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8

알라딘: 1970, 박정희 모더니즘 - 유신에서 선데이서울까지 권보드래,천정환,황병주,김원,김성환

알라딘: 1970, 박정희 모더니즘


1970, 박정희 모더니즘 - 유신에서 선데이서울까지 
권보드래,천정환,황병주,김원,김성환
(지은이)천년의상상2015-04-06
다음































미리보기

|
Sales Point : 850

9.3 100자평(2)리뷰(1)
이 책 어때요?




편집장의 선택
"박정희 시대를 사유할 다른 시선이 필요하다"
유신을 겪지 못한 세대가 어느덧 불혹을 코앞에 둔 오늘, 민주화와 산업화라는 큰 그림은 선명하지만, 근대화를 시도하고 적용하고 살아내며 생긴 갖가지 빛깔과 소리는 여전히 흐릿하다. 독재-민주라는 대립항으로는 1970년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며, 문화와 문학, 역사와 정치학의 사유로, 가장 높은 곳에서 근대화를 지휘한 박정희부터 가장 낮은 곳에서 근대화에 부대낀 민초까지 시야를 넓혀 당대를 재구성하는 시도는, 묘하게도 그때를 이해하는 동시에 오늘로 시선을 돌리게 한다.

기획에 참여한 권보드래, 김성환, 김원, 천정환, 황병주 다섯 학자는 유신의 그림자가 오늘에도 깊게 드리우기에, 오늘의 꼬인 문제를 풀어갈 실마리를 1970년대에서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물론 실마리가 쉽게 보일 리 없고, 이것인가 싶어 당겨보아도 꿈쩍도 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인지 유신의 주체, 신화가 된 박정희, 국민 만들기, 공포정치와 포퓰리즘, 금기를 넘어선 청년문화, 노동자 전태일과 시인 김남주까지, 발견과 접속이 가능한 최대한을 모아 책으로 묶었다. 이 책이 독재-민주 대립항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선을 당장 전하는 건 아니지만, 왜 새로운 시선이 필요한지 확인하고, 가능성을 폭넓게 조망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한 걸음 나아갔다 하겠다. 이를 발판으로 다음 한 걸음도 곧 내디딜 수 있길 기대한다.
- 역사 MD 박태근 (2015.04.10)



책소개
보수에게 유신 시대는 근대화의 기틀을 마련한 영광의 시기다. 반면 진보에게는 1948년 제헌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가 압살당한 오욕의 시기다. 두 입장은 1970년대 한국 사회가 경험한 근대화를 긍정하느냐 부정하느냐의 차이가 있지만, 모두 정치.경제 영역에 중심을 두고 유신 시대를 파악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 1970년대의 일상을 구성했던 구체적인 장면과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책은 박정희부터 이름 없는 장삼이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말과 삶을 통해 유신 시대에 대한 기존 해석이 그동안 조명하지 않았거나 소홀히 다뤘던 부분에 주목하여 문화와 문학, 그리고 역사와 정치학의 사유로 1970년대를 입체적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목차


■ 들어가며

1부 유신의 모더니즘
1장 박정희 시대를 사유할 다른 시선이 필요하다
-‘유신의 모더니즘’, 그 주체는 정권이 아니라 민중
2장 유신, 자본과의 공모 혹은 대결
-유신체제와 자유주의 그리고 욕망이라는 이름의 ‘경쟁열차’
3장 “너, 참 텔레비전이로구나”
-바보상자에 갇힌 대중
4장 권력의 시선, 스크린을 지배하다
-영화, 검열과의 공존
5장 기능올림픽, 패자 부활의 잔혹사
-조국의 번영을 몸으로 이룩하는 산업전사들?

