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4

알라딘: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 서양 좌파가 말하는 한국 정치 다니엘 튜더 2015

알라딘: [전자책]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eBook]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 서양 좌파가 말하는 한국 정치 
다니엘 튜더 (지은이),송정화 (옮긴이)문학동네2015-06-10 





편집장의 선택
"이제 스스로의 목소리를 찾을 때"
합리적 태도와 시선은 말처럼 쉽지 않다. 누구도 태어나고 자란 곳의 문화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고, 말하고자 하는 대상과의 거리도 0이거나 무한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면한 문제와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다른 시선이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알고 있는 걸 확인하거나 미처 알지 못했던 걸 깨달을 수 있다. 전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 다니엘 튜더는 외신기자로서 이런 일을 직업적으로 해왔고, 오랜 기간 한국에 정착해 창업까지 하며 정, 재계뿐 아니라 풀뿌리 민심까지 경험했다는 점에서 적절한 발화자라 하겠다.

게다가 이번 책은 한국 문화에 대한 단상이나 살면서 느낀 감상이 아니라 한국 정치에 전하는 제언이다. 손바닥 뒤집듯 공약을 파기하고, 명예훼손법으로 자유로운 발언을 막고, 가짜 보수와 진보가 의원 수만 놓고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꼴을 하나씩 짚어가며 한국 정치의 문제를 지적하고, 그럼에도 왜 유권자는 이해득실을 제대로 따지지 못하고, 시민으로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지를 분석한다.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정치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는데, 이 책은 스스로 실행한 결과이자 같은 공간에서 삶을 꾸린 구성원으로서 보여준 실천이라 하겠다. 더 오래 이곳에서 살아갈 이들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찾을 반가운 계기다.
- 사회과학 MD 박태근 (2015.06.09)
기본정보
파일 형식 : ePub(9.98 MB)
TTS 여부 : 지원 
종이책 페이지수 : 232쪽, 약 14.9만자, 약 3.7만 단어
가능 기기 : 크레마 그랑데, 크레마 사운드, 크레마 카르타, PC,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폰/탭, 크레마 샤인
ISBN : 9788954636711
주제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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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 사회과학 > 비평/칼럼 > 정치비평/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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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모두가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왜 한국 정치는 아직도 답습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어쩔 수 없다 어차피 안 될 거야라는 말에 그는 반대한다. 좌우와 빈부를 떠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한국 정치 장의 풍경이 어떠해야하는지 제언하는 다니엘 튜더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 책에서 다니엘 튜더는 한국 민주주의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제시하고, 정당과 시민은 민주주의를 정상의 자리로 되돌리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대안을 제시한다. 쇠락이 우려되는 제조업을 위해 한국형 미텔슈탄트를 키우자는 제안, 이탈리아의 ‘5성운동’ 같은 풀뿌리 운동을 시작해보자는 제안 등에서는 그만의 시각이 돋보인다.

책은 한국인 독자를 위해 쓴 책이다. 전작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가 영미권 독자들에게 한국을 소개하려고 출간한 책을 번역한 책이라면, 이 책은 기획 단계부터 집필, 출간까지 오로지 한국 독자를 위해 썼다. 한국에 머물며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이코노미스트' 서울 특파원으로 일한 그는 이 책에서 2012년 대통령선거 캠프의 다양한 사람을 만난 경험을 풀어내고, 정치인 및 고위 관료를 접하며 느낀 한국 사회의 부패 문제와 엘리트의 사고방식 문제도 짚었다.


목차
머리말_다만 ‘정상’의 자리로 되돌려놓을 때
서문_민주주의는 후퇴하지 않는다

PART 1 한국 민주주의의 풍경
01 유치한 쇼, 쇼, 쇼
02 민주의식은 어디에 있는가
03 자유를 훼손하는 명예훼손법
04 언론의 나팔 소리
05 철학이 없는 가짜 보수와 진보

PART 2 우리는 시민인가
06 영웅은 없다
07 잊지 않겠습니다
08 음모론 전성시대
09 숨은 좋은 정치인 찾기

PART 3 정당정치 다시 쓰기
10 저격이 아니라 건설을 원한다
11 프로페셔널리즘은 어디에 있는가
12 부족주의에 결별을 고함
13 정책 실종
14 야합의 그늘

PART 4 민주주의, 끝나지 않은 여정
15 모두의 정치
16 제조업은 한국의 미래다
17 복지는 투자다
18 모든 것은 프레임에 달려 있다

맺음말_우리 자신의 목소리는 어디에 있는가
옮긴이의 말
접기
책속에서
P. 11~12 유럽인이나 미국인이 한국의 문제점을 꼽으면 한국인은 보통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일부는 비판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부끄럽다””나라 망신”이라는 식의 사대주의적 사고에서 비롯된 반응을 보이는 한편, “무슨 근거로 당신 나라가 더 우월하다고 생각합니까?”라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전자와 같은 반응을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내 말을 듣지 말라”고 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나는 영국이 한국보다 우월한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후자와 같은 반응에도 내 대답은 같다.  접기
민주주의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정치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느냐가 문제다. 결국 우리는 우리 수준에 걸맞은 정부를 갖게 되어 있다. 우리가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사회를 생각하고, 정치인의 빈말이나 현실성 없는 공약에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민주주의는 잘 작동할 것이다.... 더보기 - 오후네시
한국 정부도 명예훼손법을 적극 활용해, 좌,우,중도를 가리지 않고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은 모조리, 쉬지 않고 고소한다. 2014년 8월 일본 산케이신문 기자가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기소되고 출국금지 조치됐다. 문제의 기사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모처에서 정인과 함께 있었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터무니없는 주장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해당 기자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은 더욱더 터무니없는 처사다. 심지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해당 사안에 대해 일본 외무상에게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마치 일본 정부가 일본 언론을 통제해야 한다는 듯이 말이다(아베 정부가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특정비밀보호법을 시행한 것을 보면 안타깝게도 윤 장관이 틀린 것만은 아닌 듯 하다).  접기 - 오후네시
2011년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한국을 `언론 자유귝`에서 `부분적 언론 자유귝`으로 하향 조정했다. 공식적인 검열 증가, 언론에 영향을 행사하려는 정부의 입김, 언론인들의 반대를 뿌리치고 대통령의 측근을 주요 언론사 고위 보직에 앉힌 결과였다. - 오후네시
사람들은 누군가를 덮어놓고 믿는 것을 좋아한다. 어떤 인물을 그냥 믿어버리는 편이 주요 이슈나 정책 자체에 대해 논의하는 것보다 쉽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이 박근혜와 같은 특권층 출신이나 안철수처럼 성공한 인사를 지나치게 떠받든다. - 오후네시
한국에서는 한두 가지 단면만 보고 진보나 보수라고 단정하는 면이 있다. 내 경우를 예로 들면 한국 기준으로는 대부분 `진보적`이지만,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상당히 보수적이다. 북한에 대한 내 관점 때문에 나는 진보가 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에 대한 내 생각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나는 어떤 소속의 의... 더보기 - 오후네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로저 코언은 음모론을 ˝힘없는 사람들의 마지막 피난처˝라고 표현했다.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고 자신의 삶에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모든 문제가 정보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잘못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탓하는 경향을 보인다. 오늘날 많은 한국인이 정확한 정보에서 소외되고 스스로의 삶에 대한 자율성도 확보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접기 - 오후네시
성공 지향적인 한국 사회에서 진보 진영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은 부자를 벌하는 정책이 아니라 진보적이되 유권자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사회계층 고착화가 더 심한 나라도 마찬가지다. 네거티브 전략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대표 얼굴만 바꾸거나 계층 간 투쟁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더 나... 더보기 - 오후네시
유권자 눈에 안철수의 가장 큰 가치는 독자성이었다. 그러나 민주당과 합당함으로써 그 독자성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깨끗한 이미지의 이단아처럼 보였던 안철수는 한 방에 보통 정치인이 되고 말았다. 안철수가 무슨 생각으로 합당 제안을 받아들였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안철수의 미천한 정치 경력과 작은 조직을 이끌어왔던 한계 때... 더보기 - 오후네시
영국은 현재 로펌, 경영 컨설팅, 은행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모두 뛰어난 학력을 요하는 분야이며, 자본 집약적 도시 중심 산업이다. 이 때문에 (런던 근교 동남쪽을 제외한) 지방이 창출하는 1인당 순부가가치는 전체 평균을 밑도는데 런던은 171퍼센트를 나타내는 심각한 지역 불균형이 발생했다. 반면 제조업의 ... 더보기 - 오후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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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다니엘 튜더 (Daniel Tudor)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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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정치학 · 경제학 · 철학을 공부했다.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을 찾았다가 사랑에 빠져, 2004년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이후 한국에 머물며 미국계 증권회사와 한국의 증권회사에서 일했다. 영국으로 돌아가 맨체스터 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하고,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헤지펀드 회사에서 일했다. 2010년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이 되어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특파원으로 일하는 동안 북한 문제와 2012년 대통령 선거, 그 외 한국 사회의 다양한 현안을 다루는 기사를 썼다. 2017~2018년 청와대 해외언론비서관실 자문을 맡기도 했다.
“한국 맥주 맛없다”는 기사로 논란을 일으키고, 저서 《조선자본주의공화국》(제임스 피어슨 공저) 출간 후 북한 당국으로부터 신변 위협을 받기도 했다.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 을 잃은 나라》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고독한 이방인의 산책》을 썼다.
MBC 임현주 아나운서와 결혼하여 2023년 10월 딸을 낳았고, 현재 서울에서 집필과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의친왕 이강의 아들인 이석 황실문화재단 이사장을 통해 이강의 생애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몰락한 조선 왕실의 비극과 역사 속에 묻혀버린 매력적인 인물 이강의 고뇌와 삶을 다시 조명하고자, 5년간의 자료 조사를 통해 《마지막 왕국》을 집필했다. 접기
최근작 : <마지막 왕국>,<고독한 이방인의 산책>,<힘의 역전 2> … 총 16종 (모두보기)
송정화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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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한영통역과를 졸업했다. 현재 영미권 통번역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공부의 비밀》 등이 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좌파도 우파도 없는 이상한 한국 정치
절망 중독 사회에서 무엇을 꿈꿀 것인가?
도착하지 않은 민주주의를 호명하는
합리적 좌파의 정치 철학 선언문!

