안정감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를 맡아 내가 줄곧 주력한 것은 수권 정당다운 안정감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저 ‘야당 체질’인 사람들, 막말이나 일삼고 가벼워 보이고 실력 없는 정치인을 공천에서 배제하는데 주력했다. 그런 방면에서 유명한 몇몇 정치인이 공천에 탈락하니 이슈가 되었고 그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민주당을 새로운 시선을 바라보는 국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변화를 시도하는 정당, 구태를 털어내는 정당, 정권을 맡겨도 될 만한 든든한 정당이라고 말이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정강 정책에 ‘보수’를 빼고 ‘경제민주화’를 집어넣으려는 과정에 발생한 내홍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던 상황이 이번에는 민주당에 재현된 것이다.
우선 이념적으로 안정감을 주는데 주력했다. 당시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까지 연달아 실시하면서 국민의 안보 불안감이 적잖이 높을 때였다. 선거 시기에 그런 일이 발생하면 대체로 보수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그때 내가 수도권을 방어하는 전방 육군 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이 국방 태세를 튼튼히 유지하고 그런 과정 속에 우리 경제가 더 도약적으로 발전하면 언젠가 북한 체제가 궤멸하고 통일의 날이 올 것이라 확신한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사용한 ‘북한 궤멸’이라는 용어가 주목을 받았다. 사실 언론에서 지나치게 일부분을 부각하긴 했지만, 민주당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다. 평소 내 소신을 밝힌 것뿐인데 야당 대표로서는 보기 드문 발언이라 언론이 대서특필했다. ‘북한 궤멸론’이라는 별칭까지 만들어져 한동안 회자됐다. 중장년층이 민주당을 지지하도록 마음을 돌리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
민주당이 무리한 야권통합을 시도하지 않은 것도 국민들에게는 또 한 편의 안정감을 주었다. 내가 당 대표를 맡은 후에도 민주당 내부와 야권 일부 사람들은 “후보 단일화를 하지 않고서는 새누리당을 이길 수 없다”면서 통합추진위까지 만들어 이른바 ‘연합공천’을 위해 애썼다. 이런 사람들은 정치적 판단 능력이 1987년에 멈춰있는 것 같다. 노태우를 상대로 3김이 분열해 패배했다는 30년 전 사고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정치를 오로지 ‘단일 여권’ 대 ‘분열된 야권’의 구도로만 보기 때문에 자신들의 주체를 강화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런 사고가 오히려 보수정당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면서 야당을 약화시키는 오류를 범하게 만들었다.
민주당과 야권 사람들이 지금껏 선거 때마다 그런 식의 통합에 매달리다 보니 수권 정당이 되기에 민주당은 지극히 유약해보였고, 국민의 시선으로는 ‘얼마나 능력이 없으면 저러나’ 하는 수준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국민에게 동정표를 얻으려는 식으로 선거를 치러서는 안 된다. ‘든든하게 믿을 수 있는 세력’이라는 자신감을 보여주고 당당하게 표를 얻어야 한다. 물론 20대 총선을 치를 때 나는 야권통합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대신 ‘우리가 여기 있으니 당신들이 이쪽으로 오라’는 식으로 대했다. 상대 정당이 보았을 때는 좀 오만해 보일지 몰라도 국민들의 시선으로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인다. 수도권에서 큰 승리를 거둔 것도 결과적으로는 이런 자신감에 대한 지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분명한 ‘대안 정당’이 보이면 국민은 그 정당에 표를 몰아준다. ■ 4부 | 2000년대, 비상非常을 비상飛上으로  접기
P. 383~384 영원한 권력은 없다
어쩌면 나는 국민 앞에 두 번 사과해야 한다. 하나는 박근혜 정부가 태어날 수 있도록 했던 일이고, 다른 하나는 문재인 정부가 태어날 수 있도록 했던 일이다. 모두 국민의 선택이었지만, 국민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들어준 책임이 크다고 통감한다.
2017년 3월 10일, 대통령 박근혜 탄핵 소추안이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일치로 인용되었다. 박근혜는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으로 쫓겨난 대통령이 되었다. 우리는 박근혜가 채 1년밖에 임기를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탄핵을 당한 사실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과거 정부의 사례를 보면 친인척의 직접적인 부정과 비리가 대통령 임기 중에 발각되어도 그렇게 탄핵까지 이어진 경우는 없었다. 그만큼 국민들의 정치의식이 높아진 것이고,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사분오열하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정치적 자신감이 배가한 동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것이 탄핵을 ‘만들어냈다’. 물론 그렇다고 박근혜의 죄가 가볍다는 말은 아니다.
원래대로라면 1년 뒤에 임기를 다음 대통령에게 물려주고 저택에서 편안히 여생을 즐기며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고 살아야 할 사람이 지금 감옥에 있는 것은 그리 아름다운 현실은 아니다. 우리 헌정사에 또 다른 오점으로 남았다. 정권이 바뀌자 이명박 대통령까지 감옥에 갔다. 역대 대통령 두 명이 동시에 감옥에 있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대한민국에는 온전한 대통령이 그야말로 한 명도 없게 되었다. 언제까지 이런 비극을 되풀이할 것인가. 수차례 똑같은 고장을 되풀이 하는 자동차를 두고 언제까지 이것을 ‘운전사’의 문제라고만 할 것인가.
2017년 5월 9일, 19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됐다. 대통령이 쫓겨난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정치 분위기에서 실시된 선거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41%를 얻었다. 이명박, 박근혜가 당선되었을 때 얻은 표보다 적다. 4파전으로 치러졌던 1987년 대선을 제외하고는 문재인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적은 득표율을 보였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21%를 얻어 범야권이 63%를 얻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과연 그렇게 해석할 수 있을까? 기어이 문재인을 찍지 않은 유권자들은 어떤 뜻을 갖고 있었을까? 게다가 부끄러워 얼굴도 들지 못해야 할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간판을 바꾼 상태에서 후보를 내밀어 24%나 되는 적지 않은 표를 얻었다. 이것은 또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선거가 끝나면 그 의미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고 이 책을 통해 여러 차례 강조했다.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교훈을 경험으로 증언했다.
이 책이 온통 그것에 대해 서술했다고 요약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인이 선거 결과에 너무 도취되거나 반대로 결과를 무시하면 그런 정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 4부 | 2000년대, 비상非常을 비상飛上으로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김종인 (지은이) 