2부 박정희, 일그러진 영웅
6장 대중은 박정희의 성공을 욕망했다
-신화가 된 박정희와 근대화의 역설
7장 ‘퍼스트레이디’ 육영수
-박정희의 냉혹함을 보완한 ‘목련꽃’ 이미지
8장 억압과 부조리를 겨눈 ‘분노의 총성’
-총과 권력: 1970년대의 총기 사건
9장 충성과 반역 그리고 배반
-박정희의 중정부장들
10장 다른 나라, 다른 지도자 사이에서
-1970년대 ‘제3세계’ 지도자 비교론

3부 ‘국민 만들기’, 공포정치와 포퓰리즘 사이
11장 민족사의 재발견과 국민 만들기
-한국적인 것의 발명과 내재적 발전론
12장 발굴의 시대, 왜 하필 경주였나?
-‘신라사’ 복원을 통한 유신정권의 정당성 주입
13장 ‘돈의 맛’, 욕망하는 농민을 생산하다
-새마을운동과 뉴타운
14장 고교 평준화, 불평등을 위한 평등한 경쟁
-평준화로 포장한 ‘국민총화’
15장 정부재정 한 푼도 안 쓰고 시작한 ‘의료보험’
-무전무병의 미망, 의료보험과 의료자본주의
16장 연탄의 추억
-연탄파동과 오일쇼크 그리고 유신의 에너지 정책

4부 1970년대, 유신의 스펙터클
17장 『선데이서울』과 유신 시대의 대중
-독재권력과 대중의 날욕망
18장 권력의 품에 안겨 지배에 봉사한 문인들
-유신 시대 문단권력과 『현대문학』
19장 ‘유신의 금기’를 넘어선 청년문화
-대중문화와 청년문화에 담긴 시대의 욕망
20장 청년문화를 제압한 ‘대마초 파동’
-대마초는 정말로 ‘망국의 병’이었을까?
21장 ‘벗은 몸’, 유신 시대 주변부의 남성과 여성
-스트리킹, 1970년대의 나체들
22장 전위와 1970년대 그리고 유신의 예술
-하길종의 예술영화와 제4집단의 해프닝

5부 유신을 뛰어넘어, 꿈틀거리는 대중
23장 전태일과 열사 그리고 김진숙의 외침
-새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영원한 영웅
24장 유신 시대 한국의 자살
-‘압축성장’을 보이콧한 사람들
25장 유신의 교육과 대중지성의 성장
-개발주의 폭압 속에서 자라난 대중지성
26장 ‘저항의 시혼’ 김남주의 ‘사상의 거처’는 사라졌는가?
-죽을 때까지 ‘전사’로 불리고 싶었던 시인 김남주
27장 자괴감의 이심전심, 유신의 심장을 쏴라!
-부마항쟁, 심성의 연대로서의 저항

집필자 일람 | 주
접기


책속에서


P. 391 부마항쟁은 서울의 투쟁보다 더 큰 저항의 의미를 갖는다. 중심을 향하는 주변부 힘의 전복적 가능성은 주변을 억누르는 중심의 지배적 힘보다 훨씬 거대했다. (중략) 4.19와 5.18 그리고 1987년의 6월항쟁을 잇는 민주화운동사에서 부마항쟁은 지역적 특이성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가진 가치의 일반성을 증명한다. (중략) 이 연대가 계층의 차이와 지역의 경계를 넘을 수 있음을 보인 사례가 부마항쟁이었다. 유신은 이때 이미 끝나 있었다고 보는 게 옳다. 접기


추천글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조선일보
- 조선일보 2015년 4월 4일자 '북카페'
한겨레
- 한겨레 신문 2015년 4월 2일자
동아일보
- 동아일보 2015년 4월 4일자 '책의 향기/150자 서평'



저자 및 역자소개
권보드래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위원. 한국 근현대문학 전공자. 현재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한국 근대소설의 기원』, 『연애의 시대』, 『1960년을 묻다』(공저), 『3월 1일의 밤』 등이 있다.

최근작 : <읽기의 최전선>,<서울리뷰오브북스 11호>,<역동하는 관계와 가족커뮤니티> … 총 37종 (모두보기)

천정환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성사와 현실의 문화정치에 관한 관심을 바탕으로 다양한 연구 성과와 문화 비평을 발표해 왔다. 《근대의 책 읽기》, 《조선의 사나이거든 풋뽈을 차라》, 《근대를 다시 읽는다》(공저), 《1960년대를 묻다》(공저), 《대중지성의 시대》, 《자살론》, 《촛불 이후, k-민주주의와 문화정치》, 《숭배 애도 적대》 등이 있다.

