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ewon Choi is with Elena Lee and 5 others at 밝맑도서관.
-라이프스타일 투어_홍동마을 답사기
#01 '라이프스타일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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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가 그 자체로 맛이 있다는 걸 난 독일 유학시절 일주일에 두 번 농부들이 와서 직접 판매하는 동네 로컬 장터에서 정말 처음 알았다. 그건 내게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슈퍼에서 판매하는 것들보다 월등히 맛이 살아 있었고, 가격도 슈퍼보다 높았지만 농부들과 직접 수다떨고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맛보고 샀던, 내게 여전히 그리운 것은 - 그 싱싱하고 살아있는 샐러드, 치즈, 감자, 올리브의 맛이다. 매주 그렇게 만나는 농부들 중에 친해지면 버섯주도 맛보라고 권해주고 누구는 자신의 농장에 초대해 준 적이 있는데, 이 날 농장과 숲에서 직접 배운 버섯 지식의 자신감으로 매일 한 끼는 꼭 먹던 스파게티에 직접 채취한 버섯 소스의 풍미가 더해졌다! 그날 페터씨에게 들은 얘기는 식품유통회사와 대형 슈퍼마켓의 헤게모니가 싫어도, 생계를 위해 일부 납품할 수 밖에 없지만 자신이 장터에 나가는 이유를 짧게 옮기자면, 구매자들과의 직접 거래를 통한 소통과 공유가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게 없다면 공간감을 잃게 될 것이라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후 나는 다른 지역이나 동네로 이사할 때면 어느 광장이나 골목에 무슨 요일에 장이 서는가를 우선적으로 찾아보았다. 주로 로컬의 광장이나 골목길에 형성되는 농부 장터에는 공간, 커뮤니티, 콘텐츠가 있었다.
그 콘텐츠는 어디서도 복제할 수 없는 농부 할아버지 이야기나 지역의 자원, 특수성에 기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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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는 로컬마다 다양한 벼룩시장(flohmarkt)도 열렸다. 그런데 지역마다 벼룩시장의 라이프스타일 취향은 달랐다. 예를 들어 큰 공구들이나 자전거, 오래된 전축의 스피커를 보러가고 싶을 때 가는 곳과 책과 레트로 취향의 옷이나 악세서리 등을 파는 곳이 달랐고, 중심부 티어가르텐의 벼룩시장에는 키치를 포함해 성화 그림이나 스탈린, 레닌의 선전화 등도 파는 등 라이프스타일 취향이나 가격에 따라서도 구분되었다. 여기서도 흥정과 수다는 필수적인데, 가끔 대화의 공유는 없이, 싼 가격만 밝히는 구매자들에게는 판매자들도 코가 높아서 안 팔겠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단순히 물질적인 추구만을 위해 형성되는 장이 아닌 것이다. 이런 장터는 노마드적이지만, 히피 공동체 문화에 기반하고, 극도의 생계형 벼룩시장을 제외하고는 항상 시끌법적한 먹거리와 볼거리가 주어져 있었다. 단편적으로만 보면 벼룩시장(flohmarkt)은 힙스터가 좋아하는 취향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보보스나 보헤미안, 심지어 부르주아들도 외면할 수 없는 로컬 문화의 지반이다. 서로 집을 방문하는 일이 많은 독일 문화에서 아무리 여피yuppie적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 해도, 부르주아적 교양 몇 마디는 말할 수 있고, 68세대나 히피 노래인 샌프란의 제퍼슨 에어플레인이나 독일의 클라우스 노미 정도는 틀어 줘야 틀에 박힌 공산품만 사는 속물 또는 바보 부르주아 취급을 안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로컬의 광장이나 골목길에 형성되는 벼룩시장에는 공간, 커뮤니티, 콘텐츠가 있었다.
그 콘텐츠는 누구도 복제할 수 없는 자기 집안 역사나 독특한 라이프스타일과 이야기에서 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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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린 작가의 새 책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은 “노예가 아닌 자유민(liberalis)이 배우는 학문(arts)"이라는 인문학의 탈물질주의적 경제학 버전이라 볼 수 있다. 즉 서구 라이프스타일 역사를 기반으로 탈물질주의 가치에 따라 6가지 분류인 성안의 귀족에 도전했던 성밖의 부르주아, 부르주아에 저항했던 보헤미안과 보보스, 창업으로 저항하는 힙스터와 노마드라는 소상공인, 청년 창업가들, 공간 기획자, 로컬 크리에이터들에게 탈물질주의적 라이프스타일의 가치와 감수성이 어떻게 구분하여 분류 지을 수 있고 왜 그것을 통찰해 볼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견지를 제안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중요한 이유는, 과거 효용성, 가성비 기준의 소비가 아닌 감수성과 주체적, 소셜 소비로 현재의 소비가 변화하고 있으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러한 탈물질주의 라이프스타일의 욕구가 현재 우리 삶에 수용되며 경제 체제의 전환마저 시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현재 고유의 라이프스타일에 기반한 강소도시, 작은도시 패러다임과 차별화가 고전적인 도시 발전 방식과 충돌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반문화의 초심을 잃은 부르주아 집단이 계층적 요새화를 구축하면서 순조로운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경제 시스템 전환이 아닌, 극심한 잠재적 사회적, 계층적 갈등을 내재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경제학자로서 소명과 덕성(arete,virtus)을 갖고 이 책을 저술하게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왜냐하면 한국인 대부분은 ”나는 누구이며 내가 선호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어떤 것일까?“라 묻기도 전에, 작은 사치·감성 소비·문화 체험보다는 압도적인 비율로 획일적인 성공의 도식을 따르며 부르주아의 물질적 가치를 추종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도 로컬에 기반한 라이프스타일의 다양화, ‘선택의 가능성’ 증대와 ‘문화적 다원성’등도 라이프스타일에 기반한 창조산업, 문화산업, 환경산업보다는 한국 특유의 국가주의와 정부의 과도한 개입, 과도하게 집중된 부의 재분배 정책 등에 의해 충돌하며 표류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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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충남 홍성의 홍동마을을 방문하게 된 것은 모작가의 새 책 발간을 계기로 추진된 ‘라이프스타일 1차 투어’이다.
