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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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 (지은이)여백(여백미디어)2013-05-21
344쪽

책소개

최인호 장편소설. 길 없는 길을 걸었던 위대한 선승들의 이야기. 조선 말기 국운이 스러져가던 시대에 때로는 사자후와 같은 일갈로, 때로는 오묘한 이치를 담은 설법으로, 또 때로는 경악할 경지의 파행과 기행으로 세속의 부조리를 꾸짖던 경허 선사. 그는 꺼져가는 불법의 불씨를 되살려 낸 우리나라 근대 불교의 선구이자 위대한 자유인이었다.

그리고 그의 수법제자인 '세 개의 달' 수월, 혜월, 만공은 우리나라 근대 불교 중흥을 이끈 찬란한 불법의 꽃봉오리다. 최인호의 <할>은 이들 위대한 자유인들의 여러 일화와 법문을 좇아 길 없는 길의 여정을 떠난다.
목차
머리글

1장. 부처를 버려라 _한 점 바람으로 사라진 방랑승, 경허
너는 그러할 수 있는가
부처가 되려거든 부처를 버려라
자취를 감추는 것이 본래부터 본분인 것을
수월, 스승 경허의 짚신을 삼다
빈 거울은 거울이 아니고, 깨친 소는 소가 아니네

2장. 온 곳이 없으니 간 곳도 없다 _자비의 향기로 남은 선승, 수월
천수경을 외워 수월 법호를 얻다
숨을수록 향은 더욱 짙게 번지니
수월과 효봉

3장. 일체의 법은 본래 그 실체가 없다 _무소유로 일관한 천진불, 혜월
귀신도 속이지 못할 천진한 어린아이
일체의 법을 알려면 마음속에 아무것도 가리려 하지 말라
사람을 죽이는 칼, 사람을 살리는 칼
남쪽의 하현달이 되다

4장. 보려고 하는 자가 누구냐 _불세출의 선승, 만공
도암 소년, 불가에 들다
경허를 스승으로 모시고 화두를 품다
스승 경허로부터 선지식 인가 시험을 받다
마침내 도를 이루다
만공의 신통력을 경허가 꾸짖다
김좌진과 만해 한용운
만공이 남긴 일화와 법훈들
자네와 내가 이제 이별할 인연이 되었구려

부록 _경허ㆍ수월ㆍ혜월ㆍ만공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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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스승 경허는 저 썩어가는 육체를 지닌 여인을 열흘 동안이나 곁에 두고 살을 맞대었다. 너는 그러할 수 있겠는가. 스승 경허는 제정신이 아닌 미친 저 여인을 열흘 동안 밥을 먹여주고 함께 다정히 말을 나누었다. 너는 그러할 수 있겠는가. 스승 경허는 코가 떨어져 나가고 눈썹이 없고 입마저 헐어버린 나병에 걸린 여인의 얼굴을 들여다보... 더보기
이 오막살이는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고갯마루 위에 세워져 있었는데 수월은 그 오막살이에서 홀로 지내면서 아침에 눈뜨고 일어나면 예불을 마치고 짚신을 수십 켤레 삼아 집 앞 처마에 매달아놓곤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월은 수십 명이 먹을 밥을 미리 해놓고 그것을 일일이 밥그릇에 담아 부엌에 가지런히 놓아두곤 했다.더보기
헌병대장은 마침내 천하의 명검을 볼 수 있다는 흥분으로 혜월의 뒤를 따라 섬돌 계단을 걸어 축대 위까지 올라갔는데, 갑자기 앞서 걷던 혜월이 돌아서면서 그의 뺨을 후려쳐 축대 밑으로 떨어뜨렸다.
무방비 상태로 당한 헌병대장은 그대로 섬돌 아래로 비명을 지르면서 굴러 떨어졌다. 졸지에 수모를 당한 헌병대장은 벌떡 일어서서 허... 더보기
최후설을 마친 만공은 1946년 병술년丙戌年 10월 12일, 시자들을 보고 물을 떠오라고 일렀다. 시자들이 목욕물을 떠오자 스스로 몸을 씻어 자신이 평생토록 입고 가던 육신의 옷을 씻어 내렸다. 목욕을 하고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단좌한 후 거울을 가져오라고 했다. 시자가 거울을 가져오자 만공은 물끄러미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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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최인호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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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서울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63년에 단편 「벽구멍으로」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가작 입선하여 문단에 데뷔했고, 1967년 단편 「견습환자」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작가는 1970~80년대 한국문학의 축복과도 같은 존재였다. 농업과 공업, 근대와 현대가 미묘하게 교차하는 시기의 왜곡된 삶을 조명한 그의 작품들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청년 문학의 아이콘으로서 한 시대를 담당했다.
소설집으로 『타인의 방』, 『... 더보기
수상 : 2011년 동리문학상, 2003년 현대불교문학상, 1999년 가톨릭문학상, 1982년 이상문학상, 1972년 현대문학상
최근작 : <느낌 그게 뭔데, 문장>,<상도 3>,<상도 2> … 총 203종 (모두보기)
최인호(지은이)의 말
『길 없는 길』을 통해 경허를 만나게 되었던 인연으로 열반 100주년을 맞아 경허의 법제자들을 다시 한 번 살려 봄으로써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고 아랫물이 맑으면 윗물도 맑다’는 진리를 야반삼경에 대문 빗장을 가만히 열어보는 심정으로 밝혀보았다. 하오니 조용히 들어와 제자들에게 때리고 “할喝” 하는 경허의 여전한 고함 소리를 엿들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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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때는
온몸으로 살고,
죽을 때는
온몸으로 죽어라!

