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g-nam Oh
28otSiuup gMfayo nhtsoelioreadts 1i6g:ma31 ·
무사도란 무엇인가? 일본을 더 깊이 본다.
한 일주일 전쯤 제가 페이스북에 제 나름대로 관찰한 일본의 일반 국민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요지는 일본인들은 위에서는 굽신거리고, 아래 발로는 짓밟는 “자전거 타는 사람(Radfahrer)”처럼 강한 사람에게는 약하고 약한 사람에게는 강하게 대하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고, 이런 경향 때문에, 그리고 사무라이의 무사도(武士道)에서 강조하는 “충성” 때문에, 권력을 잡은 인간이나 세력이나 국가에게는 항의하거나 저항하지 못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또 일본에서는 속마음인 혼네(本音)와 밖으로 내보이는 다테마에(建前)가 확연히 분리되어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나루호도”(그럼 그렇지)를 외친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밖으로 고분고분하고 친절한 것처럼 내보이는 태도가 본 마음이 아닐 수 있다는 것 등을 지적했습니다.
제 글에 400명 이상 분들이 동감한다는 단추를 눌러주시고, 일본에 살아보신 분들, 일본에서 교수로 계신 분들, 일본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 등 제 말을 보충하는 글을 올려주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제 글에서 분명히 밝히지 않은 것은 일본에도 물론 양심적인 분들이 있고, 특히 기독교 신도 분들 중, 한국을 통치하던 식민지 시대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그 때 일본의 잔혹했던 행위에 죄책감을 느끼고 한국에 찾아오는 분들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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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일본 기타규수(北九州) 대학 교수로 계시다가 이번 3월에 은퇴하신 김봉진 교수님이 일본을 이해하기 위한 틀로서 일본의 “병학, 병학적 사고”를 이해해야 한다고 히시면서 직접 쓰신 「아베 정권과 일본의 병학적 근대」『역사와 현실 』113(2019年 9월)라는 글을 소개해주셨습니다. 검색해도 나오지 않아 글을 좀 보내주시기 부탁했더니 보내주셨습니다.
그 논문을 읽어보니, 일본에 자주 가고, 논문 관계로 동경대에서 얼마동안 보낸 저의 개인 경험, 일본에 사시던 저의 형님에게서 들은 이야기, 성희엽의 <조용한 혁명> 등 몇 가지 역사책에서 얻은 정보, 오래 전에 읽은 제임스 크라벨의 <쇼군>, 최근 화제가 된 이민진의 <파친코> 등을 기초로한 저의 인상파적 관찰과는 달리 학문적으로 정제된 글이어서 많은 것을 새롭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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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의 허락을 받고, 그 논문 중 몇 가지 요점만 소개해 보겠습니다. 일본은 정치, 사회, 문화 등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국가인데 보수 중에도 보수 주류가 있고 극우 보수가 있는데, 아베의 등장으로 보수 주류보다 극우 보수가 득세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김 교수의 허락을 받고, 그 논문 중 몇 가지 요점만 소개해 보겠습니다. 일본은 정치, 사회, 문화 등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국가인데 보수 중에도 보수 주류가 있고 극우 보수가 있는데, 아베의 등장으로 보수 주류보다 극우 보수가 득세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극우 보수를 이끄는 두가지 중요 단체가 있는데, 하나는 <일본회의>이고 다른 하나는 <신도(神道)정치연맹>. 일본회의는 “황실 숭배, 헌법 개정, 애국 교육, 야스쿠니 신사 공식 참배’ 등을 내걸고 실천 운동을 벌리는 단체로서” 일본의 침략과 식민주의의 역사, 엄청난 만행 사실을 저들의 터무니없는 언설이나 궤변이나 허구로 정당화하고 이에 동조하지 않는 양심적 역사관을 자학사관(自虐史觀)이라 비난한다고 합니다. 아베 내각의 각료 60% 이상이 이 단체의 회원이고 아베는 고문직을 맡고 있습니다.
신도정치연맹은 일본의 전통 종교인 신도(神道)의 유산을 이어받자고 결성된 단체로서 그 목적 중 하나가 일본의 ‘건국 정신’을 살리자는 것인데, 그 건국 정신이란 것이 결국 ‘東征’으로서 아이누 족 같은 일본 토착민을 정복하고, 이어서 어디서나 침략, 정복하고 식민지화 하는 것을 선행(善行)으로 여기는 정신이라고 합니다.
