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민
16 June 2012
오늘 우리 대학 그리스도교연구소 세미나에서 내가 발표한 후, 역시 가끔 받는 질문을 받았다. 한국기독교사나 일본기독교사 관련 주제를 발표할 때, 논지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가끔 받는 질문이다. 오늘은 우리 대학 선배 교수님 한 분이 물었다.
비슷했는데, 왜 한국은 기독교가 성하고, 일본은 그렇지 않았는지요...,”
그리고 오늘 세미나 이후의, 담소 과정에서는 줄곧, 역사의 ‘그리스도교’는 정녕 무언가하는 논의가 주로 주고받는 대화였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이미 오랫동안 대학원 제자들과 나누어왔다.
일본의 대학원 학풍 중, 요즘은 많이 약화되었지만, 어느 어느 교수의 ‘제미’(과목 이름보다는 교수이름이 나붙어, 무엇이든지 함께 논의하며, 시간 구분 없이 같이 지내며 자주 토론하는 문하생 공동체)가 특징적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 ‘매뉴얼’ 몇 개가 있기는 하지만, 오늘은 이렇게 대답했다.
한국은 특히, 프로테스탄트의 경우, 역사상 거의 전 시대에 걸쳐 민족적,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기독교인이 되는 것이 그렇게 불리하지 않았습니다. 일정한 시기, 일제 말의 수난기, 분단과 전쟁 시기, 북한정권 하에서 고난의 역사가 있습니다만, 그것도 결국은 순교의 영광이 오히려 자랑이 되는, 명분으로는 이미 승리한 역사입니다. 그러나 일본은 줄곧, 거의 어느 시대나 정치적, 사회적으로 기독교인은 늘 불리했고, ‘비(非)국민’으로 ‘이지메’(왕따)를 당해야 하는 역사였습니다.”
질문한 선배 교수님은 비교적 진지하게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나는 한편으로 다수 크리스천들이 하고 싶은 대답, “다 하나님의 섭리지요”라고 대답하고 싶기도 했다.
얼마나 상큼하고, 완전한 대답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순간, 우리에게 허락된 최고의 학문적 방법론의 하나인 ‘역사학’은 바로 무력화되고 만다.
하느님의 뜻이 그 바탕에 전제된 역사이해는 가장 출중한 방법이지만, 하느님의 뜻만이 드러나는 방식의 역사적 설명은 하나마나한 역사이해가 된다. 이러한 사고구조에서는, 우리가 헌신을 다하는 ‘선교’마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할 수 있다. 하느님이 다 하실 텐데...
그리고 오늘 세미나 이후의, 담소 과정에서는 줄곧, 역사의 ‘그리스도교’는 정녕 무언가하는 논의가 주로 주고받는 대화였다.
- 특히 ‘토착화’는 어디까지가 맞는가?,
- 중국의 이른바 ‘본색화’(本色化)는 또한 엄밀히 무슨 의미인가?
- ‘아시아적 관점’이란?
- ‘아시아기독교’와 ‘서구 선교사가 전한 기독교’의 차이는 과연 어떻게 설명해야 맞을까?...
- 모두가 큰 명제요, 어느 하나 간단히 처리할 토론은 없다.
- 나는 결론처럼 뭉뚱그렸다.
“전승(傳承)은 종선(縱線)이요, 상황(狀況)은 횡선(橫線)이다.
씨앗은 종이요, 밭은 횡이다. 전해 들어 온 것은 종이요, 펼쳐 구현되는 힘은 횡이다.
복음의 파종은 종적 작업이요, 수용과 전개는 횡적 작업이다.
‘토착’도 ‘본색’도, ‘아시아적 관점’도 결국은 횡적 역동만을 취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도 힘을 주자는 뜻이다.
결국 종선과 횡선으로 ‘십자가’를 완성치 못하면, ‘기독교사’는 없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이미 오랫동안 대학원 제자들과 나누어왔다.
일본의 대학원 학풍 중, 요즘은 많이 약화되었지만, 어느 어느 교수의 ‘제미’(과목 이름보다는 교수이름이 나붙어, 무엇이든지 함께 논의하며, 시간 구분 없이 같이 지내며 자주 토론하는 문하생 공동체)가 특징적이다.
나는 일찍이 유학시절, 도시샤(同志社)대학의 ‘도히 아키오 교수 제미’에서 그것을 배웠다. 십 여 년 간 연세대학 재직시절 나는 대학원의 제자들과 거의 ‘제미’ 형식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
<사진>은 2009년의 겨울 원정 ‘제미’에서 열띤 주제를 나누는 나와 내 제자들. 강원도 홍천의 황토로 된 토담펜션인데, 당시 내 ‘제미’의 반장이던 전석원 군이 선배 홍승표 군의 주선으로 답사까지 하여 결정한 ‘제미’ 장소였다.
<사진>은 2009년의 겨울 원정 ‘제미’에서 열띤 주제를 나누는 나와 내 제자들. 강원도 홍천의 황토로 된 토담펜션인데, 당시 내 ‘제미’의 반장이던 전석원 군이 선배 홍승표 군의 주선으로 답사까지 하여 결정한 ‘제미’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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