시대를 초월한 위대한 선승들의 이야기
경허 그리고 세 명의 수법제자 수월, 혜월, 만공…
그들이 남긴 법훈과 선화는 오늘, 우리를 향한 일갈이었다!

위대한 인간 부처
구한말 한국 불교의 중흥조 경허 선사와 세 수법제자가
어둠의 시대를 가르며 토해내는 영혼의 사자후, 할!

위대한 선승들의 이야기, 최인호 장편소설 『할』
1990년대 초, 이미 가톨릭 신자였던 소설가 최인호는 불가의 가르침에 감화하여 구한말 선승들의 흔적을 찾아 전국의 사찰을 돌아다녔다. 그 첫 번째 대상이 감히 범접하기 힘든 깨달음과 가르침으로 근대 불교의 선풍을 일으켰던 경허 선사였다. 천주교에 귀의한 뒤 깨달음의 길을 찾아 나섰던 최인호에게 불교의 선승들, 특히 경허 선사가 지나간 발자취는 선명한 구도의 이정표가 되었다.
전 매스컴과 독자들의 격찬을 받으며 15년간 150만 부를 돌파한 스테디셀러 『길 없는 길』을 통해 불교의 요체를 드러냈던 최인호는 경허 선사 열반 100주년이었던 2012년, 경허 선사와 그의 세 수법제자들과 맺었던 인연의 고리를 다시 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13년, 『길 없는 길』에서 경허와 세 수법제자의 이야기만 따로 뽑아 재구성해 세상에 내놓는다. 길 없는 길을 걸었던 위대한 선승들의 이야기, 장편소설 『할』이다. 또한 책 말미에 부록, 경허, 수월, 혜월, 만공의 흔적들을 다큐 형식으로 사진으로 담아놓음으로써 보다 입체적인 선승들의 소개에 심혈을 기울였다.
조선 말기 국운이 스러져가던 시대에 때로는 사자후와 같은 일갈로, 때로는 오묘한 이치를 담은 설법으로, 또 때로는 경악할 경지의 파행과 기행으로 세속의 부조리를 꾸짖던 경허 선사. 그는 꺼져가는 불법의 불씨를 되살려 낸 우리나라 근대 불교의 선구이자 위대한 자유인이었다. 그리고 그의 수법제자인 ‘세 개의 달’ 수월, 혜월, 만공은 우리나라 근대 불교 중흥을 이끈 찬란한 불법의 꽃봉오리다. 최인호의 『할』은 이들 위대한 자유인들의 여러 일화와 법문을 좇아 길 없는 길의 여정을 떠난다.

