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8

알라딘: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 -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학사 권보드래,심진경,이혜령

알라딘: [전자책]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




[eBook]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 -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학사
권보드래,심진경,이혜령,이진경,김미정,류진희,김은하,허윤,조서연,오혜진,장영은,강지윤,정미지 (지은이)민음사2018-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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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추위를 잊게 만들었던 뜨거운 강좌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학사'가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이라는 제목으로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총 10회에 걸쳐 진행되었던 이 강좌에는 매회 100여 명이 넘는 수강생들이 참여해 열띤 호응을 보냈다.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학사' 강좌의 기획 의도이자 목적은 이런 것이었다. 페미니즘적 감수성과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문학을 다시 읽는 일. '이성애자-지식인-남성' 중심적 기율이 지배해 온 창작과 해석의 영역으로 돌진해 여성과 소수자들의 문학을 발명하고 탈환하는 일. 주류 문학의 경직된 틀을 부수고, 말랑말랑하고 유연한 우리 세대의 문학(성)을 상상하고 실천하는 일.

강좌가 끝난 후, 출간을 요청하는 관객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강연자로 참여한 열 명의 연구자를 비롯하여 세 명의 연구자가 새롭게 필자로 참여하여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의 원고가 완성되었다. 바로 지금, 오랫동안 뚝심 있게 '페미니즘 프리즘'으로 한국문학사를 검토해 온 소장, 신진 여성연구자들이 1910년대~2010년대 한국문학사의 주요 마디를 점검하면서 한국문학(사)의 성별을 우아하고 거침없이 묻는다.


목차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
서문을 대신하여 7

1부
권보드래 평민의 딸, 길 위에 서다 — 신소설의 성(性)・계층・민족 21
심진경 여성문학의 탄생, 그 원초적 장면 — 여성・스캔들・소설의 삼각관계 46
장영은 ‘배운 여자’의 탄생과 존재 증명의 글쓰기 — 근대 여성지식인의 자기서사와 그 정치적 가능성 70
류진희 해방기 여성작가들의 문학적 선택 — 지하련・이선희・최정희・장덕조를 중심으로 92
이혜령 그녀와 소녀들 — 일본군 ‘위안부’ 문학/영화를 커밍아웃 서사로 읽기 116

2부
허윤 멜랑콜리아, 한국문학의 ‘퀴어’한 육체들 — 1950년대 염상섭과 손창섭의 소설들 155
강지윤 감수성의 혁명과 반(反)혁명 —김승옥의 「무진기행」과 ‘여성’이라는 암호 181
정미지 불온한 ‘문학소녀’들과 ‘여학생 문학’의 좌표 — 1960년대 독서의 성별화와 교양의 위계 200
김미정 ‘한국-루이제 린저’라는 기호와 ‘여성교양소설’의 불/가능성 — 1960~1970년대 문예 공론장과 ‘교양’의 젠더 228

3부
조서연 돌아온 군인들 — 1950~1970년대의 전쟁 경험과 남성(성)의 드라마 261
이진경 섹슈얼리티의 프롤레타리아화 — 1970년대 문학과 대중문화의 성노동 재현 288
김은하 ‘살아남은 자’의 드라마 — 여성 후일담의 이중적 자아 기획 310
오혜진 ‘이야기꾼’의 젠더와 ‘페미니즘 리부트’ — 신자유주의시대 이후 한국문학(장)의 기율과 뉴웨이브 340

참고문헌 377
색인 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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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P. 7 2015년과 2016년은 한국문학(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난(혹은 일어날 뻔한) 해로 기록될 만하다. 2015년 신경숙 표절 사건에서 시작해 문학권력론으로 비화된 일련의 사태들은 문학출판 시장의 유통 질서, 주요 문예지의 상품 카탈로그화, 명망 있는 소설가들이 획득한 문학성 등을 모조리 심문에 부치며 기존 한국문학(장)의 질서와 위... 더보기
P. 9 우선 이 기획이 처음부터 내세웠던 것이 ‘페미니즘 문학사’가 아니라 ‘페미니스트 시각’이라는 점을 강조해 두고 싶다. 우리는 가부장적 질서에 침윤된 기존의 ‘부정의한’ 문학이 있고, 그와 명백히 구분되는 (아마도 여성작가의 작품들로 구성되리라 상상되는) ‘완전무결한’ ‘페미니즘 문학’이 따로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가 탐... 더보기
군사노동은 필연적으로 자신의 신체와 생명을 위험에 처하게 함으로써만 수행될 수 있는 노동이다. 기실, 군사노동은 원래부터 국가의 ‘죽음정치적 권력의 대리인‘이자 국가의 ‘잠재적 희생자‘라는 역설적이고 모순적인 위치를 지니고 있다. 그와 마치가지로, 성노동 또한 심리적·육체적·성적 폭력과 상해를 초래하면서 성노동자의 인간성과 주체성... 더보기 - 방울딸기



