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유령
박근혜는, 신체적으로는 박정희의 딸이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최태민의 딸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박근혜 관련 "새마음운동" 보도들이 그렇게 말해 주고 있다.
그런데 최태민은 1912년생으로 일제시대를 온전히 산 순사출신이었다고 한다. 일제시대의 정신교육을 온전히 받은 "황민"이었던 셈이다.
"새마음운동"이란 일제시대 후반에 우가키총독이 실시했던 "심전(心田)"운동과 관계가 있어 보인다.
심전개발운동은, 일제가 "국민통합"을 위해 실시했던 정신문화정책이다. 농어촌자력갱생과 조직화를 지향한 "정신개혁운동"을 벌였는데, 실제로는 저급해 보였던 "조선인민의 정신을 개발"하려 한, 문명주의적 시선의 제국주의 정책이었다.
그런데 한 연구자에 따르면, 이 사고는 종교정책이기도 했다. "여러종교가 연계해서 접점을 찾도록 했다"는 대목에서 나는 최태민을 떠올렸다. 최태민도 여러 종교의 연계를 강조했다. 심전개발운동은 결국은 천황을 숭상하는 애국심으로 귀결되는 운동이었는데, 최태민의 종교운동도 귀결점은 "구국"이었다. 국민을 계몽대상으로 생각했으니, 박근혜가 70년대에 "사회정화"라는 단어를 말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새롭게 나오고 있는 박근혜의 예전 인터뷰중에는 군인들이 행진할 때 팔을 높이 흔드는 방식으로 "아버지와 같이 연구"해서 실행시킨 것도 자신이라는 말도 있었다. 북한의 김정은과 박근혜는 서로 적대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쌍둥이일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정권취임후에 각종 마크가 통일된 것도 이해된다.
"나라와 결혼했다"던 박근혜의 말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닐 것이다. 신체적 아버지도 정신적아버지(실제로 어떤 관계였든) 도 사라졌지만 박근혜에겐 아버지들이 물려준 "나라"만이 부여 잡아야 할 대상이었다.
문제는 그가 결혼했다는 "나라"란, 국민이 "계몽"대상이 되는 나라라는 점. 박근혜가 주변 엘리트들들을 멀리 한 것은, 자신의 "새마음"을 공유하는 최태민과 최순실만이, 동지이자 국민들을 "계몽"가능한 존재로 인식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니, 최태민이나 최순실을 "굿이나 하는 무당"취급을 한 ,전근대적 미망이 대통령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은, 잘못 짚은 분석일 것 같다. 최태민은 오히려 지극히 "근대"적인 인물이었고 진정한 사명감으로 그 모든 일을 했을 지도 모른다. 거기에서 파생된 모든 이익들은 "깨어있는 선구자"에게 주어진 당연한 보상으로 받아들여졌을 수 있다. 불과 몇 몇 사람이 정치에서 문화까지 장악하려 했던 건 단순한 사욕이 아니라, 그런 사명감이 시킨 것일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을 (종교적) 전체주의라고 부른다.
박근혜가 몸소 "몸을 똑같이 놀리는" 체조시연에 참가한 건 그의 "국민계몽"의 또하나의 버전이다.
일제시대유령이 여전히 배회하는 슬픈 포스트모던의 시대. 잔재"를 안고 사는 건 우리의 운명이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일제시대를 그대로 답습한 북한의 세습지도자와 닮은 꼴인 이를 우리마저 대통령으로 받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
오늘 집회에 나가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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