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노가다”로 취급당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건축가들을 도와준 건 미술계였다. 특히 권력과 끈이 닿아 있는 조각가들이 박정희의 취약점을 메꿔주는 목적의 선전선동을 위한 애국선열조상건립위원회(총재:김종필)로 권력의 비호아래 위세를 날리던 시절이었다. 조각가 김경승, 윤효중이 그러했다. 스케일 있는 동상의 구조에 조각가를 건축가가 도와주고, 조각의 좌대를 건축가가 설계해주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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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신궁”의 흔적은 남아 있지만, 한국 최초의 근대 조각가 김복진 제자 윤효중의 이승만 동상은 철거되고, 그 자리에 생긴 분수대도 없어지고 한양도성의 흔적만 남아있다. 모두 조선시대 후기를 문화재 복원의 시점으로 삼고 있다. 우리의 무지와 위선의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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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이 닫히고 있다. 일제시대도, 건국역사도, 산업화 시대도 모두 부정하고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대한민국의 서사가 지배한다. 이러한 서사가 가리키는 미래는 분명하다. 그렇게 비워진 자리를 채우는 건 위안부 기림비이다. 언젠가부터 난 불길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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