저자 및 역자소개
권보드래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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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위원. 한국 근현대문학 전공자. 현재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한국 근대소설의 기원』, 『연애의 시대』, 『1960년을 묻다』(공저), 『3월 1일의 밤』 등이 있다.

최근작 : <읽기의 최전선>,<서울리뷰오브북스 11호>,<역동하는 관계와 가족커뮤니티> … 총 37종 (모두보기)

심진경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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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 『여성, 문학을 가로지르다』, 『떠도는 목소리들』, 『여성과 문학의 탄생』이 있으며, 『근대성의 젠더』를 함께 번역했다. 서강대학교, 서울예술대학교 등에서 강의한다.

수상 : 2010년 현대문학상
최근작 : <명작은 시대다>,<더러운 페미니즘>,<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 … 총 19종 (모두보기)

이혜령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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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 《한국 근대소설과 섹슈얼리티의 서사학》(2007), 《민중의 시대》(2023, 공저),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2018, 공저), 《검열의 제국》(2016, 공저) 등을 썼다. 앞으로는 ‘위안부’를 은폐한 식민지 담론과 문학의 재현체계를 다시 들여다보고자 한다.

최근작 : <‘위안부’, 더 많은 논쟁을 할 책임>,<민중의 시대>,<지식을 공유하라> … 총 29종 (모두보기)

이진경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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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UCSD) 부교수로서 한국문학과 비교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한역된 책으로 《서비스 이코노미》가 있고, 공동 번역 편집서로 Rat Fire: Korean Stories from the Japanese Empire(서화: 일제시대 조선 중・단편 선집)가 있다.

최근작 : <민중의 시대>,<문학을 부수는 문학들>,<서비스 이코노미> … 총 5종 (모두보기)

김미정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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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연구자. 쓰고 옮긴 책으로 『움직이는 별자리들』, 『전후 동아시아 여성서사는 어떻게 만날까』(공저), 『정동의 힘』(역서) 외 여러 권이 있다. 각 시대의 이야기 양식은 곧 그 시대의 인식·정동 체계라는 점을 새삼 각별히 생각하며 동시대 서사를 읽고 있다.

최근작 : <서울리뷰오브북스 12호>,<돌봄의 시간들>,<뉴래디컬리뷰 2022.겨울> … 총 21종 (모두보기)

류진희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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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인권진흥원 일본국 ‘위안부’ 문제연구소 전략사업팀 팀장. 성균관대 동아시아학과에서 한국문학을 전공했다. 탈식민 서사, 장르, 매체를 횡단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관심 있다.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소녀들》, 《그런 남자는 없다》,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등을 같이 썼다.


최근작 : <뉴래디컬리뷰 2022.여름>,<우리는 어떻게 사랑에 빠지는가>,<경계 없는 페미니즘> … 총 12종 (모두보기)

김은하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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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한국여성문학학회 회장이며, 《여성문학연구》 편집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개발의 문화사와 남성 주체의 행로』 등이 있다.

최근작 : <한국 여성문학 선집 7>,<한국 여성문학 선집 6>,<한국 여성문학 선집 5> … 총 20종 (모두보기)

허윤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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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국어국문학과 부교수. 《위험한 책읽기》(2023), 《남성성의 각본들》(2021), 《을들의 당나귀 귀 2》(2022, 공저) 등을 썼다. 남성성을 중심으로 한국 문학/문화/역사를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최근작 : <‘위안부’, 더 많은 논쟁을 할 책임>,<호모 아토포스의 탐색>,<군대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 총 29종 (모두보기)

조서연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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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모모 평화페미니즘연구소 연구위원.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강사. ‘한국전쟁 이후의 연극’ 연구로 석사과정을, ‘한국의 베트남전쟁 영화’ 연구로 박사과정을 마쳤다. 페미니즘 관점에서 대중문화의 군사주의를 분석하는 작업을 해왔으며, 최근에는 청년 세대가 지난 세대의 전쟁/국가폭력의 기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표현하며 미래를 모색하는지를 살펴보는 중이다. 《반영과 굴절 사이》(공저)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공저) 《그런 남자는 없다》(공저) 등을 썼다.