잠든 영혼을 일깨우는 소리, 할!
길 없는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 위대한 각자(覺者)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은 우리 자신 앞에 놓인 맑은 거울 을 비춰보는 일일 것이다. 또한 그것은 우리가 걸어온 길, 일상의 관습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화두를 받아드는 일일 것이다. 그들은 묻는다. 모든 것은 하나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이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
할喝!
본디 ‘할喝’은 사찰과 선원에서 학인(學人)을 꾸짖거나 말이나 글로써 나타낼 수 없는 도리를 나타내 보일 때 내뱉는 소리를 이른다. 법기와 수련이 높은 승려가 토해내는 ‘할’에는 상대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사자후와 같은 기운이 서려 있다. 그것은 그 어떤 소리보다 큰 침묵의 소리, 모든 분별과 욕망과 번뇌를 일거에 불태워 버리는 자각의 번갯불, 잠든 영혼을 일깨우는 침묵의 함성이다.
『할』의 이야기는 경허의 기행으로부터 시작한다. 경허는 겨울날 길가에 쓰러져 죽어가던 여인 한 명을 자신이 머물던 해인사의 조실로 데리고 온다. 이후 경허와 여인은 조실에 틀어박힌 채 며칠 동안 두문불출한다. 당시 경허를 보필하던 만공(경허의 막내 수법제자)은 스승의 기행이 사내 대중들의 입에 오를까 걱정되어 조심스럽게 조실에 들어선다. 그리고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다. 한센병이 들어 온몸이 썩어 문드러진 여인을 스승 경허가 품에 안고 있었던 것이다. 썩어가는 육신은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훗날 이때를 회상하며 만공은 말했다.
“나도 경허 스님처럼 이 여인을 데리고 하룻밤만이라도 잠잘 수 있을까 생각했다. 도저히 나는 그렇게는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나는 몹시 부끄러워졌으며 스승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절망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처럼 최인호 장편소설 『할』에는 말년 경허가 보였던 기행으로 시작하여 그의 수법제자인 수월, 혜월, 만공이 보인 선화와 그들이 남긴 법훈을 하나하나 좇아가고 있다. 세속뿐만 아니라 불가에조차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철저히 사라졌던 수월, 이 세상에 거짓말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천진불 혜월, 일제에 의해 국운이 스러져 가고 불심(佛心)이 퇴색해 가는 현실 앞에서 대중들을 깨우쳤던 만공. 그들이 남긴, 범인으로서는 도저히 범접하기 힘든 깨달음의 경지와 사자후 같은 일갈은 세속의 욕망으로 흐릿해진 정신을 번쩍 일깨우는 꾸짖음이자 가르침이다.

왜 우리는 그들을 기억해야 하는가
한없이 어두웠던 절망의 시대, 구한말. 어둠을 꿰뚫는 진리의 불꽃으로, 또 자비의 은은한 달빛으로 길 없는 길을 걸어간 경허 선사와 세 명의 수법제자, 수월과 혜월, 그리고 만공. 이들이 남긴 법훈과 선화들은 100여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큰 울림으로 메아리치고 있다.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그들을 기억하게 하는가. 왜 우리는 그들을 기억해야 하는가. 우리 마음속 한구석에 조용히 웅크리고 있던 그들이 불쑥 깨어나 “할!” 소리를 내지르면 바짝 얼어버릴 것 같은 이 초조함은 또 무엇 때문인가.
한국 현대문학에 한 획을 그은 이 시대의 대가, 최인호. 그가 혼을 지펴 완성한『할』은 어두운 한 시대를 관통하며 진리를 향해 쉬지 않고 달려갔고 지금도 먼 길을 가고 있는 이들 ‘깨달은 자’들의 이야기이다. 최인호의 깊고 그윽한 필치가 그려 내는 영혼의 아찔한 깊이, 그 깊이의 중심에서 울려오는 침묵의 일갈은 그대로 차고 맑은 죽비가 되어 우리의 잠들어 있는 영혼을 내려칠 것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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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다간 경허와 그를 닮고 싶었던 작가 최인호 새창으로 보기 구매
당시 해인사 방장 스님으로 머물던 경허는 한 겨울에 길에 쓰러져있는 여인을 업어다가 기사회생 시킨 후 열흘 가량을 한 방에 머물렀다. 이를 본 경허의 제자 만공은 경허가 방에 여인을 숨겨두고 함께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 해인사 경내로 퍼져나갈까봐 전전긍긍하다가 여인을 그만 돌려보낼 것을 스승에게 종용한다. 이때 만공이 본 여인은 얼굴이 코와 눈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뭉개지고, 정신도 온전치 못한 한센병 환자였다. 작가 최인호는 경허 스님의 이야기로 첫장을 시작하며, '너는 그러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을 달았다.