이런 극우 보수를 기반으로 2006년부터 2007까지의 제1차 아베 정권은 ‘역사상 유례없는 평화, 번영’을 가져왔던 ‘전후(前後) 체제’보다 메이지(明治) 이래 침략 전쟁, 식민주의, 군국주의의 전전(戰前) 체제가 더 낫기에 그리로 회귀하려는 혼네를 품고 있었다고 합니다.
두 번째 아베 정권은 “보수 본류 조차 우려할 변태적 보수의 길을 걷는 가짜(偽り) 보수로서 실체는 보수의 탈을 쓴 우익, 극우. 이들 집단은 천황 숭배, 무사 지배 등의 전통을 찬양하며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김교수는 말합니다. “아베 정권의 우경화, 불편한 사실, 한심한 작태는 무엇을 토대로 생긴 것일까? 그 토대를 구성하는 요소는 많으리라. 하지만 주요한 요소는 ‘각종 변태적 성향’과 이를 줄곧 생성/사육하는 일본 특유의 보수 전통/풍조라고 본다.”
그러나 근현대 일본을 정말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병학(兵學)과 병학적 사고를 이해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김 교수님의 기본 주장입니다. 일본의 근대를 구성하는 전통으로 일본 특유의 신도, 불교, 유학[유교], 병학 등의 전통이 있겠지만 그 중 압도적 지위를 점하고 있던 것이 병학과 병학적 사고로서 이것이 무사 계급은 물론 사회 일반에 퍼져있었고 그 전통과 유산은 오늘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일본 병학의 특징은 무엇일까?
병학의 요점을 ‘규율화, 야쿠(役: 역할) 수행’과 ‘절대 복종, 자발적 복종’ 등으로 요약된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병학서들을 살펴보면 병학이란 결국 ‘사술(詐術), 위장’과 같은 권모술수를 노골적으로 정당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무사들은 일정한 룰이나 예의를 지키면서 싸운 것이 아니라 이기기 위해서는 온갖 ‘기만, 허위, 모략’ 등을 지혜, 책락, 모계라는 식으로 긍정하고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필요하고도 당연한 병법이라 여긴다는 것입니다.
이런 병법에 “변질된 유교 덕목을 가미하여 다양하게 각색된 것이 무사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일본의 무사는 마치 ‘유교 도덕으로 무장했던 사람’인양, 또는 ‘무사도 정신이 곧 유교 도덕’인 것처럼 착각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김교수의 말에 의하면 이는 “어불성설로, 날조된 허상이다. 실상은 유교 도덕과는 ‘대극적인 것’이었다”고 합니다.
주의해야 할 것은 일본 근세의 병학적 사고는 지배, 피지배 계급 사이에 일종의 정치문화로 퍼지고, 근세 이후에도 그 그 전통과 유산은 일본인 특유의 인간관, 정치관, 세계관 속에 침투되어 나갔다는 것입니다.
물론 현재 일본은 병영국가는 아닙니다. 그러나 병학, 병학적 사고의 전통, 유산은 각종 변태적 성향의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 곳곳에 남아 있고, 특히 정치가, 관료, 공무원의 정치 윤리, 행정 조직, 운영 방식 등에 침투되어 있다고 합니다. 상명하복(上命下服), 저열한 민권/인권 의식, 남녀 차별, 관존민비, 남존여비 따위의 성향도 병학적 사고의 잔재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교수님의 생각은 일재 식민지 시대의 영향으로 일본의 병학적 성향을 마치 유교전통 자체로 여기는 그릇된 사고가 한국에서도 발견된다는 것입니다. 일본이 자기 전통을 한국에게 덮어씌운 탓일 것이라 봅니다. 그리하여 한국의 역사, 전통은 오해와 허상 속에 시달려 왔다고 합니다. 이른바 식민사관입니다. 유교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고 보는 것도 이런 영향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김 교수님은 성리학을 잘 살펴보면 그 속에 힘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것이 한국 역사에 공헌한 점을 깨닫고 이를 재생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무튼 저는 이 논문을 읽으면서 일본 사회의 기본 틀, 그리고 아베 정권의 정신적 뿌리와 그 실상을 더욱 깊이 보게 되어 거의 경악 수준의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요약이 엉성합니다만, 김 교수님 양해해주시고, 이 논문을 직접 읽고 싶은 분은 제게 메모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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