헌법 제119조 2항 ‘경제민주화’ 조항을 만들고 관철한 주인공. 이 조항은 ‘김종인 조항’으로 불리며 우리 헌법 가운데 특정인의 이름으로 별칭을 갖는 유일한 조항이기도 하다. 1990년 청와대 경제수석 재직 당시 재벌의 비업무용 토지 수천만 평을 매각토록 해 부동산 가격을 단번에 안정시키며 ‘소방수’로 불렸다. 경제 참모의 영역을 뛰어넘어 한소·한중 수교와 외교 사안까지 해결하며 ‘만능 수석’이라 불리기도 했다.
재정·조세 분야 전문가로 민주정의당, 민주자유당, 새천년민주당, 더불어민주당에서 비례대표로만 다섯 번 국회의원을 역임해 ‘여의도의 포레스트 검프’로 불린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과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를 연달아 맡아 위기에 빠진 정당을 일으켜 세우며 매번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 ‘닥터 K’ ‘경제 할배’라는 찬사를 받았다.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여러 정부에서 총리 후보 등으로 거론돼 ‘지상(紙上) 발령 최다 정치인’이라는 수식어도 갖고 있다. 현재 국민의 힘 비상대책위원장.
1940년 서울 출생으로 한국외대를 졸업한 후 독일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 교수 재직 중 부가가치세 실시 문제로 정치와 인연을 맺은 후 근로자재형저축, 사회의료보험 도입 등에 기여했다. 일제강점기 민족변호사이자 광복 이후 우리나라 사법제도의 기틀을 만든 초대 대법원장 가인(街人) 김병로 선생의 손자로 ‘한국 정치사의 살아 있는 증인’으로 통한다.

