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타운 왕언니 죽기 오분 전까지 악을 쓰다
김연자 (지은이)삼인2005-06-20
316쪽
책소개
스무살 무렵부터 이십 년 이상을 기지촌에서 생활한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기지촌 성매매 현장의 한가운데서 동료들의 어이없고 억울한 죽음과 미군 범죄, 여성들을 착취하는 기지촌의 현실에 저항하고 때론 좌절하고 그럼에도 다시 노래부르며 일어나 건강하게 삶을 이끌어 나갔던 기록이다.
무엇보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다른 게 아니라 한 여자가 성폭력을 당하고 어떻게 평생을 방황하며 살다가 치유되는가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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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 죽기 오 분 전까지 악을 쓰다
출렁이는 기억, 거문도
부녀보호소 여자들
동두천에서 부르는 노래
궐기하라, 쑥고개여
아메리카 타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우리들의 천막 공동체
들어라, 세상아
꽃처럼 피어나
에필로그 : 평화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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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촌에서 세계로 | 캐서린 H.S. 문
'낯선' 세계로의 초대 | 원미혜
김연자 선생님의 노래 | 안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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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기책속에서
'긴 밤', '짧은 밤', '손님' ...... 서서히 그 동네 말과 생활에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수줍고 치욕스러워 차마 손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지만, 나중에는 시간 끄는 남자에게 '야, 이 씨발놈아! 빨리 끝내!' 하고 소리를 질렀다. 역겹고 싫은 짓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것은 욕설뿐이었다.
힘들 때는 '세코날'이라는 것을 먹었다. 수술 환자들 진정시킬 때 먹인다는 빨간 약이 암암리에 부대에서 나와 동네에 돌아다녔다. 살아갈 길은 없을까? 몽롱한 정신으로 살아갈 방법을 생각해봐도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몇 분 동안 아랫도리를 누르는 중압감과 고통을 참고, 손에 쥔 돈으로 먹고사는 것이었다.
술을 마셔도 정신이 말똥말똥하면 최면을 걸어 내가 아름다운 연인과 육체관계를 맺고 있다고 상상했다. 그러면 달아올랐다. 몰려오는 피곤함과 허탈감. 담배 냄새와 술 냄새, 남자가 흘린 정액 냄새, 몸과 마음이 찢어져 깊은 수렁 속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 본문 88~89쪽에서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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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김연자 (지은이)
1943년 중국 만주에서 태어났다. 여수여중.고를 졸업하고 서울신문사 여수 지사에서 수습기자로 일했다. 1963년 기술을 배우기 위해 서울시립부녀보호소에 입소한 것을 계기로 이후 동두천, 군산, 송탄 기지촌 지역에서 미군을 상대하는 일을 했다. 여성들의 자치 조직을 이끌며 기지촌 내의 부정부패를 고발하고 저항하는 일에 앞섰다. 이후 수원 신학교를 졸업하고, 송탄에 참사랑선교원을 열었다. 2005년 현재 송탄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
최근작 : <아메리카 타운 왕언니 죽기 오분 전까지 악을 쓰다>
김연자(지은이)의 말
이제 그 지난한 과정을 거쳐서 벌거벗은 제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양색시였던 한 여성의 과거 얘기만은 아닙니다. 신학교를 나와서 전도사 생활을 하면서 사회 속에서 살면서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 한 것들, 그 문제들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회환과 분노, 갈등을 돌아보고 스스로 깨닫고 치유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이 기지촌 여성들을 위해 일하는 여러 선생님들과 성매매에 관련된 활동을 하는 단체들에도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또 이 책이 국제결혼으로 해외에 나가는 여성들과 아빠 없는 국내 혼혈아들, 기지촌 여성들의 어려운 현실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고,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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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진실이 악을 써도 전달되지 않는 깊은 상처의 몸부림 이고통스럽고도 치열하다 구매
inesk 2010-04-07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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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많은 일을 겪으면서 살아오셨군요. 그 많고 많은 이야기들을 어떻게 이 얇은 책 한 권에 다 담아내내셨는지요! 권력을 쥔 나랏놈들이 한 짓거리에 구역질이 납니다. 세상 속지 않고 살아야 합니다... 고맙습니다. 이제는 부디 편안하시기를 빕니다. 구매
zikomo 2017-10-25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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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하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창으로 보기
남달리 험한 인생 역정을 겪은 이의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동안 이야기를 듣노라면
연민에 앞서 짜증이 솟구칠 때가 있다.