“절망이 문제가 아냐. 절망은 받아들일 수 있어. 정말 견딜 수 없는 것은 희망이라고.”
―영화 <클락와이즈clockwise> 중

절망도 익숙해지면 몸의 일부가 된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희망은 불편하다. ‘희망고문’을 당하느니 차라리 편안한 절망을 택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니엘 튜더는 이렇게 말한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희망이라면, 기다리기만 하지 말고 우리가 직접 오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때로는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사람, 그러나 한편으로는 거침없는 직언을 할 수 있는 용기와 아웃사이더로서의 날카로운 시각을 견지하는 영국 청년 다니엘 튜더의 대한민국 정치 비평 책이 나왔다. 그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 정치는 조금 이상하다. 여기에는 좌파도 우파도 없다. 보수는 오로지 대기업 밀어주기와 ‘나 먼저’라는 생각을 외에는 아무런 철학이 없으며, 진보는 과거에 사로잡힌 채 프로페셔널리즘이 결여된 무능한 정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묻는다. “민주주의는 정말로 후퇴하고 있나?”(참고: 조슈아 쿨란트칙Joshua Kurlantzick, 『후퇴하는 민주주의Democracy in Retreat』)
그의 눈에는 충격적일 정도로 새로운 이야기들이, 어쩌면 한국 독자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로 그 ‘익숙함’이 안타까워서 다니엘 튜더는 이 책을 썼다. 보이지 않는 적은 익숙한 절망, 곧 지독한 피로와 무력감이다. ‘희망’이란 말이 오염되고 탈색돼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 듯한 시대에 그는 이 책을 썼다. 그는 말한다. “이제는 당신의 목소리를 내십시오.”
이 책에서 그는 한국 민주주의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제시하고, 정당과 시민은 민주주의를 정상의 자리로 되돌리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대안을 제시한다. 쇠락이 우려되는 제조업을 위해 한국형 미텔슈탄트를 키우자는 제안, 이탈리아의 ‘5성운동’ 같은 풀뿌리 운동을 시작해보자는 제안 등에서는 그만의 시각이 돋보인다.
또한 이 책은 한국인 독자를 위해 쓴 책이다. 전작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가 영미권 독자들에게 한국을 소개하려고 출간한 책을 번역한 책이라면, 이 책은 기획 단계부터 집필, 출간까지 오로지 한국 독자를 위해 썼다. 한국에 머물며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이코노미스트』 서울 특파원으로 일한 그는 이 책에서 2012년 대통령선거 캠프의 다양한 사람을 만난 경험을 풀어내고, 정치인 및 고위 관료를 접하며 느낀 한국 사회의 부패 문제와 엘리트의 사고방식 문제도 짚었다. 이제 민주주의는 ‘그들의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의 삶 속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민주주의와 그 적들…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한국은 두 가지 기적을 이룬 나라로 통한다. 하나는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한 ‘한강의 기적’이고, 나머지 하나는 단기간에 이룩한 민주주의의 기적이다. 저자는 “한국인은 의아해할지 모르나, 한국은 아시아 최고의 정치 선진국”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이 정점이라면?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 ‘희망’ ‘꿈’ ‘변화’ 등의 단어로 도배된 정치적 수사는 화려하지만 이제 누구도 그 말을 믿지 않을 만큼 정치적 불신과 피로감은 극에 달했고, 진정한 의미의 진보도 보수도 아니면서 기이하게 고착화돼 양분된 좌우 진영논리는 정작 유권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모든 종류의 정치적 의제를 집어삼킨다. 상황이 이런데 표현의 자유마저 하락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사문화됐거나 존재하더라도 ‘형법’으로 분류되지 않는 명예훼손죄가 한국에서는 여전히 형법상으로 존재하며 명예훼손 기소 건수도 증가일로에 있다. 결과적으로 국민과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자기검열을 강화하는 위축효과(chilling effect)가 강화된다.
저자는 어느 날 트위터에서 익명의 누군가로부터 증오에 찬 쪽지를 받는다. “대한민국을 음해하는 전형적인 서양 좌파!” 그러나 그가 한국 정치를 우려하며 쓴 글은 다분히 합리주의자의 그것에 가까우며, 실제로 그는 한국 정치와 경제가 진영논리에 매몰되기 전에 우선 ‘정상’의 상태에 들어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화두가 됐던 ‘경제민주화’라는 말도 사실은 ‘경제정상화’로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기업 밀어주기’ 원칙은 자유시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한국 경제 역시 ‘민주화’라는 정치적 수사로 조명할 것이 아니라 정상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좌파와 종북은 얼마든지 별개의 문제일 수 있는데 ‘종북’과 ‘좌파’를 한데 묶어 ‘종북좌파’로 싸잡는 행태는 더 비열하다. 노인 유권자들은 이 수법에 파블로프의 개처럼 자동으로 반응한다. 새정치연합과 여타 진보 정당은 번번이 새누리당이 색깔 공세를 펼칠 여지를 준다. (…) 한국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손쉽게 공격하는 비열한 수법은 또 있다. 진보 진영이 ‘포퓰리즘’을 일삼는다는 주장이다. 일반 대중의 감성이나 필요에 영합해 표를 얻는 것이 ‘포퓰리즘’이지만, 한국 보수 언론이 지적하는 ‘포퓰리즘’은 이와 다르다. 한국 보수층에게는 특권층의 희생으로 다수의 국민을 이롭게 하는 것이 모두 ‘포퓰리즘’이다. 복지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당신과 논쟁할 가치도 없다. 이 비열한 포퓰리스트!(35쪽)

표면적으로 새정치연합과 새누리당을 구별할 수 있기는 하다. (…) 하지만 두 당의 정책과 정책을 뒷받침하는 사고방식은 본질적으로 별로 다르지 않다. (…) 한국에서는 대기업 우선주의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자유시장이 존재한 적이 없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앞으로도 그것이 영영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대기업이 사실상 거의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겨도 금세 대기업 차지가 되며, 대기업의 독주에 방해되는 존재들은 금세 박살나고 만다. (…)
전경련이 내세우는 자유시장은 미국 신자유주의자들이 열렬히 신봉하는 자유시장과 다르다. 미국에는 진정한 자유시장이 존재한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 전 공화당 하원의원 론 폴(Ron Paul)과 같은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은 시종일관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려고 애쓴다. 반면 한국의 사이비 자유시장주의자들은 정부가 허가해주는 독과점 혜택을 누려왔고, 막대한 규모의 정부 계약을 따내고 국민의 혈세로 제공되는 전기 사용료 등의 보조금을 받으면서도 사회에 기여하라는 요구에는 사회주의 운운하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나 먼저’라는 믿음 외에는 별다른 철학이 없다. 일종의 ‘신자유주의 경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코노미스트』에서 기자로 일하던 시절, 한국을 방문한 영미권 시장옹호주의자들을 만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 한국의 시장 환경이 실망스럽다고 말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진정한 신자유주의 대신 ‘국가 자본주의’, 나아가 ‘정실 자본주의’뿐인 한국의 맨얼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한국 역사상 어느 정부도 ‘대기업 밀어주기’ 원칙에 반기를 든 적이 없다. 진정한 의미의 신자유주의도 진보도 없었다. 박정희 시절부터 이어져온 대기업 밀어주기만 존재할 뿐이다. 대기업 밀어주기를 보수주의로 오인하는 사람들이 있다. (…) 진정한 자유주의자라면 정부의 개입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마땅하다. (…)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에서 좌우를 가늠하는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복지국가를 지지하는가? 자유무역협정을 지지하는가? ‘파이 크기 키우기’와 ‘파이 나누기’ 중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가?(70~72쪽)

저격이 아니라 건설을 원한다
효율적 야권은 어디에 있는가?
또하나, 한국 민주주의의 정상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효율적인 야권이다. 저자가 보기에 정치적인 의미가 아닌 광의에서, 인간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불만족스럽더라도 위험이 덜한 현 상태를 유지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보는 유권자들에게 청사진을 제시하고, 희망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 유인이 있을 때만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이끌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야권은 주야장천 ‘돌 던지는’ 저격수 역할에만 충실했다. 그러나 네거티브 전략만으로는 ‘만년 야당’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386 아저씨에 의한, 386 아저씨를 위한 야당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정책을 제시하고, 당에도 여러 방면으로 경험이 많아 리스크에 대처하는 법을 아는 프로페셔널이 더욱 보강되어야 한다. 저자는 이를 ‘진보적 프로페셔널’로 명명한다.