최근작 : <민중의 시대>,<해금을 넘어서 복원과 공존으로>,<지식을 공유하라> … 총 38종 (모두보기)

황병주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한국현대사 전공,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 『4월혁명의 주체들』(공저), 『1970 박정희 모더니즘』(공저) 등.

최근작 : <윤보선과 1970년대 한국정치>,<삼척 간첩단 조작 사건>,<4월혁명의 주체들> … 총 19종 (모두보기)

김원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한국학중앙연구원 사회과학부 교수이다. 서강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정치외교학과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쳤다. 구술사학회 편집위원, 『실천문학』 편집위원 등을 맡았으며, 주요 저서로 『잊혀진 것들에 대한 기억』(1999), 『여공 1970, 그녀들의 반역사』(2006), 『87년 6월 항쟁』(2009), 『박정희 시대의 유령들』(2011) 등이 있다. 최근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냉전 시대 동아시아에서 국경을 넘는 밀항자, 망명자의 기억과 이야기에 관한 것이다.

최근작 : <내가 내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한국의 커피 수용과 변천>,<서울리뷰오브북스 8호> … 총 35종 (모두보기)

김성환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1972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6년 <문학사상> 평론부문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부산대학교 인문학연구소에 재직 중이다. 한국 현대문학 및 문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작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공저로 <1970 박정희 모더니즘>, <한국문학의 중심과 주변의 사상>, <금지의 작은 역사> 등이 있으며, 공역으로 <번역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최근작 : <1970년대 대중문학의 욕망과 대중서사의 변주>,<금지의 작은 역사>,<주변의 횡단과 문화생태성의 복원> … 총 8종 (모두보기)


출판사 소개
천년의상상
출판사 페이지
신간알리미 신청


최근작 : <솔로 에이저>,<이한우의 『논어』 강의>,<공부하는 사람, 이현옥>등 총 89종
대표분야 : 조선사 1위 (브랜드 지수 8,957점), 철학 일반 19위 (브랜드 지수 26,338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박정희와 유신, 1970년을 되묻는다
박정희 시대가 남긴 기억과 상처 그리고 유산의 양은 다른 어느 시대가 남긴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이 깊고 크다. 공이든 과든 그가 남긴 게 많을 수밖에 없다. 이 책은 1970년대의 정치·사회·문화사를 새로운 각도에서 이해하고, 박정희의 유산이 여전히 흘러넘치는 이 땅의 오늘을 헤쳐나갈 지혜의 일단을 찾아간다.

지금! 그때보다 어둠이 더 깊다
보수 세력은 산업화를 자랑하고 진보 세력은 민주화에 대해 자부심이 크지만, 산업화와 민주화의 현재 모습은 초라하기만 하다. 입시에 시달리는 10대나 청년실업에 직면한 20대, 구조조정을 걱정하는 30~40대나 노후불안으로 우울한 고령세대를 보면 우리 사회가 일궈온 게 과연 무엇이었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1. 1970, 박정희에서 선데이서울까지
― 문화와 문학, 역사학과 정치학의 사유로 1970년대를 재조명하다 ― 이 책에서 듣다

보수에게 유신 시대(1972~1979년)는 근대화의 기틀을 마련한 영광의 시기다. 반면 진보에게는 1948년 제헌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가 압살당한 오욕의 시기다. 두 입장은 1970년대 한국 사회가 경험한 근대화를 긍정하느냐 부정하느냐의 차이가 있지만, 모두 정치·경제 영역에 중심을 두고 유신 시대를 파악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 1970년대의 일상을 구성했던 구체적인 장면과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1970, 박정희 모더니즘-유신에서 선데이서울까지》는 박정희부터 이름 없는 장삼이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말과 삶을 통해 유신 시대에 대한 기존 해석이 그동안 조명하지 않았거나 소홀히 다뤘던 부분에 주목하여 문화와 문학, 그리고 역사와 정치학의 사유로 1970년대를 입체적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권보드래 | 서울의 공기가 답답하여 옷을 홀라당 벗고 종로거리를 달리는 스트리커, 1970년대 아시아의 지도자들 사이에서의 박정희의 포지션, 개발과 투기 열풍 등으로 한국 사회의 지배적인 욕망이 그 시대로부터 자라나 오늘에 이른 사정을 이야기한다.