 

온 몸에서 썩는 냄새를 풍기며, 정신마저도 온전치 못한 거렁뱅이 여인을 업어다가 체온으로 몸을 녹여주고,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빗질해주며 함께 밥을 나눠먹고, 고름이 흘러내리는 몸에 살을 맞대고 한 방에서 머물수 있겠는가. 너는 그러할 수 있겠는가.

이 첫 일화를 읽은 나는 좀 황당했다. 길에서 얼어 죽어가는 사람을 따뜻한 방으로 옮겨 살려준 것 까지는 그렇다 하더라도 정신과 몸이 모두 온전치 못한 여자와 굳이 열흘씩이나 한 방에서 머물 이유가 무엇인가. 더군다나 안팍으로 존경받는 큰 스님의 신분으로.

 

불교도도 아니고, 불교에 특별한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닌 내가 읽기에는 좀 당황스러운 이러한 일화는 경허뿐만 아니라 그의 수법제자라는 수월, 혜월, 만공 스님의 일화에서도 종종 소개된다.  기괴스럽게까지 여겨지는 스님들의 행적에 대해 왜 그래야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그냥그냥 책을 읽어나가는 중에 문득 떠오르는 생각 하나는, 그 모든 것이 허울이라는 것이다.

 

겉모습에 혹은 겉으로 드러나보이는 현상에만 미혹된 나는 경허라는 중이 정신과 몸이 온전치 못한 여자와 열흘을 한 방에서 지냈다는 사실에 걸려 그 의미를 읽지 못한 것이다. 큰 스님이라는 사람이 술과 고기를 즐기다가 말년에는 승려로서의 직분마저 팽개쳐 버리고 저잣거리의 중생으로 죽음을 맞았다는 이야기에 취해 정작 경허가 그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은 무애인無碍人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경허를 거치고 수월, 혜월을 지나 만공의 일화에 등장하는 화두 '고목선枯木禪'에 이르자, 경허가 품에 안았던 것은 문둥병에 걸린 미친여자가 아니라 불쌍한 영혼을 담고있는 한 중생이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고목선에 담긴 일화는 이러하다. 한 노파가 조그만 암자 토굴에 공부하는 스님을 모셨는데, 수행을 시작한지 20년이 지난 후 스님의 깨닫음의 정도를 가늠하고자 절세의 미인인 자신의 딸에게 스님을 유혹하게 한다. 그러나 스님은 대수롭지않게 여인을 거절하는데, 이를 들은 노파는 대노하여 스님을 쫓아내고 토굴에 불을 질렀다 한다. 이유인즉, 스님이 수행은 철저히 했으면서도 존엄한 인격체로서 사람을 대할 자비심은 익히지 못했다고 여겼다는 것이다.

'여인을 따뜻하게 대하는 것과 여인에게 빠지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노파는 20년 동안 자신이 부처가 되기를 소원한 선객이 비록 도는 이루었지만 그 도가 메마른 고목처럼 인정없고, 낱낱이 규율이나 따지고 율법이나 헤아리는 죽어 있는 도임을 깨닫고 암자를 태워버린 것이었다.(264쪽)' 

 

가톨릭 신자인 작가 최인호는 경허 스님을 통해 '내 안의 부처'를 강조하는 불교뿐만이 아니라 모든 종교의 의미는 율법이 아닌 사랑에 있다는 것을 말한다.

한편 경허는 조선 말기 국운이 스러져 갈 무렵의 선사로, 꺼져가는 불법의 불씨를 살려낸 우리나라 근대 불교의 선구자다. 그러나 그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율법과 타인의 시선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마음으로 부터도 자유로운 선각자였다.