최근작 : <군대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반영과 굴절 사이>,<반영과 굴절 사이 (양장)> … 총 9종 (모두보기)

오혜진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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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서사·표상·담론의 성정치를 분석하고 역사화하는 일에 관심 있다. 저서로 『지극히 문학적인 취향』과 공저 『연구자의 탄생』 『원본 없는 판타지』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 『그런 남자는 없다』 『을들의 당나귀 귀』 『민주주의 증언 인문학』 등이 있다. 《19호실로부터》를 위해 2022년 6월과 7월, 기획자 제람과 두 차례의 대담을 진행했고, 2022년 12월 숙박형 전시 〈19호실로부터〉에 투숙객으로 참여했다.

최근작 : <19호실로부터>,<뉴래디컬리뷰 2022.가을>,<연구자의 탄생> … 총 21종 (모두보기)

장영은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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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초빙교수이다. 여성들이 글을 쓰며 자기 자신을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분석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자서전, 회고록, 일기, 편지, 기행문, 연설문, 소설, 대담 등 다양한 양식의 자기 서사에 주목하고 있다. 저서로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엮음, 2018),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2020), 『여성, 정치를 하다』(2021), 『변신하는 여자들』(2022), 『글 쓰는 여자들의 특별한 친구』(2023) 등이 있고, 공저로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2018), 『촛불의 눈으로 3·1운동을 보다』(2... 더보기

최근작 : <호모 아토포스의 탐색>,<내가 내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글 쓰는 여자들의 특별한 친구> … 총 18종 (모두보기)

강지윤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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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한국근대문학과 식민지의 ‘사적 영역’─‘경제적 개인’의 성적 구성」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논문으로 「원한과 내면」, 「한국문학의 금욕주의자들」, 「전향자와 그의 아내」 등이 있다.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학생들을 가르친다.

최근작 :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 … 총 2종 (모두보기)

정미지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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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논문 「『화두』의 자전적 글쓰기와 '책-자아'의 존재 방식」, 「1960년대 국가주의적 남성성과 젠더 표상」, 「박순녀 문학의 젠더 주체와 '불온'의 재현 논리」를 썼다.

최근작 :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 … 총 2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신소설부터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여성서사까지
우리 세대가 문학을 읽는 가장 열띤 방식

2017 화제의 강좌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학사’ 단행본화
낡은 위계와 권위로 지어진 문학을 부수는 여자들이 온다

2017년 2월, 늦겨울의 추위를 잊게 만들었던 뜨거운 강좌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학사’가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이라는 제목으로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총 10회에 걸쳐 진행되었던 이 강좌에는 매회 100여 명이 넘는 수강생들이 참여해 열띤 호응을 보냈다.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학사’ 강좌의 기획 의도이자 목적은 이런 것이었다. 페미니즘적 감수성과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문학을 다시 읽는 일. ‘이성애자-지식인-남성’ 중심적 기율이 지배해 온 창작과 해석의 영역으로 돌진해 여성과 소수자들의 문학을 발명하고 탈환하는 일. 주류 문학의 경직된 틀을 부수고, 말랑말랑하고 유연한 우리 세대의 문학(성)을 상상하고 실천하는 일.
강좌가 끝난 후, 출간을 요청하는 관객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강연자로 참여한 열 명의 연구자를 비롯하여 세 명의 연구자가 새롭게 필자로 참여하여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의 원고가 완성되었다. 바로 지금, 오랫동안 뚝심 있게 ‘페미니즘 프리즘’으로 한국문학사를 검토해 온 소장, 신진 여성연구자들이 1910년대~2010년대 한국문학사의 주요 마디를 점검하면서 한국문학(사)의 성별을 우아하고 거침없이 물을 것이다.