김성환 | 1970년대 사람들은 외부에서 들어온 문화를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수용했다. 1970년대 한국 전위예술과 ‘선데이서울’로 대표되는 성인문화와 텔레비전문화, 그리고 마약에 대한 흥미로운 서술을 통해 독재권력과 대중의 생생한 욕망을 보여준다.

김원 | ‘잘살아보세’ 구호 속에 모든 것이 종속되어야 했던 권위주의 시대. 그리고 전태일 열사 분신 이후 ‘열사 정치’가 시작되고 문화재 발굴을 통해 ‘한국적인 것’의 발명이 진행된 역사를 말한다.

천정환 | 1970년대 한국인들은 압축성장이라는 미증유의 경험을 하면서 삶의 태도와 문화가 바뀌었다. 오늘의 한국 사회를 만드는 데 정말 중요했던 것은 박정희의 통치가 아니라 이 시기에 축적된 대중의 문화적 힘이었음을 강조한다.

황병주 | 유신 시대는 정치적으로는 최악의 파시즘 체제였으나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으로 전환하는 출발점이기도 했다. 1970년대의 긴급조치와 신자유주의의 사상적 아버지인 하이에크의 한국 방문 등을 다룬다.

박정희 시대가 남긴 기억과 상처 그리고 유산의 양은 물론 다른 어느 시대가 남긴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이 크고 깊다. 그 기간은 무려 18년이었다. 거꾸로 헤아려 이명박, 노무현, 김대중 시대 각 5년씩 15년에다 김영삼 시대의 일부까지 합쳐야 되는 참으로 길고 긴 기간이다. 1960~1970년대의 ‘시간의 속도’는 어땠을까? 변화가 빠른 대한민국의 시공간에서 18년이면 거의 겁(劫) 아닌가? 유신 시대만 해도 무려 7년에 이른다. 북녘의 김씨들이 더 질기긴 하지만, 조선의 이씨 왕 중에 18년 이상 통치한 경우는 얼마나 될까? 공이든 과든 박정희가 남긴 게 많을 수밖에 없다. ― 본문 4~5쪽, 〈들어가며〉에서

2. 유신 시대 사람들의 삶과 앎, 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 독재권력과 대중의 날욕망의 만남 ― 이 책에서 보다

