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1

손민석 4.3에 대한 반성은 한국이 자유민주주의인지를 판별하는 시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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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털어놓고 말해보자면] 4.3에 대한 반성은 한국이 자유민주주의인지를 판별하는 시금석이다
건국절에 대한 입장은 이 글에서 적어도 말하고 싶은 건 다 제시한 것 같다.

"건국절이 의미 있는 가장 큰 이유는 1948년 8월 15일을 통해 비로소 조선인이 자신의 독자적인 민족국가를 건설하는데 성공하여 "근대적 시민"으로 재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1919년 3.1운동의 여파로 성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었지만, 엄밀하게 말해 임시정부는 근대국가로서의 조건을 온전히 갖추지는 못한 상황이었을 뿐만 아니라 주권자로서의 인민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명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일본제국은 지방자치의 수준에서는 조선인의 정치 참여와 선거를 허용하였지만 조선총독부는 대의제라기보다는 전제군주제에 가까운 정치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조선인에게 있어 1948년 8월 15일은 근대적 시민으로서 자유로운 의사표명에 따른 '5.10 선거'를 통해 자신을 대표할 정부를 수립할 기회를 얻었고 그것을 실제로 구현한 날이라는 점에서 뜻깊은 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조선인이 근대적 시민으로 재구성 될 수 있는 계기는 일본제국주의로부터, 식민지적 상태로부터 "해방"되었기에 가능했다. 다시 말해서 '건국'은 "해방"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다. 이런 의미에서만 해방으로서의 1945년 8월 15일이 건국으로서의 1948년 8월 15일에 앞설 수 있다. 조선인에게는 1945년 8월 15일에 비로소 근대적 개인으로서 선거를 통해 자유롭게 의사표시를 하여 스스로를 대표할 국가를 구성하는 가능성이 열렸다. 여기서 거듭해서 "자유로운 의사표시"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두기를 바란다. 비록 실제로는 일본제국의 행정력이 한동안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으며, 미군정의 점령이라는 상황이 지속되기는 했지만 형식적으로나마 조선인은 일본 천황의 '신민'이 아니라 스스로 자유롭게 의사표시를 하며 자신의 대표를 선출하고 국가를 건설할 근대인으로서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정말 그러한 자유를 누렸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그건 사실 나와 같은 좌파 마르크스주의자, 사회주의자들이 근대 자유민주주의 질서의 '이중성' 등을 폭로하면서 할 얘기이다. 적어도 해방 이후의 3년사는 조선인민들이 다양한 정치적 집단과 그들의 의견을 접하며 어떠한 국가를 세울 것인지를 고민할 수 있던 중요한 시기이지, 단순한 "혼란"과 "폭력"의 시기가 아니다. 관점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5.10 선거를 통해 구성된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라는 말의 의미도 이 맥락에서 음미되어야 한다. 강규형 등의 보수우파들은 리영희가 일찍이 비판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석의 차이 운운하면서 여전히 대한민국만이 유엔이 인정한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라는 말을 하지만 북조선이 유엔에 가입한 상황에서 한국만이 정통성을 지닌 국가라 주장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는다. 정확하게 유엔의 감시하에 자유선거로 수립된 대한민국이 합법적인 정부이며, 북조선에는 선거감시단이 입국하지 못해 그러한 선거를 치르지 않았으니 한반도에서는 대한민국만이 그러한 방식으로 정부를 구성한 유일의 합법 정부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게 합리적이다. ...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표시에 입각한 사회계약의 형성과, 그 사회계약에 입각한 국가의 구성은 서구지성사에서 수백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추진되어 온 관념이다."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표시에 의해 정부수립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권이 미치지 않는 지역을 대한민국 정부는 1년 넘게 강제로 점령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지역에 속한 인민들을 대량으로 학살하였다. 남로당의 '반란' 운운하는 말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논리인지는 이 지점에서 명확해진다. "반란"이라는 표현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남로당에 의한 선거방해, 총파업 시도 등의 이전인 미군정 시기부터 대한민국 정부에 이르기까지 국가는 자의적으로 권력을 남용했으며 인민들을 경찰력 등을 동원해 폭력적으로 억압하였다. 국가 이전에 인민이 있고 개인이 있다. 적어도 자유주의적인 논리를 펼칠 것이라면 개인의 자유를 국가가 어떻게 폭압적으로 말살하였는지, 주권이 미치지 않는 지역에 대해서 국가가 그것을 강제로 편입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폭력을 행사했으며, 그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았고,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러한 피해에 대한 정당한 배상을 받지 못했는지를 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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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어놓고 말해보자면] 4.3에 대한 반성은 한국이 자유민주주의인지를 판별하는 시금석이다 by 혁명읽는사람 - 얼룩소 alookso
김원기
그래서 자유민주주의를 버리고 국부 민주주의, 영도자 민주주의를 선택해서 이승만-박정희 찬가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국가는 (인민의) 피 위에 세워지는 것이고, 국부는 (노동자의) 땀 위에 만들어지는 거다, 그 건설의 주역인 국부들과 그 국부를 따른 현명한 자들의 역사, 그게 한국식 우파 엘리트들의 국가 서사.
김원기
그걸로 성공했으니 이제는 자유민주주의해도 되지, 라는 여유를 보이지만 언제고 '위기'를 핑계로 반대파들을 쓸어버릴 준비가 되어 있는 멘탈리티.
손민석
김원기 그러게나 말입니다..ㅠ 자기네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ㅠ 그 멘탈리티를 어떻게 넘어설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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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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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이 뉴라이트를 단순히 '또라이트'정도로 이해하고 무시하려고 하면 할수록 저쪽 집단에서 비주류적이고 정말로 '또라이' 같은 주장이 점점 더 힘을 얻게 될거다. 저쪽도 자신들이 대중적 지지를 얻지 못하는 건 제대로 된 역사관을 갖지 못해서 그렇다는 식으로 급진화하는 경향을 지니고 있기 때문. 그래서 이 정부 끝날 때까지, 아니 끝나고 나서도 아마 한참 더 문제적인 상태로 남아있을거다. 건국절 논란부터 시작해서 한일협정에 이르기까지 온갖 문제들이 터져나오는데 전부다 역사관 문제다. 대체적으로 좌파들은 이런 역사관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게 반응한다. 예전부터 계속 얘기해왔는데도 많은 좌파 운동권들이 그건 민족주의 문제라거나 양당제적 대립이라는 식으로 심드렁한 걸 너무 많이 봤다. 이 문제는 한 민족공동체의 정신적 헤게모니를 두고 벌어지는 다툼이기 때문에 쉽게 안 끝날거다. 뉴라이트 사조도 하나의 '사상'이기 때문에 쉽게 논파되지 않는다. 저 사람들의 논리는 나름대로 탄탄한 실증 위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논파하기 쉽지 않다. 이걸 하나의 사상적 체계로 다루면서 그 모순과 한계를 짚어줄 안내서가 필요하다. 근대이해를 총체적으로 타격하지 못하는 이상 전복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 해석의 차이로 갈라쳐버리면서 뉴라이트적 근대인식을 상대화할 수 있기 때문. 앞서 이런 방향에서 윤해동 등의 탈근대성론이 제시한 <근대를 다시 읽는다>이 있었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성장 등에 대한 관점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먹고 사는 문제를 얘기하지 않았다. 그런 식의 총체적 근대부정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무슨 이상한 사회적 경제, 협력, 호혜 이런 얘기도 하면 안된다. 근대사회 자체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아주 크게 세계관을 제시하면서 논의를 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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