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에 따르면 시복은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순교자나 성덕·기적 등이 인정된 자에게 ‘복자’(福者)라는 칭호를 부여해 특정 교구와 지역, 국가 혹은 수도단체 내에서 공적인 공경을 바칠 수 있도록 허가하는 교황의 선언을 말한다. 복자는 가톨릭에서 성인의 전 단계에 해당한다.
이번에 시복을 추진하는 대상자는 1785∼1879년 죽임을 당한 순교자들이다. 기존 103위 성인과 124위 복자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순교 사실이 새롭게 밝혀져 관련 교구에서 현양해온 이들이다. 한국 천주교회 초기 평신도 지도자인 이벽 요한 세례자, 김범우 토마스, 권일신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권철신 암브로시오, 이승훈 베드로, 이존창 루도비코 곤자가 외에도 ‘백서’의 작성자 황사영 알렉시오가 포함됐다. 황사영은 조선의 천주교 박해 사실을 고발하면서 “조선을 청나라의 한 성으로 편입시키고, 서양의 함대를 파견해 조선 정부를 굴복시켜 신앙의 자유를 갖게 해달라”는 요청을 담은 백서를 베이징의 주교에게 보내 큰 파문을 일으켰다.교황청은 한국천주교에서 시복 조사 문서가 접수되면 교회법적 검토, 시성성 역사위원회와 신학위원회 등의 심의, 시성성 위원인 추기경·주교 회의를 거쳐 시복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한국천주교회는 조선시대 순교자 가운데 비교적 순교 기록이 명확하게 남아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시복·시성 절차를 밟아 왔다. 우선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은 조선 후기 박해 과정에서 나온 순교자를 중심으로 시복을 추진했고, 1925년 기해박해(1839년)와 병오박해(1846년) 순교자 79위가 시복됐다. 1968년에는 병인박해(1866년) 순교자 24위가 시복됐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 등 이들 103위 복자들은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방한 때 한국교회의 첫 성인으로 시성됐다. 2014년에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가 시복됐다.
현재 교황청에서 심사 중인 한국 교회의 시복 안건은 올해 탄생 200돌을 맞은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 ‘하느님의 종 신상원 보니파시오 사우어 아빠스와 동료 37위’가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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