저서 <<영원한 권력은 없다>> <<결국 다시 경제민주화다>> 외 다수 접기
최근작 : <김종인, 대화>,<영원한 권력은 없다> … 총 3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양 진영에서 러브콜을 보내는 정치인,
역대 모든 정권을 직접 보고 겪은 경제 전문가, 대통령들의 지략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쓰는 김종인 회고록

김종인, 그는 독립운동가이자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을 역임한 김병로 선생의 손자로 태어났다. 대한민국 헌법의 기틀을 마련하고 정치계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셨던 할아버지를 옆에서 모시다 젊은 시절부터 가까이서 수많은 정치 현실들을 보게 되었다. 스물네 살부터 정치를 직접 경험했던 것을 시작으로, 박정희 정권에서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역대 모든 정권을 보고 겪으며 느낀 바를 이 책에 담았다.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귀국, 서강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박정희 정권 때 ‘부가가치세’와 ‘의료보험’을 도입하는 과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를 시작으로 여러 정부의 국정운영에 깊이 개입하기 시작했는데, 역대 대통령들을 가까이서 모시고 추진했던 정책과 진행 과정 중 느꼈던 점들이 책 구석구석에 소개되어 있다. 전두환 정권이 금융실명제를 급작스레 실시하려 했던 이유, 87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넣는 과정 중 겪은 어려움, 노태우 정부 때 보건사회부 장관으로 발탁되어 직면했던 ‘라면 파동’, 경제수석이 되어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 5천만 평을 매각시킨 조치, 한소수교와 한중수교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 인천공항과 KTX 고속철도 도입부터 일산 분당 신도시 설립까지 힘썼던 배경, 대한민국 양극화의 구조와 역사,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게 된 과정과 해결하고자 했던 노력 등……. 읽다 보면 대한민국 근현대사 현장의 한가운데 있는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김종인, 그가 아니고선 절대 풀어놓을 수 없는 반세기 대한민국 정치 경제사의 살아 숨 쉬는 이야기가 이제부터 시작된다.

※ 김종인, 그가 공헌한 업적들
■ 헌법 제119조 2항 ‘경제민주화’ 조항을 만든 장본인.
■ 재정·조세 분야 전문가로 재형저축 등 다양한 정책 마련에 기여.
■ 부가가치세 도입과 사회의료보험 제도 수립에 참여.
■ 한소수교와 한중수교를 성사시키는데 힘쓴 숨은 공로자.
■ 경제수석 시절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 5천만 평을 매각, 물가 안정에 기여.
■ 인천공항, KTX 고속철도, 일산 분당 신도시 형성에 공헌.
■ 위기에 빠진 정당을 일으켜 총선을 승리로 이끈 조력자.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박정희 정권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사의 못다 한 이야기들

대한민국의 역대 정치를 돌이켜보면,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다. 영원한 권력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의 꼭대기에 선 대통령들은 마치 본인의 시대가 영원한 것 마냥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재임 시절 가시적 성과를 보려는 성급한 마음으로 당장의 효과를 보는 국가정책에 매진한 대통령은 한두 명이 아니다. 장기적인 정책보다 단기 정책에 급급해서 국민의 삶은 고려하지 않은 채 늘 본인들 기준에 좋을 대로 권력을 휘두르려 한다. 국가정책이 단순히 구멍가게 경영도 아닌데, 눈앞의 성과를 내고 싶어 불가능한 일들을 억지로 가능케 만들려 하다 보니 늘 문제가 발생한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정치 역사는 쳇바퀴 돌 듯 흘러왔고, 여전히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역대 거의 모든 정부를 가까이서 경험하고 대통령의 최측근으로도 있다가, 선거 승리부터 대통령으로 당선까지 킹메이커로 돕는 역할도 하는 등, 김종인은 이 책에서 본인이 겪은 대통령들의 모습을 풀어놓는다. 박정희 정권 때에 부가가치세 도입을 위한 정책 수립을 위해 교수로 정치에 참여한 일을 시작으로, 여러 대통령을 겪은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전두환 정권 시절 ‘안정’을 강조한 나머지 억지로 물가 안정을 시킨 이야기, 노태우 대통령 곁에서 감당한 경제정책뿐 아니라 소련, 중국과 수교를 맺은 외교적 성과, KTX 고속철 국내 도입 및 일산 분당 신도시 개발 정책 수립에 힘쓴 일 등…….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한 성과들에 대해 시간의 흐름대로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2016년 총선 때 위기의 더불어민주당을 123석이라는, 아무도 예상 못 한 결과가 나온 비상대책위 대표 시절 경험담까지, 그가 걸어온 길이 곧 대한민국 반세기 정치 경제사가 되는 놀라운 일을 이 책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앞으로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역대 대한민국 정부가 걸어온 길을 반면교사 삼아 숙고해보다

