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ewon Choi
st8 eJaSpounnssoruarhumseytdS ·
2014년에 읽었던 시를 다시 꺼내 읽고 싶었다.
이 시를 쓴 송경동 시인이 기획한 '희망버스'투쟁에 대해
독일 쿤스트포럼 잡지에 <도시 퍼포먼스> 주제로 소개했던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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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버스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당시 크레인 고공농성을 벌였던 김진숙씨를 응원하기 위해 기획된 유목적 투쟁으로 시인 송경동씨가 기획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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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동씨는 지금 감옥에 계실까? 남들과 생각하는 것이 다를지라도 내가 혼자가 아니고, 나에게도 소속이 있고, 나에게도 스승이 있으며, 나에게 새겨주는 것들이 있는데 시인이 그걸 어떻게 알고 말해주던지. 놀라움만큼이나 반가움은 더 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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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자칭 맑스주의자가
새로운 조직 결성에 함께하지 않겠느냐고
찾아왔다
얘기 끝에 그가 물었다
그런데 송동지는 어느 대학 출신이요? 웃으며
나는 고졸이며, 소년원 출신에
노동자 출신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순간 열정적이던 그의 두 눈동자 위로
싸늘하고 비릿한 막 하나가 쳐지는 것을 보았다
허둥대며 그가 말했다
조국해방전선에 함께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미안하지만 난 그 영광과 함께하지 않았다
십수년이 지난 요즈음
다시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이 자꾸
어느 조직에 가입되어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다시 숨김없이 대답한다
나는 저 들에 가입되어 있다고
저 바다물결에 밀리고 있고
저 꽃잎 앞에서 날마다 흔들리고
이 푸르른 나무에 물들어 있으며
저 바람에 선동당하고 있다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의 무너진 담벼락
걷어차인 좌판과 목 잘린 구두,
아직 태어나지 못해 아메바처럼 기고 있는
비천한 모든 이들의 말 속에 소속되어 있다고
대답한다 수많은 파문을 자신 안에 새기고도
말없는 저 강물에게 지도받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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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송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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