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손을 기억합니다
[간서치의 둔한 서평(162)] 강상중의『한반도와 일본의 미래』
기자명 김치관 기자
입력 2021.03.24 10:21
수정 2021.03.2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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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손을 기억합니다.
그 뜨거운 마음을 기억합니다.
2018년 4월 남북이 맞잡은 두 손은 두려움과 막연함을 반가움과 자신감으로 만들었습니다. 함께 나눈 이야기와 함께 걸은 그 길은 서러운 분단과 적대의 세월을 일순간 멈추어, 숨죽인 채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맞았고, 오늘과는 다른 내일을 꿈꾸었습니다.
하지만 2021년 3월의 지금은 다시금 우리를 어지럽게 합니다. 어렵게 합니다. 그리고 아프게 합니다. 그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 어떤 풍파가 닥치더라도 잡은 손을 놓지 말고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새길을 함께 만들어가자던 약속이 여전히 가슴에 생생한데, 지금 우리는 갈 곳을 잃어버린 것만 같습니다.
우리는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민간 통일운동과 남북교류협력을 위해 땀 흘려온 우리들은 20여 년의 세월 동안 인류의 보편적 가치 실현을 위한 남북 간 인도 협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남북 당국 간 정치적, 군사적 어려움이 있어도 우리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아니, 멈출 수 없었습니다.
민간차원의 남북협력이,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안전과 건강권을 지키고, 갈라진 한반도에서 서로를 조금 더 알아가고, 서로를 조금 더 믿을 수 있게 만드는 길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반드시 전해주어야 할 평화를 만들 수 있는 길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기억합니다.
2018년 4월 판문점의 가슴 벅찬 모습을 기억합니다. 9월 평양의 뜨겁던 함성도 잊지 못합니다. 싱가포르의 감격과 하노이의 아쉬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눈 깜빡할 사이 지나버린 것만 같은 지난 3년이 우리의 지금을 더욱 망설이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더더욱 우리는 확신합니다. 더디지만 우리가 가는 이 길이 결코 틀린 것이 아님을,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않고 가야 할 길은 기어이 가야 한다는 믿음으로 평화를 만들어갈 것입니다. 상호 신뢰와 이해를 만들어갈 것입니다.
남북의 당국은 책임과 의무가 주어져 있습니다. 한반도 구성원의 안전을 보장하고 평화공존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야 할 책임과 의무입니다. 우리 민간이 걸어온 길도 다르지 않습니다. 민간차원의 인도적 협력을 통해 이 땅의 평화를 만들어내고, 그 평화가 다시는 깨지지 않도록 굳건히 다져나가는 것, 그 책무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정부에 호소하고자 합니다
그 손을 기억합니다.
그 뜨거운 마음을 기억합니다.
2018년 4월 남북이 맞잡은 두 손은 두려움과 막연함을 반가움과 자신감으로 만들었습니다. 함께 나눈 이야기와 함께 걸은 그 길은 서러운 분단과 적대의 세월을 일순간 멈추어, 숨죽인 채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맞았고, 오늘과는 다른 내일을 꿈꾸었습니다.
하지만 2021년 3월의 지금은 다시금 우리를 어지럽게 합니다. 어렵게 합니다. 그리고 아프게 합니다. 그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 어떤 풍파가 닥치더라도 잡은 손을 놓지 말고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새길을 함께 만들어가자던 약속이 여전히 가슴에 생생한데, 지금 우리는 갈 곳을 잃어버린 것만 같습니다.
우리는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민간 통일운동과 남북교류협력을 위해 땀 흘려온 우리들은 20여 년의 세월 동안 인류의 보편적 가치 실현을 위한 남북 간 인도 협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남북 당국 간 정치적, 군사적 어려움이 있어도 우리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아니, 멈출 수 없었습니다.
민간차원의 남북협력이,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안전과 건강권을 지키고, 갈라진 한반도에서 서로를 조금 더 알아가고, 서로를 조금 더 믿을 수 있게 만드는 길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반드시 전해주어야 할 평화를 만들 수 있는 길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기억합니다.
2018년 4월 판문점의 가슴 벅찬 모습을 기억합니다. 9월 평양의 뜨겁던 함성도 잊지 못합니다. 싱가포르의 감격과 하노이의 아쉬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눈 깜빡할 사이 지나버린 것만 같은 지난 3년이 우리의 지금을 더욱 망설이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더더욱 우리는 확신합니다. 더디지만 우리가 가는 이 길이 결코 틀린 것이 아님을,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않고 가야 할 길은 기어이 가야 한다는 믿음으로 평화를 만들어갈 것입니다. 상호 신뢰와 이해를 만들어갈 것입니다.