선거가 끝나면 그 의미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고 이 책을 통해 여러 차례 강조했다.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교훈을 경험으로 증언했다. 이 책이 온통 그것에 대해 서술했다고 요약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인이 선거 결과에 너무 도취되거나 반대로 결과를 무시하면 그런 정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도대체 언제까지 근본을 바꾸지 않고 국민이 최악 또는 차악의 선택만 반복하도록 정치를 끌고 나가려는 것인지, 짧지 않은 정치 인생에 대한 회고를 이렇게 회색빛 진단과 전망으로 끝내야 한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 * * *
정치인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그러한 자질이 필요하지 않을까. 열정과 책임, 그리고 안목. 생업을 접어두고 엄동설한에 촛불을 들고 거리에 뛰어나가는 우리 국민의 열정은 세계 제일에 가깝다. 그렇다면 자꾸 되풀이되는 정치의 비극에 국민의 책임은 과연 없는 것일까? 반대편의 의견을 경청하고 참고하려는 균형감각의 지수는 지금 우리 사회에 어느 정도일까? ‘대통령을 잘 뽑으면 된다’는 책임과 안목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국민의 의식과 판단에도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고 ‘각성의 대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우리나라 정치,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
현실에서 나의 노력은 실패했고 중단되었지만 현명한 국민의 힘으로 언젠가 ‘근본’이 바뀌는 날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청년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소원한다. 뼈아픈 역사의 기회비용은 이제 그만 치르고 변혁의 그날이 빨리 오게 되길 두 손 모아 기도한다. - 본문 중에서

대한민국 국가 수립 이후, 여러 정부들을 거쳐 가며 성장과 발전이 있었지만 해결해야 하는데 해결하지 못한, 반복되는 문제와 숙제들도 있다. 김종인의 인생을 돌아보며, 그가 겪은 반세기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사를 돌아보며 독자들에게 고민거리를 제시한다. 막스 베버가 제시한 정치인의 자질은 열정, 책임, 안목(균형감각)인데 우리나라 정치인들 중 열정은 많으나 책임감을 느끼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안목 없는 정치인들이 정치하니 권력을 잡은 후 빠르게 부패하게 된다고. 이런 정치의 비극 앞에서 국민들 또한 근본적 문제를 고민할 때가 되지 않았나 질문한다. 국민의 의식과 판단에 ‘창조적 파괴’ ‘각성의 대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우리나라 정치,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고 하면서 다음 세대가 기회비용을 치르지 않는 근본이 바뀌어 바른 정치를 하는 날이 오기를 염원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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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최고의 정책가, 김종인 선생님의 회고록입니다. 일단 글 자체가 참 읽기 쉽고 가독성이 좋습니다. 무거운 주제들을 쉽게 설명한다는 것 자체로 저자의 내공을 느끼게 합니다. 저자의 삶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며 당대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파악할 수 있게 합니다. 적극 추천합니다!  구매
laniet 2020-04-01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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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과 재능을 모두 가진 노정치인의 욕망. 재미있게 읽었다.  구매
미소 2020-12-16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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