신소설부터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여성서사까지
‘페미니즘 프리즘’으로 한국문학의 중요한 마디들을 재검토하다

1부에서는 한국에서 ‘근대문학’이라는 것이 형성되던 식민지기의 장면들을 조명한다. 우리는 이 장면을 이광수, 김동인, 염상섭 등 이제는 한국문학사의 신화가 돼 버린 몇 개의 이름들로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권보드래는 근대문학이 본격화되기 전, 아주 미묘하고도 독특한 미학과 정치학을 구사하던 서사 양식인 신소설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여성이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심진경은 최초의 근대문학이라고 불린 소설들의 대부분이 당대 여성에 대한 소문을 서사화한 일명 ‘모델 소설’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장영은은 남성 작가들의 소설에 모델로만 등장하던 나혜석, 김일엽, 김명순의 글쓰기가 바로 그 ‘소문과 스캔들’에 맞서 스스로 자기 자신을 이야기하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류진희는 해방 이후 중심/주변, 문명/야만, 독립/건국 등에 대해 남성 작가들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생각을 가졌던 여성 작가들의 문학적 전략을 다종다양하게 펼친다. 이혜령은 식민지기 젠더/섹슈얼리티 정치의 최종 심급이라 할 만한 ‘위안부’라는 여성주체의 ‘증언/커밍아웃’에 대해 날카롭게 포착한다.

2부는 ‘한국문학사의 황금기’라 불리는 1950~1970년대를 다룬다. 이 시기는 손창섭, 김동리, 김승옥, 최인훈, 황순원 등 현재 문학 교과서에 실려 있는 정전들이 마구 쏟아져 나온 시기이자, ‘건국’, ‘성찰’, ‘불온’, ‘교양’, ‘혁명’ 등 한국문학사가 가장 중요시하는 정의와 이상들이 활발하게 생겨난 때이다. 그런데 그 아름답고 진취적인 가치들의 성별은 무엇이었을까? 한국문학사의 ‘빛나는 성좌들의 작품’은 정말 그런 가치에 부합할까? 허윤은 한국전쟁 직후 염상섭과 손창섭이 쓴 것은 당대 ‘건실한 남성 가부장’으로 상상되는 건전한 국민의 서사가 아니라는 점을 짚는다. 오히려 육체적, 정신적 결손 때문에 끊임없이 이성애 관계에 실패하거나 그것을 거부하는 퀴어한 남성(성)이었다는 것이다. 강지윤은 ‘감수성의 혁명’을 일으켰다는 김승옥 소설에서 남성 주인공에게 줄곧 배반당하기만 하는 누이들의 사연을 통해 ‘내면-고백’이라는 김승옥 특유의 미적 장치는 정말 혁명적인 것인지 묻는다. 또한 정미지는 문학을 욕망하는 여성에 대한 멸칭으로 통용돼 온 ‘문학소녀’의 역사적 내력을 검토한다. 김미정은 1960~1970년대 한국에 불었던 루이제 린저 붐을 살핀다. 그토록 견고한 남성 중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여성/문학’, ‘여성/교양’은 어떻게 성립 가능했고, 끝내 한국문학사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각 변동을 이끌어 냈는지에 대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비주류적인 것’, ‘비문학적인 것’으로 치부되어 오던 여성서사
이제는 한국문학계가 상상할 새로운 민주주의

3부는 197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포스트-냉전 시대에 전개된 한국문학의 성격과 ‘민주주의’라는 이상의 (불)가능성을 질문한다. 조서연은 한국전쟁부터 베트남전쟁에 이르기까지, 전쟁경험을 오직 남성들만의 배타적이고도 특권적인 기억으로 서사화하는 1950~1970년대 희곡과 영화들은 분석한다. 이 ‘군사주의적 남성성’은 오늘날 초국가적으로 전개되는 성노동과도 유사하다. 이진경은 1970년대의 몇몇 작품들은 ‘민족’, ‘국가’와 같은 진보적, 가부장적 명분을 위해 젊은 하층여성들의 섹슈얼리티를 대거 동원한 국내 성산업의 일면을 재현한다. 이런 진보적 대의명분의 몰성성은 1990년대 여성후일담에 대한 주류 문학사의 평가절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김은하는 공지영, 김인숙 등의 여성후일담 소설을 ‘혁명’을 남성의 전유물로 독점하려는 시도에 대한 강한 반발로 읽는다. “형제들의 공화국”을 짓는 것으로 귀결된 1980년대 판 민주주의에 대한 페미니스트들의 새롭고도 강력한 도전이라는 것이다. 오혜진은 2000년대 이후 전개된 장편대망론 같은 비평적 화두들을 검토하며 한국문학계가 남성 중심적으로 재편된 순간을 포착한다. 더하여 비주류적인 것, 비문학적인 것으로 치부되어 오던 여성서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한국문학계가 상상할 새로운 민주주의에 대해 역설한다.

문학을 창작하고 향유하고 해석하고 비평하는 일,
그것은 전부 페미니스트가 해야 할 일이다!