 

스스로의 마음의 거름망만 걷어낼 수 있다면 수행의 반은 해낸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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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딸 2015-08-31 공감(7)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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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깨를 내리치는 죽비소리, 할! 새창으로 보기 구매
喝... 할!  죽비를 드신 스님이 참선인의 어깨를 내리치며 하는 소리, 어리석음을 깨우치게 하는 소리... 喝, 이 글자속에는 큰소리로 나무란다는 뜻이 담겨있다. 가끔 TV를 통해 들려오던 스님의 죽비소리를 들으면 내 어깨를 내리치는 것만 같아서 뜨끔하기도 했지만 문득문득 참 좋구나, 생각을 했었다. 불교식으로 말한다면 말이나 글로써 나타낼 수 없는 도리를 나타내 보일 때에 이 소리를 한다고 한다. 어려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낯설지 않은 말이다. 지인의 소개로 <길없는 길>을 처음 읽었을 때가 생각난다. 불교신자가 아님에도 굳이 禪僧의 발길을 쫓은 작가의 마음이 궁금해서였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어 시간이 허락된다면 한번 더 정독을 해 보자고 벼르고 있던 참인데 여태 읽지 못하고 있으니 어쩌면 이 책은 게으른 내 어깨위에 죽비를 내리치시는 스님의 목소리와도 같지 않을까 하는 심정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책은 <길없는 길>에서처럼 나를 헤매게 하진 않았다. 오히려 전작에서 헤맸던 길을 제대로 찾아갈 수 있는 이정표처럼 느껴졌다. 법명이 '惺牛: 깨우친 소' 이신 鏡虛스님의 삼대제자에 관한 이야기다. 세개의 달로 표현되어지는  滿空, 慧月, 水月 스님에 대한 자취를 더듬어가는 시간이 지루하진 않았다. 궁금하기도 했던 차였다. 이 글을 쓴 작가처럼 나도 불자가 아닌데 굳이 이 책에 빠져들게 된 연유는 따져보고 싶지 않다. 그 알 수 없는 느낌에 어떠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 자체가 싫은 까닭이다. <길없는 길>에서 미처 느끼지 못하고 넘어갔던 부분들이 새록새록 솟아나 다시 내 곁으로 왔다. 다시 읽어야지 했던 그 마음을 질책이라도 하려는듯이.

 

無碍行의 상징처럼 표현된다는 鏡虛스님은  禪의 생활화로 근대 한국불교를 중흥시켰다는 기록이 보인다. 그분께서 행하신 無碍行의 일화들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삼대제자의 흔적 또한 만만치않다.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먹먹함으로 다가왔던 짧은 이야기가 제법 무겁다. 어디에도 걸림이 없이 철저하게 자유인으로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중광스님이 생각났다. 세속에서는 걸레스님이라느니, 미치광이 중이라느니 했다지만 어찌보면 그 분들이야말로 제대로 수행하신 게 아닌가 하는 객쩍은 생각까지 든다. 물이 불어 내를 건너지 못하는 처자를 업어 건네준 스님에게 제자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따지니 "너는 어째서 그 처자를 아직도 내려놓지 못하고 여태 업고 있느냐?" 했다던 불교설화 한편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니 그 無碍行이라는 것도 섣부른 깨침만으로는 행할 수 없는 게 분명할 터다.

 

한사람은 북쪽을, 한사람은 남쪽을, 그리고 한사람은 그 사이를 비추는 달이 되자고 했다는 세 분 스님. 그리하여 水月 스님은 북으로 갔고, 慧月스님은 남으로 갔으며, 滿空은 중간에 남았다. 끝없는 자비심으로 세속에 머물렀다던 水月스님의 흔적은 그다지 많지 않으나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함으로 세상을 대했다던 慧月스님의 행적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나마 막내제자인 滿空스님의 기억으로 인해 생전의 모습과 같은 스승의 초상화를 그릴 수 있었다는 건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세분 스님의 행적을 따라가는 여정이 힘들지 않았다. 다시 <길없는 길>을 펼쳐 볼 때가 된 듯 하다. 내 어깨에 죽비를 내리쳐본다. 喝!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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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 2013-08-10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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