새정치연합 지지층과 진보 진영은 젊은 세대가 보수화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정말 그러한가? (…) 대북정책을 제외한 나머지 정책에 있어서 한국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와 다르다고 생각한다. 전쟁 세대나 386 세대와 달리 이념에 영향을 받지 않은 첫번째 세대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다른 연령층과 마찬가지로 범야권 정당의 무능력에 실망했다. 내 생각에 한국 젊은이들은 보수화됐다기보다는 하얀 도화지 상태에 가깝다.
문제는 젊은이들에게 있지 않다. 합리적이면서도 진보적인 의제를 내세운다면 누구라도 수긍할 것이다. 진짜 문제는 지금까지 그 누구도 합리적이고 진보적인 의제를 제시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 새정치연합은 과거에 대한 인식을 통해 정의되는 정당이다. 물론 새누리당도 박정희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아직까지 숫자에 집착하며 20세기 후반의 개발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을 보수당으로 보는 것은 오류다. 다른 나라의 보수당과 비교했을 때 새누리당의 사고방식이나 전통에 대한 태도 등에서 도덕적으로 보수적인 관점을 찾아볼 수가 없다. 사실상 GDP 성장 외에는 아무런 기본 철학이 없는 정당이다. (…)
사회 전반에 불평등과 불만족이 증대되면서 “정치인들은 그 나물에 그 밥” “정치인들이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나”라고 푸념하는 유권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또한 진정한 의미의 선택도 없다고 느끼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해도 새정치연합에 불리할 뿐 새누리당은 건재하다. 한국에서 새누리당은 일단 기본으로 설정된 전제조건임을 인정해야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수백만의 노년층은 무조건 새누리당을 찍는다. 반면 젊은이들을 투표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긍정적 유인이 필요하다.(74~76쪽)

2015년 1월 말 리얼미터 설문조사에 따르면 32.5퍼센트의 유권자가 선호하는 정당이 없다고 응답했다. 32.5퍼센트의 상당수가 안철수를 지지했지만 새정치연합에 합류한 안철수는 지지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흔히 재계에서 합병이 이루어지면 시너지 효과 등을 말하는데, 새정치연합 합당의 경우는 막대한 부정적 시너지를 유발했다. 안철수 신당이 기업이었다면 주주들이 들고 일어나 이사회를 싹 갈아치웠을 판이다.
이번에도 익숙한 결말이 펼쳐진다. 새누리당은 승리감에 도취돼 덩실덩실 춤을 춘다. 새누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싸움 상대인 야당이 지리멸렬할 정도로 무능하기 때문이다. 어찌나 무능한지 필자가 음모론을 믿는 이발사 마리오 아저씨였다면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의 X맨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어찌 됐든 한국에서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후퇴하고 있다. 보다 넓은 맥락에서 보면, 민주주의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이 10년 후에도 반(半)민주주의나 ‘권위주의와 혼합한 민주주의’가 아닌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남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효율적인 야권이 필요하다.(153쪽)

10년 후, 한국의 제조업을 생각하라
부패한 재벌 총수를 처벌하는 것은 오히려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
한편, 저자는 2000년대 한국의 증권회사에서 일한 경험, ‘신자유주의의 경전’으로 불리는 『이코노미스트』 서울 특파원으로 일한 경험을 살려 한국 경제에 관해서도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준다. 특히 저자가 우려하는 것은 한국 제조업의 미래다. “현재 아동 빈곤율이 60퍼센트에 육박하는 미국 디트로이트도 1960년대에는 제조업 덕분에 당시 미국에서 가장 높은 1인당 소득을 자랑했다는 사실을 혹시 아는가? 영국의 항구 도시 뉴캐슬과 글래스고도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박을 건조하면서 한때 부자 도시로 등극했다. 하지만 이들 도시는 시간이 지나면서 일본과 한국에 자리를 내줬다. 울산이 부상하면서 디트로이트와 글래스고는 저물었다. 한국인들에게는 여기까지가 이야기의 끝이다. 하지만 산업기지를 신흥 국가에 내준 영국과 미국에는 대규모 실업, 범죄, 사회 분열, 잠재력 있는 인재의 낭비 등 암울한 이야기가 이어진다.”(169쪽)
저자가 보기에 디트로이트와 글래스고에서 일어난 제조업의 몰락이 한국에도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중국 최대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의 선전을 보라. 그는 한국이 사실상 제조업을 포기하고 서비스업으로 전환한 영국 대처리즘의 전철을 밟지 않고, 스위스나 독일처럼 고숙련 인력을 보유한 제조업 모델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 서비스업이냐, 제조업이냐 식의 양자택일에 근거한 사고방식으로 경제를 볼 것이 아니라 양자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면서 ‘고급경제’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또한, 자유시장을 진정으로 옹호한다면 재벌의 부패와 가격 담합을 눈감아줄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진짜 의미의 자유시장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주식이 실제보다 저평가되는 현상을 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있다. 예전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이 ‘북한의 잠재적 위협’이었지만 요즘은 오히려 한국 기업의 불투명한 경영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야기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무엇인가? 원인은 간단하며, 북한과는 관련이 없다. 한화, SK, 현대자동차 등에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나라도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이 기업의 가치는 ○○정도 될 테지만 회장은 주주의 돈을 사적 용도로 배임하고, 망해가는 계열사를 지원하는 데도 쓰고, 가치가 뻥튀기된 삼성동 땅을 사거나 아들에게 고용 승계할 가능성이 높단 말이지. 그렇다면 당연히 이 기업의 평가가치를 낮출 수밖에.’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해 외국 투자자들에게 물어보니 그들도 거의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문제를 일으킨 기업 총수에게 대통령 특별사면을 불허하고, 형기를 채우도록 하는 등 기업인에게 응당한 처벌을 내린다면 비정상적인 패악은 사라지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현저히 낮은 주가수익률(PER)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한국 기업의 주식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싼 주식 중 하나다. MSCI 세계지수에 따르면 2014년 코스피 상장 기업의 주가 순자산비율은 전 세계 평균보다 50퍼센트 낮은 1.05였다. 한국 기업의 지배 구조가 투명해져 한국 주식시장이 (매우 보수적으로 잡아) 10퍼센트만 가치 절상된다면 어떤 효과를 볼지 상상해보자. 이런 정상화 움직임이 주식 평가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한국 주식시장의 전체 시가 총액은 1200조 원가량이므로 10퍼센트만 잡아도 120조 원이 증가한다. 국민 1인당 250만 원이 돌아가는 액수다. (…) 사실 이는 잠재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아니다. 오히려 잃어버린, 아니 도둑맞은 돈의 가치로 생각하는 것이 온당하다. 독자 여러분보다 만 배쯤 부자인 사람들이 여러분 할머니의 쌈짓돈을 훔쳐가고 있는 것이다. 재벌 회장들이 국민들에게 ‘민영’ 세금을 물리고 있는데도 한국 사회는 재벌 회장 앞에서 조아린다.
사실 필자는 재벌 해체를 바라진 않는다. 어떤 면에서는 가족 경영이 영미식 ‘주주자본주의’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 하지만 오너가 5~6퍼센트 지분 소유만으로 거대한 그룹의 경영권을 갖는 가족 경영 행태는 분명 부정적인 인센티브를 야기한다. 부정적인 인센티브를 유발하는 사안들을 적발해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
상습적 경제범죄에 대해서는 해당 그룹 해산이 사실상 가능하도록 하는 특별법 도입을 제안하고 싶다. 모든 가족 경영 재벌 기업을 주주 자본주의식 전문 경영인 제도로 탈바꿈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제지’ 목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처럼, 기업들이 법규를 준수하게끔 위협하는 도구로 사용하자는 취지다. ‘재벌들은 특혜를 받고 있으니 행동 조심하시오!’라는 것이 법안의 주요 메시지다. 빨갱이 발상이 아니다. 사실 다른 주요 경제국 관점에서 보면, 심지어 우파 성향 국가의 관점에서도 저 정도 처벌은 상당히 관대하다. 한국 재벌이 미국 기업이었으면 미국 법무부가 나서서 진즉 해체하고도 남았다.(212~214쪽)

