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15

[박현영의 워싱턴 살롱] “미ㆍ중 사이 균형 외교 한국, 선택해야 할 시점 올 것”

[박현영의 워싱턴 살롱] “미ㆍ중 사이 균형 외교 한국, 선택해야 할 시점 올 것”



[박현영의 워싱턴 살롱] “미ㆍ중 사이 균형 외교 한국, 선택해야 할 시점 올 것”


박현영 기자
2021.03.15. 00:32


© ⓒ중앙일보 미중 균형 외교

미중 균형 외교



조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 이후 첫 미·중 고위급 회담이 오는 18일(현지시간)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다. 미국 측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 측에서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참석한다.

이 회담은 앞으로 4년간 미·중 관계 궤적의 출발점이다. 바이든 시대의 양국 관계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워싱턴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윈 선 동아시아프로그램 공동국장을 지난달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중국계인 그는 워싱턴 내 대표적인 미·중 관계 전문가 중 한 명이다. 그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추구하는 것은 분명히 장점이 있으나 선택의 시점이 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중앙일보 윈 선 스팀슨센터 동아시아프로그램 공동국장. [사진 윈 선]

윈 선 스팀슨센터 동아시아프로그램 공동국장. [사진 윈 선]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정책만큼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계승하는 이유는.
트럼프의 중국 정책이 공격적이고 강경한 접근법일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초당적 합의를 이루고 있다. 트럼프가 특정 스타일을 추구했을 수 있으나 정책의 본질은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중국은 미국의 정권 교체 전과 후에 변한 게 없다. 중국이 바이든에게 변화할 동기를 제시하지 않은 셈이다.





트럼프가 부과한 고율 관세도 철회하지 않았는데.
관세에 손을 댈 때는 대중 무역정책과 관련한 모든 질문에 답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불공정한 무역관행은 어떻게 할 것인가? 반도체 규제에 대한 입장은? 미·중 무역분쟁은 복잡하고 광범위하다. 완전한 무역정책을 세우기 전에는 관세를 유지하는 것이 신중하다고 생각한다.




© ⓒ중앙일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중국과의 첫 담판에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부지런히 움직였다. 아시아는 물론 유럽 국가와도 긴밀히 조율했다. '동맹을 강화해 함께 중국을 견제한다'는 게 바이든의 대중 외교 원칙이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사실상 아시아 모든 나라, 유럽 모든 나라, 그 밖에 많은 나라에 광범위하게 아시아와 중국에 대한 시각을 확인했다"면서 "중국과 직접 외교에 들어가기 전에 이런 협의를 하는 게 우리에게는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 ⓒ중앙일보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EPA=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EPA=연합뉴스]



미국의 '중국 압박' 외교는 지난 12일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담에서 시작됐다. 처음으로 열린 쿼드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제기한 도전에 대해 다른 정상들과 논의했다"고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전했다.

쿼드 정상들이 공동성명을 통해 발표한 "자유롭고 개방적이고 민주적 가치"는 중국이 자유와 개방을 거부하고 있다는 비판이 담긴 외교 용어다. 예컨대 “자유롭고 열린 항해”는 남중국해를 영해화하려는 중국을 향한 미국의 ‘항행의 자유’ 논리다.


미국이 쿼드를 '쿼드 플러스'로 확대해 한국을 영입할 계획이 있다고 보나.
동맹과 파트너를 강화하는 게 바이든 정책 우선순위다. 인도·태평양 전략과 쿼드는 이를 실천하기 좋은 틀이다. 쿼드에 더 많은 나라가 추가될 것이다. 한국이 쿼드에 합류할 의향이 있느냐가 더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을 겨냥해 미국이 이끄는 연대에 합류해 어느 한쪽 편을 들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을 한국 정부에 정책 커뮤니티가 물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도 트럼프 행정부처럼 압박할까.
트럼프와 비교해 바이든의 접근 방식은 동맹과 파트너에게 덜 강압적일 것이다. 하지만 핵심은 화웨이(중국 통신장비 기업)나 5세대(5G) 이동통신, 쿼드 등에서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선택해야 할 시점이 올 것이라는 점이다. 중간에 머무는 것의 장점은 중립성과 균형 외교다. 하지만 거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정답은 없다. 북한과 붙어있고, 중국 세력권에 매우 근접해 있는 한국의 위치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중앙일보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AP=연합뉴스]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AP=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는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양국 간 모든 의제를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신장 위구르족 인권 침해 ▶홍콩 ▶대만 ▶호주에 대한 경제 보이콧 등 우려 사항을 명확하고 직접 강조하겠다고 했다.

이들 현안 중 신장, 홍콩, 대만 문제를 놓고 중국은 내정 간섭으로 간주해 왔다. 단,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기후변화나 확산과 관련한 문제같이 정책을 조정하거나 조율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두겠다"고 밝혀 미·중 간 협력 사안을 열어놨다.


© ⓒ중앙일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신화=연합뉴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신화=연합뉴스]




바이든은 북핵 문제에 중국이 더 관여하길 원한다. 중국은 응할까.
트럼프 행정부도 초반에 중국의 관여를 원했다. 2017년 4월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중국이 북핵 문제에 협력하면 무역 합의를 유리하게 해주겠다고까지 제안했다. 모든 미국 행정부는 출범 후 북한 문제를 들여다보면 본능적으로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미국이 원하는 결과를 얻은 적은 없다. 중국 입장에서는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이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는 상당한 보상이 있지 않은 한 중국이 더 많은 일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비핵화된 한반도는 중국에 인센티브가 될 수 없나.
중국도 한반도 비핵화를 원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한반도에 관해 세 가지 목표를 두고 있다. 첫째는 안정성, 둘째는 평화, 셋째가 한반도 비핵화다. 순서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비핵화가 불안정성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면 중국은 그것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비핵화는 목표지만, 유일한 목표는 아니다.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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