어쩜 그리도 운명은 그를 계속 희롱했는지, 그는 어이하여 그렇게 계속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살았는지,
뭐 그런 마음에서지만, 더러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사니까 인생이 그 모양이지요!" 하고
고함을 지르고 싶은 경우도 있다.
특히 무명씨들의 자서전 식 자비출판 소설을 몇 번 맡아본 나로서는 교열작업을 하며 많이도 씩씩거렸다.
세상에는 왜 그리 악인도 많고 기구한 사연도 많은지.
그리고 그들은 왜 적지 않은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하나도 자랑스러울 것 없어 보이는 자신의 삶을
책으로 묶어내지 못해 안달인지......이해를 못했던 것이다.
지금이라면 10여 년 전 한창 그런 일을 할 때와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그들의 삶과 원고를 보듬을 수
있을 것 같다. 사람과 인생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기 때문이다.
주찬옥 작가와 짝을 이뤄 감성적인 드라마를 잘 만들던 연출가 황인뢰는
언젠가 씨네 21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렇든 저렇든 모든 악다구니는 싫어요!"
그게 뭐 그리 대단한 말이라고 아직까지 기억 속에 남은 건, 당시 내가 그 말에 깊이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메리카 타운 왕언니 죽기 오분 전까지 악을 쓰다>는 제목만 놓고 본다면 내가 절대 골라들 책이 아니다.
나는 아직도 사람들이 악을 쓰는 것에 대해 무한한 두려움과 혐오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동두천과 송탄, 군산 아메리카 타운 등을 이른바 '양공주'로 전전하며 젊은날을 다 보내고
여지껏 기지촌에 남아 성매매 현장의 젊은 여성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이 책의 주인공 김연자는
특별하다.
아무리 험한 사건들과 현장 속에 있었기로 사람이 그 사건에 묻히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그의 개성과
매력과 진면목이 그대로 생생하게 전달된다.
그는 윤금이 씨 사건과 같은 끔찍한 일들이 동료 혹은 친구들에게 다반사로 벌어지는 현실 속에서
도망가거나 체념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 고발하여 이 땅에서 미군 범죄 최초의 무기징역형을 받게 한
일등공신이다.
한푼두푼 모은 돈으로 힘을 합해 천막을 짓고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된 그와 동료들의 기도 대목에서
나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깊은 병을 앓는다든지 가족에게 버림받고 만신창이가 된 그들,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하나님께 감사할
건덕지가 있어야 말이지.
그들은 이렇게 기도한다.
--살인하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기도 내용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런데 이 책의 저자 김연자의 유머와 낙관과 능청은 자칫 한없이 무거울 수 있는 책 내용을
제법 경쾌하게 곳곳에서 환기시켜 주고 있다.
다음은 내가 제일 인상 깊게 읽은 대목.
--30년 가까이 기지촌에서 살아갈 때 단 한 번도 운동가들이 찾아온 적이 없었다.(...)
어떻게 의사소통을 해야 할까. 날마다 술먹고 악을 쓰며 사람을 세상을 그리워했는데,
막상 세상에 나오니 나는 서툴렀고 얘기할 수 있는 통로도 많지 않았다.
기지촌 연극이라도 해보고 싶어 여기저기 쫓아다니고 여성문화단체 같은 데 가서
연극 얘기를 들어보면 무슨 어려운 영화나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마광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건 우리 같은 밑바닥 삶과는 별로 관계도 없고 어떤 영향도 줄 수 없는
얘기들이었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폐병이 많다던데, 내가 보기에도 폐병은
예술가가 잘 걸리는 병이고, 예술가는 자기연민에 빠진 폐병쟁이로 보였다.(본문 255쪽)
오래 전 <자기만의 방>이란 연극을 나도 무지 지루하고 재미없게 보았다.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는 건지......
