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17

연찬문화연구소 | as one community 방문기 2 - Daum 카페

연찬문화연구소 | as one community 방문기 2 
as one community 방문기 2|에즈원커뮤니티 교류
차차(임경환)|조회 205|추천 1|2013.02.13. 01:14http://cafe.daum.net/nshumanschool/W2ve/14
as one community 방문기 2

“35년 동안 야마기시 공동체에서 살았어요. 3년 전부터 as one community에 들어왔고, 2년 전에 이 지역으로 이사를 왔어요. 오노 씨와 몇몇 젊은이들이 야마기시를 나간다고 했을 때 화를 냈던 사람이에요. 틀린 부분이 있으면 그 사회에서 바꿔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 규칙 없이도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의심과 불만이 있었는데, 이제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야지 씨 또한 오노 씨와 마찬가지고 ‘연구소’와 ‘사이엔즈 스쿨’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공동체에 관계된 사람들이 사이엔즈 스쿨 코스를 들어요. 자신을 살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프로그램에 참가하지요. 자기 문제를 과학적으로 검토하고 자기의 내면 뿐만 아니라 회사의 경영의 문제도 SCIENZ(Scientific Investigation of Essential Nature + Zero)를 베이스로 사이엔즈 스쿨에서 검토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런 태도들이 몸에 붙게 되면 자기, 주변, 사회를 검토하는 것이 일상화 되는 것이죠.”

그들의 일상은 끊임없이 ‘검토’되고 있었다. 그들의 검토 대상은 관념이 아니라 일상이었다. 끊임없이 ‘검토’한다는 것은 어떤 것도 고정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태도였다. 그리고 그들의 ‘교육’은 외부로 향해 있지 않았다. 교육의 주대상도 내부 공동체원들이었고, 교육의 내용도 자신의 내부, community 내부 일상이었다.

오노 상과 미야지 상이 간략하게 as one community 대해서 이야기를 한 뒤, 탐방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대략적으로 추구하는 바에 대해서는 알겠지만 실상이 궁금해졌다.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삶이 이루어지고 있을 지에 대해.

난 이들의 의사결정 과정이 궁금했다. 예를 들어, 오늘 우리를 마중 나온 운전 기사는 어떤 과정을 통해서 결정되었는지, 오늘 첫 미팅에 4명의 사람이 나오는 것은 누구의 결정인지에 대해서 궁금했다. ‘하고 싶은 일은 하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실제로는 어떻게 구현되는지 궁금했다. 최소한 중앙집권적으로 누군가에 의해서 결정되어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구조는 아니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러면 어떤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지에 대해서는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이러한 궁금증 뒤에는 커뮤니티의 핵심 멤버들이 역할을 지정해 주는 것이 아닌지에 대해 약간은 의구심이 있었다. 이 의구심은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보아왔던 모습에서 기인한 것 같다. 나는 이 의구심을 떨쳐 버리기 위해, 그리고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질문했다. 이 질문에 오노 씨가 대답했다.

“구성원 모두가 모여서 상의하지 않는다. 의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결정한다.”

도착한 첫날 들은 이 대답이 나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3박 4일 동안 있으면서 이러한 의사결정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동체 구성원 각자의 역할이 있는 것 같았고 그 역할을 본인이 하고 싶을 때 하는 것 같았다.
나의 이 궁금증에 미야지 씨는 자신이 이곳에서 일하게 된 과정으로 설명해 주었다.

“원래 이 일을 하고 있던 분이 나에게 이 일을 요청해 왔다. 앉아 있기만 해도 된다고 해서 하게 되었다.ㅎㅎㅎ 반 년 간은 다른 할 일이 많아서 사무실에 나가지 않았다. 작년(2011년) 말 건강이 안 좋아서 활동적인 일 못하게 되어서 앉아있는 있는 일이니까 하게 되었다.”

