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석
문제는 의사 기득권이 아니라 전제적인 관료지배체제이다
쓸까 말까 참 많은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아예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는 건 어려울 듯해서 의사 증원 문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비평가로서의 어떤 원칙 혹은 기준이 있다면 잘 모르는 주제에 대해서는 말을 얹지 않는다는건데 이번에는 그 기준을 어기면서까지 한번 적어보았습니다. 최대한 제 나름대로의 관점에서 해석하였기 때문에 틀린 부분도 많을 것 같습니다. 이럴 때 느껴지는 불안과 두려움이 싫어서 최대한 조심하는데.. 아무튼 적어보았습니다.
제가 보기에 지금 이 사태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전제적인 관료지배체제'가 아닌가 합니다. 임금노예제를 뒷받침하는 전제적 관료지배체제에 대한 문제제기를 좌파정당이 할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의사 집단들도 이 점에 초점을 맞춰 대응하면 좀더 논의가 생산적으로 가지 않을까 합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 인터넷 팟캐스트의 게스트로 활동하던 때였다. 아무래도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할 때가 많아서 그랬는지 몰라도 의대증원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이들이 많았다. 당시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의사는 그 어떠한 직역보다도 공공재라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해서 논란이 되고 있었다. 그 '의사는 공공재'라는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과도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딱히 틀렸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답을 하였는데, 이 발언으로 그때 의사 분들로부터 이런저런 항의를 받았던 게 기억난다. SNS에서 공개적으로 저격하시는 분도 계셨고 메시지, 쪽지, 메일 등으로 항의글을 보내시는 분도 계셨다."
"다시 말해서 세금과 권리의 교환이 전제된다면, 더 많은 세금은 곧 더 많은 자유를 의미한다. 아시아적 "전제국가"에 해당되는 한국은 헤겔의 말처럼 "극히 소액의 조세"만을 지불하는 대신 그만큼의 적은 자유와 권리 상태에 놓여 있다. 물론 국제적인 조세부담율 비교를 해보았을 때 일본과 미국 같이 한국의 역사전개에 있어 큰 영향력을 끼친 나라가 모두 조세부담이 적은 비중의 사회적 특질을 지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한국 사회는 이처럼 역사적으로 아시아적 전제국가 하에서 '공식적'으로는 낮은 조세부담을 지는 대신 시민적 권리를 향유할 수 없었다. 이 점은 근대로 접어들면서 새롭게 구성되었는데, 지배 세력은 대중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식민지체제의 한계를 고려하여 점차로 손낙구의 표현처럼 "조세 없는" 관료통치 체제를 형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제구축을 시작하였고 그것이 전후 권위주의 체제로까지 이어졌다.(손낙구, <조세 없는 민주주의의 기원>, 후마니타스, 2022 참고) 지금 우리 의사 집단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바로 이러한 역사적 경로를 거쳐 형성된 '전제적'인 관료지배체제이다."
"위로부터 이처럼 전제적인 관료지배체제가 '세금' 등의 대중적 동의를 우회하여 최소한의 비용으로 공공성의 구현을 꾀하자 아래로부터도 그에 대응하는 여러 방책이 나타나게 되었다. 의사 집단을 예로 들자면 민간의료시설들은 영리추구와 공공성의 실현이라는 이중적인 역할 수행에서 오는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공의들한테 그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 많은 이들이 전공의 등이 80시간 넘는 과도한 노동을 행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 그것 자체가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 아닌가, 라고 반문하고 있지만 이는 상황을 약간 오해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한국 의료계는 정상적인 임금을 지불하고 의사를 고용하는 게 아니라 아직 수련 중인, 가장 "초보적"인 의사집단인 전공의들을 "싸게" 착취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금의 의사들의 집단적인 저항을 기득권 수호로만 보지 말고 '전제적'인 관료지배체제의 "민주성"에 문제제기로 볼 때 비로소 좌파 정치가 개입할 공간이 생겨날 것이다."
손민석
https://alook.so/posts/DjtlJ3r
문제는 의사 기득권이 아니라 전제적인 관료지배체제이다 by 혁명읽는사람 - 얼룩소 alookso
ALOOK.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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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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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이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개입인 듯..
14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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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준
그리고 타인에 대한 저신뢰도 한 몫하는 것 같아요 소아과 같은 필수의료에서 일하는 의사들을 향한 고소고발, 폭행 등도 파업의 한 이유가 된 것 같네요… 뭔가 한국인들은 서비스 종사자들을 하찮게 여기는 것 같기도 해요… 소아과 의사가 어떤 사람의 자녀를 진료했는데, 마음에 안든다고 폭행해서 언론에 보도된 적도 있었던 것 같아요
7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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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정동준 좀 진상스러운 게 있지요..ㅎㅎ 그걸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저도 잘 모르겠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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