최첨단 뉴 미디어 텔레비전, 그것은 산업화라는 변화의 중심에서 우리 삶을 새롭게 조직하고 관계를 만들어낸 핵심적 미디어였다. 가족공간의 주인공이었다. 텔레비전 보급률이 10퍼센트도 되지 않았던 때에 ‘바보상자’론이 통용되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어떤 내용이든지 선데이서울에 실리기만 하면 저급과 허위의 혐의를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선데이서울은 1970년대의 삼국유사 같은 미디어였다. ‘선데이’의 유흥을 즐기려던 당당함과 뻔뻔함, ‘성’과 ‘부’라는 당대의 터질 듯한 생생한 욕망은 어떻게 표현되었을까?
1974년 3월 8시를 조금 넘은 출근길, 안암동 차로 한복판에서 20대 남성이 옷을 벗는다. 청년은 200여 미터를 달리다 골목으로 사라졌다. 외국의 스트리킹에 대한 신문 보도가 시작된 지 1주일 후였다. 청년은 무엇 때문에 옷을 벗었을까?
지금 우리들의 일상, 향유하는 문화, 대중의 감성 등 여러 측면에서 한국 사회의 ‘원형’이 만들어진 시기가 1972~1979년이다. 성장제일주의, 전체주의적 병영문화, 노동에 대한 자본의 우위 등 오늘날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이 이 시기에 깊이 뿌리내렸다. 1980년대는 이전 시대에 대한 의식적 ‘부정’이었으나, 그 의도는 제대로 관철되지 못했다. 유신 시대를 살았던 장삼이사들은 시장의 자유를 통해서 유신의 모더니즘을 실감했을 것이다.
박정희는 자유주의를 경계·혐오했으며 ‘서구식 자유주의’에 맞서 한국적/민족적 민주주의를 주장한 것은 사실이다. 박정희가 구상·실천한 것은 국가자본주의적 체제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자본주의를 위해서라도 박정희는 한국인의 삶을 자본주의적인 것으로 재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본주의적-자유주의적 삶을 상징하는 단위로서의 중산층 핵가족 역시 박정희 통치기를 통해 자라났다. 새마을운동은 생산성 증대운동이었으나, 그보다 도시-중산층적 삶의 모델을 농촌에 파급시킨 생활개조운동이었다. 이들은 오래된 촌락 공동체 및 대가족의 삶을 잘라내고 중산층-핵가족을 생산해 내는 주거기계인 아파트에 입주했다. 한국에서 아파트란 문화적·상징적 가치를 갖고 있는데, 그 핵심은 자본주의 이전(외부) 관계에 대한 거부다. 중산층과 개발독재의 관련은 이중적이다. 정권은 중산층 육성을 핵심적 과제요 성과라고 역설했지만 중산층의 자유주의적 욕망은 정권의 기획을 뛰어넘었다.

유신 시대 대중문화와 문화적 모더니즘은 결코 부차적이거나 이차적인 것이 아니었다. 1970년대의 대중문화는 더 다변화되고 폭이 훨씬 두터워졌다. 그것은 탄압과 검열도 거스르지 못한 ‘대세’였다. TV와 라디오가 국민들의 가정으로 보급되면서 일상의 문화는 물론 미디어와 인간의 관계 자체를 바꾸어나갔다. 사회 전체가 보유한 근대적 앎과 교양의 양과 폭도 달라졌다. 개발과 경제발전의 결과가 축적됐을 뿐 아니라 20세기가 개막된 이후 축적돼온 앎을 향한 대중의 열망이 가장 광범위하게 발휘되고 실현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여공들이 다닌 산업체 특별학급부터 탄압에 신음하던 대학까지, 한국 지성사는 새로워지고 있었다. 본격예술이나 서구적이고 전위적인 문화도 함께 유신의 검열체제를 뚫고 성장했다. ― 본문 24쪽, 〈1장 박정희 시대를 사유할 다른 시선이 필요하다〉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 ‘성적 수치심’과 ‘성적 흥분’이란 말이 여기서 시작되거니와 그 기준은 형편없이 자의적이었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에 대한 단속 기준이 “속옷이 비치는 칠칠치 못한 여자”, “경찰이 보기 민망스러운 아가씨” 등 주관적 판단을 포함하는 상황에서 통제의 합리성을 찾기란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선데이서울』 화보는 대중의 선택을 받았고, 통제권력 또한 이를 적당한 선에서 존중해주었다. 『선데이서울』의 ‘쇼킹화제’, ‘놀랐지 정보’만 보면 한국 사회는 온통 성 해방에 도취된 듯 보인다. 그런데 『선데이서울』은 성적 문란의 반대급부로서 현모양처 여성상을 제안하기도 한다. 『선데이서울』은 성에 한없이 개방적인 여성상을 그리면서도 여기에 현모양처 여성을 병치함으로써 욕망과 검열의 극단을 적절히 얼버무려놓는다. ― 본문 252∼253쪽, 〈17장 『선데이서울』과 유신 시대의 대중〉에서