너무나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점들까지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것도 이 책의 매력.
그런 사람들이 타인의 문제에 대해서도 자기자신의 단점이나 실수를 대하는 것처럼 열려 있기
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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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쓰기 무지 어려운 책이었어요.
일전에 따우님으로부터 이 책을 선물받고 감사 겸 자랑 페이퍼를 올렸을 때
하도 여러 분이 리뷰를 독려하셔서 떠듬떠듬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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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0-19 공감(45) 댓글(27)
그 안보다 나을 것도 없는데 새창으로 보기
가만 보면, 이 언니들을 양공주라고 손가락질하는 인간들 중
이 언니들에게 뭐 하나 해준 이가 없다.
빚에 시달리면서도 한 푼 두 푼 모아 교회를 마련하고 목사님을 초빙하면,
이 목사님과 ‘일반 신도’가 그 교회를 접수한다.
병든 여성과 길에서 헤매는 혼혈아 들의 보금자리가 필요해
미국으로 간 여성들까지 공장에 나가거나 파출부로 일해 번 돈을 보태어
수양관을 지으면, 목사님은 수양관과 그 땅을 자기네 교회 재산으로
등록하자고 한다.
결혼해 미국으로 가서도 자신들이 살던 기지촌에
여성들과 혼혈아들이 있을 곳을 마련하려고
공장일, 파출부 일을 해 돈을 보냈다는 대목에서 코가 시큰해졌다.
전에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구한말 하와이나 아메리카 대륙에
노동 이민을 간 조선인들이 반노예처럼 지내면서도
독립운동 자금으로 10원씩 10원씩 기부한 것을 기록해놓은 자료를 보았다.
그러나 이 언니들에게는 독립운동을 이끌던 지도자도 없었다.
주한 미군 범죄 역사상 최초로 무기징역형을 이끌어 낸 것도
이 언니들의 힘이었지만,
이른바 ‘사회’라고 하는 것은 이들이 해놓은 일은 다 그냥 먹어버렸다.
이들이 해낸 일은 알려지지 않고 인정되지도 않았다.
그 ‘사회’란 곳이 별나게 고상한 동네도 아니면서 그랬다.
김연자 선생은 성매매에서 벗어나려고 기지촌을 떠나
병원에서 잡일을 하며 신학대에 갈 준비를 한다.
그런데 그 산부인과 병원이란 데에서는 산모에게 줄
미역국에 고기는 안 넣고 기름만 쓰고,
간호사들은 휴가도 없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참지 못하고 원장에게 시정 조치를 요구하는 편지를 쓰자
원장은 들어 넘기고 간호사 책임자는 주제넘는 일을 했다고 다그친다.
기지촌보다 깨끗할 것도 없는 세상.
‘매춘’은 불법인데 미군에게 성을 판매하는 여성은 ‘애국자’라며
국가에서 정기적으로 성병 검진을 해준다.
성병 검진 카드를 둘러싼 부정과 비리가 일어나고,
그 와중에 성판매 여성이 불합리한 착취를 당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하고 서울의 상담소 같은 데 가면, “여기는 적색 지대라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하며, 지도에다 빨간 줄을 그었다.(139쪽)
적색 지대.
그 말은 ‘국가가 법과 질서 유지를 포기한 지역’이란 뜻이 분명하다. 그렇지?
왜 누구는 적색 지대 안에 살고,
누구는 그 안보다 나을 것도 없는 밖에 살면서
그 안 사람들을 백안시하는 걸까?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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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 2007-01-16 공감(3) 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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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에서 태어난 새로운 언어 새창으로 보기 구매
11월 26일에 열린 ‘제 3회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에 관한 기사를 보았다. 지면으로 전해지는 고통만으로도 내 가슴이 너무나 아프고 시렸다. ‘여자’라는 이름을 지닌 모든 이들 중 “난 ‘피해자’가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는 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성폭력, 성희롱, 근친강간, 가정폭력이란 이름 안에 자신의 경험을 미처 언설화하지 못하고서 그냥 자신만의 아픈 경험으로 가슴에 묻고 죽어간 이들이 또 얼마나 많을까?