모든 것은 프레임에 달려 있다
또 ‘프레이밍’ 문제가 있다. 복지, 페미니즘, 안전 이슈 등 여러 방면에서 저자는 오염된 언어를 걷어내고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제대로 된 논의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제시한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복지를 확대하려는 사람들조차 그릇된 방식으로 복지를 제시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2012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이 내세운 메시지는 이랬다. ‘가난하고 딱한 국민이여, 국민의 최상위 1퍼센트만 부자가 되고 나머지는 빈곤해진 이명박 정권 아래 끔찍한 시간을 보낸 여러분, 여러분의 시름을 덜어주기 위해 복지를 확대하겠습니다.’ 마치 사탕을 잃어버린 어린아이를 어르는 듯한 수사였다. 복지에 대한 궁극적 메시지는 ‘복지는 정부가 여러분에게 투자하는 것입니다. 투자를 통해 여러분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나중에 세금을 많이 낼 수 있을 만큼 성공해서 돌려주십시오’라고 전달되어야 한다. 지위 상승에 대한 열망이 강한 한국에서 특히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등 ‘무상’ ‘반값’ 타령뿐이다. 최근 정의당은 반값 통신비 실현까지 들고 나왔다. 이런 접근법을 택하면 복지는 상금이 걸린 촌스러운 퀴즈 쇼처럼 보일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혜로 비칠 뿐이다. 게다가 복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복지는 사람들이 공짜를 바라게 만든다”고 주장하도록 도와주는 좋은 구실이 된다. ‘사회가 지금 여러분을 도울 테니, 나중에 여러분이 성공하면 사회를 도와야 합니다’라는 암묵적 합의가 복지정책에 내포되어야 한어야 한다. (…)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복지는 고수익 투자다. (193~195쪽)

작은 회사에서는 더 심각했다. (…) 물론 여성 지원자들의 이력서도 들어왔다. 남자들은 모여서 이력서에 붙은 사진을 보며 외모 평가나 할 뿐이었다. “패스, 패스, 패스…… 오, 예스! 이것 좀 봐! 이 여자는 ‘반드시’ 면접 봐야겠는데.” 하지만 면접은 없었다. 어차피 남자만 뽑을 요량이었기 때문에.
이력서에 사진을 부착하는 관행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 이는 단지 여성 지원자만 환영할 일이 아니다. 외모에 고민이 많은 남성도 있으니 사실 모두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 영국에서 반성차별주의 법규가 도입됐을 때처럼, 한국의 재계를 장악하고 있는 중년 남성들은 처음에는 죽는 소리를 하겠지만 결국 익숙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음 세대에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합리적인 관행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래야 맞다.
이런 주장을 하거나 여성 채용 할당제 도입을 제시하면 ‘페미니스트’라는 소리를 듣는다. 한국에서는 여성들조차 스스로의 이익에 배치되는 성차별주의를 내면화하고 있어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이라고 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정도로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는 오염되었다.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라고 말하는 여성은 누구든 ‘꼴페미’로 불리며 심지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게 된다. 하지만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보수주의나 사회주의와 마찬가지로, 페미니즘도 흑백논리가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모든 사람은 성공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부여받아야 한다고 믿는 남자도 페미니스트로 규정될 수 있다. 그런 정의라면 필자는 페미니스트라는 타이틀을 기꺼이 수용하겠다.(205쪽)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은 2014년 한 해 동안 한국 정치판을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극우 세력은 이를 국민적 관심이 필요한 사안이 아닌 진보 세력이 주도한 정치적 문제로 몰아가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광화문에서 “세월호, 아듀!”라는 피켓을 든 채,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자는 사람들을 공산주자와 동일시하는 노인 시위자들의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필자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 역대 한국 정부는 하나같이 안보의 중요성은 외치면서 안전은 외면해왔다. 하지만 안전이야말로 정부 존립의 핵심이다. 정부가 자국민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존재 이유가 과연 어디에 있는가?(207~211쪽)

“우리는 시민인가?”
도착하지 않은 민주주의를 호명하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가장 힘주어 이야기하는 것은 성숙한 시민이 수행해야 할 역할이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은 “덮어놓고 믿어버리기”를 좋아한다. 그렇기에 영웅은 대중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영웅은 없다. 불완전한 인간을 숭배하기보다는 아이디어나 논의 자체를 함께 발전시켜나가는 시민이 있을 때,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할 것이다.
런던에는 1000명 넘는 회원을 보유한 ‘런던 토론회(Central London Debating Society)’라는 클럽이 있고, 프랑스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철학과 현안을 논하는 카페 필로(cafephilo)라는 철학카페가 전국에 수십 개 있다. 한국 사람들은 보통 살인적으로 긴 근로시간 때문에 이런 토론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가 쉽지만은 않겠지만 그는 결국 정치가 보통 사람 모두의 삶의 문제로 귀환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말한다. “우리는 구세주가 필요하지 않다. 스스로의 목소리를 찾을 때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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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나니 제목이 절묘하다. 절망적인 얘기는 어쩐지 익숙한 풍경이고 희망과 대안을 얘기하지만 어쩐지 잘 되지 않을것 같은(쉬웠다면 나라꼴이 이 지경은 안되었겠지)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바뀌길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지치지 않고, 독립언론을 지원하는게 현실적인 대안일듯하다.  구매
귀를기울이면 2015-07-11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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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지지자와 더민주 의원들이 꼬옥 읽어볼 필독서.  구매
김씨네 2016-03-01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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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이국인의 통찰력에 놀랐습니다.현실에서 눈돌리고 무관심한것이 속편하다 생각했는데 어느때 보다도 적극성이 요구되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깨달았네요.  구매
신도이 2015-08-11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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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견해로도 다니엘 튜더는 서양좌파라고 단정짓기보단 좌우를 넘어선 상식적 합리주의자쯤으로 보는 편이 훨씬 옳을 듯 싶다. 몇해 전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썼던 박노자보다 다니엘의 관점이 훨씬 더 균형잡혀 있고 그만큼 덜 이데올로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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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ut1228 2015-07-08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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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가 바라본 우리나라의 현 정치 문화와 현상. 쉽고 와닿게 잘 써진 글.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살기 힘들다 힘들다 하지만,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는 슬프고 답답한 이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꼭 젊은이들에게 권해주고 싶습니다.  구매
*매* 2015-11-27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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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기자의 눈으로 본 한국 정치 새창으로 보기 구매
다니엘 튜더의 두번째 책이다. 그가 가장 사랑하는것은 '음악'과 '글쓰기' 이고, 10대때부터의 장래희망인 '록스타 되기'는 여전히 꿈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소규모 자가 양조 맥주점인 '더 부쓰 The Booth'의 사장님이기도 하다.옥스퍼드에서는 정치학, 경제학,철학을 공부했으며 2002년 월드컵때 한국을 찾았다가 한국에 빠져서 2004년 다시 서울로 와서 외국인강사, 미국계 증권회사, 한국의 증권회사를 다녔다. 2007년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 맨체스터 대학에서 MBA를 따고 스위스의 헤지펀드 횟에서 일했다. 2010년에서 20... + 더보기
하이드 2015-08-13 공감(2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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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익숙해져버린 목마름 새창으로 보기
 

 

 

신 새벽의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중략)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유신정치의 서슬 퍼런 폭압에 맞섰던 젊은 김지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을 ‘숨죽여 흐느끼며’ 노래했다. 정치적 폭압의 모진 세월을 헤치며 살아온 민중들은 시인의 노래에 응답하여 ‘민주주의여 만세’를 절절하게 부르짖었다. 시인의 시구에서처럼 돌을 던지면 최루탄을 막는 독재정권은 이젠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 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자신의 애송시로 ‘타는 목마름으로’를 소개했다. 그뿐만 아니라 정치·법조인들도 김지하의 시를 좋아했다. 우리는 이제 민주주의를 기념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민주주의가 그 형체도 없이 갈가리 찢겨 나가며, 다수 국민이 길게는 5년에서 짧게는 4년에 한 번씩 표 찍는 기계로 전락해 버린 오늘, 우리는 그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마음껏 쓰며 부른다. 가소롭지만, 일부 정치인들 그리고 흰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시인마저도 80년대의 민주주의를 기억하는 척하고 있다. 그들의 머리는 민주주의를 잊은 지 오래되었다.

 

국민에게는 민주정치의 꽃이자 축제의 상징인 선거라는 말 자체가 그다지 달갑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매번 선거 때만 되면 ‘빛 좋은 개살구’ 같은 공약만 내세우는 정치인이 썩 믿음직스럽지 않다. 가뜩이나 비좁은 땅덩어리에서 지역감정 심화에 따른 갈등이 더욱 굳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주인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엄연한 진실이고 보면 나라가 망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는 우리 국민은 참 딱한 처지에 놓여있다.