3. 유신의 모더니즘, 그 주체는 한 사람이 아니라 대중이다
― 박정희 시대를 사유할 다른 시선이 필요하다 ― 이 책이 말하다

‘유신(維新)’은 후발성과 국가주의, ‘동원된 근대화’와 반민주의 상징어다. 1972년 10월에 발포된 유신은 총체적 억압과 불법적 통치, 인권말살의 기호였다. 비정상적인 체제나 암흑시대에도 ‘유신의 모더니즘’은 있는가?
‘개발독재시기’로 불리는 박정희 통치기는 한국 사회를 자본주의적으로 본격 재편한 시기였다. 비록 그 시절 헤게모니를 다투던 이데올로기는 자본주의-자유주의로 일관되게 수렴되는 것이 아니었으나, 1960~70년대를 통해 일어난 가장 뚜렷한 변화는 근대-자본주의 체제가 확고하게 뿌리내렸다는 사실이다. 자본주의는 사회 구조를 바꾸었을 뿐 아니라 주체의 습관과 내면까지 변화시켰다는 점에서 ‘모더니즘’이다.
《1970, 박정희 모더니즘-유신에서 선데이서울까지》는 유신을 생각하는 방법과 관련하여 세 가지 기본 관점을 제안한다. 첫째 박정희 정권이 추진한 근대화·산업화는 단지 한국이라는 일국 수준에서 성취된 것도 아니고 실제로 그렇게 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근대화·산업화 세계 분업체제에의 편입과 ‘서구화’였으며, 이는 동아시아 반공전선 구축을 위한 교두보의 건설을 의미하기도 했다.
둘째, ‘산업화 대 민주화’라는 이분법과 박정희 ‘리더십론’을 넘어서야 한다. ‘우리가 그래도 이만큼 살게 된 건 그분 덕택’이라는 노예논리에 빠져 있는 이들이 아직도 적지 않다. 그러나 사실 1960년대에도 1970년대에도 박정희식 쿠테타와 통치 정책이 이 나라에 꼭 필요하지는 않았다. 일본, 타이완, 북한, 싱가포르,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같은 아시아 나라들의 경제성장과 정치적 상황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셋째, 박정희 체제의 시작과 종말 그리고 성장과 민주주의는 대중의 참여와 동원에 의해 결정되었다. 전체주의 뺨치는 철권통치가 8년 만에 끝장이 난 것은 대중의 결정에 의해서였다. 대중은 언제나처럼 근대화와 경제성장 그리고 복지에는 ‘동의’해주었는데, 박정희는 그런 정책과 몇 가지 성공에 대한 동의를 자신에 대한 지지로 오해하고 영구집권으로 횡령하려 했다. 그러면서 질문을 던진다. 박정희 치하 18년 동안의 총선과 대선에서 단 한 번이라도 노골적인 관권·금권·군권 개입 없이 공정하게 선거가 치러진 적이 있었는가?

문화 면에서도 그랬다. ‘후기 식민국가’의 두령이었던 박정희는 필요에 따라 민족주의자 코스프레를 하곤 했다. 특히 유신 이후 미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고 68혁명 전후 ‘우드스탁’이나 비틀스로 상징되는 급진적 청년문화와 세계적인 문화조류가 마치 섬 같던 한국에도 일부 유입되자 주체성과 민족주의를 강조하고 검열체제를 ‘풀가동’한 것이다. 하지만 다 막지는 못했다. 한국 청년들도 히피처럼 머리를 기르고 청바지를 입고 존 레넌과 레드 제플린을 들었다. 하길종은 미국에서 영화를 배워 와서 청년영화 〈바보들의 행진〉을 만들었고 신중현은 한국 록을 꽃피웠다. 이문구가 《우리 동네》에서 묘사했던 것처럼 잔존하던 전통사회가 붕괴되고 일상적 삶의 양식은 근저로부터 서구화되기 시작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펼쳐진 ‘근대화’ 과정과 등가를 지닌 것이기도 하다. ― 본문 19~20쪽, 〈1장 박정희 시대를 사유할 다른 시선이 필요하다〉에서 접기


구매자 (0)
전체 (2)
공감순







‘박정희‘를 읽는 것은 시대를 읽는 것이다. 그 당시엔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였던 여러 사건들을 다시 들여다보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도 많았다. 1960~1970년대 그리고 그 후까지 이어지던 독특한 사회구조와 문화는 현재 진행형인 것도 적지 않다.
쎄인트saint 2021-03-15 공감 (18) 댓글 (0)
Thanks to
공감