이 책에 묶인 열세 편의 글들이 지닌 문제의식과 관심사는 모두 다르다. 근대문학, 신여성, 사회주의, 해방, ‘위안부’, 교양, 전쟁, 남성성, 진보, 독재, 민주화 등. 때문에 이 글들은 단일한 입장으로 수렴되기 어려우며, 때로는 충돌하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글의 필자들이 공통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강연과 단행본 기획을 맡은 연구자 오혜진은 서문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더 이상 주류 문학사의 남성 중심적 질서가 규정한 ‘문학(성)’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지는 않겠다는 것. 한국문학(사)에서 유일하게 문학적 시민권이 부여된 주체인 이성애자 남성, 그의 관점에 동일시해야만 ‘문학’이라는 세계에 겨우 접속할 수 있었던 그 지긋지긋한 “해석노동”(김미정)을 이제는 과감히 멈추겠다는 것이다. 무엇이 ‘좋은 문학’이고 ‘문학적인 것’인지, 어떤 작품이 한국사회의 새로운 민주주의를 상상하는 데 필요한 자원인지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가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이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인 이유다.” 문학을 창작하고 향유하고 해석하고 비평하는 일, 그것은 전부 페미니스트가 해야 할 일이다. 이제 이 책을 읽은 우리가 ‘페미니스트 감수성’을 갖춘 새 세대 문학주체로 거듭날 순간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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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비평은 외롭지 않다 새창으로 보기 구매
이 책의 토대가 되는 기획강의를 꼭 듣고 싶었는데 듣지 못했다가 이번에 책으로 만나게 되었다.



그러니까, 2016년쯤이었던 것 같다. 페미니즘 리부트가 이루어지고, 각성한 여성독자들이 한창 '페미니즘+문학'에 목말라 있었을 때. 여성작가들이 새로운 여성서사를 막 내놓기 시작했을 때. 주위에선 '그러면 지금까지 한국문학의 이런 남성중심성에 대한 비판은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가. 페미니즘 비평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궁금증의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새로운 여성주의 시각으로 각성은 했는데, 문학 전공자도 아니고 아무래도 비평보다는 창작물을 먼저 찾아 읽어왔던 친구들이 페미니즘 비평에 대한 목마름을 표시했던 것이다. '글쎄, 있었겠지. 없었을 리가 있나. 우리가 무지해서겠지' 했지만 연구자도 학생도 아닌 터라 무엇을 어디서부터 찾아 읽어야 할지 몰랐던 건 나나 친구들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책을 펼쳐보니 역시, 있었다. 반갑고 간절한 마음으로 나의 무지를 깨달아 새로고침한다.



대충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책의 여러 부분이 충격적이었다. 심진경의 글에 나오는 '모델소설'이라는 장르의 존재를 작년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을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에 휩싸였었다. 문단의 여성 작가들을 폄하하다 못해 그들의 성폭력 경험을 왜곡한 서사를 아예 장르로 만들어버리다니. 그야말로 글로 하는 2차 가해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그게 다름아닌 문단에서 일어난 일이라니. 너무나 기막힌 일인데, 지금까지의 문단을 생각해보면 딱히 놀랄 일도 아니다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의 곳곳에 드러난 자료들이 여성과 여성 작가의 문학들을 둘러싼 문학계 안팎의 혐오의 시선들을 또 다시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김승옥과 조세희의 '정전'들이 남성의 각성과 그들이 추구하는 대의를 표현하기 위해 어떻게 여성을 희생제물로 삼았는가, '문학소녀'로 일컬어졌던 여성들에 대한 지독한 비하의 시선은 어떻게 남성들을 넘어 여성들 자신에게까지 내면화되었는가.



