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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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와 정권교체에 관해
대선을 앞둔 여론조사에서 흔히 나오는 정권교체 관련 질문이나 해석에 문제 있다. 대통령 5년단임제에서 정권교체란 말 자체가 부적절하다. 대통령 두 번 할 수 없는 제도에서 임기 끝나면 당연히 정권 바뀌는 것 아닌가. 앞으로 이재명 정권이 되든 윤석열 정권이 되든 문재인 정권이 교체된다. 같은 당에서 대권 잡아도 정권교체란 말이다. 참고로 우리는 흔히 ‘정권’과 ‘정부’를 같이 써왔는데, 앞말엔 부정적 어감이 좀 스며있다. ‘전두환 정권’이나 ‘노태우 정권’ 그리고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처럼.
정권교체와 정권안정을 대비시키는 건 더 부적절하다. 여당 후보가 집권하면 변화 없는 안정이 이루어질 것 같고, 야당 후보에 의한 정권교체는 개혁과 발전으로 나아갈 것처럼 착각하도록 이끌기 때문이다. 정권교체의 목적은 정치발전을 위해서인데, 이른바 ‘프레임’을 잘못 만든 거다. 정권교체에 따른 변화가 정치발전, 경제성장, 사회통합, 외교안보 등의 개선이나 진전을 이끌지 개악이나 후퇴를 부를지 고민해보도록 하는 여론조사가 이루어지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여론조사가 여론을 오도해온 심각한 사례가 적지 않다. 무지나 관행이기도 하고 의도적 왜곡이기도 할 것이다.
첫째, 얼마 전에도 논란 일었듯 주한미군이 점령군인지 해방군인지 묻는 건 억지다. 미국은 분명히 점령군이라 자처했고, 한국인들은 대개 해방군으로 환영했으니 둘 다 된다. 택일할 성격이 아니란 뜻이다.
둘째, 북한이 핵무기 포기할까 하지 않을까라고 물으면서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답을 유도하는 건 왜곡이다. “북한이 언제쯤 어떠한 환경이나 조건에서 핵무기 포기.폐기할까”라는 질문은 나오지 않는다. “주한미군이 지금 나가는 건 곤란하지만 언젠가는 철수해야 한다”는 여론과 맞물릴 것이다.
셋째,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에서 어느 편 들어야하느냐는 질문은 고약하다. 상황에 따라 양쪽을 편들 수도 있고 어느 편도 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2월 초 대선후보 첫 TV 토론에서, 취임 후 미국, 중국, 일본, 북한 정상 중 만날 순서에 대한 사회자 질문도 엉뚱했다. 그 무렵 주변정세와 상대방 일정에 따라 누굴 먼저 만날지 정하는 게 지극히 정상적이다. ‘미,일,중,북’ 또는 ‘미,중,북,일’ 순서라고 답한 경직된 후보들이 국익 위한 외교를 어찌 유연하게 전개할 수 있을까.
이와 비슷하게, 어린아이에게 “아빠가 더 좋으냐 엄마가 더 좋으냐”며 유치하고 짓궂게 묻는 어른이 많다. 아이는 둘 다 좋다고 현명하게 답한다. 어른은 더 유치하고 더 짓궂게 둘 중 누가 눈곱.손톱만큼이라도 더 좋으냐고 다그친다. 아이가 거짓말하거나 울게 만드는 것이다. 설사 아이가 어느 한쪽이 더 좋다고 해도 둘 다 좋아하라고 타이르며 가르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가. 부질없고 악의적인 여론조사를 없애는 길이다.
사족: 1950년대 여권을 신청하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는 질문에 답해야했다. 관계당국은 “이승만 박사.대통령”이란 대답을 기대했는데, 다른 사람 이름이 더 많이 나왔다. 고민 끝에 수정 질문을 내놨다. “이승만 대통령을 제외하고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 기발한 발상에 따라 이승만은 가장 존경스런 인물로 남게 됐다. 이런 때 비하면 요즘 여론조사가 많이 발전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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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Do Chung
맞습니다
맞고요
여론조사라고
쓰고
조작조사라고
읽는다
Reply2 h
박정환
꼭 정권교체를 이루어 구적폐는 물론이고 신적폐까지 철저히 청산하자.
Reply51 m
이기철
남북조선은 독립군의 정부가 아니고 임시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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