남북의 당국은 책임과 의무가 주어져 있습니다. 한반도 구성원의 안전을 보장하고 평화공존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야 할 책임과 의무입니다. 우리 민간이 걸어온 길도 다르지 않습니다. 민간차원의 인도적 협력을 통해 이 땅의 평화를 만들어내고, 그 평화가 다시는 깨지지 않도록 굳건히 다져나가는 것, 그 책무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정부에 호소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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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중 지음/노수경 옮김, 『한반도와 일본의 미래』, 사계절, 2021. 2. [자료사진 - 통일뉴스]
최근 북한의 거친 언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평통과 금강산국제관광국 폐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9·19평양선언의 소중한 성과인 남북군사합의 파기마저 이야기합니다. 북한의 언사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의 충격이 여전한 지금, 단순한 위협으로만 받아들일 수도 없습니다.
길은 하나뿐입니다. 만나야 합니다. 대화의 재개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남북이 주도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어간다는 지극히 당연한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합니다.
때문입니다. 남북교류협력이 재개되어야 합니다.
지난해 남북 모두 전대미문의 코로나 팬데믹을 맞았습니다. 이에 맞서 남북 모두 처절히 싸웠습니다. 하지만 그 상처는 아직 현재 진행형입니다. 코로나는 남북이 손을 맞잡고 함께 대응해야 더 빨리 더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적극적으로 북한이 대화의 테이블로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동시에 민간차원의 남북교류협력이 재개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2018년 4월 판문점의 감동과 9월의 함성 속에서도 민간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민간은 당국 간 대화와 협상이 성공적으로 이어지길 기원하며 곧 다시 시작될 본격적인 민간교류협력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시기는 여전히 오지 않고 있습니다.
20년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민간이 다시 남북 간 막힌 물꼬를 틀 수 있도록 정부는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인도주의에 입각한 대북물자 반출승인을 신속히 재개하고, 남북교류협력의 환경 변화에 따라 지원 수혜자의 권리와 요구를 존중하여 민간단체의 대북활동에 대한 일시적 비공개 조치가 필요합니다. 이는 인도적 협력 문제가 남북 간 정치적 이해에 따라 활용되는 잘못된 관행을 피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북한이 코로나19 백신 협력 등 남북 공동방역, 보건협력에 적극 나서줄 것을 지속적으로 강력히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남북은 따로 살 수 없는 생명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북한 당국에도 호소하고자 합니다.
남과 북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핵심 당사자이자 주체입니다. 영원히 따로 살 것이 아니라면 끊임없이 만나고 대화하고 협력해야 할 관계입니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당사자는 그 누구도 아닌 남과 북의 구성원들이기 때문입니다.
서로 상대에 가지고 있는 아쉬움과 오해는 만나서 이야기하며 풀어나가야 합니다. 상대를 무시하거나 겁박하는 형태의 언사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에 대한 반감을 더 키울 뿐입니다.
미국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중국은 이러한 미국과 패권경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북일 수교라는 숙제를 여전히 안아 들고 있지만, 자국의 어려움이 더 큰 상황입니다. 그 어떠한 국가도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해줄 수 없습니다. 바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합니다.
비본질적 문제를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남북 모든 구성원들의 건강과 생명이 달린 문제 앞에 비본질적 문제란 있을 수 없습니다. 모든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로 풀어간다면 서로의 고민과 아픔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간절함은 남과 북이 다르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그 믿음을 부디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대화의 장으로 과감하게 나와 함께 문제를 풀어가야 합니다.
인도적 협력, 민생 협력 문제는 그 어떠한 조건과 명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민간은 지난 20년 동안 남북 민생의 협력에 있어 그 어떠한 조건과 명분을 달지 않았습니다. 이는 지난 20년의 역사가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로가 힘들고 어려울 때 아무런 이유 없이 돕는 것이 바로 형제이자, 민족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가피한 국경봉쇄로 인해, 또한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남이 북을, 북이 남을 도울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 돕고 서로 보살피는 것이 민족입니다.
지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발이라는 큰 아쉬움이 남아있지만, 그럼에도 북 당국이 2018년 판문점 선언 이후 핵과 미사일 등과 관련해 어떤 심각한 군사행동도 최대한 자제해 왔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여전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그 믿음을 가지고 다시 대화의 장으로 나와 당면한 여러 문제를 함께 풀어가야 할 것입니다. 과감한 결단을 기대합니다.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호소합니다.
“우리가 북을 돕는 건 인도주의도 아니고 동포애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북을 돕는 것은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생전 말씀입니다. 우리 민간은 지난 20년 동안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단 한 걸음의 진전이라도 이뤄내겠다는 마음으로, ‘도리’를 다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남북 간 ‘마음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습니다.
