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16

[김조년의 맑고 낮은 목소리] 참 궁금한 사람들 - 금강일보



[김조년의 맑고 낮은 목소리] 참 궁금한 사람들 - 금강일보



[김조년의 맑고 낮은 목소리] 참 궁금한 사람들

금강일보 기자
승인 2019.07.15 18:24
한남대 명예교수




한 삶을 살면서 스치고 지나갔거나 긴밀한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다. 지금은 그분들이 다 어떻게 살고 계실지 매우 궁금할 때가 많다. 함께 놀던 동무들, 함께 공부할 때 만났던 사람들, 나에게 이렇게 저렇게 어떤 영향을 준 분들, 무엇인가를 아주 심각하게 서로 이야기하고 깊게 논의하던 사람들이 매우 궁금하다. 찾으려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아마도 그분들 중 몇 사람의 안부를 확인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것이 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 우연히 만나거나 들으면 되겠거니 하면서 그냥 묻어버린다. 왜 궁금해 할까를 되물어보면서.

그런데 지금 자주 만나는, 아니 스친다고 해야 할 사람들의 삶에 대하여 궁금한 것이 참 많다. 시내에 갈 때 버스를 타고 내리는 곳에서 스치는 사람들이다. 시장 안에 정리된 점포에서, 상호를 가지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 권리금이나 사용료를 내고 일을 보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그곳에 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큰 길 가 인도에 좌판이나 리어카나 좁은 돗자리를 깔고 판을 벌인 사람들이 많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우나 더우나, 비막이나 햇빛막이가 변변치 못한 곳에서 한결같이 비슷한 자리에 판을 벌이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간단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 한 두 사람 예를 들어 보면, 리어카 위에 바나나를 진열하고 파는 사람이 있다. 한 손에 6개, 8개 10개가 달린 것들을 구별하여 진열하고, 그 옆에는 값을 적은 두꺼운 종이를 세워두었다. 내가 차를 기다리고 탔다가 내리는 짧은 시간 동안에 그것을 사가는 사람을 본 적은 별로 없다. 그런데 오후 늦게 몇 손 남지 않은 것을 보면, 그 다음날 새로 받아온 바나나로 판이 깔리는 것을 보면 분명히 다 팔린 것일 것이다. 그 때 나는 참 궁금하다. 그분의 가족은 얼마나 되며, 그렇게 하루 종일 바나나를 팔면 얼마를 벌며, 그것으로 식구들이 살아가는 데는 어려움이 없거나 충분한지가 참 궁금하다. 그것을 물어보고 싶지만, 그것이 그분에게 무슨 의미일까를 생각하며, 또 어떤 도움이 될까를 생각할 때 실없는 소리가 될 것 같아서, 또 용기가 나지 않아서 이제까지 한 번도 묻지를 못했다. 그렇다고 그것을 산적도 없다.

또 길 위에서 쑥 몇 줌, 돈나물 약간, 취나물 조금, 풋고추 몇 개, 오이 몇 개를 놓고 파는 아주머니들이나 할머니들이 있다. 돗자리를 깐 것도 아니고, 좌판을 벌인 것도 아니며, 여러 품목을 가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 종류의 것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많은 물건들을 길 위에 벌려놓고 파는 사람들 틈새나 저 쪽 한켠에 밀려서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다. 그분들은 그것을 하루에 얼마나 팔며, 그렇게 팔면 또 얼마를 벌어서 그날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그분의 식구들은 어떠할지? 자라는 사람은 없으며, 병든 사람은 없는 것인지. 만일 그런 식구들이 있다면 그렇게 소소하게 파는 것으로 충당이 될 것인지? 그런 것들이 매우 궁금하다. 그런데도 한 번도 물어보지 못하였고, 그 물건들 중 일부를 산적도 없다.

그들과는 달리, 내가 공부방으로 가기 위하여 지나가는 길에, 점심이나 저녁을 먹기 위하여 식당으로 가는 길에 의자를 놓고 앉아 있는 여인들이 있다. 60대나 70대가 될 듯 보이는 분들이다. 그늘막도 없고, 비막이도 없다. 그 곁을 지나가면 판박이 말로 ‘쉬었다 가세요, 젊고 이뻐요’ 하는 이들이 있다. 그 길을 2년 이상 걸어 다녔으니 알 듯도 한데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반복한다. 나는 가끔 그분들에게 ‘무척 덥지요?’ ‘오늘은 참 춥네요’ 하고 실없는 인사를 건넨다. 의외라는 듯 흘낏 바라보고는 겸연쩍은 답례를 한다.

그들은 언제부터 그 일을 하였을까? 하루에 몇 사람을 초청할까? 그들이 손님을 잡아서 맞이하게 할 젊은 사람들은 하루에 얼마를 벌까? 이분들은 또 얼마를 벌까? 이분들에게 딸린 식구는 또 얼마가 될까? 이러한 일들이 사회도덕을 문란하게 하는 것이란 지탄을 받기를 얼마나 하였을까? 그렇지만 그것이 그분들이 살아가는 수단이요 직업이라고 할 때 쉽게 비난할 수 있는 것일까? 나는 그분들에게도 묻고 싶은 궁금한 것이 참 많다. 그러나 감히 똑바로 바라보고 분명하게 물어볼 용기도 없다. 그렇다고 쉬었다 가란다고 따라 들어가서 좀 쉬면서 물어볼 용기도 맘도 없다. 왜 무엇이 궁금하여 무슨 의미로 묻고 싶은 것일까? 그에 대한 대답도 없지만 궁금한 것은 사실이다.


이분들은 행복하고 기쁜 삶을 살아갈까? 그 삶이 어떻다고 스스로 평가할까? 간단한 물건을 그렇게 팔거나,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이러한 삶들에 만족하고 깊은 의미를 느끼면서 살까? 요사이 우리 사회에서 많이 논란이 되는 ‘최저임금’과 이분들이 하루에 벌어들이는 것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렇게 생각하는 내 맘 속에, 그분들이 좀 불쌍하거나 안 됐다는 어떤 판단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한 삶이 좋다 나쁘다, 의미가 있다 없다를 떠나서 그 삶이 곤고한 것만은 사실일 듯이 보인다. 그분들이 직업란에는 무엇이라고 쓸까?

이 때 나는 좀 많이 비약인 듯하지만 ‘기본소득제’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사람의 생김새가 어떠하든, 그들의 능력이 어떠하든 상관하지 않고, 일단 사람으로 태어나서 살아가는 한은 국가가 주는 기본소득이 보장되는 사회가 된다면, 내가 지금 가지는 이 의미 없는 궁금증은 사라질 것이다. 동시에 그분들이 곤고한 그 삶 말고 스스로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하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기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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