 

정말 큰 일이다. 대통령은 아직도 국민의 불만과 걱정을 보지 못하고 있고, 그 주변 인물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당리당략만 있을 뿐 국가 경영을 위한 비전이나 책략 같은 건 눈을 씻고 찾아도 볼 수가 없다. 사회 각 분야의 이해와 갈등을 조정하여 국민 통합을 도출해 내기는커녕 국론을 분열시키고 정상적인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을 뿐이다. 정작 새정치연합은 민심을 사로잡을만한 정치적 철학을 제대로 드러내 보지 못했으면서 민심을 헤아리지 못하는 새누리당을 심판하겠다고 큰소리만 칠뿐이다. 개똥 묻은 당이 소똥 묻은 당에 짖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서울 특파원 출신 영국 기자가 보는 한국 정치는 정치적 의제를 외면한 채 어느 사람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집단 이기주의’의 현장이다. 보수는 역사적으로 여러 가지 정치제도와 결합해왔던 것처럼 경제의 영역에서도 자신의 기득권 보호를 위해 기업과의 유착도 마다치 않았다. 반면에 진보는 여전히 80년대를 잊지 못하고 있다. 정계에 진출한 진보 인사들은 양복을 입은 운동권 세력이다. 합리적인 진보 의제를 내세운 적이 없어서 국민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다. 이러한 모습은 스스로 존립 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국회가 무능하다고 해서 국민 가운데 ‘무정치’의 현실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민주주의와 동떨어진 정치부재의 상황이 지속할수록 일상생활에서 피부로 와 닫지도 않는 정치 불감증이 만연해진다. 정치적 냉소주의와 무관심은 원천적으로 정치인들에게 그 책임이 있다. 이는 민의를 바탕으로 국정을 이끈다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데 심각함이 있다. 유권자를 끌어당기기 위한 선심성 공약이나 정책 제시에 급급한 수준이다. 영국 기자는 국정 비전과 철학이 없는 바람잡이식 한국 정치를 ‘다이어트 콜라 민주주의’라고 표현한다. 열량이 적은 다이어트 콜라를 마셔도 살은 빠지지 않는다. 그냥 달기만 한 콜라일 뿐이다. 다이어트 콜라 또한 일정량 이상 마시게 되면 건강이 나빠진다. 국민은 선거철만 되면 기승을 부리는 ‘다이어트 콜란 민주주의’에 매번 속는다. 영양가 없는 공약은 국민의 목마름을 해소해주지 못한다.

 

영국 기자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분석하면서 무조건 정치인에게만 책임을 돌리지 않는다. 정치적 냉소주의를 극복하지 못해서 ‘익숙한 절망’ 속에서 살아가는 국민의 태도에서도 잘못한 점을 지적한다. 그는 ‘토크 콘서트’ 인기를 부정적으로 본다. ‘문제’를 열심히 지적만 할 뿐, ‘해결책’을 마땅히 제시하지 못하는 토크 콘서트는 정치적 냉소주의를 사라지게 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정치 문제를 전적으로 특정 정치인이 해결하기를 바라는 갈망이 클수록 그것에 대한 실망도 커진다. 토크 콘서트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면 고전적인 의미의 정당정치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도 못한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의 정치 냉소주의를 더욱 부채질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영국 기자는 독자에게 제안한다. 정치 이슈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술집에서 지인들과 토론을 해보라고 권한다.

 

무엇을 어떻게 해주겠다는 선심성 공약보다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면 어떤 고통이 따르고, 어떻게 그 고통을 분담할 것인가를 솔직하게 호소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자세로 나와야 한다. 이런 ‘성의와 진심이 있는 민주주의’에 우리는 모두 목말라 있다. 한국 정치를 요목조목 지적한 영국 기자의 신랄한 글을 읽으니까 그가 운영하는 맥줏집에서 파는 수제 맥주를 마신 기분이 든다. 이렇게 속 시원한 글은 오랜만에 본다. 그렇지만 통쾌한 기분의 여운은 오래가지 않는다. 맥주를 원샷한 뒤에 입안의 혀에 떨떠름한 끝 맛이 남는 것처럼 책을 덮고 나면 ‘익숙한 절망’으로 가득한 정치 현실의 쓴맛이 느껴진다. 이 쓴맛을 지우려면 절망에 무기력한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남겼던 말이 떠오른다. 오로지 참여하는 사람들만이 권력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권력이 세상의 방향을 정한다. ‘권력’이라는 단어가 있는 자리에 ‘민주주의’를 넣어 보자.

 

 

 

 

※ 15쪽에 조슈아 쿨란트칙이 쓴 책 《후퇴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이 책은 《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동녘)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저자명은 ‘조슈아 컬랜칙’으로 표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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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7-29 공감(22) 댓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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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은 없다, 시민만이 남는다 새창으로 보기
 

얼마 전 라디오에서 어느 경제평론가가,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관료들의 문제점을 두 가지로 요약해 설명한 바 있다. 먼저 불필요하고 과도한 비밀주의다. 메르스 사태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꼴값도 이런 꼴값이 없다. 툭하면 국가의 안위가 달린 문제이기에 공개할 수 없다고 하지만, 국가가 아닌 자신들의 안위에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숨기려 한다는 것을 이제 시민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또 하나는 어처구니없게도 자신들은 오류가 없다, 틀릴 수 없다는 강력한 믿음에 근거한 엘리트주의다. 이 역시 헛소리다. 만약 우리 정부 관료들이 그토록 뛰어났다면, 그토록 대단한 양반들이라면 세월호의 비극도, 메르스 사태도, 국정원 해킹 사태 따위도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역시 근거 없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오만함, 시민을 자신들의 아래로 보는 건방짐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더 어처구니가 없었다.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특징을 우리 관료들은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들이 그토록 뛰어나다면, 그토록 자신만만하다면 도무지 숨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별 것도 아닌 것을 대단한 성과인양 과대 홍보하고 자랑질하는 것이 정부 아닌가. 그런 사람들이 자신들의 치적으로, 성과로 자자손손 남을 것들을 숨길 리 없다. 결국 이들은 형편없는 실력을 숨기기 위해 비밀주의를 고수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참으로 몸살이 날 정도로 창피했던 것은 대한민국 관료들의, 지식인들의, 언론들의, 정치인들의 그리고 이제는 슬프지만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체화되어있는 지긋지긋한 사대주의다. 외국인의 시선, 외국인의 평가에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들이 뭐 한마디 칭찬이라도 하면 그게 마냥 좋아 개새끼마냥 꼬리치며 애교부리는 작태는 아마도 우리와 일본이 톱을 이루지 않을까.

 

최근 여당의 대표라는 이가 미국에 건너가 그들 앞에서 큰절을 올린 바 있다. 대한민국은 예의를 아는 민족이기 때문이라는 말을 했던가. 그건 예의가 아니라 노예가 주인에게 굴종하는 모습에 지나지 않았다. 하긴 우리를 지켜주어 감사하다고 주한미군사령관을 업고 한없이 밝은 미소를 만방에 보여준 인물이었으니, 종주국에 가서는 오죽 황송했을까 싶긴 하다. 하해와 같은 영광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대통령 자리도 한 번 해먹어야 하지 않겠나.

 

이런 지독한 노예근성과 사대주의로 말미암아 그 반대의 경우는 오히려 가혹하다. 박노자 교수가 우리 사회의 치부를 날카롭게 드러내자 보수 진영은 물론 일부 진보 진영에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그가 귀화했다는 사실은 중요치 않았다. 파란 눈의 이방인이 감히 우리를 씹었다는 감정은 ‘아몰랑’식 매도로 이어졌다. ‘당신이 우리를 얼마나 잘 알기에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느냐’는 비난이 이어진다. 그런데, 사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비정상적이고 대한민국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지는 일정 정도의 상식과 교양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그걸 모르는 이들이 더 심각하다.

 

때문에 이 책의 저자가 현재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지는 능히 짐작 가능하다. 정부와 집권 여당은 물론 아마 야당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질 것이다. 어쩜 야당이 더 괘심해 할지 모르겠다. 이 책의 상당 부분이 야당 비판에 할애되었으니 말이다. 능히 받아야 할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는 것도 큰 능력인데, 현재 우리 야당은 그런 능력 따위 개한테나 줘버렸기 때문이다.

 

지독하게 피로하다. 역시 지독한 무력감 때문이다. 정상화, 희망, 변화, 꿈, 혁신, 창조, 정의, 상식 따위의 말들이 범람하는 것은 지금 우리가 그 단어들과는 매우 상반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전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희망적이지도 않기에 주문처럼, 웅얼거리고 있을 뿐이다. 더 비참하고, 더 창피하다.

