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구 전 주독일대사 대사시절 이야기 책으로
기자명 김미나
입력 2021.07.06
<가까워지며 변화하기> 페이스북 인기연재물 100여편 담아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중부4군 국회의원과 주독일대사를 역임했던 정범구(67) (재)청년재단 이사장이 대사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책 <가까워지며 변화하기>를 출간했다.
<가까워지며 변화하기>는 정 이사장이 독일대사로 재임했던 2018년 1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약 3년간 페이스북에 담은 이야기 100여편을 수정보완한 책이다.
이 책은 ‘주독대사의 일상’, ‘거물의 향기’, ‘가까워지며 변화하기’ ,‘알록달록 독일정치’. ‘관저이야기’,‘ 외교관의 시계’,‘위대한 재독한인들 그리고 대한민국’등 모두 7부로 구성돼 있다.
책에는 빌리 브란트 전 독일총리가 베를린시장 시절에 관사로 썼던 주독대사관저 소개와 한국과 독일간 월드컵경기 후일담 등 다양한 주제와 대사로서의 소감을 담은 글들이 게재돼 있다.
특히 독일통일 이후의 사회상에 대한 현장방문과 관찰, 남북대화와 통일에 대한 독일 정치인들의 조언과 전망, 현지에서 마주쳤던 북한대사와의 인연 등 통일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다수 실려 있어 눈길을 모은다.
강경화 전 외교부장관은 추천사를 통해 “경쾌하고 때로는 익살맞은 그의 필체는 자칫 엄숙하거나 근엄해 보일수 있는 외교현장을 훨씬 가깝게 다가오게 한다”고 소개했다.
정 이사장은 충북 음성 출신으로 서울 성동고를 졸업하고, 경희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이어 독일 마부르크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6대 국회의원(경기도 일산동구)과 18대 국회의원(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을 지낸 바 있다.
정 이사장은 “대사시절에 겪은 이야기등을 엮은 글을 책으로 펴내니 새로운 감흥이 찾아온다”면서 “코로나19로 힘든 국민들에게 글로벌한 시각과 여유를 가져다줄 책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의 출판기념회는 12일 오후 4시 청주 문화제조창 내 동부창고 카페C에서 열린다. 도서출판 태희. 338쪽. 1만8000원. 김미나 기자 kmn@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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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구 “‘타협의 예술’ 獨 정치…정당이 韓 정치 이끌어야” [북악포럼]
정승현 기자 승인 2023.11.29
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244) 정범구 전 국회의원
“승자 독식 거부 의원내각제…연정으로 타협·양보”
“다른 연정 이룬 중앙·지방정부 공존…지역정당 고려할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승현 기자]
정범구 전 독일 대사가 서울 정릉에 있는 국민대학교 본부관에서 열린 ‘북악정치포럼’에서 ‘독일정치 이해하기 – 연정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시사오늘 정승현 기자
정범구 전 의원이 서울 정릉에 있는 국민대학교 본부관에서 열린 ‘북악정치포럼’에서 ‘독일정치 이해하기 – 연정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시사오늘 정승현 기자
“독일은 현재 각각 빨간색과 녹색, 노란색으로 표현되는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자유민주당이 모여 신호등 연정을 이뤘습니다. 다수당인 사회민주당이 총리를 맡고 부총리격인 산업부 장관은 녹색당, 교통부 장관은 자유민주당이 맡는 등 정당 의석 비율에 맞게 정부를 구성했습니다. 독일에서는 이런 정치(연정)가 70년째 이어지며 긴장과 협력이 공존해왔습니다.”
정범구 전 국회의원은 독일 정치의 연정을 이렇게 설명하며 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의당 등 여러 정당이 모여 내각을 구성하기 어려운 한국 현실과 비교했다. 또한 대의제 민주주의 아래서는 정당이 정치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독일의 의원내각제를 참고할 것을 주문했다.
사표로 표의 등가성 문제 대두… “의원내각제의 타협과 양보 필요”
정 전 의원은 지난 28일 국민대 정치대학원이 개최한 <북악정치포럼>에서 ‘독일정치 이해하기 – 연정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정 전 의원은 마르부르크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16대(2000~2004년) 및 제18대(2009~2012년) 국회의원으로 지냈고,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1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주독일 대한민국 대사를 맡았다. 현재는 청년재단 이사장이다.
한국 정치제도의 권력구조 개편안으로 논의되는 의원내각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이번 강연을 준비했다고 정 전 의원은 설명했다. 정 전 의원은 “대개 대통령제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상상하지만 당선자를 뽑지 않은 유권자는 국정 운영에서 소외되는 ‘표의 등가성’ 문제 때문에 권력구조 개편 주장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원내각제는 기본적으로 승자 독식을 거부하는 체제이므로 타협과 양보가 정치에 녹아있다는 점을 한국 정치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원내각제는 의회에 진입한 정당의 득표 비율에 따라 총리와 장관 등 정부 인사를 임명하는 체제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정부를 구성한다. ‘2권 분립’, ‘51%의 민주주의’라고도 비유된다. 한 정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 하는 경우 다른 정당과 뭉쳐 ‘연정’을 구성한다. 의원내각제는 타당과의 연합과 협의가 늘 전제된다.