허윤의 글은 염상섭과 손창섭의 작품들을 '건실한 남성 가부장'의 역할에서 벗어난 '퀴어한 남성 서사'로 읽는다는 점이 새롭고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것이 현재 한국 남성들의 지배적인 특징인 '식민지 남성성'과 어떤 점에서 같고 또 다른지에 대한 부가적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루이제 린저에 관한 김미정의 글은 읽으면서 너무도 마음이 복잡했다. 독자들이 폭발적으로 지지를 하니 방한까지 청해 루이제 린저를 데려와놓고 그에 대한 언급을 일부러 쏙 뺀 독일문학사 연구 발표를 하고, 거기에 더해 한국문학계에서 언급하기엔 너무 위험하고 급진적이었던 그녀의 문학에서 '여성'이라는 말을 지우고 애써 '인간' '휴머니즘'으로 포장한다. 1990년대 여성작가들의 후일담 문학을 다룬 김은하의 글도 읽으면서 심란하기는 마찬가지였더랬다. 80년대, 진보적 문학의 대의를 만나 자신의 여성으로서의 일상성과 욕망을 자의든 타의든 포기하거나 은폐하고 삭제해야 했던 여성 작가들이 훗날 그 시절을 소환하며 한없이 고통스러운 진정성의 자학을 계속하거나, 반대로 기이한 권태에 빠진 내면을 그대로 자신의 작품에 드러냈다는 것, 시대에 봉사하기 위해 여성을 지우라는 사회의 압력 속에 문학과 글쓰기 자체도 포함되어 겹겹의 검열과 고통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에 생각이 많아졌다. 글쓰기가 여성에게 자유와 해방을 가져다줄 수 있는 한 가지 중요한 방법이라 생각했는데, 그것이 도리어 족쇄가 되어 여성성을 짓누른다면 우리는 어떻게 글을 쓰고 또 우리 자신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결코 여성이 그 자신으로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탐탁지 않아했던 문학계의 분위기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흔히 '젊다'고 표현되는 남성 작가들은 자신들의 무능함과 권태와 찌질함과 타락과 방종과 심지어는 폭력까지도 서슴지 않고 작품에 표현하고 승인받는데, 여성 작가들은 어떤가. 게으르고 더럽고 무능하고 비열하며 고민도 없고 폭력적인 욕망을 지닌 여성 인물들이 여성 작가들의 작품에 등장한 적 자체가 지금껏 드물지 않은가. 



책을 읽으며 내내 '이 부분을 하나하나 따로따로 깊이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신여성이 등장한 시대부터의 '여성-한국문학-비평'의 계보가 차근차근 정리되는 느낌이었고, 말미에는 이 기획강좌와 책을 가능하게 했던 기획자 오혜진 평론가의 힘있는 글이 만만찮은 울림을 준다. 페미니즘 리부트와 함께 여성주의와 퀴어문학이 새로운 흐름으로 등장하자, 문단의 남성 평론가들이 일제히 '문학은 정치적 올바름을 자랑하는 트위터가 아니다', '페미니즘과 퀴어문학은 내용은 새로울지언정 형식적으로는 퇴보다. 그동안 한국문학이 그토록 공들여 해왔던 서사에서의 낯설게 하기 전략을 완전히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비평 안팎에서 못마땅해 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며, 적잖이 징후적이라고 생각했다. 여성이 여성 자신의 이야기를 하겠다는데 그것을 애써 윤리적 강박이자 문학적으로 덜 떨어진 무언가로 치부하며, 생활의 구석구석까지 스며든 남성사회의 폭력을 도저히 괄호 치거나 없는 셈 칠 수 없어 작품에 자연히 스며나오는 것을 '피해자 코스프레'이자 도덕적 우월성을 확보하기 위한 값싼 전략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을, 나는 보았고 지금도 보고 있다. 이런 상황을 지적하고 넘어가는 여성 연구자/평론가들이 있어 참으로 고맙고 다행스러운 마음이다. 한편으론 이런 시대에 '형식상의 새롭지 않음' 정도를 굳이 지적할 수 있는 남성들의 한가한 권력이 참 부럽기도 하지만, 여성 작가와 독자들이 앞으로는 이런 목소리에 굳이 신경쓰지 않고 내고 싶은 목소리를 마음껏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성들이 여성으로 다시 태어나 새로운 서사를 쓰는 것을 그렇게 폄하하고 싶은가. 마음대로 하라. 당신들에게 이것은 그저 '한때의 유행'이자 '정신 나간 도덕적 강박'에 불과할지 모른다. 새로운 여성 서사들이 미학적으로 완벽하지 않다고, 속도가 느리다고 흠집을 잡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렇게 하라. 그러나 우리에게 이것은 환골탈태다. 여성 작가와 독자들은 뼈를 갈고 피를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내고 전혀 다른 욕망을 탐구하면서 몸의 근본부터 바꾸는 싸움을 하고 있다. 이것은 단지 소재를 갈고 시대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시대와 정면으로 맞부딪치면서 미학의 기준 자체를 바꾸는 싸움이다. 우리에게 당신들의 평가와 만족과 승인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이 책이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이 무척 기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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