물론 반성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남북 당국 간 관계개선이 급속도로 이뤄질 때, 그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스스로의 역량을 더 크게 키우지 못했습니다. 그러한 반성을 가슴 깊이 새기고, 이제 우리는 ‘도리’를 넘어 ‘더디지만 가장 빠른 길’을 가고자 합니다.
모순되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민간차원의 남북교류협력은 한반도 평화와 모든 구성원들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하는 ‘가장 더디지만, 동시에 가장 빠른 길’이라 여전히 믿습니다. “멀리 갈 위험을 감수하는 자만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서둘러야 할 일은 서둘러 나아가겠습니다. 동시에 더디더라도 꾸준히 가야 할 길 역시 멈추지 않겠습니다.
그 길에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응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남북 간 협력사업은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길입니다. 제로섬 게임이 아닌 상생의 길이자, 평화의 길입니다. 우리 민간은 지금껏 그래왔듯 ‘대북 퍼주기’를 할 것입니다. 북한에 우리 국민들의 사랑의 마음, 화해와 안부의 마음을 퍼줄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평화를 위해, 마땅히 누려야 할 인간다운 삶을 위한 퍼주기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성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70여 년이 넘도록 전쟁을 두려워하고, 증오가 증오인 줄 모르고 살았습니다. 부당함이 당연한 것으로, 부조리가 합리적인 것으로 알며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이제 우리의 아이들은 분단이 당연하고, 섬나라가 당연한 줄 알고 살아갑니다.
우리는 분단국가입니다. 영원한 분단은 없습니다. 독립적인 두 개의 국가가 존재할 뿐입니다. 하지만 남과 북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입니다. 남북은 먼저 평화를 만들어내고, 기어이 통일을 이뤄내야 하는 ‘특수한 관계’입니다. 누가 잘났고 누가 못난 것이 아닌,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가며 함께 살아가야 할 사이입니다.
그 길이 단 일 센티미터만이라도, 그 시간이 단 1초라도 빨리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도록,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분단의 고통을 겪지 않고, 증오와 적대를 먼저 배우지 않고, 마음껏 자유롭게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이산의 아픔과 고통을 더는 겪지 않도록, 남북 누구라도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하는 것이 이 땅에 살고 있는 이들의 책임입니다.
잡은 손 놓지 맙시다.
오랫동안 민간차원의 남북교류협력에 매진해 온 곳에서 호소문 혹은 성명서 차원의 글을 요청하셨는데, 쓰다 보니 이 책에서 담고자 했던 평화와 화해의 마음, 긍정의 마음이 떠올랐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글과 책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조금 수정하여 소개한다. 오늘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아이들의 행복한 내일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
최근 북한의 거친 언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평통과 금강산국제관광국 폐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9·19평양선언의 소중한 성과인 남북군사합의 파기마저 이야기합니다. 북한의 언사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의 충격이 여전한 지금, 단순한 위협으로만 받아들일 수도 없습니다.
길은 하나뿐입니다. 만나야 합니다. 대화의 재개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남북이 주도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어간다는 지극히 당연한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합니다.
때문입니다. 남북교류협력이 재개되어야 합니다.
지난해 남북 모두 전대미문의 코로나 팬데믹을 맞았습니다. 이에 맞서 남북 모두 처절히 싸웠습니다. 하지만 그 상처는 아직 현재 진행형입니다. 코로나는 남북이 손을 맞잡고 함께 대응해야 더 빨리 더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적극적으로 북한이 대화의 테이블로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동시에 민간차원의 남북교류협력이 재개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2018년 4월 판문점의 감동과 9월의 함성 속에서도 민간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민간은 당국 간 대화와 협상이 성공적으로 이어지길 기원하며 곧 다시 시작될 본격적인 민간교류협력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시기는 여전히 오지 않고 있습니다.
20년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민간이 다시 남북 간 막힌 물꼬를 틀 수 있도록 정부는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인도주의에 입각한 대북물자 반출승인을 신속히 재개하고, 남북교류협력의 환경 변화에 따라 지원 수혜자의 권리와 요구를 존중하여 민간단체의 대북활동에 대한 일시적 비공개 조치가 필요합니다. 이는 인도적 협력 문제가 남북 간 정치적 이해에 따라 활용되는 잘못된 관행을 피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북한이 코로나19 백신 협력 등 남북 공동방역, 보건협력에 적극 나서줄 것을 지속적으로 강력히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남북은 따로 살 수 없는 생명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북한 당국에도 호소하고자 합니다.
남과 북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핵심 당사자이자 주체입니다. 영원히 따로 살 것이 아니라면 끊임없이 만나고 대화하고 협력해야 할 관계입니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당사자는 그 누구도 아닌 남과 북의 구성원들이기 때문입니다.