 

저자는 특파원이란 위치에서 바라본 한국사회 그리고 이른 바 고위 관료들과 정치인들을 만나며 느낀 감정을 솔직히 풀어낸다. 어쩜 외부인 이기에 가능한 비판과 지적질이다. 온갖 부패와 어이없는 엘리트 의식, 그것이 비단 우리만의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그 상황이 민주주의의 퇴보와 회복 불가능한 몰락을 가져온다면? 그땐 상황이 달라진다.

 

사실 저자가 보기에 한국 정치는 진정한 좌파와 우파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한 모습을 띠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진보도 보수도 아니면서 기이하게 고착화돼 양분된 좌우 진영논리는 정작 유권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모든 종류의 의제를 집어삼킨다.’ 물론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표면적으로 다른 정당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과연 어떠한 차별성을 느낄 수 있는가. 대북정책에 대한 부분을 제외한다면 난 그렇게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한다. 두 정당 모두 재벌에 관대하고, 기형적 의미의 시장옹호주의자들이다. 복지에 대한 인식도 둘 다 형편없다.

 

게다가 표현의 자유 역시 점점 더 심하게 훼손되어간다. 저자는 다른 국가에서는 이미 사문화되었거나 존재하더라도 형법으로 분류되지 않는 명예훼손죄가 여전히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한국 사회가 기이하다. 이는 시민과 언론에게 재갈을 물리는 효과를 여전히 발휘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대략 살펴보면 명예 따위는 이미 없는 인간들이 꼭 명예훼손으로 타인을 고발한다. 꼴값이다.

 

좌파와 종북이 엄연히 다름에도 싸잡아 종북좌파라는 해괴한 말들을 뱉어내고, 이를 이용한 색깔 공세로 반대파들을 공격하는 한국의 보수 진영은 분명 제정신이 아니다. 오히려 툭하면 군사 기밀을 유출하고, 남북정상회담록과 같은 국가적 기밀 사항까지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을 보면, 이들이 종북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자기들에게 유리하다면 그 어떤 국가 기밀이라도 충분히 이용하고도 남을 무리들이란 걸 이미 증명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어떤 삽질을 하고, 유권자에 대한 그 어떤 배신행위를 한다 해도 이들의 지지율은 큰 변화가 없다는 사실이다. 저자의 조금 과한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기초연금 월 20만 원을 약속한 후, 이를 보기 좋게 파기한 이들에게도, 노령층 유권자들은 ‘파블로프의 개’처럼 자동 반응하여 지지한다. 묻지마 지지, 아몰랑 지지다. 나도 미스터리인데, 저자의 눈에는 얼마나 신기하게 보일까?

 

아울러 영미권 시장옹호주의자들의 시각에는 우리 재벌들 역시 기형적이다. 그는 한국의 대기업 우선주의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자유시장이 존재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대기업이 사실상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업기회가 생겨도 대기업이 차지하고, 그들의 독주에 방해되는 것은 무엇이든 박살난다.

 

신자유주의자들은 가능하면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한국의 ‘사이비’ 자유시장주의자들은 정부가 허가해주는 독과점 혜택을 누려왔고, 막대한 규모의 정부 계약을 따내고, 국민의 혈세로 제공되는 전기 사용료의 보조금을 받아 돈을 벌어왔음에도, 정작 사회에 기여하라는 목소리에는 사회주의 어쩌구 하며 저항한다. 이는 시장옹호주의자가 아닌 그냥 도둑이 아닌가.

 

국가자본부의, 정실자본주의가 한국 재벌의 모습이다. 아, 갑자기 기억난다. 메르스 사태 때 삼성병원 관계자는 이렇게 떠들었다. “설사 국가가 뚫린다 해도 삼성은 뚫리지 않는다”. 이미 권력은 넘어가 버렸다.

 

이밖에도 저자는 우리 정치의 발전,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는 야당이 제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실 꼭 그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어떤 삽질을 하고, 헛발질을 해도 현 여당에 대한 지지율은 기본적으로 탄탄하다. 묻지마 투표가 막강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야당은 실력으로 승부해야 하고, 어설픈 네거티브 전략을 그만 사용해야 한다. 욕하는 것도 계속 들으면 지겹다. ‘너나 잘해’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차기 대선에 정권 교체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먼저 새정치민주연합이 분리 되거나 아예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당사자들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왜 그렇게 시민들이 야당에 대해 분노하고 또한 불신하고 있는지는 알아서 판단하셔야 할 듯하다. 그걸 모르면 영영 패배자로 살 수밖에. 알량한 기득권 지키기나 하면서 말이다.

 

이른 바 삐딱한 서양 좌파가 보여주는 한국 사회는 사실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우리가 바로 그 사회에서 생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저자는 더 신기했나보다. 어떻게 그토록 눈부신 발전과 성장을 이뤄낸 나라가 지금 이따위로 엉망인데, 왜 아무도 여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거지? 물론 이야기한다, 우리도. 다만 그 지겨운 희망고문과 무력감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뭘 해도 안 되는 시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영웅을 기다리지는 말자. 영웅 따위는 없다. 개나 줘버려라. 저자는 안철수 신드롬과 몰락을 이야기하면서, “구세주는 없다, 스스로의 목소리를 찾을 때”라고 말한다. 안철수 개인에 대한 비난은 물론 아닐 것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누군가에게 열광하다 또 너무 쉽게 경멸한다. 한낱 연예인이라면 큰 지장은 없다. 하지만 대통령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지닌 사람이라면? 난리난다. 우리는 지난 5년 한바탕 난리를 치렀고, 지금도 난리 중이다.

 

“욕하는 건 쉽지, 답을 내놓아야 진정 의미 있는 것 아냐?”라고 떠드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지당한 말씀이다. 하지만 요즘엔 욕하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단순히 점잖은 척, 자신은 양반인 척, 입 다물고 있는 것 또한 그리 아름답지는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홀로 모두까기 운동을 하다, 한 두 명이 모이고, 집단 모두까지 운동을 하다보면, 문득 정답이 떠오를지 모른다. 또 당장 지혜가 나오지 않으면 어떠랴. 일단 욕먹을 것은 먹어야 하고, 욕해야 할 것은 해야 한다. 미치도록 힘겨운 이 세상에서 그나마 정신건강을 유지하는 법이다.

 

세상에 넘치는 것이 개자식이고, 양아치이고, 점잖은 척 나 몰라라 하는 더 나쁜 종자들이다. 그런 저랩들과는 확실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저자라고 생각한다. 그의 솔직담백한 한국 모두까기 발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충분하다. 그는 모국인 영국의 실패를 꼽으며 우리가 같은 실패의 길을 걷지 말기를 충고한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균형 잡힌 발전을 제안할 때는 솔직히 고마운 마음이다. 이런 제안 쉽지 않다.

 

이젠 좀 사대주의에서 벗어나 보자. 창피하게 큰절하고 업고 놀자 따위 하지 말자. 그리고 부정과 부패를 관례라 받아들이지 말자. 정치인의 공약 파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말자. 미친놈들을, 도둑놈들을 사랑하지 말자. 내가 낸 세금으로 거들먹거리며 군림하려 하는 건방진 공무원들에게 주눅 들지 말자. 잘라 버리자, 그런 것들은. 그리고 엘리트라 자처하며 혈세를 낭비하는 것들을 찾아내 반드시 학교로 보내자. 마지막으로….

 

돈 푼이나 받겠다고 한국으로 기어들어와 말도 안 되는 소리로 한국을 찬양하는 외국 것들보다는 진정 우리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지적질과 비판을 하는, 그런 외국인들을 고맙게 여기자. 외국에서 아무리 코리아 넘버원이라고 외쳐도, 다 필요 없다. 바로 우리가, 시민이, 이웃이, 가족이 행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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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틀키드 2015-07-30 공감(1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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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새창으로 보기 구매
물흐르는 듯한 자연스러운 번역에 한국인 저자가 쓴 글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쉬운 문체로 읽기가 편했다.저자의 한국의 상황에 정통한 시각이 여느 시사평론가 못지않게 해박하고 다른 OECD국가나 유럽의 상황에 현재 한국의 상황들을 비교해서 설명해 준 점이 한국사회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약간 아쉬운 점이라면 저자의 오랜 한국생활때문인지 좀더 색다른 신선한 내용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박람강기 2015-11-13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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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하면 니들이 뛰든가 새창으로 보기
'답답하면 니들이 뛰든가!', 한때 화제가 됐던 기성용 선수의 미니홈피 문구였다. 매 경기 쏟아지는 왈가왈부에 대한 선수 스스로의 솔직한 발언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어린 시절 올렸던 글이기에 적절히 필터링을 거치지 못 했을 뿐. 뭐 어쨌든 나는 직접 뛸 생각도, 그럴만한 실력도 없다. 어려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축구와는 인연이 없는 편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나조차 해외축구만큼은 왠만하면 챙겨보는 편이다. 박지성으로 시작해 이영표, 이청용, 기성용, 구자철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해외파 선수들의 활약상은 매시즌 빼먹지 않고 지켜 봐왔다. 선수가 골을 넣으면 덩달아 환호했고, 부상을 당하면 입모양을 따라서 욕도 하면서 말이다.

