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국제고 “동해 바다~” 한글 교가에 日 ‘엇갈린 의견’···일부에선 “모욕적” 반응도
2024.08.23 16:14 입력
조문희 기자
비난보다 “두 학교에 박수” 응원 글도
“문화·경제·스포츠에서 모두 한국에 지기 시작”
결승전에서 우승한 교토국제고 포수 오쿠이 소다이(등번호 2번)가 투수 니시무라 잇키(가운데)를 얼싸안고 있다. 연합뉴스
결승전에서 우승한 교토국제고 포수 오쿠이 소다이(등번호 2번)가 투수 니시무라 잇키(가운데)를 얼싸안고 있다. 연합뉴스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여름 고시엔’으로 불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23일 일본에서는 여러 반응이 나왔다. 대단하다는 반응과 함께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승리 직후 한국어로 된 고교 교가를 부르는 모습이 생중계된 데 대한 반감도 있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옛 트위터)에는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일본의 100년 역사를 가진 고시엔에 한국어 교가가 흘러나오는 것은 정말 싫다. 일본 문화에 대한 모욕”이라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같은 내용을 복사한 글에 대해 누리꾼들은 “교토 ‘국제’를 표방하고 세계 각국 학생을 끌어들이는 다양화를 목표로 한다면 교가를 재검토하는 논의가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냈다.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이날 경기 직후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한국어 교가를 부르는 모습이 공영방송 NHK를 통해 생중계되자 나온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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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일각에서는 “전통의 고시엔 100년을 더럽히는 한글 교가, 일본인으로서 참을 수 없다”며 “교토국제고의 고교야구연맹 제명을 요구한다”는 격한 반응도 내놨다.
반면 이런 반감에 맞서는 글도 이어지고 있다. 한 엑스 이용자는 “어디서 반일감정이 느껴지나. 땡볕 아래서 필사적으로 싸워 이겨낸 두 학교에 박수로 마무리됐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한글 교가니, 조선학교니, 어느 쪽이 일본의 수치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이상한 비판은 필요 없다” “역사에 남을 경기였다”는 댓글도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엑스에 “문화, 경제, 스포츠에서 모두 한국에 지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교토국제고는 교가로 일본 내에서 여러 차례 곤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지난 2021년 처음 여름 고시엔 본선에 진출한 교토국제고는 4강에 오른 뒤 인터넷에서 부정적 댓글을 마주했고 일부 협박 전화도 받았다. 고시엔을 중계하는 NHK가 교토국제고 가사 중 ‘동해’를 ‘동쪽의 바다’로, ‘한국의 학원’을 ‘한·일의 학원’이라고 변경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백승환 교토국제고 교장은 이날 경기 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에도 (혐한 분위기가) 없지는 않았다”면서 “약 5건 정도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 전화가 왔다”고 전했다.
교토국제고는 재일교포들의 자발적 모금으로 1947년 설립된 교토조선중학교의 후신이다. 야구부는 1999년 창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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