유신 시대를 바라보는 다양한 반사경들. 입체적이고 구체적이다.
술래 2017-10-13 공감 (0) 댓글 (0)
Thanks to
공감





마이리뷰
구매자 (1)
전체 (1)
리뷰쓰기
공감순




유신시대, 어디까지 알고 있나








이 책의 원 글은 󰡔경향신문󰡕 연재물이다. 박근혜 정권 시절이니까 지금으로부터 한 6여 년 전이 아닌가 싶다. 북한이나 미국이나 대만처럼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대권을 쥔 예는 있었지만, 아버지에서 딸로 대권이 주어진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경우였다. 그런 탓인지 몰라도 박근혜 대통령 통치 시기를 살면서 그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을 떠올리게 되는 건 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신문 연재라는 포맷 상 한눈에 잘 들어오지도 머리에 오랫동안 안착하지도 못하는 내용이라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보고 지나치고 말았다. 이 연재물을 맡은 이들은 한국 현대사와 문학 전공자들로서 그중에서도 명민하고 글솜씨 좋기로 소문난 사람들인지라 그들의 손으로 타고 넘어오는 역사적 사실들과 그에 대한 해석들을 흡수하는 시간은 꽤 흐뭇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연재물들은 시세의 흐름에 따라 곧바로 책의 형태로 묶였던 것같다. 어쩌면 연재하기 전부터 출판 계약이 돼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을 내는 쪽의 염원과는 달리 독자들은 그렇게 부지런하지 않은 법이다. 그래서 나 역시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다 미루다 올 초에 사서 정독을 하게 됐다.



1970년대 하면 유신독재와 산업화로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그건 아마도 관제 교육이 심어놓은 불가피한 선입관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시기의 면모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총체적인 측면에서 사회 세력 간의 역동적인 관계를 고려하여 시종일관 객관적인 태도로 그려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자신의 정치적인 시각이나 이해를 떠나 1970년대의 삶을 바라보는 소중한 하나의 시각으로 삼을 수 있을 것같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이해하게 된 점이 많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vod 서비스를 통해서 󰡔그땐 그랬지󰡕라는, 이 책이 조명하고 있는 시대와 거의 일치하는 시대의 삶을 담아낸 tv 다큐멘터리를 퍽 흥미롭게 보았다. 물론 정치적인 관점을 의도적으로 제거한 흔적이 뚜렷하지만, 기록으로서의 가치는 매우 큰 영상물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인간은 무수한 현재를 살아가지만, 그 무수한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무수한 과거를 돌이켜보게 된다. 단지 회고적 감상에 젖기 위해서 과거를 들여다보는 건 아니다. 만약 그게 가능한 때가 있다면, 아마 그건 생을 다 살고 정리할 때쯤일 것이다. 그렇게 보면, 내 생은 여전히 정리할 때는 아닌 것같고, 지금 현재의 삶과 1970년대, 1980년대는 끊임없이 되새겨야 할 가까운 과거임에는 분명한 것같다. 그럴 때마다 좋은 친구나 선생을 만나는 건 무척 중요한 경험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값지다.








- 접기
wasulemono 2020-01-27 공감(6) 댓글(0)
Thanks to
공감


====
그래도 박정희가 이만큼 키웠다?
김혜영 기자 입력 2015.04.03 13:28 0 0
1970, 박정희 모더니즘 권보드래 김성환 김원 천정환 황병주 지음 천년의상상 발행ㆍ412쪽ㆍ1만9,000원
1970, 박정희 모더니즘 권보드래 김성환 김원 천정환 황병주 지음 천년의상상 발행ㆍ412쪽ㆍ1만9,000원


“잘 살아보세”의 호소력은 압도적이다. 초동급부의 소박한 욕구를 흔든 이 구호는 국토 곳곳에 스며 1970년대를 지탱했다.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경제는 참 잘했는데 독재가 문제”라는 식의 박정희 리더십 평가의 한 축을 떠받든다. 그때 그 시절이 독재나 파시즘의 틀 안에 머무르지 않고, 누구에게는 향수까지 불러일으키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1970, 박정희 모더니즘’은 당대를 구성한 이들의 삶의 개별 장면들을 조명하며 박정희 리더십의 맨 얼굴에 접근하는 책이다. 하나같이 “박정희 시대에 태어나 그 따님의 시대를 살아가는 팔자”인 5명의 인문학자들이 경향신문에 연재한 글을 다듬어 엮었다.