지난 달에 만났던 '최진이' 씨(북한이주여성, 『국경을 세 번 건넌 여자』저자) 역시, 남한 사회에 와서야 자신이 어릴 적에 경험했던 일이 바로 ‘성폭력’이었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결국 우리는 우리의 고통을 언어화할 수 있는 도구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여성주의는 여성의 경험을 해석할 언어를 만들어 나가는 운동이라 정의 내리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아메리카 타운 왕언니 죽기 오분 전까지 악을 쓰다’는 여성주의에 관한 인식을 한 단계 무르익게 하는 책이 분명하다. 그녀는 가난과 전쟁 한 가운데서 태어났다. 그리고 세 살 적에 친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고, 11살 때는 친척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사춘기 시절 여자친구와의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을 때, 한 군인으로부터 또다시 성폭행을 당한다. 그 후 그녀의 자존감은 서서히 사라져 갔고, 결국 거리를 방황하게 된다. 그러다가 부녀 보호소, 동두천, 송탄, 군산 아메리카 타운으로 옮겨다니며 기지촌 25년간의 생활을 이어나간다.
그녀의 고통스런 몸은 ‘대한민국은 군대’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이 된다. 전쟁으로 인한 가난과 외로움, 친족과 군인으로부터의 성폭행, 자그마한 주장이나 울부짖음도 빨갱이로 몰아가는 유신체제, 버스 안내양으로 생활하면서 경험한 여성노동력의 착취, 아버지로 상징되는 자유당의 부패, 미군을 붙잡아 두려고 정부가 앞장서서 마련한 기지촌, 달러를 버는 애국자라 부추기며 보건증을 발부하여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 국가, 기지촌을 둘러싼 한미관계는 우리의 일그러진 근대사와 여성의 몸을 통해 이루어지는 일상의 폭력들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녀에게 그 고통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것은 피를 쏟는 또 한번 죽음을 각오한 힘든 과정들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그녀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기지촌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갔다”는 점이었다. 그로인해 자신을 더욱더 질책하고 자학했다. 그리고 탈성매매하기까지 걸렸던 10여 년의 시간과 기지촌 생활 25년간을 되돌아보면서 그녀는 “왜 그토록 달라지지 않았을까?”, “왜 평생 분노를 부등켜안고 있었을까”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그리고 책 마지막에 그녀는 조심스레 자신이 찾아낸 지점들을 고백한다. “매춘은 정신질환에서 오는 병이다”. “사랑받지 못하고 존중받지 못해 생긴 마음의 병, 모질고 가혹한 환경 속에서 앓게 된 병”이라고 한다. 또 그래서 더더욱 “연민과 아픔만으로는 기지촌의 삶과 매매춘 문제를 온전히 풀어나갈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너무나 맘이 저렸다.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음은 자신을 자학하는 원인으로 작동했고, 어릴 적 성폭행은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확장되어 갔고, 그것이 평생토록 자신을 괴롭히게 된다. 저자가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또 아흔을 넘긴 어머니에게 자신의 어릴 적 성폭행을 털어놓았을 때 그때서야 비로소 깊은 상처가 치유되어가는 것을 보게 된다. 그때가 바로 그녀의 나이 예순이었다.
그런 그녀는 자신의 상처를 ‘정신병’이란 이름으로 규정지었다. 사실 그녀가 정의내린 그 정신병이야말로 사회구조적인 성차별이 만들어낸 병이다. 생물학적인 아버지의 버림을 넘어 남성 가부장제에서 버림받은 존재들 그 모두가 자신의 언어를 갖지 못해 속앓이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여성들은 그 모두가 정신병자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되묻기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왜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고.