 

스피디한 경기 템포, 천문학적 몸값의 선수들, 고급스러운 카메라 워크 등 해외축구는 여러 가지 재미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몇 번의 월드컵을 거쳐오면서 K리그도 많이 따라오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앞선 요소들과는 다르게 해외축구에만 있고 국내축구에는 없는 것이 딱 하나 있다. 바로 해외 언론의 평가이다. SKY SPORTS 평점, 양 팀 감독 및 선수 인터뷰 등 한국 선수에 대한 해외 평가가 올라오기 전까지 경기는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현지의 모든 반응을 확인하는 순간에야 비로소 안식이 찾아오는 것이다. 심지어 가끔씩은 경기 자체보다 외신의 칭찬 한 마디, 다른 외국인 선수의 SNS 한 줄에 더 큰 감동을 느끼기도 했다. 

 

외국인의 눈에만 보이고 한국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있어서 그런 걸까? 같은 말을 해도 영어로 하면 의미가 달라지는 것인가? 좋은 말을 들었다고 뭘 그리 자랑스러워하며 또 나쁜 말을 들었다 해서 뭘 그리 열을 올릴 필요가 있는가? 사실 이 모든 것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다. 그것이 우리가 해외 반응에 목을 매는 이유다. 비단 축구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Do you know 김치?", "Do you know 강남스타일?", "Do you know 김연아?"까지 우리는 지겹게 들어왔다. 심지어 이제는 영국인이 쓴 한국 정치 서적마저 분야의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다. 이실직고하자면 나 역시도 이 책을 주문했다. 확신이라는 단어와는 동떨어져 있는 한국 정치를 외부인은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했다. 어쩌면 내심 거센 수위의 질타를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서양 좌파가 말하는 한국 정치'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오늘의 책, 바로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이다.

 

자연스레 존 듀어든이 생각났다. 그는 영국 출신이지만 한국 축구계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으로 칼럼을 작성했던 사람이다. 기존 한국 칼럼들과는 다르게 의사표현에 무척이나 솔직했던 그의 칼럼은 많은 지지를 받은 만큼 또 많은 비난도 감수해야 했다.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의 저자 다니엘 튜더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스스로를 '서양 좌파'라고 칭하는 그는 높으신 분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가치관에 입각해 한국 정치계를 조목조목 비판한다.

 

전통적으로 서양에서 말하는 좌우의 개념은 한국에서 행해지는 좌우의 개념과 확연히 다르다.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저자가 한국의 보수(우)를 박정희 주의, 그리고 한국의 진보(좌)는 비박정희 주의라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다. 서양 좌파가 바라보기엔 양측 모두 한없이 대기업 주의에 가까울 뿐. 둘 사이에 차별화되는 구간이 없었다. 단지 조금 더 능숙한 새누리와 어리숙하게 그 뒤를 쫓는 새정치의 모습. 어디 그 뿐인가. 정치인과 국민, 언론도 모두 그의 기준에서는 안쓰러워 보인다. 그 어디에도 진정한 주인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한다. 이대로는 정권이 바뀌어도 현실의 변주일 뿐이며, 이는 곧 민주주의의 후퇴로만 이어질 따름이란다.

 

우와. 엄청 답답하다. 한국인의 시선에서 바라봤을 때도 답답했는데 영국인의 글을 통해 재확인하니 그 답답함이 두 배가 됐다. 역시 검은 눈으로 보나 푸른 눈으로 보나 똑같은 현상인 것은 분명하다. 비판의 화살을 아끼지 않던 이 책은 후반부에 이르러 자연스레 '그러면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떨까요' 식의 제안으로 나아간다. 튜더는 다시 한 번 말한다. 사실상 새정치로는 이제 무슨 짓을 해도 힘들다고 말이다. 당의 이름 정도 바꾸거나 기존 정당의 헤쳐모여로도 소용이 없다. 대신 그는 이탈리아의 '5성운동'이나 스페인의 '포데모스'를 새로운 솔루션의 예로 든다. 이들의 공통점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하는 풀뿌리 정당이 그 시작이라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익숙한 탑-다운을 버리고 바텀-업 방식의 정치를 하자고 말한다. 토크 콘서트에 가서 달변가 한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일 시간에 차라리 지역공동체에서 함께 모여 새로운 아이디어나 제안을 나누자고 말이다. 최근 들어 여러 곳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작은 집단의 힘에 대해 이 책에서도 다시 한 번 힘을 싣고 있는 셈이다.

 

다니엘 튜더의 발언은 일단 여기까지다. 시뮬레이션 끝에 오는 엔딩은 상상만 해도 달콤하다. 하지만 영국인의 제안처럼 대한민국에서 풀뿌리 정당의 성공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사람들은 오프라인에 이어 온라인 상에서도 이뤄지는 모든 통제와도 맞서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건전한 민주주의에는 건설적인 비판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우리가 해외 반응으로부터 배워야할 점이 있다면 바로 이러한 것들이다. 쉽지 않겠지만 우리 국민들도 스스로의 목소리를 키워나가야 하고 또 지켜나가야 한다.


이제보니 기성용 선수의 말이 옳았다. '답답하면 니들이 뛰든가!'는 비단 축구계에서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2015년 대한민국. 이제는 정말로 뛰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워밍업부터 시작하자. 작은 것이라도 상관없다. 우리도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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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양 2015-07-06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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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새창으로 보기 구매
재밌다. 쉽게 읽히기도 하고. 한국 정치에 관해서 진정한 좌파 우파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부분을 꼬집어 명확히 설명해줘서 좋았다. 그동안 알면서도 잘못된 좌우논리에 휘둘린 것 같다.
다만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제시하는 다양한 대안들이... 참 멀게만 느껴진다면. 나는 이 책의 제목처럼 익숙한 절망에 갇혀있는 것일까?
분명 너무 어렵지는 않고 가능한 대안들인데 그 대안들에 마저 희망을 가지기 힘들다면, 나의 문제인 것일까 이 사회의 문제인 것일까?
한국 정치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고 바빠져가니 목소리를 내고 활발히 활동하기 귀찮아진다. 이렇게 절망에 빠진 귀차니즘들이 모여 또다시 우리 사회는 절망으로 빠지게 될까.
한편으로는 답답해지게 만들기만 하는 책이다. 알게 된 것은 있는데 이 사회가 그렇게 돌아가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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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린 2015-06-14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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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새창으로 보기
제목 :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저자 : 다니엘 튜더
옮긴이 : 송정화
출판사 : 문학동네
읽은날 : 2015/11/10 - 2015/11/13

 내가 어릴때는 우리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부끄러워하고 미국의 문물을 동경하고 따라가도록 교육을 받았다.

유일하게 우리나라 전통중 바람직한 것은 어른을 공경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그래서일까? 성인이 되어서도 서양을 동경하고 서양사람들의 말이라면 다 맞을것 같은 편견이 사라지지가 않는다.

서양도 테러범도 있고 사기꾼도 있고 우리랑 똑같은 사람인데 말이다.

그러나 서양 선진국들에게서 하나 부러운 것이 있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이야기하고 자유롭게 말하는데 익숙해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영국출신의 저널리스트이자 지금은 이태원에서 맥주집을 하고 있는 저자가 우리나라의 정치를 보며 훈수를 두는 책이다.

서양인으로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을 말하고 있다.

같은 문화권에서 수십년을 산 나도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서 이해가 안되는데 서양사람의 눈에는 얼마나 이해가 안될까?

책 전반적으로 야당에 대한 불신과 비판이 흐르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나라 야당은 진보 좌파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나라 야당은 진보도 아니고 좌파는 더더욱 아니다. 그냥 보수 정당인데 파쇼정당이 있다보니 좌파로 보일 뿐이다.

진보 좌파라면 노동자의 권리, 환경, 인권, 성소수자문제 등등 전세계적으로 좌파가 관심갖는 일에 이렇게 무지하고 정책에 내용이 없을 수가 없다.

저널리스트로 만났던 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정책은 없고 자기가 외국에서 유학갔다온 이야기만 하고 가는 정치인, 내가 광고주니 내말대로 기사쓰라고 윽박지르는 홍보팀 사람들, 정치인을 구세주처럼 생각하는 팬클럽같은 사람들까지...

창피하다..

책 후반부에는 민주주의를 위해 여러가지 조언을 하고 있다. 특히 런던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도시가 활력을 이룬 영국과 비교하면서 이야기하는 부분은 무척 설득적이다.

서양인으로서의 한계도 보인다. 저자가 제안하는 많은 조언들은 분명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도입되어야 하는 것은 맞으나 약간 나이브하다고 할까..

