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방은 불행한 일이었지만 아무튼 결과적으로 조선 땅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건 사실이었다. 그러한 ‘결과’를 인정/수용하는 것과 그 원인을 비판적으로 보는 일은 모순되지 않는다.
합방을 둘러싸고 일본은 “부당합법”이라는 입장이고 한국은 “부당불법”이라는 입장이다. 나는 모든 역사적 행위를 합법인지 불법인지를 따지는 ‘법’중심사고를 비판해 왔다. 합법/불법 여부는 1965년협정과정에서도 문제시된 사항이지만 90년대 이후에 그렇게 된 이유는 주로 법률가/법학자들이 식민지배 문제에 도쿄 재판과 뉴른베르크 재판에서 배운 “전쟁범죄” 개념을 무리하게 대입시킨 데에 있다. 그러면서 많은 것이 꼬였다. 처음 주장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법이 동원되었고, 위안부 문제는 그런 정황을 대표한다.
일본도 인정한 “부당”을 넘어 “긍정합법”=일제가 가져온 근대찬양이 왜 문제인지 하나만 써 두기로 한다.
첨부하는 자료는 1940년에 나온 글이다.
여기 등장하는 일본여성은 조선에서 태어나는 이들이 출산 /성장과정에서 죽는 걸 안타깝게 여겨 자신이 습득한 ‘근대적 ‘ 출산방식으로 도와보려 했다.
그런데 이 여성은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이 “좋은 일본인””좋은 황국신민”이 되기를 바랐다. 조선에 도착한 근대란 구조적으로 황국신민이 되는 일이기도 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런 ‘근대’=제국주의를 쌍수들고 환영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제국주의를 긍정하는 건 오늘의 제국적 욕망을 긍정하는 일이 된다. 오늘의 세계는 그런 욕망을 내놓고 허용하지 않으므로 사람들은 민족주의를 빌어 심리적 제국주의를 한다. 최근에 화제가 된 신용하 교수의 새연재물 역시 그런 욕망의 발로다.
민족주의와 제국주의는 대립하는 개념처럼 보이지만 민족주의는 언제든 제국주의가 된다. 따라서 민족주의를 비판하면서 제국주의를 긍정하는 건 그 자체로 모순이기도 하다.
(여력이 없어 이 문제로 더이상 ‘논쟁’은 하지 않겠습니다. 비판하실 분은 이 글을 가져가서 해 주세요.)
152崔明淑, 이소 and 150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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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관계에서는 많은 교훈이 있다고 봅니다..1. 우리가 "등신"같아서 빼앗긴 것이고..일본의 침략성보다는 우리의 무능함이 훨씬 컸다고 봅니다.. 할말이 없는..2. 일본의 침략후 우리나라의 근대화가 이루어진 것도 사실이고..3. "아름다운 살인"이 없듯이.. 일본의 교묘한 침략성을 포장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4. "합법과 정당"이라는 이야기는.. 침략에 대한 자기위안과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봅니다..5. 19세기에는 모든 열강들이 "야수성"을 가졌고.. 우리도 열강대열에 합류했다면.. 우리도 일본과 같은 길을 갔겠죠..6. 인류애로 살아가는 나라가 없기에.. 지금도 "힘이 곧 정의다!"라는 진리는 변함이 없겠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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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ve - 고생하셨습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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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교수님, 한일합방이 "긍정합법"이라는 관점이나 해석이 식민지 근대화론에서 그렇다는건가요 아니면 어떤 개인이나 학파(?)에서 확인할 수 있는건가요? 저는 식민지 근대화론 관련해서 몇몇 자료들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긍정합법"이라고는 못느꼈거든요. 누구의 주장의 인용인 것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논쟁을 할 생각 전혀 없고 딱 요것만 궁금해서 질문드렸습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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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강제연행이 그토록 중요했던 거둔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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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gnoranti Quem맞습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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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gnoranti Quem그 얘기를 했더니, “법적 책임 부정!””일본 책임 면죄!” 라는 비난을 받아온 거지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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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gnoranti Quem이게..한국뿐 아니라 일본(지원자)도 북한도 함께 만든 논리에요..다시 쓸게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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