‘정희진’은 “아는 것은 타인을 지배하는 힘이거나 권력에 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상처받는 일이어야 한다. 안다는 것, 더구나 결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삭제된 역사를 안다는 것은, 무지로 인해 보호받아 온 자신의 삶에 대한 부끄러움, 사회에 대한 분노, 소통의 절망 때문에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페미니즘의 도전' 에서)”고 말한다. ‘정희진’의 날카로움이 나를 긴장하게 만든다. ‘아는 것은 실천의 시작이며, 실천은 아는 것의 결과’라는 말을 좌우명처럼 안고 살아온 나에게, 성매매에 대해 아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지 되물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앓을 수밖에 없는 정신병 역시 “연민과 아픔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저자의 지적은 내게 또다른 과제로 안겨온다.
우리가 추구하는 여성주의는 자신들을 행복하게 만들진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상식’에 대해 도전하는 일이며, 새로운 언어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발설할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무지로 인해 보호받아 온 자신의 삶에 대한 부끄러움이 동반되는 일이며, 사회에 대한 분노, 소통의 절망 때문에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래서 더더욱 나는, 저자의 경험에, 용기에, 실천에 존경을 보낸다.
물론 이로 인해 그녀의 삶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상처가 더 깊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경험과 드러난 것의 간극은 새로운 ‘낯설음’이 되어 그를 더 아프게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을 향해 말하기 시작한 그녀는 이제 이전의 그녀와는 다르다. “말한다는 것은 묘사하는 행위가 아니라 개입하고 헌신하는 실천”이며 그녀는 이미 상처에서 태어난 새로운 언어를 가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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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 2005-12-01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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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공주 발악하다!
먹고살기 위해 기지촌으로 들어가 몸을 팔아야 했던 이들의 얘기는 70년대 에로영화나 80년대 운동권소설 등에서 흔히 써 먹던 소재였다. 그래서 그들의 삶에 대한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 식상한 얘기를 나이 예순이 넘은 할머니가 자서전으로 써 냈다. 처음에는 너무 무거워서 중간 중간 숨을 돌려야 했다. 다음에는 너무 가슴 아파서 눈물을 글썽여야 했다. 또 다음에는 너무 가슴이 뛰어서 진정을 해야 했다. 그렇게 책을 다 읽고났더니 마음이 먹먹해지면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저 고생많으셨다는 말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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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소리 2011-11-02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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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자의 슬픔 새창으로 보기 구매
<2006년 제 76권째 책>
가슴아픈 이야기다. 이 나라의 힘없는 한 여자로 태어나 가부장적인 아버지로 부터, 역시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일찍부터 망가지고 그로인해 돌이킬 수 없는 삶을 살아가게 된 한 여인의 자기 이야기이다
어려서 당한 불행한 사건으로 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가정의 무관심 속에 그녀 또래 처지의 여인들의 삶속으로 들어간다. 또한 서슬퍼런 군부독재 시절 미 달러를 벌기위해 국가가 나서서 마련한 미군의 여인으로의 삶을 살아간다. 국가에서 주도한 절대 양성적일수 없는 조직이기에 그 안에서 발생하는 어처구니 없는 만행들은, 그 힘없는 여인들의 힘을 해결하기에는 너무 벅차다
근 30년을 의정부, 군산 등지의 미군을 위한 성 지구에 살던 그녀가 '신앙'을 통해 다른 자신을 만들고자 하는 모습과 이 곳에 버려진 여인들, 혼혈아들, 온갖 문제들을 세상에 말하고 변화시키고자 하는 일련의 모습들을 보며, 내 머리 속에는 내내 '평화시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는 '전태일'의 영상이 겹쳐진다.
그녀가 자신의 깊은 상처를 목이 터지게 세상에 대고 외치지만, 세상은 그러기에는 너무 단단하고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 비록 귀로, 눈으로는 그녀의 말과 글을 읽지만 우리가 얼마나 그녀(그녀들)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정말로 쉽지 않는 일이다. 한국사회에서 이런 자신의 삶을 다 얘기하고 이의 변화를 위해 '운동가'로 산다는 것은...그녀의 노력에 가슴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고, 우리가 이 글을 읽고 한 단계 깨어나고 발전되어 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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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s 2006-08-05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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