한반도에서 남북이 통일되면 의원내각제가 정치체제를 통합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는 주장도 정 전 의원은 덧붙였다. 그는 “독일은 (의원내각제 하에서) 동독지역의 국회의원들이 의회에 새로 들어와서 연방국회를 채우는 것으로 권력구조를 자연스럽게 통합했다”며 “대통령제 하에서 남북이 통일되면 북한보다 인구가 3배 많은 남한 출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 북한 사람들의 정치적 소외감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내각제 채택 獨…나치 교훈으로 시민이 연정 요구
특히 정치의 중심에 정당을 둔 독일처럼 한국 정치도 정당이 이끌어야 한다고 정 전 의원은 강조했다. 정 전 의원은 “한국 정치는 팬덤이 정당을 압도하고 여당 같은 경우는 대통령실 눈치를 보느라 제 색깔을 못 낸다”고 짚으며 “대의제 민주주의 아래서는 정당이 정치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해 연정이 자리잡은 대표적인 국가로 꼽힌다. 이러한 배경에는 히틀러와 나치의 1당 독재로 빚어진 비극이 있다. 정 전 의원은 “1949년 서독 독일연방공화국 성립 이래 정당 한 곳만으로 하원에서 다수당이 구성된 적은 단 한번도 없다”며 “나치 1당 독재 경험으로 독일인들은 자기 지지 정당이 있더라도 한 당에 표를 몰아주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독일 녹색당의 의회 진입 과정은 다양한 색깔을 가진 정당이 진출하는 독일 의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정 전 의원은 “1982년 의회에 처음 진입한 녹색당의 의원들은 장발에 정장을 갖춰입지 않는 등 의회를 떠들썩하게 했지만, 40년째 연정을 이뤄 집권여당의 경험을 쌓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 녹색당원들은 기름 소비와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독일 고속도로 아우토반의 속도제한을 40년째 주장하고 있지만 의회에서 받아들이지 않아 골수 당원들이 반발한다”면서도 “녹색당도 다른 정당과 타협해서 연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의회에 다양한 색깔이 나타나고 환경정책이 반영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당 달라도 지방·연방정부 공존…“지역 대변 정당 고려할 만”
연방제를 채택해 지방정부의 권한이 강한 독일 정치 구조에서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타협의 예술’을 보여준다. 정 전 의원은 “독일은 각 연방도 중앙정부처럼 의원내각제를 채택해 주의회 다수당이 주 정부의 총리를 맡으면서도 연정을 이룬다”며 “각 지방정부가 구성하는 연정은 중앙정부의 신호등 연정과 달라 갈등이 있을 것 같지만 ‘타협의 예술’을 배웠기 때문에 도지사와 부지사, 국장 등의 자리를 정당 의석비율로 배분한다”고 말했다.
지방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정당을 존중하는 독일 정치의 분위기도 있다. 예를 들면, 기독교사회연합(CSU)은 뮌헨이 있는 바이에른 주에서만 활동한다. CSU의 활동을 존중하기 위해 기독민주당은 바이에른 주에 공천하지 않는다. 대신 CSU는 다른 지역에서 의석을 확보하지 않는다. 정 전 의원은 바이에른 주의 CSU를 사례로 들어 “한국 정치의 지역주의가 이전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차라리 지역정당을 인정하고 다양한 지역의 목소리를 (제도권 정치에) 담아내자는 논의가 나온다”며 “독일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다만 지방자치 권한과 범위가 넓은 독일 정치도 한계를 안고 있다. 예컨대 정책을 세우며 연방정부가 주 정부와 오랜 기간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기민한 대응이 어렵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020년 코로나 유행 때를 예로 들어 “코로나 확산 때 독일은 연방 주에 1차적으로 확산을 막을 책임이 있기 때문에 주별로 대책이 중구난방이었다”며 “당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주지사들을 소집해서 조율해야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극우 성장 못 피한 獨…일자리·동서격차 ‘난민 탓’ 전략 먹혀
이렇게 의원내각제로 협치를 실천하는 독일 정치도 극우정당의 득세를 피하지 못했다. 정 전 의원은 일자리 없는 성장을 난민 탓으로 돌리는 전략이 먹혀든 데다 문화가 다른 난민의 급증이 사회에서 부각됐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먼저 정 전 의원은 독일이 도덕적 차원에서 난민 등 망명을 수용하는 점을 짚었다. 그는 “2차대전 때 나치가 유대인과 정치범을 압박해 다른 나라들이 독일 망명자를 받아준 것을 계기로 독일 헌법은 망명에 관한 권리를 인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디지털 중심으로 경제가 재편하며 실업 문제가 대두되자 극우정당이 이를 파고들었다. 정 전 의원은 “유럽의 난민 문제 밑에는 (제조업 중심 경제와 달리) 디지털 경제에서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지지 않는 문제가 있다”며 “극우는 일자리 문제를 난민 탓으로 돌려 희생양(scapegoat)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독보다 상대적으로 경제가 취약한 동독 지역을 중심으로 난민을 수용했기 때문에 동독지역에서 극우정당이 득세했다고 정 전 의원은 분석했다. 그는 “독일이 EU의 지도적 국가로서 리더십을 발휘해 80만 명가량의 난민을 수용했다”며 “인구밀도가 서독보다 낮은 동독지역에 난민을 수용하면서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독지역은 통일 30년이 지난 지금도 경제규모가 서독보다 작은 데다, 주민들이 자신을 독일 내 2등 시민이라 생각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는 점을 들어 “외국인(난민) 때문에 자신들이 못 살고, 일자리를 이민자에게 빼앗겼다는 인식이 생겨나며 독일 극우정당은 이를 노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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