우리나라가 이렇게 외국인들에게도 걱정스러운 나라라는게 창피하다.

더 잘할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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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을꿈꾸며 2015-11-14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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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고 불편한 한국정치 이야기 새창으로 보기 구매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가 너무 좋아서 기대하고 고르 책이 같은 저자의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이었다. 그런데 한국 정치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은 전작만큼 뛰어난 책인 것 같다.

 너무나도 당연히 이루어지는 공약 파기, 상대방 진영에 대한 인신공격과 네거티브, 언론의 기능부전, 검증되지 않은 유명인에 대한 무분별한 열광, 정책이 부재한 선거. 한국의 정치현실에 대한 이 책의 비판은 타당하다. 나 또한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씁쓸한 정치현실이 얼마나 참담한지는 굳이 이코노미스트 특파원의 고견을 빌어오지 않아도 충분히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책의 제목처럼 익숙하고 불편한 이야기들인지라 신선한 부분은 별로 없었다.

 저자 나름대로 해결방법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의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 "한국 민주주의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정치권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은 우선 새정치연합이 지금 차지하고 있는 자리에 도전해야 한다"(157)라고 저자는 주장하는데, 소선거구제에서 양당제 구도를 탈피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정치적 상식 아닌가. 더구나 새정치연합이 호남이라는 텃밭을 끼고 있는 새로운 야권 정치세력의 대두를 허용할 리가 없다. 

 저자는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모두를 비판하며, 중립적 태도를 견지하려고 한다. 그러나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은 가차없는 반면, 야권의 실패에 대해서는 갑갑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차라리 자신의 정파적 입장을 확실히 드러내는 편이 더 나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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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짱짱맨 2015-08-15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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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새창으로 보기
이 책을 읽고 좋았던 점은 저자가 한국인 부부와 운영한다는 이태원의 `더 부쓰˝라는 맥주집을 알게된 정도가 유일한거 같다. 이태원에서 소문난(?) 맛집이라는데 한 번 가서 먹어보고 싶다.
다사랑 2015-11-01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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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함께하는 기술이다 .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 새창으로 보기
나이들수록 정치는 공기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뭘 읽고 뭘 먹고 뭘 보는지 다 정치적인 행위다.

하지만 보수진영에서는 '정치'라는 단어를 오염시켜버린다.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이라고 폄하한다. 당연히 정치적이다. 우리가 앞으로 살고자 하는 사회를 재정립하는 행위이지 않는가?



이렇게 외국인의 시각에서 한국을 얘기하는 걸 들으면 일단 궁금하다.

100프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타 문화의 경험이 한국의 사회현상을 봤을 때 어떻게 느껴지는지 들으면 내 세계관을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된다.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는 매우 짧다. 87년 이후에 진정한 민주주의의 시작이라고 한다면 30년밖에 안됐다.

하지만 너무 압축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우리의 병폐들이 해결되지 않는 채 눈높이는 북유럽의 선진 민주주의에 맞춰져 있지만 현실의 제도나 같이 사는 사람들의 의식은 그 수준은 아닌 것에 대한 괴리감을 많이 느낀다.



한국의 종북프레임과 고위직의 이해할 수 없는 특권의식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한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뿐만 아니라 민주당에 대한 비판도 거침 없이 한다.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 부재하다는 말에 동감한다. 내 경험상 어떤 조직이든 명확한 비젼이 있는 조직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늘 궁금했다. 비젼이 없거나 하찮게 여기는 이유가 뭘까? 어쩌면 단시간 안에 너무 많은 변화를 격은 우리 사회는 미래에 대해서 계획을 해봈자 소용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러지 않을까?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추구하는 철학과 길이 없이 하루하루 산다는 것은 너무 절망적이다.



조기 대선을 앞에 둔 현재, 야당의 미래 청사진이 있을지 궁금하다.

런던토론회 London Debating Society처럼 일반 시민들이 모여서 다양한 주제로 토론하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가 그런 선례가 있다니 반갑다.

이번 대선때 그런 풀뿌리 민주주의 움직임이 가능할까? 작가가 지적했듯이 만약 지난 대선때 안철수가 그런 도화선 역할을 만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작가가 책을 출판했을 2015년과 탄핵정국을 맞은 지금 너무나도 다른 환경이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북유럽으로 될지 미국처럼 될지 중요한 기로에 서있는 것 같다.

제발 희망찬 미래가 펼쳐지길....








2007 럿거스 대학의 연구원 리처드 라우 는 정치전략으로 사용되는 인신공격에 관한 연구에 대해 메타 분석을 실시한 결과 네거티브 선거전략은 선거에서 이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며 통게적으로 유의미할 정도로 정치문화 전반과 대 정부 신뢰에 ‘압도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Richard Lau

종북과 좌파를 한데 묶어 종북좌파로 싸잡는 행태는 비열하다. 노인 유권자들은 이 수법에 파블로프의 개처럼 자동으로 반응한다.
포퓰리즘 - 한국 보수층에게는 특권층의 희생으로 다수의 국민을 이롭게 하는 것이 모두 포퓰리즘이다. 일반 대중의 감성이나 필요에 영합해 표를 얻는 것이 포퓰리즘이다.

박근혜에 대한 비판은 한국에 대한 비판이고 한국을 비판한 사람은 좌파? 비판하는 사람을 모두 공산주의자로 규정하는 비민주적 담론. 아이러니하게 의견을 표출하는 사람은 민주주의 신봉자가 아니라 독재를 옹호하는 자.

2002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형법상 명예훼손은 정당화할 수 없다. 따라서 모든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폐지되고 필요시 적절한 민법상 명예훼손법으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유엔, 미주기구 OAS, OSCE 의 공동성명을 냈다. 미국 17개 주에서도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존재한다. 하지만 실제 소송으로 이어진 사례는 극히 드물다.

권력층 중 상당수는 자기가 맡은 자리가 마치 타고난 권리라도 부여해주는 양 행동하고 자신을 방해하는 사람은 모두 ‘좌빨‘이거나 말썽을 부리는 사람으로 간주.

이코노미스트의 경우 광고 수입이 전체 수입의 3분의 1에 불과. pink slime
Occam‘s razor 오컴의 면도날 : 한 가지 현상을 설명하는 다수의 주장이 제기될 때 그중 단순한 주장이 맞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논리
davidicke.com
영국 surgey 제도 : 지역구 국회의원 간담회 제도


italy Beppe Grillo Movimento 5 stelle ,M5S
각 지역 공동체에서 함께 모여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아이디어나 제안을 나누며 즐기자
2년만에 650여 개의 풀뿌리 모임이 조직됨
한국 유권자의 3분의 1은 지지 정당이 없을 만큼 기성 정치에 환멸을 느낌

미국 복지 지출은 19퍼센트 수준, 그리스 24%, 프랑스 33% 한국 9 %
영국 1945년 노동당 출신 사회주의자 클레멘트 애틀리가 총리로 당선. 공공의료 구축. 복지 확대 이후 50-60년대 고공 경제성장. 실업률 2퍼센트, 완전고용 상태
복지때문에 영국경제 망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 회장 배임, 고용 승계
부족주의적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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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제비 2017-01-16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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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새창으로 보기
'이주의 발견'으로 다니엘 튜더의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문학동네, 2015)을 꼽는다. 저자는 구면이다. 이미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문학동네, 2013)를 통해서 외부인이 본 한국사회를 예리하게 짚어낸 바 있어서다. '서양 좌파가 말하는 한국 정치'를 부제로 단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은 그 속편으로 읽힌다. 하지만 전자가 영미권 독자에게 한국을 소개하기 위한 의도로 쓰였다면 후자는 한국인 독자를 위한 책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이 책에서 다니엘 튜더는 한국 민주주의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제시하고, 정당과 시민은 민주주의를 정상의 자리로 되돌리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대안을 제시한다. 쇠락이 우려되는 제조업을 위해 한국형 미텔슈탄트를 키우자는 제안, 이탈리아의 ‘5성운동’ 같은 풀뿌리 운동을 시작해보자는 제안 등에서는 그만의 시각이 돋보인다. 한국에 머물며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이코노미스트' 서울 특파원으로 일한 그는 이 책에서 2012년 대통령선거 캠프의 다양한 사람을 만난 경험을 풀어내고, 정치인 및 고위 관료를 접하며 느낀 한국 사회의 부패 문제와 엘리트의 사고방식 문제도 짚었다.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는 '메르스 사태' 때문에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이란 제목을 한번 더 상기하게 되었는데, 저자 또한 마찬가지일 듯싶다. '한국은 왜 저럴까?'라는 심정이지 않을까. 언제까지 '반면교사' 노릇만 하게 될지 심히 염려스럽다. 하긴 그 대답도 알고 있다는 게 문제다. "아몰랑."

 

15. 06.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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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15-06-07 공감 (4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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