서로 상대에 가지고 있는 아쉬움과 오해는 만나서 이야기하며 풀어나가야 합니다. 상대를 무시하거나 겁박하는 형태의 언사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에 대한 반감을 더 키울 뿐입니다.
미국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중국은 이러한 미국과 패권경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북일 수교라는 숙제를 여전히 안아 들고 있지만, 자국의 어려움이 더 큰 상황입니다. 그 어떠한 국가도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해줄 수 없습니다. 바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합니다.
비본질적 문제를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남북 모든 구성원들의 건강과 생명이 달린 문제 앞에 비본질적 문제란 있을 수 없습니다. 모든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로 풀어간다면 서로의 고민과 아픔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간절함은 남과 북이 다르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그 믿음을 부디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대화의 장으로 과감하게 나와 함께 문제를 풀어가야 합니다.
인도적 협력, 민생 협력 문제는 그 어떠한 조건과 명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민간은 지난 20년 동안 남북 민생의 협력에 있어 그 어떠한 조건과 명분을 달지 않았습니다. 이는 지난 20년의 역사가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로가 힘들고 어려울 때 아무런 이유 없이 돕는 것이 바로 형제이자, 민족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가피한 국경봉쇄로 인해, 또한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남이 북을, 북이 남을 도울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 돕고 서로 보살피는 것이 민족입니다.
지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발이라는 큰 아쉬움이 남아있지만, 그럼에도 북 당국이 2018년 판문점 선언 이후 핵과 미사일 등과 관련해 어떤 심각한 군사행동도 최대한 자제해 왔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여전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그 믿음을 가지고 다시 대화의 장으로 나와 당면한 여러 문제를 함께 풀어가야 할 것입니다. 과감한 결단을 기대합니다.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호소합니다.
“우리가 북을 돕는 건 인도주의도 아니고 동포애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북을 돕는 것은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생전 말씀입니다. 우리 민간은 지난 20년 동안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단 한 걸음의 진전이라도 이뤄내겠다는 마음으로, ‘도리’를 다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남북 간 ‘마음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습니다.
물론 반성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남북 당국 간 관계개선이 급속도로 이뤄질 때, 그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스스로의 역량을 더 크게 키우지 못했습니다. 그러한 반성을 가슴 깊이 새기고, 이제 우리는 ‘도리’를 넘어 ‘더디지만 가장 빠른 길’을 가고자 합니다.
모순되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민간차원의 남북교류협력은 한반도 평화와 모든 구성원들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하는 ‘가장 더디지만, 동시에 가장 빠른 길’이라 여전히 믿습니다. “멀리 갈 위험을 감수하는 자만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서둘러야 할 일은 서둘러 나아가겠습니다. 동시에 더디더라도 꾸준히 가야 할 길 역시 멈추지 않겠습니다.
그 길에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응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남북 간 협력사업은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길입니다. 제로섬 게임이 아닌 상생의 길이자, 평화의 길입니다. 우리 민간은 지금껏 그래왔듯 ‘대북 퍼주기’를 할 것입니다. 북한에 우리 국민들의 사랑의 마음, 화해와 안부의 마음을 퍼줄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평화를 위해, 마땅히 누려야 할 인간다운 삶을 위한 퍼주기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성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70여 년이 넘도록 전쟁을 두려워하고, 증오가 증오인 줄 모르고 살았습니다. 부당함이 당연한 것으로, 부조리가 합리적인 것으로 알며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이제 우리의 아이들은 분단이 당연하고, 섬나라가 당연한 줄 알고 살아갑니다.
우리는 분단국가입니다. 영원한 분단은 없습니다. 독립적인 두 개의 국가가 존재할 뿐입니다. 하지만 남과 북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입니다. 남북은 먼저 평화를 만들어내고, 기어이 통일을 이뤄내야 하는 ‘특수한 관계’입니다. 누가 잘났고 누가 못난 것이 아닌,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가며 함께 살아가야 할 사이입니다.
그 길이 단 일 센티미터만이라도, 그 시간이 단 1초라도 빨리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도록,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분단의 고통을 겪지 않고, 증오와 적대를 먼저 배우지 않고, 마음껏 자유롭게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이산의 아픔과 고통을 더는 겪지 않도록, 남북 누구라도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하는 것이 이 땅에 살고 있는 이들의 책임입니다.
잡은 손 놓지 맙시다.
오랫동안 민간차원의 남북교류협력에 매진해 온 곳에서 호소문 혹은 성명서 차원의 글을 요청하셨는데, 쓰다 보니 이 책에서 담고자 했던 평화와 화해의 마음, 긍정의 마음이 떠올랐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글과 책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조금 수정하여 소개한다. 오늘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아이들의 행복한 내일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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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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