홍동마을은 1차 투어에 합류한 김지수 대표 말처럼 “한국에서 최초로 오리농법을 이용한 유기농업이 시도된 유기농”의 발아지이자, “신용조합과 소비자 협동조합 등이 지역주민들에 의해 일찍부터 시작된, 국내 조합 운동의 진원지이고 농촌마을로는 드물게 어린이집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별 각종 교육기관들과 마을도서관, 마을카페, 생협, 서점, 출판사, 목공소, 농업연구소 등 마을 자치에 필요한 많은 시설들 또한 잘 갖추어져 있”는 곳이다. 나는 이러한 “좋은”기여 외에도 서구 역사에서 반자본주의를 표방하며 도시를 떠나 공동체를 구성했던 히피가 한국에서 로컬과 실천 기반의 “세계관적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공동체로서 어떻게 살틔울 수 있는가?를 보고 싶었다.
현재는 마치 좌파가 전유한 듯이 여겨지는 가치 지향적 라이프스타일로서 공유 공간, 대안학교, 공동체 공동 육아, 소도시 이주 등이 서북 기독교인들의 월남과 한국 우익의 계보에서 조명될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한국 보수의 정치 철학적 빈곤은 산업화 이후 자유화에 대한 새로운 정치학(liberal arts)을 제시하지 못했고, 산업사회 패러다임 속에서 시장경제와 기업친화를 주장하기는 하지만 그들의 주장에는 산업혁명이후 서구 사회에서 보수가 표방하는 자유주의는 보이지 않고 집단주의나 사회주의적 경향이 보이는 것도 한계이며 그것이 지금 한국 정치의 위기를 만들었다는 것이 평소의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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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인수 합병은 알면서도 히피에 이은 여피족들의 미니멀리즘은 이해하지 못하고, 취향으로서 미니멀리즘은 좋아하면서도 그것을 바우하우스 운동과 유럽의 68혁명, 반전운동과 히피 문화와 연결지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앞서 농부마켓과 벼룩시장 얘기만 했지만 독일에서 학교 수업 첫 날 리차드 스톨만의 GNU 선언문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되었고, 수업 전에 학생들이 작성한 메일 리스트에서, 나와 일본 학생만이 당시 핫메일 계정을 적어 놓았는데 그걸 보고 독일 학생들이 넌 어떻게 독점적 마이크로소프트의 그 메일 계정을 갖고 있냐며 기가 막혀하는 모습을 바로 그 수업에서 이해하면서 얼굴이 빨개지기까지 한 것이 사실이다.
애플 매킨토시는 내가 가진 컴퓨터 였지만, 난 스티브 잡스가 해커들과 깊은 교류가 있는 히피 출신이라는 것을 몰랐고, 바로 그 히피 정신이 애플 매킨토시로 집약되고 있는지 알지 못했었다. 소비주의적 코드로 산업시스템의 아웃풋인 프로덕트만을 보았지 그 테크놀로지와 신체에 깃든 라이프스타일과 정신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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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밥 딜런, 히치콕, 피카소가 나오는 애플 광고 ’Here's to the crazy ones(미친자들에게 축배를)'는 바로 그 도시를 떠나, 자본주의를 반대했던 히피 정신과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인류를 한 발 앞으로 이끌어 온 애플의 철학을 응축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2020년도에 아직도 삼성 스마트폰 광고에서 그러한 탈물질적 가치와 정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채 100배 줌이나 200배 줌 카메라 등의 기술사양만을 늘어놓는 한계를 보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을 살 땐 그 가치를 보고 주저없이 사지만, 갤러시를 구입할 땐 꼼꼼히 기술사양을 체크하는 것이 바로 그 세계관과 그 라이프스타일 세계관이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가의 차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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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s to the crazy ones 미친자들에게 축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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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지 않는 사람들, 반항아들, 말썽꾸러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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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진 구멍의 둥근 못같은 부적임자들
세상을 다르게 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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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규칙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현재의 상태에 대해 존중할 줄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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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그들의 말을 인용할 수도 있고,
그들에게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그들을 찬양하거나 아니면 비방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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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신이 할 수 없는 유일한 일은 그들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세상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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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인류를 전진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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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그들을 미친 사람으로 보겠지만
우리는 천재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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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미친 자들이
결국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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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differ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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