“그때서야 처음 국가와 재벌의 위력을 실감하고, 처음 공장에서 일하고 도시에 살며 자본주의자가 돼 갔던” 당대인이 겪어 낸 속도전은 흥미와 의분을 동시에 일으킨다. 국가성장에 혹사당할지라도 저녁이면 텔레비전과 라디오 앞에 모여들고, 선데이서울에 도취돼 물욕과 성욕을 폭발시킨 시대. 개발과 투기 광풍 속에 강남이 개발되고 동시에 온 국민이 문화재 발굴 장면에 흥을 돋운 시대. 영부인이 고운 자태로 ‘국모’역을 자임하는 동안 전태일이 산화하고 여성노동자들이 똥물을 뒤집어 써야 했던 시대.


각 조각을 모아 저자들이 완성한 그림은 “국가자본주의 명령 하에 재편된 시민들이 겪어낸 총체적 억압과 불법적 통치, 인권말살의 기호”이며 이른바 유신 모더니즘이다. 이들은 세 가지 관점에서 유신 모더니즘의 과장된 신화를 조목조목 깨뜨린다. 첫째, 당대 추진된 근대화와 산업화는 단지 한국이라는 한 나라의 수준에서 성취된 것이 아닌 세계 분업체제로의 편입이자 서구화였다는 점. 둘째, 재앙에 가까웠던 정권 초기나 말기 경제정책에 비춰볼 때 “그 분이 그래도 나라 이만큼 키웠다”는 ‘노예논리’는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 셋째, 박정희 체제를 지탱한 것도 끝장낸 것도 모두 대중이었다는 점이다. 비록 유신의 마지막 장면은 김재규의 탄환이 장식했으나 부마항쟁 등의 폭발력이 한몫 했다는 것이다.


1976년 압구정동의 풍경이다. 무서운 속도로 들어선 강남 개발과 욕망의 상징 고층 아파트를 보며 밭을 일구는 농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 지역 땅값은 76년부터 3년 만에 7~8배 뛰었다. 천년의상상 제공
1976년 압구정동의 풍경이다. 무서운 속도로 들어선 강남 개발과 욕망의 상징 고층 아파트를 보며 밭을 일구는 농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 지역 땅값은 76년부터 3년 만에 7~8배 뛰었다. 천년의상상 제공
저자들은 “피눈물 나는 희생을 감내하면서도 산업화ㆍ도시화가 자기에게나 공동체에 이익이 된다고 굳게 믿은 민초들”이 유신 모더니즘을 받쳐냈고, “부끄러움과 분노라는 심성의 연대”가 이를 끝냈다고 봤다.


“허름한 작업복 차림의 노동자는 물론, 다방 아가씨와 호스티스까지 거리로 나왔을 때 사람들은 ‘세상은 이미 달라졌다’ ‘유신도 박정희도 이젠 갔다’고 생각했다. 도시 하층민들이 다시 거리를 메운 것은 부마항쟁 때에만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4.19혁명과 1980년 광주도 이와 같았다.”(387쪽)


그에 비하면 여전히 피폐하면서도 개선을 부르짖을 기력마저 잃고 실신(失神)한 2015년 우리네 모습은 어떤가. 그러고 보면 ‘후기 유신 모더니즘’의 이름은 ‘실신 모더니즘’쯤 되겠다. 우리는 과연 잘 살아봤나. 아니라면 비극을 끝장 낼 의지라도 있나. 분노하기는커녕 상냥한 표정으로 먹방(먹는방송)에 사로잡힌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