이 곳에서는 어떤 일을 하게 되는 과정이 참 신선하다. 조직이 어떤 일이 필요해서 개인에게 부탁하는 구조가 아니다. 내가 이 일을 하고 싶어하는가, 내가 그 일을 할 만한 상황이 되는가가 중요하다. 미야지 씨의 경험을 얘기로 들으니 “의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결정한다.”는 오노 씨의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이에 대해 오노 씨가 몇 마디 덧붙인다.
“일이 존재하고, 그것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이 진행한다. 지역에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들 5명이 있다. 그 사람들이 as one community를 방문했다. 이 사람들이 스즈카컬쳐스테이션을 중심으로 매달 1박 2일 애들 캠프, 방과후 공부방, 회화 교실을 진행한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모이고, 모여서 일을 진행하고, 주변에서는 이들에게 박수쳐 주는 구조. 그것이 이들이 일하는 방식이었다. 참으로 부러웠고 아름다워 보였다.

간담회를 마치고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가진 뒤, 저녁 식사를 하였다. 탐방 기간 동안 식사를 외부에서 사 먹은 적이 없었다. 아침과 저녁식사는 연수원 식당에서 손수 만들어 주셨고, 점심에는 커뮤니티 하우스와 커뮤니티 식당에서 대접해 주셨다. 매 식사 때마다 ‘환대’ 받는다는 느낌이었다. 저녁 식사를 한 뒤 환영회가 이어졌다.

환영회 때에는 이요다 세스코, 사카이 카스키 씨 등이 새로 오셨다. 이렇게 모임 때 오는 이들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때 일정에 자기 사정이 맞으면 찾아오는 것이었다. 참으로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나의 생각에는, 외부에서 손님이 오면 구성원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고, 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꼭 그런 것 같지 않았다. 모임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질책하거나 비난하는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새로운 손님이 오면 어김없이 자기소개. 우리는 ‘또~’라는 반응을 서로의 눈빛 속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ㅋㅋ 머리 속에는 ‘이번에는 어떻게 다른 소개를 해야지’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새로 온 사람들에게는 처음이지만, 이미 들었던 사람들이 함께하기에 새로워야 한다는 은근한 ‘압박’이 존재했다.

이번 자리에서 나는 이렇게 소개했다.

“저는 예전에 제가 아이들에게 참 좋은 선생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최근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좋지 않는 선생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폭력을 휘둘렀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해야 한다는 것/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약속은 지켜야 한다...)이 참 많았고, 그것이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를 위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자기 고백이 되어 버렸다. 이야기를 하고 나니 조금 부끄러워졌다.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 버렸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이곳의 분위기였다. 내가 나의 속내를 드러내어도 안전하다는 그런 분위기...

돌아가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환영회 자리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그들의 말보다는 그들의 태도였다. 그들은 방문 온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여 듣는 것은 물론이고, 같이 지내고 있는 공동체 사람들의 이야기도 아주 재미있게, 주의깊게 듣는 것이었다. 같은 공동체에 있는 사람들의 얘기는 이미 익숙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어쩌면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법한 내용들일텐데, 처음 듣는 이야기인 것처럼 아주 정성스럽게 듣는 것이었다. 참으로 감동적인 부분이었다. 이것은 일부러 보여 주려고 하는 모습 같지 않았다. 거짓이라면 시종일관 그러한 모습을 유지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말은 어느 정도 꾸며서 할 수 있지만, 순간 순간 드러나는 표정과 몸짓은 꾸밀 수 없을 것이다. 이 모습이 크게 다가온 것은 그동안의 나의 태도와 상반된 모습이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보통 손님이나 외부 사람들이 와서 같이 대화를 나누면 그 사람의 말에 집중하고 주의깊게 듣지만 같이 사는 사람들의 얘기, 한번 들은 얘기에는 시큰둥한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은 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끊임없이 ‘반응’해 주었다. 고개를 끄덕여 주고, 적절한 타이밍에 웃어주고, 엄지도 치켜 세워주고... 이것이 일본의 문화인지, 그들 공동체의 문화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참으로 감명 깊었다. 탐방 기간 동안에 내게 변화가 생겼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말에 끊임없이 반응해 주는 버릇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루가 흘러갔다. 얼마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많은 ‘충격’을 받았다. 머리 속으로 정리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새로운 장면들이 입력되었다. 일본에서의 첫날 밤, 바닥 난방이 아닌 히터로 공기를 데우는 방식으로 난방을 하는 다다미방에서 잠이 들었다. 내일은 실제로 그들이 사는 현장에 가서 그들의 삶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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